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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코스피 지수 조만간 조정 가능성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7개월째 상승에 이익 증가 기대감 반영... IT 주식 중심의 장세 펼쳐질 듯

지난해 하반기에 국내 경제가 저점을 기록했다. 따라서 지금은 확장기에 해당한다. 문제는 저점을 확인했다는 사실이 곧바로 경기의 큰 폭 상승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으로 순환적인 경기 반등이 견조하게 이어질지 확신하지 못하겠다. 향후 경기 흐름을 조심스럽게 보는 건 성장률에 대한 기대가 약해지고 있어서다. 주가와 비교해 보면 이 부분이 보다 명확해 진다. 코스피 지수 2400선에 다가섰지만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은 여전히 2%대 중반에 머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심리지표가 최고치를 경신해 경기 활황이 당연한 걸로 여겨지던 미국도 성장률 기대치가 2.1%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해 예상치와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비슷한 수준이고 미국은 의외로 하락했다.

국내 경제지표를 세밀하게 뜯어봐도 아직 본질적인 변화를 주장하기 어렵다. 1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지만 1.1% 성장 중 건설투자 기여도가 1.1%포인트나 된다. 이와 달리 지속 성장을 담보하는 민간소비나 설비투자 기여도는 각각 0.2%포인트와 0.4%포인트에 지나지 않았다. 수출도 마찬가지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증가가 이어지고 있지만 하반기까지 그럴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6월부터 수출 증가율에서 기저효과가 약해지는 만큼 증가율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 등 향후 수출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도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른 변수도 사정이 비슷하다. 상반기 경제지표 회복은 급격한 위축세를 보였던 지난해 상반기 경제지표를 분모로 하기 때문에 실제 움직임보다 부풀려져 있다. 이에 해당하는 지표가 소매판매와 기업 매출액 등인데, 아직은 양호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2분기 이후 증가율이 조금씩 둔화되고 있다. 기저 효과가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도 경기에 대한 기대가 약해지고 있다. ‘ESI(Economic Surprise Index)’라는 것이 있다. 발표된 경제지표가 시장 전망치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보여주는 지수인데, 2분기 이후 급락하고 있다. 경제지표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아 실제 발표치가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나온 현상이다.

경기 확장 기대감 점차 약화

기대치와 괴리 외에 긴축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도 하반기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특히 미 연준의 자산 재투자 축소가 문제가 될 것 같다. 금리 인상은 몇 차례 이루어졌지만 유동성 회수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개념상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는 ‘기간 프리미엄 상승 → 장기 금리 상승 → 담보대출 및 자동차 할부금융 금리 상승’을 통해 미국 가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게 된다. 양적완화에 따른 미 연준의 자산 확대가 낮은 금리를 만드는 역할을 했으므로, 자산 축소는 시장에 반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미 이런 우려가 미국의 경제지표에 반영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 성장률 전망치가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주가 전망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2400에 근접할 정도로 강세인 걸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다. 기대가 크지만 시장이 조만간 조정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코스피 지수가 7개월째 올랐다. 연속 7개월간 주가가 상승한 건 1977년 5월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시장 에너지가 강하게 분출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미국도 비슷하다. 지난 2009년부터 9년째 상승하고 있다. 미국 시장이 이렇게 장기간 오른 경우가 많지 않다. 높은 주가에 대한 부담이 이미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선진국 시장이 좀처럼 고점을 뚫고 올라가지 못한다거나 나스닥 지수가 1% 이상 하락하는 횟수가 늘어나는 게 그 징조다.

6월까지 주가 상승으로 그동안 발생한 이익의 상당 부분이 주가에 반영됐다. 앞으로는 상승 속도가 현저히 둔화되는 형태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주가가 두 번째로 2000에 도달했던 2010년에 분기별 영업이익이 30조원도 되지 않았다. 지금은 5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늘었는데 이익 규모가 커진 만큼 증가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2분기 영업이익이 46조5000억원을 기록할 걸로 전망되고 있다. 1분기에 비해 영업이익은 0.1%, 순이익은 7.3% 둔화된 수치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매 분기 10% 이상 늘어나던 것과 비교된다. 이런 이익 둔화는 향후 주가 상승 속도를 완만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지 싶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 긴축 조치에 참여하는 나라가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하반기는 오랜 시간 끌고 왔던 저금리-고유동성이 마무리되는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주식시장 입장에서는 부담이 된다. 정책 변화가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지지 않는다. 금리도 순차적으로 올리는 만큼 절대치가 부담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심리다. 상승을 끌고 온 핵심 동력이 약해지는 것이어서 주가 조정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주가 전망이 올라가고 있지만, 제반 여건을 감안할 때 시장의 예상과 달리 조만간 1차 조정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거시지표부터 기업 실적까지 많은 부분이 IT 강세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5월까지 선박을 제외한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늘었다. 반도체는 84%로 다른 업종의 6배에 해당한다. 기업 실적도 비슷하다. 하반기에 IT업종의 이익이 지난해의 배 이상으로 늘어날 걸로 전망되고 있다. 상반기 대비해서도 15% 이상 증가해 모든 업종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할 걸로 기대되고 있다.

대세 상승 때에는 보통 때보다 종목 변동성이 커진다. 주가가 좋을 때는 상승 종목 수는 물론 업종까지 다양해지지만, 상승 속도가 약해지면 주도주만 남고 나머지 종목은 힘을 쓰지 못한다. 그래서 주도주의 존재감은 조정기를 거치면서 더 강해진다. 5월까지는 상승 종목이 늘어나는 기간이었다. 주가가 낮은데다 오랜 시간 쌓여왔던 이익이 시장에 반영되면서 상승 대열에 끼는 종목이 많았다. 대형주 전체가 해당될 정도였다. 이와 달리 6월은 상승 속도가 약해지면서, IT만 상승하고 있다. 앞으로 시장 주도력이 더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

IT 주가 높아 부담

수급도 IT 편이다. 주가 상승이 시작된 이후 외국인이 사고 기관과 개인이 파는 패턴이 계속되고 있다.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익의 일부분을 잃은 셈이 되는데, 이 부분을 만회하기 위해 주가가 제일 강한 종목에 뛰어들고 있다. IT가 그 대상이다.

IT 강세 요인은 반대로 약세 요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 IT에 돈이 몰리는 건 수익을 빨리 내야겠다는 조바심 때문일 수 있다. 이런 심리는 주가가 좋을 때에는 상승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지만 고점이 지난 후에는 반대로 주가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한다. 이익도 해석 여하에 따라 전혀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다. 3분기에 삼성전자가 15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걸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이 이 숫자를 삼성전자가 올릴 수 있는 최대 이익이고, 그 이상 이익을 올리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볼 경우 주가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 있다.

IT 주식이 오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삼성전자에 대한 믿음이 IT 전반으로 퍼진 만큼 상승이 좀 더 이어질 걸로 전망된다. 코스피 지수 상승이 1차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시장이 IT를 중심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투자자들의 조바심이다.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한 쪽 방향만 생각하고 시장에 뛰어들게 된다. 가격이 높아진다는 건 반전이 일어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현재 IT 주가가 낮지는 않은 것 같다.

1392호 (2017.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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