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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방음·흡음 기술] 자동차·건설·가전 업계 소음잡기 전쟁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차량 방음기술, 고급차에서 중형차로 확대 … 층간소음 저감 특허 증가세

음성인식과 오디오 콘텐트처럼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소리, 돈이 되는 소리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소리도 있다. 바로 소음이다. 산업계에서 소음은 ‘적’이다. 아무리 좋은 상품·서비스가 있더라도 소음이 발생하면 소비자로부터 긍정적인 ‘사용자 경험’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나쁜 소리잡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소음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자동차·건설·가전 업계가 관련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자동차가 발명된 이후 줄곧 주행 중 소음을 줄이는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어왔다. 차량 내·외부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탑승자의 승차감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차량 방음의 첫 단계는 공기역학 디자인이다. 공기저항을 줄일 경우 그만큼 매끄럽게 통과해 바람 소리(풍절음) 등을 줄일 수 있다. 차량 도어와 유리창 등에도 소음차단 기술이 필수다. 소음을 막는 이른바 차음필름이 내장된 이중 방음유리 등을 사용하고, 문짝 이음매를 고무소재로 마감해 차체 밖으로부터 전달되는 소음을 줄인다.

2019년부터 타이어 소음 규정 강화

일반 강철보다 소음을 덜 발생시키는 소재를 활용하거나 구조적 장치를 통해 소음 발생을 줄이기도 한다. 과거에는 엔진룸과 실내 사이에 흡음재를 활용했지만 최근에는 엔진 자체에 엔진 커버라 불리는 덮개를 씌우고 더 효과적인 흡음재를 적용한다. 차량 바닥에 부착되는 커버도 주요 부품을 보호하기 위한 기능이 주였지만 최근에는 흡음재 일체형으로 제작돼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을 줄여주는 역할이 커졌다. 차량 하부 커버는 공기저항을 감소시키는 역할도 겸한다.

흡음재가 많이 들어가면 차체가 무거워져 연비 등 차량효율이 낮아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흡차음재 비중을 줄이면서도 소음을 낮추는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이 ‘능동제어 소음저감기술(ANC)’이다. 실내에 장착된 센서가 소음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문에 달린 스피커로 반대 위상을 가진 음파를 쏴서 소음을 없애는 방법이다. 이 경우 주행시 엔진 소음을 10∼20㏈가량 줄일 수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이 기술을 채택하기 시작한 것은 2012년경부터다. 초기에는 고급 차량에만 장착됐지만 최근에는 중형차에도 확대되는 추세다.

타이어 업계는 소음 관련 규제 시행을 앞두고 소음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유럽연합(EU)에서 시행 중인 ‘타이어 소음 표시제’를 국내에도 도입하기로 했다. 타이어 소음 성능을 의무적으로 표시해 기준치를 넘거나 성능이 표시되지 않은 타이어는 시장 진입을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소음 기준치는 2019년 승용차 출고용 타이어부터 적용되지만, 주요 타이어 업체들은 한발 앞서 국내 시장에 저소음 타이어를 출시하고 있다. 저소음 타이어는 타이어 내부에 폴리우레탄 소재의 흡음 패드를 장착해 타이어 내부 공기가 진동해 발생하는 공명음을 줄인다.

반대로 차량 소음을 부각하는 기술도 있다. 듣기 좋은 소리를 살려 승차감을 높이기 위해서다. 스포츠카나 고성능 차량에서 많이 쓰인다. 안전을 위해 인위적으로 소음을 만들어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이브리드나 전기차처럼 엔진 소음이 발생하지 않는 차량의 경우 보행자 사고 발생 위험이 커 저속 주행시에는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인위적인 소음을 만들어내야 한다. 일반적으로 머플러 내부에 배기통로를 열고 닫는 가변배기 시스템을 추가해 배기음을 조절하는 방식을 쓴다. 일부 모델들은 탑승자가 주행 중 가변배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별도의 조작 버튼을 마련하기도 한다. 스피커를 통해 인공적인 배개임을 탑승자에게 들려주는 기술도 활용된다. 이 기술은 별도의 장치를 장착하지 않고 소프트웨어만으로 새로운 타입의 사운드를 만들어낼 수 있어 튜닝 용품으로도 쓰인다.

건설사는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층간소음에 따른 이웃 간 분쟁이 사회 문제로 번지면서다. 환경부의 국가소음정보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2만 건에 가까운 민원이 접수됐다. 이에 따라 2014년부터 신축되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바닥시공 기준을 일정 두께와 소음성능 두 가지 요건 모두를 충족하도록 하는 등 관련 규정도 강화됐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소비자들도 층간소음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는 데다, 규제도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건설사도 관련 설계나 기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허청에 출원된 층간소음 저감 기술은 2012년 141건, 2013년 285건, 2014년 311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층간소음을 줄이는 가장 기본적인 기술은 바닥 슬라브에 두껍게 시공하거나 방음재 등을 넣는 방식이다. 대우건설은 1990년대 층간소음을 줄이는 진동 방지재를 개발했고, 2001년에는 삼성물산이 가구 내부 바닥재와 마감재 사이에 완충재를 넣어 내부 소음을 줄이는 소음 저감형 설계를 선보였다. 대림산업은 기존 아파트에 적용되는 210㎜ 바닥 콘크리트를 250㎜로 시공하고 거실·주방·침실 등에는 기존 30㎜의 두 배 수준인 60㎜ 두께의 바닥 차음재를 적용했다. 롯데건설이 롯데케미칼·에스아이판과 공동 개발한 바닥충격음 차단구조는 두께 20∼30㎜ 완충재가 적용되는 기존 바닥구조와 달리 층간소음 완충재의 두께가 60㎜에 이른다.

화장실 배관 소음을 줄이려는 노력도 눈에 띈다. ‘층상벽면 배관’ 기술은 아랫집 천장에 설치되던 배관을 화장실 벽면에 만든 선반 속에 매립해 물 내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한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이 이 기술을 적용 중이다. 건축자재 업체들은 층간소음 저감에 도움이 되는 바닥재를 출시하고 있다. 두께가 6㎜ 정도로 두꺼워져 경량충격음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 LG하우시스가 2013년 6㎜ PVC 바닥재 ‘지아소리잠’을 선보였고, KCC와 한화L&C도 6㎜ PVC 바닥재 ‘숲소리 휴’와 ‘두배로’ 제품을 각각 출시한 바 있다. 소음을 막아주는 실내 매트나 중문, 바닥재 등도 공동주택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실내 매트는 아래층에 전달되는 진동이나 충격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국내 시장 규모가 연간 약 1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

‘백색소음’ 제품도 인기

사무실과 고객센터 등에서는 ‘사운드 마스킹’이 확산되고 있다. 사운드 마스킹은 일정한 주파수 대역에서 일정한 음압을 내는 소리를 발생시켜 사람이 주변 소음을 덜 인식하게 만드는 소음제어 기술이다. 너무 조용한 곳에서는 인공음향을 흘려줘 서로가 타인의 소리를 덜 의식하고, 반대로 시끄러운 공간에서는 인공음향으로 타인의 소음이 덜 거슬리게 해준다. 특히 개방형 사무실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사운드 마스킹 음향장치를 사무실에 설치하면 자신의 대화를 누군가가 듣고 있다는 부담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카드가 지난 1월 선보인 공유 오피스 ‘스튜디오 블랙’에도 이 기술을 적용했다.

가전 시장에서도 오래 전부터 소음을 줄인 청소기·냉장고·세탁기 등 특화 상품이 등장했다. 최근에는 단순히 조용한 제품이 아니라 ‘원하는 소리만 들리는’ 제품이 주목을 받는다. 외부 소음을 모두 차단하는 노이즈 캔슬링 기술을 선보이던 소니는 노이즈 컨트롤 기술을 구현한 헤드폰을 내놨다. 주변 소음을 즐기도록 주변음 모드를 제공해 음악을 들으면서도 저음(노이즈), 고음(목소리)이 들리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차단 대상이던 백색소음은 새로운 마케팅 요소가 됐다. 숙면이나 명상·심신안정·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이에 따라 가전·IT 업계에서는 백색소음을 내는 애플리케이션이나 공기청정기 같은 가전 등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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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6호 (2017.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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