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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조명 받는 오디오 콘텐트] 몸값 높아지는 ‘오디오툰’ 아시나요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국내외 IT업계, 오디오 콘텐트·플랫폼 투자 각축전 … 관련 콘텐트 아직은 부족

오디오 콘텐트가 재조명을 받고 있다. 국내 IT 업체들은 오디오 콘텐트 플랫폼을 구축하고, 음성 관련 기술을 활용한 오디오 콘텐트 제작에 투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스피커, 커넥티드카 등 콘텐트를 소비하는 플랫폼과 공간이 다양해지면서 오디오 콘텐트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본다. PC에서 모바일을 지나 다양한 디바이스 환경으로 이동해가면서 편하게 듣고 소통할 수 있는 듣는 콘텐트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장은 형성됐는데 관련 음성 콘텐트는 생각처럼 풍부하지 않다. 무주공산을 차지하기 위해 기업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네이버, 오디오 플랫폼·콘텐트 동시 공략

글로벌 기업 중에서는 아마존이 2008년 인수한 오더블(Audible)을 중심으로 콘텐트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오더블은 지난해 4월 ‘채널’이라는 기능을 베타버전으로 추가, 뉴스부터 오더블만의 오리지널 콘텐트, 단독 라디오 등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워싱턴포스트·테드·뉴욕타임스·포브스 등 전통 매체의 콘텐트도 포함돼 있다. 구글도 구글 홈을 통해 유튜브 뮤직, 스포티파이, 튠인, 판도라, 아이하트라디오 등 다양한 제휴 사이트와 연동해 명령에 따라 음악·팟캐스트(라디오 방송)를 재생할 수 있다. 이미 구글은 2015년 구글플레이 뮤직을 통해 다양한 방송제작자를 섭외해 팟캐스트 서비스 운영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애플 역시 동영상과 음악 콘텐트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나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애플은 콘텐트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기 위해 유명 프로듀서들과 함께 음악·영화 분야에서 오리지널 콘텐트 확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13년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인 ‘아이튠스 라디오’를 공개한 바 있다. 또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애플과 아마존은 아이튠스에서 아마존 오디오북인 오더블만 공급하기로 했던 독점 계약을 끝내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오디오북 시장 경쟁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 오디오 콘텐트 개발의 선두주자는 네이버다. 네이버는 올해 1월 ‘오디오클립’을 출시했다. 현재 오디오 클립에는 인문·외국어·과학·건강 등 다양한 카테고리 내 120여개 채널이 운영되고 있다. 인기 채널 ‘이동우의 10분 독서’는 최근 구독자가 1만 명이 넘었다. 오디오클립은 네이버 블로그나 카페처럼 네이버 플랫폼 안에서 콘텐트가 유통된다. 네이버TV, 네이버 포스트처럼 네이버 안의 새로운 콘텐트 생태계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음성인식·음성합성 등의 기술도 개발 중이다. AI 스피커 대중화를 대비한 포석이다. 집안에서 소리로도 네이버 콘텐트를 제공하겠다는 의도다. 실제 네이버는 인공지능 음성인식 시스템 ‘아미카’와 음성합성 기술 ‘N보이스’ 등 음성 관련 원천 기술을 콘텐트 제작자들이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12월 오디오 콘텐트 사업에 3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지식·교양 분야에서 텍스트, 동영상, 이미지 콘텐트와 융합해 새로운 형태의 오디오 콘텐트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첨단 오디오 콘텐트는 AI가 사용자의 질문에 따라 조리법을 안내하는 ‘대화형’ 요리책 콘텐트나, ‘특정 내용을 찾아달라’고 말하면 해당 구절을 찾아 읽어주는 지능형 오디오북, 외국어 음성을 번역하고 해설하는 교재 등이 대표적인 예다. 지원은 2017년부터 매년 100억원씩 이뤄진다. 오디오북이나 음성 교육 콘텐트 등을 만든 경험이 있는 출판사가 주로 지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원을 받은 콘텐트의 저작권은 제작자가 갖게 되며 네이버는 해당 콘텐트의 온라인 사용권을 얻게 된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식·교양 콘텐트 제작자들이 지금까지 없던 방식으로 새로운 오디오 콘텐트 제작을 시도할 수 있도록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NHN엔터테인먼트의 음원 서비스 NHN벅스는 지난 2월 팟캐스트 플랫폼 ‘팟티’를 출시했다. NHN벅스는 팟티 내 일반인 방송 개설을 유도하는 동시에 자체 방송 콘텐트 제작에도 나섰다. 팟빵 등 외부 팟캐스트 RSS(구독주소)를 끌어와 소개하는 정도였던 팟티는 자체 콘텐트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지난 3월에는 SBS라디오와 업무 협약을 맺는 등 오디오 콘텐트 확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NHN벅스의 팟티는 자체 콘텐트 채널 숫자가 1300개를 넘었다고 발표했다. 이용자들이 팟티 플랫폼에 올린 팟캐스트 방송 수다.

한편 국내 팟캐스트 시장 강자로 음성 콘텐트 호스팅을 했던 ‘팟빵’은 플랫폼 강화에 나섰다. 월 9900원씩 받던 팟캐스트 호스팅 사업을 무료로 전환했다. 동영상도 하루 2회(30분 이내)로 제한했지만 무료로 업로드할 수 있게 했다. 팟빵은 서버 운영비의 일부를 음성·동영상 호스팅비로 충당했는데 호스팅비 포기는 회사의 운명을 건 모험인 셈이다. 대신 팟빵은 RSS를 폐쇄형으로 전환했다. 팟빵 이용자들은 팟빵 앱이나 웹사이트 안에서 팟빵에 업로드된 콘텐트를 듣고 볼 수 있다. 외부 공유는 팟빵 플레이어를 통해 가능하게 했다. 누구나 자유롭게 링크 주소를 공유하는 팟캐스트식 유통 구조를 버린 것이다.

출판 업계도 오디오에 관심

팟빵의 플랫폼 변신은 기존 팟캐스트 시장에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팟빵은 국내 팟캐스트 호스팅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팟티 같은 후발 팟캐스트 큐레이션 업체들은 팟빵의 RSS를 끌어다 서비스했다. 팟빵이 RSS 공유를 제한하면서 팟티의 팟캐스트 서비스 상당 부분도 중단됐다. 다만 팟빵은 ‘몽팟’ 등 스타트업 규모의 큐레이션 서비스에는 예외를 뒀다. 애플 아이튠즈도 팟캐스트 허브인 점을 고려해 RSS 링크를 허용했다. 김동희 팟빵 대표는 “AI 스피커 등 음성 콘텐트를 들을 수 있는 디바이스가 늘어나고 있다”며 “더 큰 성장을 위해 결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창비·문학동네·커뮤니케이션북스 등 주요 출판사가 팟캐스트 및 오디오북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창비는 오디오북 서비스인 ‘더책’을 운영 중이다. 더책은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활용한 오디오북 서비스로, 종이책에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 오디오북 같은 디지털 콘텐트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오디오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교보문고는 자체 팟캐스트 채널인 ‘낭만서점’을 지난 2014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또 주요 출판사들과 함께 오디오북, OST 곡 등이 담긴 멀티미디어 전자책(e-book)을 공동 제작한다. 예스24는 소리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TTS(Text to Speech) 기능이 탑재된 전자책 앱을 출시한 바 있다.

오디오 콘텐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인기 웹툰도 오디오툰으로 변신하고 있다. 음성으로 전달되는 웹툰으로, 기존 웹툰처럼 그림과 글자를 읽을 필요 없이 상황과 스토리를 모두 귀로 들을 수 있다. 신선한 소재, 가벼운 스토리, 빠른 전개 등 웹툰의 장점을 그대로 음성으로 구현한 게 특징이다. 화면을 움직이며 읽어야 하는 웹툰과 달리 운동이나 운전을 하면서도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미 웹툰의 콘텐트 가치가 높이 평가받는 상황이어서, 오디오툰도 경쟁력 있는 콘텐트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1396호 (2017.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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