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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로 눈 돌리는 이슬람국가(IS)] 중동에서 거점 잃고 제3국에서 활로 모색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필리핀·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지에 우호세력 늘어... 극단주의 조직 많아 영역 확대에 유리

▎필리핀 공군이 6월 9일 IS를 추종하는 무장단체를 소탕하기 위해 마라위시 일부 지역을 폭격했다.
중동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북부에 있는 최대 거점도시 모술에서 축출된 지 지난 8월 10일로 한 달을 맞았다. 그 한 달은 중요한 시간이었다. 이라크 군은 IS 잔당 소탕에 이어 혹시나 있을 지뢰와 부비트랩 제거 작업에 몰두해왔다. 이라크 정부는 되찾은 도시의 질서를 되찾고 복구 계획을 세우기에 분주했다. 국제적십자사(이슬람 세계에선 적신월사)를 비롯한 국제구호단체는 식수와 식량, 의약품 등의 긴급 구호로 바빴다. 의료진과 구호요원들이 영양실조와 각종 질환으로 피폐해진 주민들을 보듬는 인도주의적인 활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모술에서 도주한 IS 잔당의 행방과 그 다음 행동이다. 현지 취재를 통해 지난 8월 10일 특집 기사를 마련한 일본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IS는 모술 함락을 앞두고 조직 간부들과 무장대원 가족들을 대거 시리아 등으로 조기 대피시켰다. 전투원들을 모술 주변으로 전략적으로 분산시켜 피해를 줄였다. 일부는 가명 증명서를 들고 주민인 척하면서 도시를 빠져나갔다. 이에 따라 IS 핵심 전력이 전투력을 유지한 채 도시 외곽이나 국경 쪽으로 무사히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이들의 반격이나 테러 위협 때문에 모술 주민들의 재건 작업도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핵심 전력 유지한 채 모술 빠져나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추종세력과 필리핀 계엄군의 전투가 한 달 이상 이어지고 있는 필리핀 민다나오 섬 마라위의 도시 파괴 수준이 수개월째 이라크군의 IS 격퇴전이 벌어진 모술 수준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위성 촬영한 마라위시의 초토화된 모습. / 사진:더 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지난 한 달은 IS에겐 권토중래를 모색하는 기간이기도 했다. 이들은 새로운 거점을 찾고 눈을 전 세계로 돌리고 있다. 문제는 중동에서 갈수록 세력을 잃고 있는 IS가 다음 거점으로 아시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현재 중동에서 IS의 거점은 시리아 동부와 이라크 북부 일부로 축소됐다. 지난해 시작된 이라크 정부의 IS 거점에 대한 본격적인 공세 때문이다. 지난해 10월17일 이라크의 하이다르 압바디 총리는 자국 내 IS의 최고 거점으로 돈줄 노릇을 하고 있는 북부 유전도시 모술을 탈환하는 본격적인 군사작전 개시를 선언했다. 이후 지루하게 전개되던 모술 탈환작전은 지난 7월10일 이라크 정부군, 시아파 민병대, 쿠르드족 민병대인 페슈메르가 등이 완료했다 압바디 총리는 이날 이 도시에 직접 들어가 모술 탈환을 선언했다.

모술은 IS 점령 전 인구가 180만 명을 넘었던 대도시로 인근에 유전도 몰려 있다. 이에 따라 IS는 이 도시를 점령한 후 주민에게 세금을 거두고 인근 지역과의 교역을 독점한 것은 물론 유전에서 원유를 채취해 팔아 거액의 테러 자금을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제2 도시인 모술은 2014년 6월9일 점령된 후 IS의 경제수도 역할을 해왔다. 도시 규모상으로 최대 거점이기도 했다. 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는 점령 직후인 그해 6월29일 모술 시내의 알누리 모스크에서 국가 수립을 선포하고 자신은 칼리프(중세 이슬람 세계의 정교 최고 지도자)에 올랐다. IS는 그런 모술을 잃어 거대한 자금원을 상실한 셈이다. 세력 축소가 불가피하다.

그 여세를 몰아 미국은 시리아의 쿠르드족 민병대를 주축으로 시리아 북부의 IS 수도 라까를 점령할 태세다. IS의 경제수도에 이어 정치수도까지 함락시킬 참이다. 그렇게 될 경우 중동 극단주의 세력 중 최초로 영토를 확보했던 IS는 다시 지상 거점이 없는 ‘떠돌이’ 지하 무장세력으로 전락할 신세다. 이라크와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세력이 원하던 IS 격퇴가 눈앞에 온 것일까.

하지만 이것으로 문제가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IS가 호락호락 몰락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IS가 이처럼 지금까지 거점으로 삼아왔던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지배영역을 잃어가면서 글로벌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중동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활동을 활성화하거나 강화해 세력을 유지하려는 의도다.

우려되는 것은 올해 들어 부쩍 아시아 지역에 대한 침투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 정보와 보도를 종합하면 IS는 특히 동남아시아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지 당국의 발표를 바탕으로 IS의 세력 규모를 정리하면 동남아에서의 세력 확대가 확연히 드러난다. 물론 현재 IS가 맹위를 떨치는 곳은 단연 중동이다. 특히 내전 중인 시리아가 단연 두드러진다. 1만4000명의 무장대원이 활동하고 있다. 그 다음이 이라크로 약 7000명이 무장대원이 존재한다.

IS의 활동 범위 지난해 8월까지 18개국으로 늘어

중앙정부가 사실상 부재인 가운데 내전으로 전국이 혼란스러운 리비아에 4000명 정도의 대원이 있다. 알카에다 등 극단주의 세력의 온상으로 평가 받아온 이집트에 약 1500명이 은신 중이다. 이들은 곱트 기독교 교회나 시나이 사막 등에서 이웃 이스라엘로 향하는 관광버스를 대상으로 자살 공격을 하는 등 이집트 치안의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관광대국인 이집트로선 큰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이집트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이집트를 찾는 성지순례 관광객이 많은 한국도 주의를 기울일 부분이다. 아프가니스탄에도 1500명의 IS 무장대원이 활동하고 있다. IS에 충성을 맹세하는 무장세력이 늘고 있다. 한때 IS가 기존의 탈레반을 누르고 새로운 패권 무장세력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을 정도다. 하지만 아직은 그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인구에서 최대 대수를 차지하는 파슈툰족이 탈레반과 굳건하게 제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의 부족주의도 만연해 IS의 세력 확대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아프가니스탄에서 IS는 이미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세력이다. 이를 위해 수시로 시장 등 사람이 많은 곳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벌여 위세를 과시하기도 한다.

나머지는 동남아시아 국가가 차지하고 있다. 필리핀에 1200명 정도가 있는데 무슬림이 몰려 사는 남부 민다나오 섬의 이슬람 무장세력인 아부샤라프 등과 손잡으면서 세력을 늘려가고 있다. IS에 충성을 맹세한 필리핀의 무장단체는 현재까지 남부 민다나오 섬 일부를 거점으로 필리핀 정부군 및 경찰과 수시로 교전을 벌이고 있다. 중동에서 직간접적으로 재정 지원을 받아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인력과 무기를 확보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인도네시아에는 약 30개의 조직이 IS에 충성을 맹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모두 1000명 정도의 무장대원이 활동 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올해 5월 미군 간부가 이 같은 정보 내용을 확인했다고 한다. 말레이시아에도 상당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의 ‘뉴스 나와’ 방송은 7월 “IS가 말레이시아에 있는 간부를 통해 필리핀에 거액을 송금했다고 보도했다. IS의 자금 이동과 활동이 국제적인 성격을 강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 NBC방송 등에 따르면 2014년 7개국이던 IS의 활동 범위는 지난해 8월까지 18개국으로 늘었다. IS는 지난 7월 이라크 북부 모술 함락으로 제3국에서 활로를 찾으려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활동 국가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IS로선 제3국에서 지배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생존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자신들에게 테러자금을 송금해줄 해외의 돈 많은 지지자를 확보하고 전투에 나설 외국인 조직원을 조달할 수 없다면 조직 유지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리는 지역은 가난한 무슬림 인구가 많고 치안이 나쁘며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지역이다. 그런 곳이 극단주의가 침투하기 쉽기 때문이다. 현재 IS가 동남아 지역을 중요한 침투와 세력 확대 목표로 잡고 있는 것은 이 지역에서 자신들을 추종하는 극단주의자들이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에서 활동해온 기존 극단주의 조직이 IS와 제휴하고 연대하는 일이 앞으로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일상의 공간에서 잔혹한 테러


▎런던 테러 발생 다음날에 열린 아리아나 그란데의 자선 콘서트에는 5만여 명의 관중이 모였다. 이 콘서트는 5월 맨체스터 공연장 테러 희생자를 위해 열렸다. 그란데는 당시 테러로 부상 당한 어린이들을 직접 찾아 위로하기도 했다. / 사진:연합뉴스
IS가 위험한 것은 지역 거점을 넘어 전 세계에 걸쳐 일반인이 사는 일상공간에서 잔혹한 테러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IS가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테러는 최근까지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해 3월 22일 벨기에 브뤼셀 공항과 지하철역에서 폭탄이 터져 30명 넘게 사망한 충격적인 대형 테러 사건 이후에도 세계에서 크고 작은 IS 관련 테러가 그치지 않고 있다. 처음에는 유럽 중심이었던 것이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으로 테러 발생지가 옮겨오는 현상이 뚜렷하게 관찰된다. 지난해 6월 28일 말레이시아 수도 콸라룸푸르 인근 푸총 지역의 나이트클럽에서 수류탄이 터져 8명이 다친 것이 신호탄이다. 이 사건은 말레이시아에서 IS와 관련된 첫 테러로 기록됐다. 7월14일에는 프랑스 남부 니스에서 테러범이 트럭을 몰고 해변 산책로에서 불꽃놀이를 구경하던 사람들을 덮쳐 80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 대형 테러가 발생했다. 자생적 테러범인 ‘외로운 늑대’가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12월19일에는 독일 베를린의 크리스마스 시장에 대형 트럭이 돌진해 1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범인으로 지목된 튀니지 남성은 이탈리아에서 경찰에 사살돼 IS의 테러범들이 유럽의 ‘열린 국경’을 자유로이 오가며 테러를 벌이거나 피신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테러를 막기 위한 유럽연합(EU) 내 국경통제 문제가 도마에 올랐으나 EU창립 정신과 국경을 개방하는 셍겐조약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해서 흐지부지됐다.

올해 들어서도 IS와 관련한 테러가 이미 8건 이상 발생했다. 시작은 3월 8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IS에 충성하는 무장집단이 군병원을 습격해서 30명 이상이 사망하는 사건이었다. IS는 아프거나 다친 사람이 치료받는 병원도 무차별 급습해서 환자와 의료진, 보호자 가릴 것 없이 마구 살상하는 잔혹성을 보여줬다. 4월9일에는 이집트 북부의 한 곱트기독교 교회 2곳에서 연속 자폭 테러가 발생해 40명 이상이 숨졌다. 5월에는 IS 테러가 3건이나 발생해 절정을 이뤘다. 22일에는 영국 맨체스터에서 미국 팝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야외 콘서트 행사장에서 자폭테러가 발생해 22명이 목숨을 잃었다. 서구인들의 평범한 일상을 노린 잔혹한 테러였다. 그란데는 6월 4일 다시 맨체스터를 찾아 크리켓 경기장에서 ‘원 러브 맨체스터’ 공연을 열었다. 콘서트장 테러에서 사망한 22명의 명복을 비는 추모 공연이었다. 콘서트 수익금 전액은 맨체스터 시의회에서 희생자를 기리고 유가족을 돕기 위해 만든 ‘우리는 맨체스터를 사랑합니다’ 긴급 기금에 기부됐다. 혐오는 절대 사랑을 이기지 못하며 두려움은 결코 사람들을 분열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행사로 평가 받았다. 이 테러가 벌어진 바로 다음날인 23일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에서 외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보이는 100명 이상의 IS 무장대원들이 섬 서부의 인구 20만 도시 말라위를 공격해 일부 지역을 점령했다. 이들은 병원과 교도소를 장악하고 IS의 검은 깃발을 휘두르며 거리를 돌아다녔으며 가톨릭 교회 등에 불을 질렀다. 민다나오 섬에는 IS에 충성을 맹세한 이슬람 무장단체 아부사야프가 활동해왔다. 아부사야프는 외국인이나 정부 인사 등에 대한 납치와 참수를 일삼으며 IS 추종 테러를 벌여왔다. 이 때문에 필리핀 정부는 물론 미국 등 서방국가와 유엔의 의해 테러단체로 규정됐다. 이들은 인질 몸값을 바탕으로 재정을 확보해 병력과 장비를 확충해왔지만 외국에서 대규모 무장대원들이 들어와서 합세한 것은 처음이다.

시아파 종주국 이란에서도 테러 발생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즉시 민다나오 섬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대규모 병력을 출동시켜 토벌에 들어갔다. 정부군과 경찰은 6월 초까지 120명 이상의 반군을 사살했지만 30여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으며 민간인 19명도 목숨을 잃었다. 5월24일에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정류소에서 폭탄이 터져 경찰 3명이 사망했다. 6월2일에는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국제공항 인근의 복합리조트인 ‘리조트 월드 마닐라’에서 복면을 한 무장괴한이 총을 쏘고 폭탄을 터뜨렸다. IS는 이를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IS 퇴치가 두테르테 대통령의 최대 국정과제가 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6월7일에는 특이한 테러가 발생했다. 이란 수도 테헤란의 국회의사당과 1979년 이슬람혁명 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묘지가 총과 폭탄으로 무장한 괴한들의 습격을 받아 17명이 숨졌다. 시아파 종주국 이란에서 테러가 발생한 것은 드문 일이다. IS는 이를 자신들의 소행으로 밝혔고 이란 당국도 같은 발표를 했다. 시아파를 혐오하는 수니파 극단주의 이념으로 무장한 IS가 이란에서 테러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S가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가장 최근의 일로 7월 30일 호주 당국은 여객기 공중폭파 테러를 계획하던 남성 4명을 체포했다. 산책로·시장·콘서트장·리조트 할 것 없이 IS의 테러는 거의 전방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테러는 주민을 불안하게 하고 치안 수요를 과도하게 늘린다. 경제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국·일본·중국 등 아시아 국가가 동남아국가연합(AEAN)과 연계해 지역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본격적으로 수행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아울러 동남아 지역이 테러 온상이 되지 않도록 정부개발원조(ODA) 강화도 필요하다. 동남아는 한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 공동체다. 그런 곳에 IS가 세력을 뻗고 있는 상황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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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7호 (2017.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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