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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의 4차 산업혁명 이끌 디지털 신기술] 가상현실·증강현실로 현실의 한계 넘는다 

 

박종민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경영연구원
진기한 장난감에서 광범위한 혜택...제공하는 기업의 도구로 빠르게 진화

▎사진:ⓒgetty images bank
연구실이나 게임센터가 아닌 곳에서도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업무와 관련해 가상현실·증강현실 장비의 다양한 활용 방안을 실험하거나 이미 활용 중이고, 기존 역량을 개선하며 잠재적 활용처를 찾고 있다. 이들 기술의 역량이 점점 향상되고 사용자 편의성 또한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기업이 가상현실·증강현실 솔루션의 업무 활용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현실은 사용자가 시뮬레이션된 가상의 환경을 지각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로 사실적 혹은 비현실적인 가상환경을 만들어 준다. 이와 달리 증강현실은 사용자가 지각하는 실제 환경에서, 시야에 추가적인 정보를 덧입혀 주는 기술이다. 이 경우 제공되는 정보는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보고 있는 사물 혹은 장소에 관한 것이다. 최근에는 ‘혼합현실(Mixed Reality)’이란 용어도 자주 언급된다. 이는 증강현실의 하위 기술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자연스럽게 혼합해 시뮬레이션된 디지털 물체 및 정보와 실제 환경이 상호작용 가능한 새로운 환경과 시각화를 제공한다.

가상세계와 현실세계 혼합한 혼합현실 기술


사용자들은 가상현실·증강현실을 다양한 하드웨어를 통해 접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스마트글래스, HMD(Head Mounted Display) 등의 기기가 주로 이용된다. 보통 특대형 안경처럼 보이는 스마트글래스는 사용자의 한쪽 눈에만 정보를 표시하는 외안형 혹은 양쪽 모두에 표시하는 양안형이 있다. HMD는 가장 높은 몰입도를 제공하는 기기다. 사용자가 머리에 착용해 시야를 완전히 뒤덮는다. 몰입감 높은 가상현실을 구현하려면 막대한 연산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HMD는 별도의 컴퓨터에 유선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사용자의 움직임을 제약하는 단점이 된다.

기업의 가상현실·증강현실 활용은 크게 4가지 분야로 구분된다. 첫째는 사용자 지도와 협업이다. 공장·창고 근로자와 현장 서비스 제공자들은 가상현실·증강현실 활용을 통해 혜택을 볼 수 있는데, 사용자들이 유지·보수나 수리작업을 할 때 손을 쓰지 않고 필요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업무흐름이 매끄러워지기 때문이다. 스마트글래스나 HMD는 사용자의 시야에 작업 안내, 지도, 시스템 정보, 실시간 피드백 등을 제공해 주며, 먼 곳에 있는 동료 혹은 전문가들과 사용자가 보는 화면을 공유해 의견을 구하고 지도를 받는 데 도움을 준다. 가상현실·증강현실은 항공우주, 제조업, 석유 및 가스 산업부문에서 이런 목적으로 사용된다. 데이터 접근 및 확인에 드는 시간을 줄이거나 동료·전문가와의 상담 방식을 개선해 작업자의 생산성과 정확성을 높이는 것이 주된 용도다. 예를 들어, 보잉의 엔지니어들은 항공기 조립 매뉴얼을 스마트글래스로 대체한 후 배선작업 시간을 25% 줄였고, GE는 천연가스 공장의 기술자들이 유지·보수 작업을 수행하면서 동료들로부터 원격지원을 받을 수 있는 ‘스마트 헬멧’을 시험하고 있다.

가상현실·증강현실의 또 다른 활용 분야는 교육·훈련이다. 일반적으로 HMD 기기를 통해 사용자들을 실제 세계의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한 가상환경에 몰입시킨다. 현재는 헬스케어, 고등 교육 그리고 산업재·소비재 사용자 교육에 주로 활용하고 있다. 이 기술은 실제로는 구현이 어렵거나 위험한 환경을 저렴하고 안전하게 가상으로 제공해 직원들의 교육을 돕고 전통적인 교육방식보다 효율적으로 정보를 전달한다. 한 실험에서, 외과의사들이 기존 강의를 통해 들은 지식은 20% 정도만 기억했지만 가상현실을 통해 전달된 지식은 약 80% 기억했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주와 플로리다주의 공립학교들은 가상현실을 이용해 학생들의 현장실습을 수행하고, 의과대학들은 가상의 사체를 사용해 외과수술 기법을 지도하고 있다. 또한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연구진은 참전용사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치료에 가상현실을 시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혁신적인 마케터들은 향상된 고객 경험을 위해 가상현실·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광고 및 마케팅 분야에서 장기간에 걸쳐 상당한 규모의 가상현실·증강현실 관련 수익이 창출될 것으로 전망한다. 기업들은 자동차, 은행, 소비재, 유통, 여행 및 서비스 분야에서 고객 경험의 향상을 위해 가상현실·증강현실 활용을 탐색 중이다. 예를 들어, 화장품 유통 업체 세포라는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으로 가상 메이크업을 실험해 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제공하고 있다. 몇몇 부동산 업체는 고객들이 이미 지었거나 지을 계획인 건물을 둘러볼 수 있게 하는 가상현실 시제품을 실험 중이다. 포켓몬고와 같이 인기 있는 소비자용 가상현실·증강현실 게임·앱을 통해 매장 방문을 유도하는 마케팅도 사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상현실·증강현실은 제품설계 과정의 디지털 화에도 도움을 준다. 헤드셋을 착용한 디자이너들이 실제와 같이 시뮬레이션된 환경에서 제품을 구성하고 모델링하며 실험해 업무 흐름을 가속하고 제품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항공우주, 자동차, 산업재, 부동산, 기술 부문이 주요 활용 분야다. 가상현실·증강현실을 사용하면 물리적인 제조 없이 상세한 가상의 시제품을 모델링하고 실험할 수 있기 때문에, 개발 시간을 단축하고 제조비를 절감하며 공정에 대한 이해도를 사전에 높여 더 나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BMW는 자동차 설계와 시제품 제작에 가상현실을 사용하고 있고, NASA는 차세대 화성 탐사차량을 설계하는 데 가상현실·증강현실을 이용하고 있다.

가상현실·증강현실 더욱 폭넓게 활용할 만

가상현실·증강현실은 또한 데이터 분석을 위한 새로운 기법을 제공해 전통적인 업무흐름을 이해하는 더 깊은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 시티그룹은 사용자의 시야에 거래 트렌드를 시각화해 제시하고, 복잡한 데이터를 조작할 수 있게 해주는 개념 검증용 가상 작업공간을 개발했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3D로 시각화해 보여주는 가상현실 주식관리 도구를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가상현실·증강현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데이터 분석가들은 보다 직관적인 그래프를 제공하고, 발견 사항을 보다 창조적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가상현실·증강현실은 진기한 장난감에서 광범위한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의 도구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기술의 발달과 가격 하락으로 가상현실·증강현실의 활용 분야는 더욱 확장될 것이다. 기업의 사업 전략가, 운영 관리자, 제품 책임자, 마케팅 책임자들이 가상현실·증강현실의 활용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 도래하고 있다.

※ 필자는 딜로이트 경영연구원 연구원이다. 글로벌 비즈니스 트렌드와 디지털 신기술의 발전에 따른 산업 변화의 시사점을 연구하고 있다.

1400호 (2017.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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