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개인, 기업 그리고 사회의 선순환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4차 산업혁명과 같은 초생산 혁명의 결과물이 순환되지 않는다면 사회적 갈등은 더 심해질 것이 자명하다. 개인과 기업과 사회의 이해관계가 선순환되는 사회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기술 융합에 이은 다음 과제일 것이다. 효율에서 혁신, 소유에서 공유로의 진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분리와 갈등 구조는 순환과 협력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미래를 디자인하는 것이라는 미래학 관점에서 미래 사회를 그려보고자 한다.

우선 사회와 기업의 관계를 살펴보자. 국가 단위의 경제학과 기업 단위의 경영학은 단절돼 서로 다른 용어로 분절화돼 있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주주를 위한 이윤 창출인가, 사회적 기여인가에 따라 영리기업과 사회적기업으로 나누고 있다. 이런 이분법적 접근은 지속가능한 미래의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이제 기업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새롭게 접근해 보자.

미래 기업의 역할은 가치창출과 가치분배의 순환에 초점을 둬야 한다. 우선 사회적가치를 소비자 가치(Value)와 투입 비용(Cost)의 차이로 정의하고자 한다. 즉 기업의 가치창출은 비용 절감(Cost Reduction)과 가치창출(Value Creation) 활동으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영리 기업이든 사회적 기업이든 사회적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추격경제’에서는 비용 절감이 기업 활동의 주된 목표였지만 ‘혁신경제’에서는 창조적 가치창출로 기업 활동이 확대돼야 한다. 사회적가치는 기업가적 혁신과 성실한 근로의 함수다. 기업가와 임직원의 노력이 성공적으로 결합해 사회적가치 창출을 극대화한 기업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가치를 소비자와 분배하는 과정이 마케팅이다. 고(故) 피터 드러커 교수는 ‘기업가치는 혁신과 마케팅에서 창출된다’고 단언했다. 혁신의 가치창출과 마케팅의 가치분배가 기업과 사회를 선순환하는 양대 축이라는 의미다. 소비자와 기업이,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가치를 가격을 경계로 나누는 과정이 마케팅이다. 소비자가치는 소비자 만족과 가격의 차이가 되고, 기업가치는 가격과 비용의 차이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소비자와 기업의 관계에 두 가지 시나리오가 등장하게 된다. 첫째 시나리오는 소비자와 기업을 갈등 구조로 보는 불투명하고 반복되지 않는 게임 구조다. 일회성 거래는 소비자를 ‘호갱’으로 만드는 것이 기업의 이익이 되는 갈등 구조다. 둘째 시나리오는 소비자와 기업을 호혜적 관계로 보는 투명하고 반복되는 게임 구조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는 전통적인 사고파는 거래에서 지속적인 서비스 관계로 진화하고 있다. 즉 투명한 반복 거래가 증가하면서 소비자와 기업의 관계는 호혜적 이기심이 작동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애덤 스미스가 말한 ‘빵집 주인의 이기심’이 소비자와 기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게 된다.

그렇다면 기업 이익도 다시 정의돼야 한다. 단기적 기업 이익 극대화와 장기적 기업 이익 극대화는 다르다.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 고객 만족도 향상은 단기 이익을 저하시키나 장기 이익을 증가시킨다. 기업 사냥꾼들이 투자회수를 극대화하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와 고객 서비스 투자를 축소해 단기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눈속임 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다. 일회성 거래에서 상극(相剋)관계였던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가 반복성 거래에서 상생(相生)의 생명을 얻는 과정이 바로 우리의 국기인 태극기에 잘 표현돼 있다. 여기서 호혜적 이기심을 극대화하는 장기적 이익을 동적 이익이라 정의하고 한다. 일회성 소유 거래에서 반복성 관계 형성으로 진화하는 사회에서 정적 이익의 개념은 동적 이익의 개념으로 진화돼야 할 것이다. 이런 동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가격을 ‘공명 가격(Resonant Price)’으로 명명하고자 한다. 공명 가격은 기업과 소비자의 이익을 융합하는 가격이다. 기업의 공유가치창출(CSV)과 사회적책임(CSR)이 궁극적으로 동적 이익에 반영된다. 결국 영리기업과 사회적 기업은 하나의 개념으로 융합해 갈 것이다. 기업이 사회와 더불어 발전하도록 투명하고 반복적인 사회 구조를 만드는 것은 제도의 역할일 것이다.

이제 기업과 개인의 선순환을 살펴보기로 하자. 프리드먼은 기업의 유일한 목적은 이익 극대화라고 단언했다. 지금까지 주류 경영학은 직원을 주주 이익 극대화의 수단으로 인식해왔다. 그런데 기업 가치창출의 중심이 비용 절감에서 혁신가치로 진화하면서 기업의 핵심 자원도 자본에서 인간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미국 S&P 500대 기업에서 유형 자산인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제 20% 이하에 불과하다. 80% 이상의 기업 자산은 무형자산, 즉 인적 자산으로 이동한 것이다. 비용 절감은 반복되는 일의 효율적 자동화로 가능하고 자본중심적이나, 혁신 가치는 인간의 창조성에 바탕으로 두고 자동화가 불가능하다. 지금 세상에서 가장 풍부한 것은 자본이다. 창조적 신사업 모델에 돈은 충분히 몰려드는 세상이다. 이제 인간의 창조성은 기업의 수단이 아니라 본질 자체가 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 자본주의는 인본주의(人本主義)로 진화해야 하는 필연성이 대두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경영학의 재무제표에 자본은 있으나 인간은 없었다. 기업의 목적이라는 손익계산서의 이익 극대화 수단은 절세와 인건비 절약으로 귀결된다. 주주와 노동자는 갈등 관계였다. 최대 이익을 내고도 종업원은 나몰라라 하는 자본가도, 기업은 적자인데 임금 인상 파업을 강행하는 노조도 갈등의 일부분이다. 팽팽한 노사 갈등 구조로는 4차 산업혁명의 기업혁신은 불가능하다. 이제 기업의 목표를 이익 극대화에서 동적 부가가치의 극대화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손익계산서의 이익은 주주를 위한 것이나, 기업가치인 부가가치는 주주·임직원·국가 등 이해관계자 전체를 위한 것이다. 기업 활동은 부가가치의 창출과 분배의 선순환이라 정의할 수 있다. 부가가치 분배는 ▶1차로 급여의 형태로 임직원에게 분배되고 ▶2차로 주주·임직원·국가에 분배하되 원칙은 장기적 부가가치 극대화에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급여는 이제 비용에서 분배로, 임직원은 기업활동의 수단에서 동반자로 성격이 바뀌게 된다. 미래 기업과 임직원은 갈등 관계에서 호혜적 동반자 관계로 승화하게 된다.

인사관리의 양대 축은 성과주의과 역량주의다. 이제 단기 성과와 장기 역량이 상호 모순관계에서 순환관계로 승화해야 한다. 바로 혁신을 이끄는 사내기업가정신이 연결고리다. 의미 있는 목표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역량이 증가하고 결과적으로 창조적 성과가 도출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과 업적의 결합을 목적으로 삼은 피터 드러커 교수의 목표관리는 컨설팅 업체들 탓에 과업 관리인 목표관리로 변질됐다. 성과와 역량의 순환고리는 도전이고, 도전은 실패를 내포하고 있다. 실패를 지원하고 학습하는 조직문화가 기업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1402호 (2017.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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