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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원의 ‘CEO를 위한 생태학 산책’(15) 자연의 불확실성 대응 전략] 파리를 좀처럼 잡기 어려운 이유는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 소장
언제, 어느 방향으로든 날아갈 준비...천적에 혼란 주는 매미의 짝짓기·산란 주기

▎사진 : GETTY IMAGES BANK
새로운 세상, 겨울이 시작됐다. 생명체에게 겨울은 위기 그 자체다. 생명의 기본 단위인 세포가 얼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생명체는 이 엄혹한 위기를 견뎌내고 따뜻한 봄을 맞는다. 엄청난 위기이긴 하지만 때가 되면 찾아오는 규칙적인 것이기에 대비만 잘 하면 이겨낼 수 있는 까닭이다.

사실 생명체에게 진짜 무서운 건 따로 있다. 겨울보다 규모는 작아도 불규칙하게 찾아오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느닷없이 찾아 오는 위기가 그것이다. 그것이 환경 변화든 포식자든, 또 다른 불행이든 예고 없이, 예측 불허로 찾아올수록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다가오는지 알 수 없으니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고, 불안하니 뭐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다. 모든 생명체의 생존전략이 이런 불확실성 대응에 맞춰져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효과적인 대비책을 갖고 있지 않는 한 내일이란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피식(被食)의 운명을 타고 태어난 생명체에겐 난데없이 덮쳐오는 포식자가 최대의 불확실성이다.

포식자가 최대의 불확실성

가도가도 울창한 숲이 이어지는 인도의 밀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 나무 위에는 원숭이가 뛰어 놀고 그 아래에서는 사슴이 서로 모여 있는, 너무나 평화로운 장면이 그것이다. 두 녀석이 유난히 친한 듯한데, 왜 그럴까? 나름 이유가 있다. 모여 있을수록 언제 어디서 난데없이 나타날지 모르는 호랑이를 좀 더 잘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슴의 청력과 경계심은 대단히 예민하다. 아주 작게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데다, 이상하다 싶으면 일단 바람처럼 달리고 본다. 녀석들의 유전적 사촌인 노루가 ‘자기 방귀 소리에 놀라 십리를 도망간다’고 하듯 이 녀석들도 마찬가지다. 그 이상한 소리가 지나가는 바람에 의한 것이었다고 해도 일단 도망부터 치는 게 좋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실수는 다시 해도 괜찮지만 하나뿐인 목숨에는 ‘다시’란 없지 않은가. 우연과 행운은 어디서든 기대할수록, 또 믿을수록 위험하다. 원숭이는 나무 위에 있으니 멀리 볼 수 있다. 이들이 모여 다양한 촉을 가동하면 웬만한 이상 징후는 모두 포착할 수 있다. 이 숲 속에서도 친분은 생존의 이득에서 시작된다.

평화로울수록 평화를 깨는 시도가 가까이 와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사슴들은 아무리 배가 고파도 한 녀석은 항상 주변을 살핀다. 그 와중에 뭔가 이상한 걸 발견하면 이들은 서로 알아들을 수 있는 날카로운 경계음으로 정보를 공유한다. 동시에 모든 눈과 귀가 모든 방향을 면밀하게 스캔하기 시작하고 이상하다 싶으면 공습경보를 내린다. 순간 온 숲이 왁자지껄 해지며 멋쩍은 듯 어색해하는 호랑이의 모습이 만천하에 공개된다. 아, 이렇게 모여 있어서 좋은 이유가 하나 더 있다. 혼자 있으면 닥쳐오는 위기를 혼자 맞을 수밖에 없지만 다같이 있으면 내가 타깃이 될 확률이 그만큼(1/n로) 줄어든다. 위험분산 효과다.

좀 더 위험한 환경이라면 대응책도 그러해야 한다. 남아프리카의 미어캣은 아예 그날의 보초를 지정해 높은 곳에 올라가 망을 보도록 한다. 이들의 서식지는 대체로 드넓은 평원이라 이들을 노리는 매는 어디서든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는 반면 이들은 숨을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은폐, 엄폐물이 있는 숲 속보다 좀 더 일찍 위기를 발견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듯 부지불식 간에 닥쳐오는 불확실성에 대한 자연의 제 1법칙은 바로 가능한 빨리 발견하는 것이다. 대서양에서 침몰한 타이타닉호도 거대한 빙산을 조금만 더 빨리 발견했더라면 그런 비극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이걸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여름만 되면 나타나서 우리에게 이걸 알려주지만 우리는 그저 귀찮아 하다 못해 어떻게든 눈에 불을 켜고 죽이려 드는 녀석이 있다. 앵앵거리며 끊임없이 귀찮게 하지만 웬만해서는 잡히지 않는 녀석들, 파리다. 이 녀석들은 왜 잡히지 않을까? 흔히 파리의 최고 경쟁력은 오랜 시간 진화한 정교한 비행장치라고 하지만 사실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이 세상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한 곳이라는 것을 잘 알고 이에 대비하는 ‘삶의 태도’다. 연구에 따르면 파리는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 싶으면 평균 0.1초 만에, 그러니까 눈 깜짝할 사이보다 더 빠르게 그 ‘다가오는 낌새’와 다른 방향으로 잽싸게 피한다. 비결은 하나다. 언제든, 어느 방향으로든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덕분이다. 이러니 잡을 재간이 없는 것이다. 당연히 여름마다 당하는 우리의 괴로움도 ‘아주 오랫~동안’ 없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가능한 빨리 위험 감지해야 생존 가능


▎땅속에서 애벌레로 나무의 수액을 빨아 먹고 살던 매미는 규칙성이 가장 적은 소수(素數) 주기로 나와 짝짓기와 알 낳기를 시작한다./ 사진 : GETTY IMAGES BANK
삶을 위협하는 ‘불시 방문’을 효과적으로 피하는 자연의 또 다른 전략은 뭘까? 미국 동부 숲에서는 잊을 만하면 가끔씩 어마어마한 매미들이 나타나 넓은 숲을 다 덮어버린다. 과장이 아니다.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 숲을 까맣게 점령한 매미들은 어림잡아 10억 마리! 순식간에 숲을 점령한 10억 대군은 곧바로 짝짓기와 알 낳기를 시작하는데, 그렇게 며칠에서 길게는 한 달 정도 살다 비오 듯 쏟아져 내리는 것으로 짧은 생애를 마감한다. 덕분에 신이 난 건 날마다 마음껏 포식하게 된 새들이다. 어느날 갑자기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은 먹이가 산더미처럼 쌓이니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매미들에게 이날은 ‘어느날 갑자기’가 아니다. 무려 17년 동안 땅속에서 애벌레로 나무의 수액을 빨아 먹고 살면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이다. 근데 왜 하필 17년일까?

이상한 점은 다른 곳에 사는 다른 매미는 손꼽아 기다리는 숫자가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매미는 3년마다 땅에서 솟아오르고, 또 다른 어떤 매미는 5년마다 그렇게 한다. 7년, 13년 만에 나타나는 매미도 있다. 중요한 건 숫자는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는 것. 모두 1과 자신의 수 외에는 나눌 수 없는 숫자인 소수(素數)다. 왜 소수일까? 소수는 숫자 중 규칙성이 가장 적다. 규칙성이 적다는 건 불규칙성이 많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매미는 놀랍게도 이 숫자가 가지는 불규칙성을 생존전략화한 것이다. 무슨 말일까?

누군가 나를 쫓고 있는데 내가 어떤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걸 추격자가 안다면 죽음으로 달려가는 것과 같다. 규칙이 반복되는 곳에서 쫓는 자가 기다리고 있다면 ‘게임 끝’이다. 그래서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규칙적이 아니라 불규칙적, 그러니까 헷갈리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상에서 가장 빠른 달리기 실력을 갖고 있는 치타에게 쫓기는 가젤은 처음에는 일직선으로 달리지만 거리가 가까워진다 싶으면 급격한 지그재그를 시작한다. 쫓아가는 치타는 속도를 더 내고 싶지만 그렇게 하다 가젤이 급회전을 해버리면 엉뚱한 곳으로 엇나가 버릴 수 있으니 마음껏 속도를 낼 수 없다. 불확실한 행동을 통해 추격을 저지하는 것이다. 대결 상황에서는 상대에게 불확실성을 선사할수록 이길 가능성이 커진다. 가젤이 공간상의 불확실성을 구사한다면 매미는 시간을 축으로 그걸 구사한다. 봄이 될 때마다 애벌레에서 매미가 된다면 치러야 할 희생이 너무 크다. 포식자는 때가 되면 규칙적으로 돌아오는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잔치’를 즐기려 할 것이다. 실제로 새는 그들의 사냥감인 곤충이 많아질 때에 맞춰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른다. 하지만 매미처럼 불규칙 생애주기를 가지면 ‘때’를 알 수 없으니 준비할 수 없다. 어느날 갑자기 한꺼번에 나타나면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매미의 생애 주기에 맞춰 자신의 생애주기를 만들어 낸 포식자는 아직까지 없다.

포식자는 ‘느닷없는 기습’으로 대응해야

이런 나름의 대응전략을 갖고 있으니 이들을 목표로 하는 사냥꾼의 삶이 쉬울 수 없다. 우리 눈에는 쫓아가고 싶을 때 그렇게 하고, 하고 싶지 않을 때 또 그렇게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생각만큼 사냥은 쉽지 않다. 그러면 이들은 어떻게 해야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다가오는 위기를 최대한 빨리 발견해 상대에게 불확실성을 더 많이 선사하는 게 쫓기는 쪽의 관건이라면 쫓는 사냥꾼은 정확히 반대로 행동해야 한다. 상대가 주는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그 안에 있는 확실성, 그러니까 규칙적인 패턴을 찾아내 적절한 ‘때(타이밍)’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런 다음 역으로 상대에게 ‘느닷없는 기습’ 같은 최대의 불확실성을 선물할수록 성공 가능성은 커진다. 움직이는 목표를 확보해야 할 때 이 패턴파악 능력은 모든 것의 시작이자 필수다.

문제는 이 숨은 패턴이 한눈에 척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끈질기게 관찰하고 면밀하게 주시해야 어렴풋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눈에 보이는 게 아니라 보아야 할 걸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그러니 그야말로 뚫어지게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럴까? 호랑이·사자 같은 내로라하는 사냥꾼일수록 쏘아 보는 눈이 무섭다.

그런데 이런 눈을 가지지 않았는데도 이 능력을 아주 뛰어나게 가진 존재가 있다. 바로 호모 사피엔스다. 사피엔스는 어떻게 사냥꾼의 최대 숙원인 이 능력을, 그것도 탁월하게 가질 수 있었을까? 흥미롭게도 지금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사피엔스는 최고의 경쟁력이랄 수 있는 이 능력을 의도적이 아니라 부수적으로 얻었다. 이건 또 무슨 말일까? 수백만 년 전 갈수록 줄어드는 숲에서 나온 인류가 새로운 터전인 초원으로 갔을 때 그곳은 이미 빠르고 강한 맹수가 차지하고 있었다. 그들처럼 될 수도 없었고 코끼리처럼 덩치를 키울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에서 인류는 남다른 방식을 창조해냈다. 직립보행을 통해 ‘손’을 확보해 도구 사용능력을 높였고 혼자가 아닌 긴밀한 협력을 하는 집단으로 살아가는 모델을 개발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생각지도 않은 부가소득이 생겼다. 직립보행으로 후두가 이동하면서 다양한 소리, 더 나아가 말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덕분에 더 긴밀한 협력을 할 수 있었다. 당연히 사냥 성공률이 높아져 고단백 고기를 더 많이 먹을 수 있게 되었고, 무엇보다 불로 익힌 고기를 먹다 보니 턱뼈가 줄어들면서 뇌가 커졌다. 커진 뇌는 패턴파악 능력을 획기적으로 키웠고 덕분에 뇌는 더 커질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어느 생명체보다 불확실성을 효과적으로 타개하는 능력을 가질 수 있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낸 것이다.

인간의 패턴능력 압도하는 인공지능

그런데 그동안 최고를 자랑하던 인간의 이 패턴파악 능력을 뛰어넘는 존재가 나타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요즘 시대의 화두로 부상한 인공지능(AI)이 그것이다. AI는 우리 인간이 가장 잘 해왔던 패턴파악을 우리가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잘한다. 우리는 꿈도 못 꾸는 빅데이터 속 숨은 패턴을 척척 읽어낸다. 생사를 다루는 병원에서조차 AI가 엑스레이 사진을 읽고 그에 적합한 수술법을 환자에게 권한다. 인간 환자들은 권위 있는 인간 의사보다 AI 의사의 진단과 처방을 선호한다. 새로운 고성능 뇌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이 새로운 뇌가 인간의 능력을 대체한다면 인간은 뭘 해야 할까? 나아가 AI는 비즈니스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분명 이 새로운 뇌는 소수에게는 미래를 확보하는 확실성을 가져다 주겠지만 그 외에게는 엄청난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텐데.

새로운 시대는 항상 혼돈과 혼란 속에서 태어난다지만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겐 이런 변화는 앞이 캄캄해지는 불확실성으로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새벽녘마다 불현듯 잠에서 깬다는 이들이 많다. 무엇엔가 쫓기고 있는 것 같다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리더란 조직의 맨 앞에서 시대의 가치를 쫓는 존재인데 그들은 무엇에 쫓기고 있을까? 갈수록 불확실해지는 세상은 리더들의 가슴에 턱 얹혀진, 갈수록 압박감을 주는 묵직한 바위가 되어가고 있다.

[박스기사] 워런 버핏의 힘은 무던함?


1988년 투자가 워런 버핏은 코카콜라 회사에 10억 달러를 투자했다. 10년 후, 코카콜라 주가는 무려 10배가 올랐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는 3배 상승에 그쳤다. ‘역시 버핏’이라는 명성이 따라붙었다. 보는 눈이 특별하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 보면 좀 다른 게 보인다. 가치 있는 주식을 ‘콕’ 찍는 능력도 한몫했지만 다른 비결도 있다. 그가 투자한 10년 동안 코카콜라 주가는 6년은 좋은 날이었지만 4년은 흐리고 찌푸린 날이었다. 보통 이럴 때 일반 투자자들은 얼른 판다. 주가가 곤두박질 치고 있거나 그럴 것 같은데 앉아서 그걸 지켜볼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버핏은 이 불확실한 과정을 무던하게 견뎠다. 그게 10배의 수익으로 돌아온 것이다. 미국의 버핏 전문가 로버트 해그스트롬은 [현명한 투자자의 인문학]에서 이 사례를 소개하면서 버핏의 스승이자 가치투자 이론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말을 비결로 전한다. “투자자라면 시장의 등락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금전적으로는 물론 심리적으로도 시장의 불확실성을 이겨내는 자기만의 방법, 그러니까 ‘가치’에 대한 확실한 믿음은 물론이거니와 무던한 마음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자에게만 이런 마음이 필요할까?

※ 필자는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 소장이다. 조직과 리더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콘텐트를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사장으로 산다는 것] [사장의 길] [사자도 굶어 죽는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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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9호 (201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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