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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현의 바둑경영] 일석이조의 묘수를 찾아라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경제적 가치 따지지 어려울 때 부가적 이익 있는지 분석

▎사진:ⓒgetty images bank
세상의 많은 일은 선악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한 쪽에서는 잘했다고 칭찬하는 것을 다른 쪽에서는 잘못된 일이라고 비난한다. 정치적인 문제에서 이런 일이 많다. 여당과 야당이 사태를 보는 눈은 극과 극이다. 드물지만 경영성과 같은 것을 놓고서도 찬반이 엇갈리는 수가 많다. 이처럼 엇갈리는 판단으로 인해 많은 갈등과 투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선악을 평가하는 문제는 세상의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바둑의 선악 판단: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바둑에서도 선악 판단이 어려울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신상품에 해당하는 새로운 정석이 나왔을 때 프로기사들 간에도 의견이 대립하는 경우가 있다. 처음에는 좋은 수로 보였는데 계속 사용하다 보니 문제점이 발견돼 좋지 않다고 결론이 나는 일도 있다. 또한 어떤 장면의 수를 결정하려고 할 때 두 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어느 것이 좋은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A쪽을 택하면 놓치는 점이 있고 B쪽을 택할 경우 그것은 막을 수 있지만 다른 손실이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많은 의사결정에서는 이런 선악 판단에 따른 갈등 문제가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실력이 낮은 하수의 바둑에서는 선악 판단이 그리 어렵지 않다. 하수들은 누가 봐도 악수라고 쉽게 단정할 수를 흔하게 두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 있게 호수니 악수니 하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고수들의 바둑에서는 빤한 악수를 두지 않는다. 그래서 판단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어떤 수의 가치가 계산상으로 나올 때는 선악 판단의 문제를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다. [1도]와 같은 모양에서 흑1에 두는 수와 흑2에 두는 수 중 어느 것이 더 좋을까를 고려한다고 하자. 크기를 계산해 보면 흑1은 17집, 흑2는 23집으로 평가된다. 둘 다 엄청나게 큰 수다. 일반 바둑팬들은 이런 계산을 정확하게 하지 못하겠지만, 프로들에겐 식은 죽 먹기다. 이런 경우 계산에 의해 흑2가 더 좋다고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장면이 수치로 계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많은 활동을 경제적 가치로 판단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가령 해외의 빈곤 아동을 위해 지원하는 활동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욕을 먹을 수 있다.

[2도]와 같은 장면에서 흑1에 두는 수는 어떨까. 흑A나 B의 큰 곳에 비해 흑1은 상당히 좁아 보인다. 그래서 일반인의 눈에는 흑1이 좋지 않은 수로 보일 수 있다. 포석에서는 큰 곳을 점령하는 것이 기술의 키포인트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흑1이 몇 집의 가치인지를 계산하기는 어렵다.

고수들은 흑1이 나쁜 수가 아니라고 본다. 그 이유는 흑1이 다음 C의 침입을 보는 일석이조의 수이기 때문이다. 흑1로 귀쪽에 확실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다음 백진에의 침입수까지 볼 수 있다면 두 가지 역할을 하는 것이니 좋은 수라고 보는 것이다. [3도]에서 흑1에 만일 백2와 같이 둔다면 당장 흑3에 침입할 수 있다. 이렇게 침입하면 백집은 쉽게 파괴가 된다. 이런 수를 보고 있기 때문에 흑1은 단순히 실리를 벌어들이는 수가 아니다. 이 침입을 방비하기 위해 백2로 지킬 수도 있다.

이 장면의 흑1처럼 일석이조의 역할을 하는 수는 바둑에서 대부분 호수(好手)로 간주된다. 그러니까 계산이 어려운 수를 판단할 때 어떤 수가 만일 두 가지 역할을 한다면 좋은 수라고 평가하는 것이다. 매우 드물지만 세 가지 역할을 하는 수도 있다. 그런 수는 호수를 넘어 묘수라고까지 일컬어질 수 있다.


세상의 가치판단: 사회에서도 바둑판에서처럼 선악 판단이 어려운데, 바둑에서처럼 세상의 여러 가지 일을 평가하는 데도 ‘일석이조’의 개념이 적용될 수 있다. 어떤 조치가 좋은지 나쁜지 판단이 어려울 때나 경제적 가치를 환산하기 어려울 때 그것이 일석이조의 역할을 하는가를 알아보는 것이다.

예컨대 새로운 시장 개척이 좋은지 나쁜지에 관해 판단을 한다고 하자. 새로운 시도일 경우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 투자비가 너무 많이 든다거나, 리스크가 크다는 등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럴 때 가장 주요한 이익 외에 부가적인 이익이 있는가를 분석해 선악을 판단할 수 있다. 만일 임도 보고 뽕도 따는 식으로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면 일단 그 프로젝트는 나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런 판단을 할 때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도 계산에 넣을 필요가 있다. 어떤 상품의 출시나 이벤트로 인해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가 올라간다거나, 다른 면의 효과가 올 수도 있다. 본 사업보다 다른 부수적인 면에서 수익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 가치를 합산해 일석이조 또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면 그것은 좋은 수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석이조의 선악 판단 방식을 여러 면으로 활용해 볼 수 있다. 개인도 자신의 활동을 판단할 때 일석이조의 방법이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좋을 것이다. 또한 기업의 경영전략이나 정부 정책을 펼칠 때 일석이조의 묘수를 찾아보는 것이 전략을 결정하는 유력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일자리를 창출하며 새로운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 낸다거나, 외국을 지원하며 명예와 함께 실리를 도모하는 것 등이다. 학생들의 공부로 치면 영어실력과 함께 교양이나 지식을 동시에 늘리는 학습법을 생각할 수 있다. 바둑을 배우면서 처세술이나 삶의 교훈을 함께 얻는 식이다.

이러한 일석이조의 묘수를 많이 구사한다면 개인이나 조직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한 가지 과업을 최단 시일에 마치는 것도 능률적이지만, 한 가지 일에서 다중의 효과를 도모한다면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비효율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개인적인 활동이나 경영에 관한 의사결정에서 일석이조의 묘수가 있는지 생각해 보도록 하라.

※ 정수현 - 1973년 프로기사에 입단한 후 1997년 프로 9단에 올랐다. 제 1기 프로신왕전에서 우승했다. 한국프로기사회장, KBS 일요바둑·바둑왕전의 해설자를 역임했다.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바둑 읽는 CEO』 『반상의 파노라마』 『인생과 바둑』 등 30여 권의 저서가 있다.

1408호 (201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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