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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레드, 저작권 침해 논란] 불법 음원 유통해도 수익만 배분하면 끝? 

 

한정연 기자 han.jeongyeon@joongang.co.kr
한국법인 없어 미국법에 근거 … “민사상 저작권위반 공동책임 져야” 반론도

▎사진:ⓒgetty images bank
국내 한 음원 스트리밍 업체에 근무하는 A씨는 유튜브에 자사 서비스 이름을 검색했다가 충격을 받았다. “유튜브에 우리 서비스 이름을 치면 금주 순위라고 해서 90분 동안 음악이 재생되는 콘텐트가 올라와 있다. 한두 개가 아니었다. 답답했다.” 현재 국내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 점유율 1위인 멜론의 이름을 넣어 ‘멜론차트’를 유튜브에서 검색해봤다. 검색어가 자동완성됐다. 그만큼 많이 검색한다는 뜻이다. 동영상 재생을 하면 멜론의 재생 화면이 그대로 나오면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저작권 침해 등의 이유로 유튜브가 삭제한 클립도 여럿 눈에 띄었다.

경쟁 스트리밍 업체에서 재생한 음원 녹음해 업로드


▎유튜브에서 ‘멜론차트’를 검색하면 음원 차트 1위에서 100위까지의 노래가 담긴 동영상이 수도 없이 많이 나온다. 일부 동영상은 삭제 처리돼 있다.
지난해 월정액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 뮤직과 유튜브의 유료 서비스인 레드가 한국에서 서비스되면서 최근 이들이 음원 사용료 배분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하지만 사용료가 지급된다는 건 적어도 저작권을 침해하지는 않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저작권을 지키지 않은 음악 동영상이다. 이런 동영상이 포함된 유튜브는 2016년 12월 6일 광고가 없고, 화면을 꺼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유료 서비스 ‘레드’를 월정액 7900원(부가가치세 미포함)에 내놨다. 음악 스트리밍 업계는 ‘사실상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레드 회원 수가 30만 명(무료 회원 포함)을 넘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음악 스트리밍 업계 한 관계자는 “유튜브는 레드 서비스에서 광고가 빠진 대가로 업로더(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는 사람)에게 수익을 배분하고 있는데, 이 안에는 저작권 침해 음악 동영상을 올리는 업로더도 포함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구글 측은 “저작권자가 저작권을 침해하는 영상을 신고할 경우, 유튜브는 법률에 따라 해당 콘텐트를 즉시 차단하고 있다”며 “사용자가 이의 제기 신청서를 제출하고, 그 절차에 따라 (우리가) 저작권 위반 경고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불법 콘텐트를 자동으로 찾아주는 ‘콘텐트 ID’라는 저작권 검증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저작권 필터링을 하는 소프트웨어인 ‘봇(Bot)’이 침해가 의심되는 동영상을 찾아내고, 저작권자는 이 시스템을 통해 다른 영상에 쓰인 음원이라도 그 권리를 주장하면 수익을 저작권자에게 배분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구글은 저작권을 위반했던 동영상에서 얻은 수익 중 일부를 구글이 가져가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구글은 “음악 업계는 사용자 순수 제작 콘텐트(UGC)를 인정하고 있다”며 “대형 음반사들은 콘텐츠 ID 시스템을 통해 자사 음원을 활용한 것으로 판명되는 영상의 95% 이상을 수익화 옵션으로 선택하고 있고, 시스템에 의해 차단되도록 조치하는 옵션을 선택하는 경우는 4.5%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유튜브에 저작권 침해를 당했다고 신고한 저작권자들의 신고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토렌트프릭(TorrentFreak)에 따르면 지난해 2월 한달 동안 구글이 받은 저작권 침해로 인한 동영상 삭제 요청은 전년 대비 두 배인 7500만건이었다. 1시간당 10만 건이다. 일부 업로더들은 방송 콘텐트의 뒷배경에 복잡한 사진을 넣고 화면의 3분의 2정도에만 동영상을 넣기도 하고, 음원의 경우 재생속도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방법으로 구글의 자동 모니터링을 피해 수익을 가져간다. 법무법인 지평의 허종 변호사는 “저작권 침해가 확인된다면 플랫폼에 과실을 물을 수 있지만 해외에 법인이 있다면 베른협약에 따라 미국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저작권 침해 동영상이) 유튜브 내에서 쉽게 조회가 가능하다면 기본적으로 방조책임은 인정될 수 있다. 형사처벌까진 아니라도 민사상 무단 사용행위에 대해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 구글 측 입장은 비록 저작권을 침해한 동영상이 있더라도 추후에 적발이 되면 해당 수익을 저작권자에게 나눠주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저작권법에 따른 범법 행위가 벌어진 후다. 저작권법 125조에 따르면 지적재산권 침해는 영리 목적의 경우 저작물당 5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저작권 위반 콘텐트가 업로드 됐을 때 플랫폼의 책임을 놓고 미국과 유럽에선 오랜 기간 법정 소송을 통해서 판례가 만들어졌다. 플랫폼은 콘텐트가 유통되는 곳이므로 저작권 침해를 방지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했다면 면책특권이 주어진다. 미국 비아콤이 2007년 자사가 저작권을 소유한 수천 건의 영상이 유튜브에 자신들의 허가 없이 업로드됐다며 구글에 1조원이 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7년이 지난 후에야 합의했다. 양사는 합의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유튜브는 저작권 침해 방지를 위해 노력을 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는 면책특권을 인정받았다. 유튜브 레드는 이 소송이 끝난 다음해 10월에야 서비스를 시작했다.

저작권협회 “권리침해 전혀 없다”

유럽의 경우는 다르다. 유럽사법재판소는 플랫폼 사업자가 저작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 하고 있을 경우 등에 한해 면책을 허용한다. 미국보다는 훨씬 엄격하다. 독일 연방대법원도 인터넷 경매사건 등에서 플랫폼 사업자의 면책보다는 권리자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 법원은 플랫폼 사업자의 면책특권을 얼마나 인정하고 있을까. 관련 소송이 진행된 적이 없으니 판례가 없다. 당분간 이에 대한 판례가 나올 확률도 상당히 희박하다. 국내 대다수 음원 저작권자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에 신탁한다. 저작권 침해에 대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이런 협회들이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측은 “유튜브에는 저작권 침해가 없다”고 단정했다. 협회는 “우리는 유튜브와 기존 곡당 스트리밍 음원 단가를 적용하지 않는 포괄계약을 맺었다”며 “음원 스트리밍 가격은 구글과의 계약 조건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저작권법을 주로 다루는 한 로펌의 변호사는 익명을 요구하며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다른 협회와 경쟁관계기 때문에 유튜브와 대립해서 좋을 것이 없다”며 “결국 진짜 저작권자들이 유튜브를 조회해 보고 자신이 받는 저작권료보다 너무 많이 배포되고 있다는 판단이 들면 협회에 이의를 제기하는 수밖에 없는데 현실적으로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저작권자가 자신의 권리가 침해 당한다고 인지하는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1412호 (2017.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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