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멤버십

Focus

[종류만 10가지 넘는 공공임대주택] 정권 바뀔 때마다 달라져 수요자 혼란만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문재인 정부, 신혼희망타운·어르신공공임대 추가...정책의 일관성·지속성 유지 중요

▎대학생 등 젊은층에 공급된 서울 송파구 삼전지구 행복주택.
영구임대주택, 국민임대주택, 매입·전세임대주택, 5년·10년·50년임대주택, 보금자리주택, 행복주택…. 이름은 다르지만 모두 공공건설임대주택(이하 공공임대)으로 각 공공임대마다 입주자격이나 임대기간, 임대료 등 임대 조건이 모두 다르다. 공공임대는 무주택 서민을 위해 중앙·지방정부가 저렴하게 임대하는 주택인데, 한국만큼 공공임대 종류가 다양한 나라도 없다. 임대주택 정책이 늘 정권과 운명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 정권마다 전(前) 정권의 정책은 축소 혹은 폐기한 후 새로운 이름의 정책을 내놓곤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추가되거나 새롭게 포장되면서 계속 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11월 29일 주거복지 로드맵을 통해 내놓은 청년주택, 신혼희망타운, 어르신 공공임대 등도 입주 대상과 형태, 이름만 다른 공공임대다. 공공임대 명칭이 너무 다양해 수요자의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명지대 권대중 부동산학과 교수는 “비슷한 형태의 임대주택을 정권이나 기관마다 이름을 달리해 불러 혼란스럽다”며 “공공임대주택 수요자를 위한다면 보여주기 식으로 이름만 바꿀게 아니라 지속적인 정책 추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정부는 연구용역을 거쳐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임대주택을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입주기준과 임대료 체계도 전반적으로 통일되도록 개편한다.

공공임대는 유형별로 ▶영구임대 ▶국민임대 ▶장기전세 ▶ 분양전환임대 등으로 구분된다. 모두 중앙·지방정부가 직접 지어 공급하는 형태로 ‘건설임대주택’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경기도 산하 경기도시공사와 같이 지자체가 만든 공기업이 건설을 맡는다. 이 같은 공공임대는 지난해 말 기준 12만5000가구다. 미국·영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1980년대 이후 재정 부담 등의 이유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줄이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노태우 정권 때 첫 공공임대 공급


우리나라의 첫 공공임대주택은 노태우 정권 때인 1988년에 공급됐다. 노태우 정부는 주택 200만 가구 건설계획의 일환으로 임대주택 50만 가구 건설계획을 세웠고, 평생 거주할 수 있는 영구임대주택 19만 가구를 건설했다. 김영삼 정부 때는 5년, 50년 임대주택을 공급했다. 외환위기를 겪으며 김대중 정권은 국민임대주택을 도입했다. 영구임대보다 입주자격을 완화한 국민임대주택은 현재 국내 공공임대주택 재고의 52% 정도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노무현 정부는 국민임대주택 100만 가구 건설계획을 구체화하면서 임대주택 종류를 다가구 매입임대, 전세임대 등으로 다양화 했다. 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150만 가구 공급 정책을 추진했다. 김영삼 정권 때 중단된 영구임대주택 공급을 재개하고 저소득 대학생, 쪽방 거주자 등에 대한 특별공급을 늘리기도 했다.

박근혜 정권의 임대주택 정책은 행복주택과 뉴스테이로 압축된다. 행복주택은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 등 젊은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됐다. 철도 부지 등 국·공유지를 활용해 토지 매입비용을 절약해 반값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었다. 지역 주민의 반발로 공급계획이 축소되기도 했다(20만 가구에서 15만 가구). 그러나 행복주택은 임대료가 저렴한 데다 도심에 들어서 반응이 좋았다. 지난해 LH가 입주자를 모집한 행복주택의 평균 경쟁률은 6.6대 1이었다. 뉴스테이는 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된 임대주택으로, 주거 취약층만을 대상으로 한 기존 임대주택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데 의미가 있다. 최장 8년까지 쫓겨날 걱정 없이 살 수 있고, 임대료 상승률은 연 5% 미만으로 묶었다. 건설사 등 민간이 공급주체로 나설 수 있게 정부가 독려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다.

뉴스테이 역시 반응이 좋다. 지난해 입주한 7개 뉴스테이 단지의 평균 경쟁률은 4.7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GS건설이 분양한 동탄 레이크자이 더 테라스는 평균 26.35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뉴스테이는 사실상 퇴출됐다. 정부는 뉴스테이를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이 아니라 다른 임대주택처럼 사회 약자에게 우선 공급키로 했다. 이름은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바꾸고 초기 임대료를 제한하는 등 공공성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내게 맞는 임대주택은?

공공임대는 종류가 많은 만큼 입주를 희망하는 수요는 자격제한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무주택이어야 한다. 내 집이 없는 무주택자가 아니면 공공임대에 입주할 수 없다. 이 조건이 충족되면 소득 수준에 따라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가 갈리는데, 임대 의무기간이 길고 임대료가 저렴할수록 소득이 낮아야 한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장애인, 국가유공자라면 영구임대가 유리하다. 임대료가 주변 시세의 30% 이하 수준인 데다 자격 요건만 유지하면 최장 50년까지 살 수 있다. 사실상 거주기간 제한이 없는 셈이다. 도시근로자 평균 소득의 70% 이하라면 국민임대를 공략해볼 만하다.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시세의 60~80% 수준에서 공급한다. 최장 30년까지 쓸 수 있어 사실상 영구임대나 다름없다. 치솟은 전셋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젊은층에겐 행복주택이 대안이다. 대학생,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등을 대상으로 지하철역 인근 등 대중교통이 편리한 곳에서 살 수 있도록 한 임대 유형이다. 전용면적 45㎡ 이하 소형 주택이지만 보증금+임대료가 시세의 60~80% 수준이다. 다만 입주조건이 까다롭다. 자산 기준(신혼부부 2억1900만원, 대학생 7500만원, 사회초년생 1억8700만원 등)을 만족시켜야 하고 한 번 당첨되면 재청약은 불가능하다.

내 집 마련이 목적이라면 분양전환임대를 노려볼 만하다. 임대 의무기간(5년, 10년)이 지나면 소유권이 이전된다. 이때 세입자에게 우선 공급된다. 임대 의무기간에는 보증금과 임대료를 내고 살면 되는데 대개 주변 시세의 80~90% 수준이다. 임대료가 비싼 편이지만 임대 의무기간에는 재산세 등 세금 부담이 없고, 분양 전환 때는 주변 시세보다 10%가량 싸게 공급된다. 집이 없는 신혼부부라면 우선적으로 공공임대를 노려볼 만하다.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임대가 대폭 늘어나는 데다 자격 조건도 완화했다. 지금은 결혼 5년 이내여야 신혼부부로 인정되지만 앞으로는 결혼 7년 이내로 확대한다. 예비 신혼부부도 대상이다. 정부는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임대를 매년 4만 가구씩 5년간 20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또 신혼부부 매입임대주택을 새로 도입한다. 신혼희망타운 7만 가구도 공급된다. 기존 택지 중 서울·과천 등 입지가 양호한 곳에 3만 가구를 공급하고, 성남 등 서울 인근 신규 택지를 개발해 4만 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images/sph164x220.jpg
1412호 (2017.12.11)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