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학혁신 

 

이민화 KAIST 교수
지금 대학 혁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다수 한국 대학도 혁신의 필요성을 공감한다. 다만, 방법에 대한 혼란에 빠져 있다. 연구 중심 대학인가, 교육 중심 대학인가, 산학협력 대학인가의 선택부터 혼돈이다. 물론 대학마다 중점 분야는 갖고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교육과 연구와 산학협력이 서로 분리된 독립적인 활동이 아니라 상호 융합된 삼위일체 활동이라는 것이 대학 혁신의 키워드다.

4차 산업혁명은 본질적으로 현실과 가상이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통해 융합하는 혁명이다. 데이터를 통해 학습한 인공지능이 반복적인 업무는 인간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투입한 대학 전문성 교육이 10초 안에 답하는 인공지능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의미다. 따라서 대학의 인재상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과거와 같은 반복되는 지식을 가르치는 티칭(Teaching) 중심의 교육은 시대적 소명을 다하게 됐다. 인간의 역할은 인공지능 로봇이 할 수 없는, 반복적이지 않는 창조적인 일과 감성적인 협력이다. 이제 교육의 목표는 창조와 협력의 인재, 즉 ‘협력하는 괴짜’를 키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창조와 협력의 ‘협력하는 괴짜’는 어떻게 키울 수 있나. 창조와 협력은 사회문제 해결형 프로젝트 교육(Social Team Project Learning)으로 학습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교수의 역할은 티칭(Teaching)에서 코칭(Coaching)으로 전환된다. 교육이 학습으로 전환된다는 의미다. 다만 창조성이란 황무지에서 자라는 나무가 아니다. 창조성은 기본적인 전문 지식이 연결되고 융합되면서 발현된다. 사고의 틀을 가져갈 지도, 즉 내비게이터와 같은 전문성 교육은 여전히 필요하다. 이런 전문성 교육을 필요에 따라서 온 디맨드(On Demand)로 제공하는 교육과, 가장 기초적인 과목인 필수 과목으로 구성할 수 있다. 필자는 기초 과목으로 미래인문학·융합기술·기업가정신을 제시한다. 각각 미래의 문제를 발굴하고 융합기술로 해결해 기업가정신으로 확산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교육은 MOOC(Massive Online Open Courseware)와 플립 러닝(Flip Learning) 등 에듀테크(Edu-Tech)의 조합으로 효율을 극대화하면 기존 전문성 교육을 3배 이상 효율화할 수 있을 것이다. 에듀테크의 효율화로 확보한 3분의 2 시간은 프로젝트 중심 교육으로 활용할 수 있다. 새로운 교육 체계의 큰 그림은 ▶사회문제 해결형 프로젝트 교육 ▶ MOOC 등의 전문성 교육 ▶에듀테크의 맞춤 교육이다.

프로젝트 중심 교육에서 연구와 교육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교육 자체가 연구 활동이고, 연구 활동 자체가 교육이다. 대학의 연구는 대학에 따라 다르나 몇 단계의 과정이 있다. 전문성이 많이 요구되는 심층적인 연구는 좀 더 전문성을 가진 석·박사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전문성보다는 많은 다양성이 요구되는 발굴형 연구는 학사 과정에서도 가능하다. 지금의 대학 연구는 교수의 연구와 학부학생의 교육이 시너지 효과 없이 분리돼 있다. 이제는 교수의 연구가 학부학생의 교육 과정으로 통합·융합돼 들어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교육과 연구는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융합되는 것이다.

연구활동을 몇 단계로 나누어 보자. 문제는 지금까지 많은 연구활동에서 금과옥조로 여겨왔던 보안에 대한 사항이다. 학부학생도 참여하는 개방 연구 과정은 보안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소셜 이노베이션(Social Innovation) 성격에 가깝다. 대부분의 개방 연구에서 95%를 공유하고 5%만 차별화하더라도 충분히 독자 연구로서 차별화된다. 심층 연구는 대학원 중심으로 하자. 탐색(Exploring) 단계에서는 개방하고 탐구(Exploitation) 단계에서는 집중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교육과 연구의 결합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대학 간, 학제 간 공동연구는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에서 더욱 중요해진다. 개방형 연구의 가장 큰 장점은 이런 대학 간, 학제 간의 공동연구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갖추어야 할 인프라는 대학 전체를 ‘가상대학화’하는 일이다. 창조적 연구는 연결을 통해서 확대된다. 연결은 연결비용이 줄어야 한다.

이제 산학협력과의 결합을 살펴보자. 프로젝트 기반 교육의 문제는 문제를 발굴하는 단계와 교육 평가의 단계에 있다. 가치있는 문제를 발굴하고, 참여하는 평가를 통해 학습의 동기 부여가 극대화된다. 교육의 핵심은 스스로 학습하는 동기부여에 달려있다. 동기부여를 위해 사회의 가치있는 문제를 발굴하면 참여하는 학생은 가장 큰 동기부여인 소명감을 가진다. 이런 사회문제는 학교 내에서는 찾아내기 어렵다. 사회와 융합해야 한다. 이제 대학은 사회와 융합하는 대학이 되어야 한다.

실천으로 배우기(Learn by doing)라는 현장중심의 학습은 사회 현장에서 실질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는 숱한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것이다. 교육과 연구는 산학협력과 결합해야 한다. 산학협력은 우선 신뢰 관계가 깊어져야 한다. 대학에는 겸임 교수라는 좋은 제도가 있다. 교수의 명예는 주되, 평상시 급여는 나가지 않는다. 대학별로 분야별 전문가를 겸임교수로 모시자. 그들과 사회 문제를 발굴할 수 있는 채널을 활용하자. 연결 통로는 산학협력 교수가 담당할 수 있다. 산학협력 교수의 중요성이란 삼위일체의 화룡점정과 같다. 산업계에 많은 인맥을 가지고 있는 산학협력 교수가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서 수많은 산학 겸임교수와 협업해서 사회 문제를 도출해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개별 기업은 저마다 풀어야 할 숱한 과제가 있다. 대부분의 문제가 복합적인 다학제적 과제들이다. 개별 중소·중견기업에는 이런 다양한 전문가 집단이 없으나, 대학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있다. 이들을 연결하는 시스템이 산업계와 대학의 다학제적 연구를 연결하게 한다. 대학은 이를 통해서 살아있는 교육을 하게 되고, 산업계는 우수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의미있는 강력한 특허가 만들어진다. 교육과 산학협력과 연구가 동시에 이루어진다. 산학협력 과정이 대학에 뿌리내리는 데에는 동문들의 결집이 중요하다. 이들을 결집시키는 방법이 사회 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이런 산학협력의 결과는 다시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진정한 사회 문제를 발굴하면 사회 문제 해결에 앞장서게 된다. 그것이 창업으로 이어져 선순환된다.

마지막으로, 교육과 연구와 산학협력을 아우르는 삼위일체의 키워드는 기업가정신이다. 기업가정신의 핵심은 기회의 포착에 있다. 문제의 발굴이 문제의 해결보다 중요해지고 있는데, 대학은 기회 포착의 역량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 산학협력을 통해서 진정한 기회 포착 능력을 배울 수 있다.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세 가지가 융합된다. ‘협력하는 괴짜’는 기업가정신을 의미한다. 기업가정신 중심 대학이 이제 초연결·초지능·초융합의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대학의 혁신이다.

1416호 (2018.01.08)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