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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 세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이탈, 왜?] “에이, 요즘 페메 쓰지 누가 카톡 써요?”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30대 미만 이용자 1년 사이 10% 급감...카카오스토리·편의성·보안성 강화 절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메신저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페이스북 메신저는 출시 이후 지금까지 세계 페이스북 SNS 이용자를 중심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 사진:블룸버그 제공
#1. 최근 서울 오금동의 한 영어학원 강사로 취업한 정지아(43)씨는 중학생 제자들에게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아이디(ID)를 알려달라고 했다가 예상치 못했던 답변을 들었다. “에이, 선생님~ 요즘 저희 반에서 ‘카톡(카카오톡의 줄임말)’ 아무도 안 써요. 다들 ‘페메’ 써요. ‘단펨’ 초대할게요!” 페메는 페이스북메신저, 단펨은 단체 페이스북 메신저를 뜻한다. 평소에 페이스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쓰지 않던 정씨는 “동료 도움으로 가입부터 해야 했다”며 “요즘 10대는 우리 세대하고는 달리 카톡 의존도가 낮은 것 같다”고 멋쩍게 웃었다.

#2. 지난해 대전의 한 중소기업에 인턴사원으로 입사한 김경희(24·가명)씨는 수년째 쓰던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앱)을 올 초 스마트폰에서 삭제했다. 직장 상사 A씨가 부하 직원 몇 명이 있는 ‘단톡방(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김씨를 초대, 퇴근 후에도 수시로 업무 얘기를 주고받는 데 스트레스를 받아서다. 김씨는 “인턴사원인데 정규 직원처럼 퇴근 후 업무 생각에 시달리고 싶지 않아 앱을 지우고 ‘긴급 용무는 전화로 알려 달라’며 양해를 구했다”면서 “친구들과는 ‘인스타그램 다이렉트메시지(DM)’를 쓰고 있어 어차피 일상생활에 아무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없어도 일상에 지장 없는 1020세대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점유율 약 95%의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카카오톡의 주요 소비층이던 1020(10~20대) 세대의 이탈이 뚜렷해서다. 2월 8일 시장조사 업체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카카오톡의 30대 미만 월간 순이용자(MAU)는 약 750만 명으로, 지난해 1월 대비 약 10%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3~24세 청소년·청년층 이탈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1월 약 500만명에서 지난해 12월 약 450만명으로 급감, 30대 미만 MAU 감소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카카오톡을 주력 플랫폼으로 서비스하는 포털 업체 카카오로선 1020세대의 이탈은 썩 달갑지 않은 지표다. 이들은 광고주들이 선호·중시하는 세대일 뿐만 아니라 가까운 미래엔 광고주들이 핵심 타깃으로 여기는 3040(30~40대) 세대가 된다. 이들의 이탈이 가속화할 경우, 현재 카카오의 전체 매출 중 약 30% 비중을 차지하는 광고 매출에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사업 호조로 사상 첫 연매출 2조원 시대를 여는 데 성공했지만(매출 1조9724억원), 영업이익률은 8.4%(영업이익 1650억원)로 물음표를 남겼다. 경쟁사인 네이버가 같은 기간 매출 4조 6785억원, 영업이익 1조1792억원으로 25.2%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데 비하면 외형 대비 수익성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성적표였다. 이런 상황에서 광고 매출은 카카오가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고지(高地)나 다름없다.

1020 세대가 카카오톡에서 이탈 중인 이유를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들은 다각도로 분석한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직접적인 요인은 1020세대 사이에서 페이스북 메신저와 인스타그램 DM 같은 대체재가 급부상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페이스북 메신저는 올 1월 MAU가 524만 명으로 카카오톡(2931만 명)에는 못 미쳤지만 3위 라인(네이버, 127만 명)에 크게 앞섰다. 1020세대가 페이스북 메신저의 주요 이용자층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30대 미만의 페이스북 메신저 MAU는 약 300만 명으로 2년 전보다 배로 급증했다. 한국언론재단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0대의 50.7%는 페이스북 메신저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출시된 페이스북 메신저 앱은 1020세대의 인기를 등에 업고 계속 이용자가 늘면서 카카오톡의 대표적인 대체재로 떠올랐다. 2016년 선보인 인스타그램 DM 역시 후발주자임에도 1020세대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는 SNS에 익숙한 1020세대가 기본적으로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을 그만큼 많이 이용 중인 데서 비롯됐다. 광고 플랫폼 전문 업체 DMC미디어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국내 인터넷 이용자의 SNS 이용률이 페이스북(88.8%), 카카오스토리(70.1%), 인스타그램(68.7%), 밴드(네이버, 56.1%) 순인 것으로 집계했다. 페이스북은 카카오톡과 연동되는 카카오스토리를 압도 중이며, 인스타그램도 전년 대비 이용률이 12.9%포인트 상승해 카카오스토리의 2위 자리를 맹추격 중이다.

닐슨코리안클릭은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중 13~18세의 66.7%, 19~24세의 61%가 페이스북을 이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은 페이스북 전체 이용시간의 각각 34%, 29%를 차지할 만큼 적극성을 보였다. 또 인스타그램도 각각 37.8%, 37.2% 이용했다. 이와 달리 카카오스토리 이용률은 각각 15.2%, 17.8%에 불과했다. 거꾸로 4050(40~50대) 세대는 카카오스토리 이용률이 50%대로 1020보다 높았지만 페이스북 이용률은 20%대, 인스타그램은 10% 미만이었다. ‘1020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4050은 카카오스토리’라는 상반된 소비 구도가 형성됐다는 얘기다.

1020세대는 이처럼 기성세대보다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메신저 서비스도 자연스레 같이 이용하는 소비 형태를 보이고 있다. 메신저의 특성상 주변에서 많이 쓰면 자신도 쓸 수밖에 없다는 측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오영아 DMC미디어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조사에서 SNS 이용자의 56.5%가 친구나 지인과의 연락·커뮤니케이션을 위해 SNS를 이용한다고 응답해 뉴스·이슈 정보 획득(37.8%), 취미·관심사 공유(23.2%), 사진·동영상 공유(15.1%)보다 많았다”며 “인기 SNS 기반의 메신저가 덩달아서 인기인 이유를 유추해볼 수 있는 통계”라고 설명했다.

1020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4050은 카카오스토리


▎한 이용자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국내 시장점유율 95%가량의 독보적인 메신저이지만 최근 10~20대 이용자가 급감해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단지 1020세대가 다른 SNS를 카카오스토리보다 많이 이용해서뿐일까. 다른 이유도 있다. 이용자와 전문가들은 두 메신저가 본연의 기능 면에서 카카오톡 대비 1020세대에게 어필할 만한 경쟁력을 갖춰서라고 지적한다. 예컨대 페이스북 메신저는 다양한 이모티콘과 ‘움짤(움직이는 그림 파일)’처럼 1020세대에게 인기인 콘텐트를 무료로 제공하고, 누가 앱에 접속해 온라인 상태인지 이용자가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 카카오톡과 대비된다. 고등학생 장하나(16)양은 “페이스북을 하면서 그때그때 곧바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또 카카오톡처럼 별도 창을 띄우지 않아도 대화가 가능해 번거로움을 싫어하는 1020세대로부터 간편성 면에서 호평을 받는 요소가 되고 있다.

SNS 마케팅 전문가인 조영빈 파인트리 오픈클래스 강사는 “10대의 경우 카카오톡으로는 ‘대화하기 싫은 상대와도 대화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꺼리는 반면, 페이스북 메신저로는 애초에 친한 사람만 ‘취사선택’해서 접근하고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의 메시지는 거절할 수 있어 후자를 선호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오프라인에서는 모르는 사람인데 온라인에서 친해지고 싶은 경우 손쉽게 소통할 수 있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수험생들은 학업에 집중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소지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페이스북 메신저는 카카오톡과 달리 전화번호 없이도 이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선호된다는 것이다.

두 메신저는 국내 이용자들을 위주로만 소통이 가능한 카카오톡에 비해 해외의 지인·친구와 연락할 수 있게 한다는 측면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인스타그램 DM은 ‘보안성’이라는 무기로 1020세대를 끌어당긴다. 다이렉트메시지라는 명칭답게 이용자끼리 한 번 읽고 나면 사라지는 사진과 동영상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한다. 미국의 ICT 전문 매체 리코드는 “10~20대는 자신의 사생활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선호하지 않아 인스타그램 앱을 선호한다”라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카카오톡 자체의 경쟁력이 약화한 것을 1020세대 이탈의 다른 이유로 꼽기도 한다. 익명을 원한 ICT 전문가는 “메신저 본연의 대화 기능에 집중한 글로벌 메신저들과 달리 카카오톡은 1020세대 입장에선 불필요할 수 있는 부가 기능을 계속 도입해 왔다”며 “검색 기능에만 집중한 구글, 다양한 기능으로 무장한 네이버의 사례처럼 국내외 기업 간 특성의 차이인데 상대방과의 소통이 핵심인 메신저에선 이런 특성이 독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카카오톡의 ‘장보기’ ‘음식 배달 주문하기’ 같은 부가 기능을 예로 들었다. 카카오는 이용자 편의성 강화와 서비스 확장 차원에서 이를 차례로 도입했지만, 기성세대보다 온라인에 능숙해 이런 기능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 1020세대는 오히려 피로감만 느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실에 안주한 카카오톡, 사업 전략 재정비 필요”


카카오가 2012년 카카오톡의 광고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도입한 ‘플러스친구’ 같은 푸시 광고(온라인에서 자동·주기적으로 특정 업체와 관련 상품·서비스에 대한 최신 정보를 이용자에게 알림 메시지로 보내는 광고)도 1020세대의 이용률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플러스친구가 광고주들로부터는 관심과 호평의 대상이었지만, 이용자들로부터는 외면받는 반감의 대상이라는 얘기다. 아울러 일부 이용자들은 카카오톡의 취약한 보안성과 ‘보이스톡’ 통화 품질 개선 필요성 등을 언급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2014년 국가정보원 사찰 논란에 휩싸였지만, 이후로도 보안성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이스톡도 잡음과 끊김 현상이 수시로 발생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문가들은 카카오가 페이스북 등에 빼앗긴 1020세대의 마음을 돌리려면 이 같은 문제를 돌아보면서 카카오스토리 강화 등 사업 전략의 재수립·재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시장을 선점한 어떤 ICT 서비스라도 현실에 안주해 소비자를 못 보면 언제든지 후발주자에게 밀릴 수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바라보면서 혁신하고 또 혁신하는 것만이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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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3호 (2018.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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