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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사태 어디로…] GM의 글로벌 전략 변화로 한국GM 입지 크게 좁아져 

 

김태진 카가이 편집장(자율주행연구소장)
점유율 1위보다 자율주행·차량공유 투자에 집중 … 한국은 글로벌 경소형차 전초기지로 가치

▎한국GM 노조가 2월 23일 인천 부평공장에서 군산공장 폐쇄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최근 한국GM의 경영 악화와 판매 부진으로 2월 12일 군산공장 폐쇄, 감원을 비롯해 GM의 한국 시장 철수설까지 수면위로 급부상했다. 표면적으로는 ‘판매 부진에 따른 가동률 저하→적자 누적→경영 악화’라는 악순환이 원인이다. 이면을 들여다 보면 좀 다른 이유가 있다. 미국 GM 본사의 글로벌 전략이 바뀐 것에 기인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07년까지 70여년 동안 세계 1위 자동차 업체로 군림해온 GM의 글로벌 전략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당장 철수해도 이상하지 않은 실적 악화

“한여름 80평이 넘는 집에 에어컨을 그냥 켜놓고 출근하더군요. 퇴근했을 때 시원해야 한다고…. 한 달 전기료만 500만 원이 넘게 나왔습니다. 미국 GM 본사에서 파견된 ISP(한국GM에 파견된 간부나 임원)는 한국GM을 돈 빼가는 곳간으로 알고 있더군요.” 철수설이 본격화한 2018년 설을 쇠고 만난 한국GM 전직 임원이 한숨을 쉬면서 내뱉은 말이다.

2018년 3월, 한국GM은 당장 철수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경영 상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여기에 ‘GM 본사로 수익 빼돌리기’ 같은 여러 가지 의혹으로 투명경영을 의심 받고 있다. 불과 17년 전만 해도 상황은 정반대였다. GM은 2001년 9월 산업은행에 4억 달러(당시 환율로 약 5200억 원)을 주고 파산한 대우자동차를 인수했다. 당시 헐값 매각이라는 시비는 있었지만 인수 직후 승승장구했다. 대우차의 경소형차를 중국에 현지조립생산(CKD) 형태로 수출했다. 뷰익과 쉐보레 브랜드로 판매하면서 단숨에 중국 시장점유율 2위로 치고 올라갔다. 아울러 유럽과 기타 신흥시장에는 소형차를 내세워 수출 시장을 개척했다. 한국GM이 GM의 글로벌 생산·개발기지의 중요한 축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아울러 한국 경제에도 도움이 됐다.

그러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GM이 곤경에 처하면서 한국GM의 순항은 함께 끝났다. GM이 금융위기 때 파산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방만경영이다. 자동차 이외에 금융캐피털을 지나치게 키우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을 제외한 세계 곳곳에서 적자가 누적됐고 파산으로 이어졌다. 파산 이후 새롭게 태어난 GM의 전략 수정의 시발점은 2014년 메리 바라 회장(CEO) 취임이다. 그는 글로벌 자동차 1위 전략을 폐기하고, 수익성이 낮은 해외 사업에서 철수하는 과감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지금도 진행형이다.

GM은 급속도로 미래차 핵심인 전기차를 중심으로 자율주행과 차량공유 같은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자동차 판매는 수익성을 확보한 거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만 집중하는 모양새다. 대신 상당 기간 적자가 누적된 국가에서는 철수해 미래 사업을 위한 투자 재원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 추진


이런 전략 수정의 근거는 이렇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완성차 시장의 성장세가 점차 꺾이고 있는 데다 2020년대에는 전기차 기반의 자율주행차가 상용화 단계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자율주행차는 현재처럼 차량을 소유하는 방식에서 탈피, 차량공유 서비스 형태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아울러 바라 회장은 GM이 내연기관 자동차 제품 경쟁력에서 독일·일본 업체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아울러 대표 브랜드인 캐딜락·뷰익·쉐보레 브랜드의 가치 재건도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시장 선점을 미래 GM의 지속가능성의 경쟁력으로 본 셈이다.

그가 주도한 구조조정은 확실한 명분을 갖고 빠르게 진행됐다. 철수 결정을 내린 곳 대부분은 오랜 기간 판매가 저조했던 지역이다. 성장 가능성이 큰 인도에서는 수출 생산기지만 남기고 내수 시장에서 철수했다. GM은 1995년 인도에 진출했지만 20년 넘도록 시장점유율이 1%에 못 미쳤다. 마찬가지로 죽을 쑤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시켰다. 2015년 인도네시아·태국·러시아 등에 있던 공장을 폐쇄했다. 이어 유럽에서 독일 브랜드에 밀려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던 자회사 독일 오펠, 영국 복스홀을 2017년 프랑스 푸조·시트로엥그룹(PSA)에 매각했다. 이런 의사결정 배경에는 자동차 사업 문외한으로 IT와 금융 분야 경력으로 GM에 스카우트 된 최고재무책임자(CFO) 라인이 힘을 보탰다. ‘실적’이라는 숫자로 평가할 뿐 과거 GM이 투자의 잣대로 썼던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의미 없는 가치가 돼 버린 것이다. 과거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가 득세해 자동차 금융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했던 게 GM 재무라인의 특징이었다.

이런 구조조정의 여파는 한국GM에 파장을 불러왔다.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로 알토란 같던 유럽 수출시장을 졸지에 잃게 되면서 군산공장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오펠과 복스홀 매각으로 부평과 창원공장의 유럽 수출 생산 물량이 30%나 줄었다. 2007년 100만대가 넘던 한국GM의 생산 규모는 지난해 50만대로 쪼그라들었다. 바라 회장은 종종 “세계 시장에서 GM이 수익을 낼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특정 시장에서 당분간 승리할 수 없다면 철수하거나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야 한다”고 임직원에게 강조한다. 그 동안의 강력한 구조조정과 미래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GM은 글로벌 판매대수로는 폴크스바겐-아우디그룹, 도요타에 이어 세계 3위다. 전체 규모는 줄었지만 세계 1, 2위 자동차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GM은 최대 실적을 내고 있다. 중국 상하이자동차와 50대50 합작한 상하이GM은 지난해 중국에서 404만대를 판매해 전체 2위에 올랐다. 358만대를 판매한 미국 시장에서는 픽업트럭과 중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최대 흑자를 일궈냈다.

바라 회장은 구조조정으로 절감한 돈을 신기술 개발과 사업구조 재편에 투자했다. GM은 2016년 자율주행 관련 스타트업 크루즈오토메이션을 10억 달러(약 1조원)에 인수했다. 이어 자율주행의 눈과 귀로 비유되는 ‘라이다’ 제조 업체인 스트로브의 경영권도 매입했다. 미국 호출형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인 리프트에 5억 달러를 투자해 대주주가 됐다. 자체 차량공유 업체인 메이븐을 설립했다. 미래차 개발에 대한 발 빠른 행보가 이어진 셈이다. 지난해 말 GM은 내년부터 미국 주요 도시에서 자율주행 택시 상용화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2026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를 연간 100만대 이상 판매해 전기차 1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GM은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에서 선두 업체로 평가를 받는다. 이런 GM의 중장기인 전략을 고려할 때 한국은 매력적인 사업장이 아닌 게 분명하다.

GM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차량공유 서비스에 엄청난 투자를 했다. 4, 5년 간은 적자가 이어질 분야다. 자율주행차는 이르면 2021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전기차는 매년 두 자릿수로 판매가 증가하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5%도 안 된다. 이런 GM의 글로벌 전략 아래 한국GM의 생존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2017년 한국GM의 국내 판매량은 전년 대비 26.6% 급감한 13만대에 그쳤다. GM은 일단 구조조정에 성공하고 한국 정부가 추가 금융 지원에 나설 경우 신차 2종을 배정해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한국GM 노조와 정부는 GM 본사에 전기차 볼트EV의 일부 물량을 생산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한다. 전기차 판매 비중이 낮은 한국에 생산 물량을 나눠 주기보다는 중국 생산공장을 활용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미국 정부 역시 전기차 생산은 미국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입장이다. 자율주행차 개발은 한국의 경쟁력이 주요 자동차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자율주행차의 핵심인 IT 기술은 미국 실리콘밸리가 선두에서 질주하고 있다.

현재 한국GM은 GM의 경소형차의 개발과 생산, 수출을 전담한다. 자동차 전문가들이 상품 구성으로 볼 때 경소형차는 대형 세단이나 SUV, 픽업트럭 등에 비해 수익성이 낮다는 게 근본 문제다. 만약 한국GM이 구조조정을 통해 인건비를 크게 줄이고(생산성 향상), 신차 배정에서 새로운 중소형 CUV 생산을 맡을 경우 군산공장 철수로 끝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키는 수익성이다. 신차를 배정해도 결과적으로 내수·수출 시장의 판매가 관건이다. 부진할 경우 GM이 아닌 어떤 글로벌 기업도 사업 영위 대신 철수를 택하는 게 자본주의의 기본 속성이다.

한국GM의 문제를 더 복잡하게 하는 것은 정치권의 가세다. 정계와 일부 언론은 한국GM이 2월 군산공장 폐쇄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철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가동률이 20%로 떨어진 상태에서 군산공장 폐쇄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아직 한국GM의 완전 철수를 이야기하기엔 이르다. 일부에서는 어차피 언젠가는 GM이 떠날 것이니 정부의 자금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지적한다. 이 논리대로라면 ‘한국GM을 서둘러 철수시켜야 한다’는 식이다. 한국GM의 완전 철수는 한국 경제에 치명타일 뿐 아니라 10만 명이 넘는 실업으로 이어진다. 이런 후유증은 GM이 아닌 한국이 모두 해결해야 한다. GM 본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치권에선 고려할 만한 대상이 아니다. 수익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GM 입장에서 봐도 군산공장 폐쇄 이외에 답을 찾기 어렵다.

경소형차 생산 전초기지 … 철수하지 않을 이유


▎메리 바라 GM 회장은 전기차를 중심으로 자율주행과 차량공유 같은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GM을 바꿔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완전히 철수하지 않을 이유도 상당하다. 한국GM은 중국과 한국 시장을 제외한 아시아·중동 17개국에 소형차의 생산·판매의 전초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 한국GM이 연간 10만대 수준인 한국 판매량만 보고 내수 판매가 부진해 완전 철수할지 말지를 결정하기엔 한국GM이 맡은 역할이 크다. 일례로 쉐보레 스파크 차종은 아시아·중동에서 15개국을 포함한 세계 각지에서 판매 중이지만 유일하게 한국 창원공장에서 생산을 담당한다. 또 중형 세단 말리부, 소형 SUV 트랙스는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 공장과 한국 부평공장에서 생산한다.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은 내수용으로만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 수출이 가능한 공장은 한국이 유일하다. 이 밖에도 소형차 쉐보레 아베오를 비롯한 기타 소형 차량 생산과 신차 개발의 베이스 캠프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오펠 매각과 인도·러시아의 수출 기지화로 한국GM의 수출 수익성이 나빠진 것은 사실이다. 만약 GM이 한국 공장을 모두 매각하고 한국 시장에서 완전 철수한다면 스파크를 시작으로 가지고 있던 소형차 라인업을 모두 잃게 된다. 가뜩이나 소형차 시장에서 약세를 보이는 GM 입장에서 소형차 라인업을 그렇게 쉽게 정리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소형차 물량을 다른 국가의 공장으로 넘겨 생산을 하면 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캐나다에 신설한 공장뿐만 아니라 다른 해외 공장의 가동률이 적정 수준에 이르렀다. 소형차 생산을 감당할 규모의 공장이 없다. 새로 소형차 공장을 짓는 것보다는 수익성을 중시하는 GM 본사 입장에서 한국 만한 소형차 생산·연구개발 기지를 찾기 어렵다. 현재 수순으로 보면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나머지 연구시설과 소형차 생산기지인 부평·창원공장은 남겨둘 가능성이 커 보인다.

GM은 오펠을 PSA그룹에 매각하며 유럽 철수를 단행했다. 그러나 여전히 GM의 고급 브랜드인 캐딜락은 유럽에서 철수시키지 않고 계속 판매하고 있다. 카마로와 콜벳 등 스포츠카 모델은 캐딜락 딜러를 통해 판매한다. 유럽에 남겨둔 차량은 캐딜락 같은 고급차이거나 가격대가 높고 소수 마니아층이 찾는 스포츠카다. 많이 판매되는 일반 모델을 철수하고 판매량이 적은 모델로 유럽 시장을 축소한 것이다. 이러한 GM의 결정은 현재 최소한의 판매를 유지해 추후 유럽 시장 재공략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철수한 후 재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규모를 축소했다가 다시 늘린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GM이 이런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면 한국GM은 충분히 효용 가치가 있다. 오펠 모카(국내명 쉐보레 트랙스) 모델의 생산시설을 가지고 있고, 실용적인 소형차 플랫폼을 위주로 생산을 거듭해온 한국GM은 유럽 수출 차량을 생산하기에 매우 적합한 구조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 표를 의식한 듯 GM을 ‘먹튀’라고 비난한다. 일자리를 볼모로 한국 정부를 협박해 챙길 것만 챙겨간다며 지원 불가로 몰아간다. 이건 말 그대로 정치권의 순진한(?) 생각일 뿐이다. 경제 논리와 전혀 관련이 없다. 생산성과 효율성이 사라진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구조조정과 금융 지원을 요청하는 GM을 ‘나쁜 기업’이라고 매도하는 것 역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꼴이다. 글로벌 기업의 생리로 보면 사업이 부진하면 철수하는 것은 GM뿐 아니라 한국의 글로벌 기업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의 섣부른 개입은 역풍 부를 수도

오로지 수익성을 최우선 가치로 따지는 글로벌 기업 GM의 생리를 이해한다면 정답은 제대로 보인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 기업의 생리도 마찬가지다. 제품 사이클이 길고 신차 하나당 수천억원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자동차산업의 속성을 따져봐야 한다. 한국GM이 살아나려면 경소형차 생산기지에서 벗어나 확실한 개발센터로 육성하겠다는 다짐을 받아야 한다. 기존 한국에 설치한 연구개발센터와 테스트 트랙을 활용해 한국GM이 경차뿐 아니라 소형차(세단·해치백·SUV·CUV 등 파생차종 포함)의 글로벌 개발기지로 확대해야 생존이 가능하다. 적어도 정부가 GM과 협상하면서 꼭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군산공장만 폐쇄하고 부평·창원공장은 가동한다면 연 50만대 이상, 최대 80만대 생산 규모를 유지할 수 있다. GM 전체 판매의 10%를 점유할 수 있는 수치로 글로벌 경소형차 생산기지로 적합한 수량이다.

마지막으로 이전가격으로 GM이 수익을 모두 가져갔다는 주장은 뜨거운 감자다. 이전가격은 글로벌 기업의 생리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 기업도 이전가격에서 자유롭지 않다. 실사는 다짐을 받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 불필요한 통상마찰로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글로벌 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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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4호 (201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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