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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스타트업 초보 CEO가 기억할 8가지 조언] 지분관계 명확히 하고, 본질에 충실하라 

 

한정연 기자 han.jeongyeon@joongang.co.kr
주요 벤처·스타트업 선배 CEO의 경영 멘토링…“도움 받기 부끄러워 말아야”

기업은 언제 생겼을까? 길게 보면 2300년 전, 짧게 보면 400년 전이다. 지난 2월 27일 미국에서 출간된 [미국 시민, 기업들: 기업들은 어떻게 시민의 권리를 얻어냈나(WE THE CORPORATIONS How American Businesses Won Their Civil Rights)]라는 책은 기업이 법인으로서 사람과 같은 권리를 갖게 된 역사를 다뤘다. 기업의 역사는 최고경영자(CEO)의 역사이기도 하다. 시대에 따라 CEO의 중요성도 달라진다.

기원전 300년 이전 로마에선 기업에 돈을 댄 투자자자들이 모든 법적 책임을 개인으로서 감당해야 했다. 하지만 로마 원로원은 투자자들의 집합체인 기업이 스스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기업의 이름으로 계약을 하고, 돈을 빌리고, 파산도 할 수 있게 된 거다. 법인의 시대가 온 것이다. 로마에선 이런 권리를 가진 기업을 소시에타스 퍼블리카노럼(societas publicanorum)이라고 불렀다. 현대적 의미의 기업은 영국이 1606년 식민지 미국에 세웠던 버지니아 회시다. 영국 왕이 생산품 판매가격처럼 세부적인 사항까지 칙령으로 규정했다. CEO가 특별히 필요 없던 시기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기업은 법적 인격체로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을 극대화 됐고, CEO의 중요성도 커져 갔다.

3월은 주주총회의 계절이다. CEO 선임 안건이 주총에서 통과돼야 새로운 CEO가 경영을 시작할 수 있다. ‘직업이 CEO’라는 경영자도 많고, 창업 이후 수십년을 경영 일선에서 뛰고 있는 CEO도 많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초보 CEO가 기억할 사항을 선배 CEO에게 물었다.

① 지분 관계를 명확히 하라: “공동창업자끼리 반드시 주주 간 계약을 하기를 권한다. 친구 간의 우정을 보호하고 회사를 망가지게까지 가지 않도록 보호하는 중요한 안전장치다.”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의 말이다. 권도균 대표는 1990년대 말 전자결제 회사 이니텍·이니시스 등을 연달아 창업했고 성공적으로 엑시트(Exit: 지분 매각) 했다. 권 대표는 현재 스타트업 투자 및 인큐베이터인 프라이머 대표를 맡고 있다. 초보 CEO들이 가장 선호하는 멘토이기도 하다. 김정현 우주 대표도 “투자를 받기 전 임직원과의 지분 관계를 미리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투자를 통해 제3자가 들어오기 시작하면 지분 관계 정리가 어려워진다.” 창업자들 상당수는 비록 여럿이 창업했어도 한 명이 과반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투자를 계속해서 받을 수밖에 없는데 그때마다 지분은 희석되기 때문이다. 또 한 명의 지배주주가 있어야 불필요한 내부 갈등이 벌어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② 체력을 단련하라: “창업하고 기업을 경영하게 되면 여러 가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변수들이 계속 생겨난다. 이를 버텨내려면 긍정적인 마인드와 체력이 있어야 한다.” 김정현 우주 대표의 조언이다. 김정현 대표는 2010년 보청기 회사 딜라이트를 창업해 성공궤도에 올려 놓은 후 회사를 매각, 20대에 수십억원대 자산을 일궜다. 김 대표는 셰어하우스 업체 우주를 창업해 경영하면서 스타트업 앤젤 투자자로도 활동 중이다. 김 대표는 사업을 “즐겨야 한다”고도 말했다.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즐겨야 정신건강에도 좋다는 얘기다.

③ 아침에 20분 동안 명상하라: “CEO들에게 아침에 20분 간 명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두뇌를 건강하고 깨어있게 해준다.” SK그룹이 계열사 신임 대표들에게 정신건강을 위해 추천하는 것 중 하나는 명상이다. SK그룹은 초보 CEO에게 언행일치도 주문했다. “CEO가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누구도 그가 제시한 방향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말과 행동의 일치에 항상 유의해야 한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도 아침을 명상으로 시작했다.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의 제프 와이너 CEO도 명상을 하는 대표적인 기업인이다. 헤지펀드 브릿지워터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명상이 자신의 성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④ 머릿속이 복잡할 땐 책을 읽어라: “매일 벌어지는 일로 머릿속이 하얗게 되거나 복잡해질 땐 책을 읽으면서, 현실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는 시간이 필요하다.” 박소령 퍼블리 대표의 말이다. 디지털 콘텐트 유료 판매 플랫폼 ‘퍼블리’를 창업한 박소령 대표는 추천 도서도 꼽았다. “오바마 대통령도 매일 저녁 소설을 읽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책보다도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의 [슈독], 김연수의 [소설가의 일] 두 권이 큰 도움이 됐다.”

⑤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창업했던 그림대로 진행되지 않는 순간이 무한대로 발생한다. 그때마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넥스트 무브(다음 행동)를 유연하게 조정해낼 수 있는 건강하고 긍정적인 정신력, 여유를 가지면 좋을 것 같다.” 김윤이 대표의 말이다. 빅데이터 전문 기업 뉴로어소시에이츠 김윤이 대표는 유연성을 강조했다. 명승은 벤처 스퀘어 대표도 스타트업을 시작하기 전 해야 할 체크리스트 중 하나로 변신을 꼽았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뜻이며 기업이 주력 사업모델을 바꾸는 ‘피봇’이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⑥ 단순해져라: “심플함을 유지하기를 권한다. 여러 기능과 사업을 추가하면 힘과 경쟁력이 더 생길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반대로 더 약해진다. 단순한 모델은 아름다울 뿐 아니라 강하다.” 권도균 대표의 조언이다. 김정현 우주 대표도 “본질에 충실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업에 여러 가지 미사여구가 붙겠지만 결국 본질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것이다.”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는 스타트업 대상의 강의 자료를 보내왔다. “도움을 받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정신적인 멘토와 교류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내용이 눈에 띄었다. 명 대표는 “마지막 카드는 절대 내놓지 말라”고 당부했다.

⑦ 약은 약사에게, 일은 전문가에게: “팀이 반드시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핵심역량 이외의 일은 외부 전문가와 협업한다. 법무사·노무사·세무사·변호사는 회사 안에 별도 담당자가 없는 한 CEO가 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된다. 신뢰할 수 있는 지인의 추천을 받아서, 비용을 지불하고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는 게 큰 이슈를 방지하고 더 큰 돈을 아끼는 길이다.” 박소령 대표는 새로 법인을 설립하는 창업가에 한정된 얘기라며 이렇게 말했다. 박 대표는 업무에도 외부 서비스를 많이 활용한다. “요즘에는 ‘자비스’ ‘헬프미’ 같은 스타트업이 IT 기반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⑧ CEO가 반드시 챙겨야 하는 숫자가 있다: SK그룹은 “투하자본이익률(ROIC:Return on Invested Capital)만큼은 최고재무책임자(CFO)뿐만 아니라 CEO도 직접 챙겨야 한다. ROIC는 성장 잠재력과 이익 창출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라고 자사 CEO들에게 조언한다. 김정현 우주 대표는 “고객의 반응을 테스트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객의 요구에 관한 확신이 서기 전까지는 비용을 최소화 해야 하기 때문이다.

1428호 (2018.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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