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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하반기 투자가이드] 안전자산 비중 늘리고 당분간 관망하라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선진국 통화정책, 美·日 선거 등 대형 이벤트 예고…금리·환율 살피며 대응해야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2.9% 낮춰 잡았다. 고용과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으로 수출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을 제외하고는 세계 각국의 사정도 여의치 않다. 독일·프랑스·영국 등 유럽 주요국 경제지표는 부진한 편이다.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금융시장 환경도 좋지 않다. 일본의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2년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세계의 공장이자 시장인 중국의 성장률도 둔화되고 있다. 중국발 경제위기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럴 때 어디에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고 시장의 흐름을 관망하는 전략”으로 희망의 불씨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올 하반기 주식·펀드·부동산·실물 등 분야별 자산관리 전략을 짚어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8% 성장이다. 1분기에는 수출과 건설, 설비투자가 성장을 견인했다. 수출은 화학제품과 기계류를 중심으로 전 분기보다 4.4% 늘었다. 설비투자는 선박·항공기 등 운송장비와 반도체 제조용 장비, 정밀기기 등 기계류 투자 증가로 5.2% 성장했다. 지난해 2분기(4.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건설투자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주택거래가 크게 늘면서 건설투자에 포함되는 취득세·중개수수료 등 부대비용 증가로 전 분기보다 2.8% 성장했다.

그러나 이런 성장세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간소비의 성장 기여도가 낮기 때문이다. 1분기 민간소비는 내구재를 중심으로 0.6% 증가했으나, 지난해 1분기(0.5%) 이후 4분기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여파로 대출금리가 올라 소비심리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내수 경기 침체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성장의 양뿐만 아니라 질도 악화되고 있다. 그나마 의지할만하다고 평가를 받던 수출도 삐걱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17개월 간 증가세를 이어가던 수출은 지난 4월 1년 전보다 1.5% 감소하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5월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6월에는 다시 소폭 감소하면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도체 수출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디스플레이·무선통신기기·가전 등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중국의 공세에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잃어가고 있어서다. 한국무역협회는 하반기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16.6%로 상반기(41.8%)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성장률 전망치 2.9%로 낮춰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우리 기업의 대중 중간재(부품) 수출이 줄어들면 상황은 더욱 나빠질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의 대중 수입이 10% 줄면 대중 수출이 282억6000만 달러(약 31조5200억원)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대중 수출 규모의 19.9%에 달하는 수준이다.

내수와 수출 동력이 약화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악전고투를 거듭해야 하는 건 거의 확실하다. 이렇다 보니 기획재정부는 7월 18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0%에서 2.9%로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세계 경제성장률(3.9%)보다 1.0%포인트 낮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경기 하강과 양극화 심화, 고용 부진에 맞서 하반기 일자리 창출과 내수 활성화를 위해 3조8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하락하고 있는 경기를 떠받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대외적인 상황도 호의적이지 않다. 지난해 미국 등 글로벌 경기 회복과 기업 실적 개선에 힘입어 글로벌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달러화 가치 상승으로, 신흥국 통화가치는 하락하고 신흥국에서 자본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브라질·아르헨티나의 정치·경제 불안으로 주식시장·환율시장 등은 크게 흔들렸고, 미·중 무역분쟁으로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한은, 1차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하반기에는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이벤트도 여럿 있다. 당장 7월 26일에는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회의에서 양적완화 연장 여부가 논의된다. 9월 말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2~2.25%로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9월 중에는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11월 6일에는 미국 중간선거가 열리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를 짓누를 수도 있다. 이런 불안감은 투자 활력을 떨어뜨린다. 수출이 부진하면 제조업 가동률이 둔화돼 설비투자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결국 기업이 신규 설비 증설에 나서기보다는 투자를 미루고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가 둔화되면 한국은행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해도 기업 등 실물경제로 돈이 흘러가지 않는다. 결국 대기성 자금이 늘어난다. 대기성 자금이 늘어난다는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재테크 난이도는 높아진다. 이런 때일수록 목표 수익률을 낮추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 일단 투자 변수들을 잘 고려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금리와 환율이다. 미국의 9월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하다. 미국이 예상대로 금리를 올리고 한·미 금리차가 더 벌어지면 한은의 금리 인상 압박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금융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8월 혹은 10월에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인상은 대표적인 국내 증시 조정 요인이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뚜렷해지면서 미국 달러화의 가치는 상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FX(외환) 애널리스트는 “최근의 환율은 다소 단기 급등한 측면이 있지만 미·중 무역갈등과 미국의 금리 인상 가속화,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신흥국 우려 등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다”며 “하반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1100원선을 유지하면서 단기적으로 1150원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하반기에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를 비롯한 신흥국 증시가 상승할 요인은 적고 하락할 위험성은 커지고 있다”며 “글로벌 무역분쟁 문제와 미국 연준의 긴축에 따른 파급 효과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 상황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코스피 상장기업들의 영업이익 전망치도 연초보다 하향돼 증시 상승폭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도 대체적으로 하향 안정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재건축 안전진단 정상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등 부동산 규제와 대출 규제, 금리 상승 등으로 주택 거래 수요가 줄어들 수 있어서다.

1444호 (201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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