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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하반기 투자가이드 | 금리·환율] 자신감 넘치는 미국 … 强달러 이어질 듯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하반기 원·달러 환율 1100~1150원 전망…달러로 거래하는 예금·RP·ELS 투자할 만

▎코스피 지수가 8.91포인트 하락한 2301.99로 장을 마감한 7월 16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5.7원 오른 1129.2원으로 장을 종료했다. /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금리 인상 조치를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긴축은 저금리 시대의 종말과 함께 달러화 강세 시대를 예고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과의 무역분쟁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진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달러 강세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커지면 한국으로 들어온 투자자본이 빠져 나갈 가능성 있다. 금리 인상 여부를 두고 한국은행으로 관심이 쏠린 이유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어떤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할까.

미국, 하반기 두 차례 금리 올릴 가능성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7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의 가속 페달을 밟았다. 연준은 6월 13일(이하 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1.50~1.75%에서 1.75~2.00%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3월 금리를 올린 데 이어 올 들어 두 번째다. 이른바 ‘제로 금리(0~0.25%)’ 시기를 지나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2015년 12월 이후로는 7번째 인상이다. 미 기준금리 상단이 2%대 진입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10년 만이다.

중요한 건 앞으로의 금리 인상 속도와 폭이다. FOMC 회의 직후 공개된 ‘점도표(dot-plot)’를 보면 FOMC 위원 15명 중 8명이 올해 4차례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적어도 두 번 더 금리를 인상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7월 5일 공개된 6월 FOMC 의사록에서도 연준은 점진적 금리 인상 계획을 중단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의사록은 중국과의 무역분쟁에 대한 우려에도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이어가 기준금리를 장기 중립금리 이상으로 올리는 데 대한 위원들의 지지가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제 성장세가 여전히 낙관적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7월 6일 발표된 미국의 6월 고용지표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새로 창출된 일자리는 예상(19만개)보다 훨씬 많은 21만 3000개에 달했다. 실업률은 4.0%로 올라갔지만 이는 구직활동을 하지 않던 60만 명 이상이 희망을 품고 노동시장에 복귀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전년 대비 2.7%로 전달과 같아 ‘인플레이션 없는 고용 호조’로 평가됐다. 여기에 미국 상원이 법인세 감세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기업 활동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7월 말 발표될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율 기준 4%대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9년째 지속되고 있는 미국 경제의 현 확장기의 평균 분기성장률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한은도 금리 따라 올릴 가능성


한국은행은 지난 7월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금리를 올리기엔 경기 여건이 만만치 않다는 평가에 공감대가 형성돼서다. 그러나 견조한 자국 경기를 기반으로 미국이 예정된 대로 두 차례 더 금리를 올리고 한·미 금리차가 더 벌어지면 한은의 금리 인상 압박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의 대외 건전성이 양호하기 때문에 당장 급격한 자금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한·미 금리 역전 폭이 커지는 상황은 한국 경제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격차는 0.5%포인트다. 한·미 정책금리는 올해 3월에 뒤집혔고 6월에 연준이 금리를 재차 올리며 격차가 더 커졌다.

금융시장에서는 8월 혹은 10월 한은이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 의견이 등장했고, 잠재성장률 수준의 경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금통위에서 이일형 위원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금융시장에서는 금통위 소수의견을 가장 강력한 금리 조정 신호로 받아들인다. 특히 이 위원이 한은 추천 몫 위원이다 보니 한은 총재 의중이 실린 것으로 해석되곤 한다.

JP모건과 모건스탠리, BoA메릴린치, HSBC 등 해외 투자은행(IB)도 한은이 곧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은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2.9%로 소폭 낮췄지만 경제가 여전히 견조한 성장세에 있다고 진단하고 있어 8월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한국 경제의 성장력이 올해보다 떨어지고 수요 측면의 물가 압력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시점이 올해 3분기 이후로 더 늦어지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BoA메릴린치는 “이일형 위원이 낸 소수의견은 금통위의 금리 인상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라며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주열 총재가 ‘한·미 금리 역전 폭이 커지는 상황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한 발언도 매파적이었다”고 진단했다.

한편 미국의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분쟁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달러화의 가치는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월 중순 88.6까지 떨어졌던 달러 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 지수)는 4개월 만인 6월 중 95를 넘어서며 7% 이상 상승했다. 지난 4월 초 1054원까지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월 18일 1130원대로 올랐다. 지난해 10월 19일(달러당 1132.4원) 이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역시 석 달새 7% 가까이 오른 셈이다. 6월 중순까지만 해도 1070~108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한 달 만에 1130원대로 급등했다. 6월 12일 1070원대였던 환율은 20일 1110원을 돌파한 이후 28일에는 1120원 선도 넘었다. 그리고 7월 들어 1110~1120원대에서 움직였는데 이날 1130원 선을 넘었다.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FX(외환) 애널리스트는 “최근의 환율 급등은 다소 오버슈팅(단기 급등)한 측면이 있지만 미·중 무역갈등과 미국의 금리 인상 가속화,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신흥국 우려 같은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며 “하반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00원 선을 유지하면서 단기적으로 1150원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위안·달러 환율의 움직임도 주목했다. 백 애널리스트는 “최근 차트상으로 위안·달러 환율이 크게 상승할 조짐이 나타났다”며 “위안·달러에서 나온 신호가 원·달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달러 강세가 예상되는 시기에는 달러와 달러 표시 금융상품 투자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입을 모은다. 북유럽 스칸디나비아반도 지역 최대 은행인 노르데아은행의 글로벌 통화 전략가인 안드레아스 스테노 라르센은 “달러는 피난처 안전자산으로서의 가치뿐 아니라 캐리 트레이드 수단으로서도 유용하다”고 지적했다. 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통화로 자금을 조달해 금리가 높은 나라의 금융상품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거래를 말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시에 목돈을 투자하기보다는 장기 환율 추세를 보면서 소액으로 나눠 투자하는 게 좋다고 지적한다.

변동성 큰 환율 투자 주의해야

달러 예금은 금리가 낮은 편이지만 환차익에 대한 세금이 없어 달러 강세 기조에서 뜨는 상품이다. 김학수 KEB하나은행 도곡PB센터 PB는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미국의 금리가 2% 중반에서 3%로 오르기 때문에 이자수익도 얻고 만기 때 환차익도 얻을 수 있는 3개월 정도의 단기 예금으로 안정적인 금리를 받는 것이 유리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연말 이후 개인의 달러 예금 잔액이 크게 늘어났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4억 달러 규모에 그쳤던 개인의 미국달러 예금잔액은 지난 연말·연초 10억~13억 달러 규모로 급증했다가 이후 8억 달러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도 달러 강세기에 주목 받는 투자수단이다. 달러RP는 투자자가 증권사에 돈을 빌려주면서 채권을 받고 일정 기간(일반적으로 1주일~1년) 후에 채권을 증권사에 되돌려 주면서 동시에 원리금을 받는 상품이다. 금리는 연 1% 중반에서 2% 초반 수준이다. 수시 입출금이 가능해 유동성이 좋고 단기 환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환차익은 비과세되지만 이자에 대한 세금(15.4%)과 달러 환전 수수료는 부과된다. 달러 예금과 달리 예금자 보호 대상은 아니다. 더 적극적인 접근 방법은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다. 최철식 미래에셋대우 WM강남파이낸스센터 이사는 “2020년까지는 미국의 경기 확장이 전망된다”며 “특히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플랫폼 기반의 종목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조언했다.

원화가 아닌 달러로 거래하는 달러 주가지수연계증권(ELS)이나 달러 주가지수연동신탁(ELT)도 환차익을 노릴 수 있는 상품으로 꼽힌다. 이들은 원화로 투자했을 때보다 통상 1~2%포인트 정도 목표수익률을 높게 책정한다. 김학수 PB는 “달러로 투자되는 ELS 투자를 통해 원화보다 높은 쿠폰수익과 함께 환율 상승 시 환차익까지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특히 중간 목표를 달성하면 약속한 수익을 지급하고 조기상환하는 ‘스텝다운형’, 조기에 상환이 안 돼도 중도에 상품을 팔 수 있는 조건(리자드 조건)을 추가한 상품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달러 가치 상승 전망에 따라 조기상환 조건 달성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대부분 달러 투자 상품들은 환차손에 노출돼 있어 만기나 투자금 상환 때 환율 변동엔 유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최철식 이사는 “통화 분산 차원에서 달러를 보유한다는 인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환율을 잘 맞춰서 돈 번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리스크가 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달러 ELS 등의 투자도 단점이 있다. 만일 조기 상환 조건이 발동되지 않으면 자금이 묶이는 데다, 그렇게 오래 묵힌 후 상환할 경우 투자금 규모에 따라 배당소득세와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내야 한다.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손실을 볼 가능성도 주의해야 한다.

달러와 함께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에 대해서는 당분간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과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팽팽하다. 일반적으로 미국 기준금리가 상승하면 한국의 시장금리도 상승하기 때문에 금과 채권은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긴축 가속화가 예상되는 하반기는 실질 금리가 오르면서 금값은 더 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달리 통화 긴축에도 위험자산 헤지 수단으로 금이 각광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물가가 오르고 뉴욕 증시 조정 위험이 커지고 있어 금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진 킹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과거 여섯 차례 금리 인상기 중 네 차례는 금값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김학수 PB는 “금펀드의 경우 금에 직접 투자하는 게 아니라 금과 관련된 회사에 투자하는 상품이 있어 실물자산과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며 “해당 상품이 금에 투자하는지, 금과 관련된 기업에 투자하는지를 살펴보고 실물과 동조율이 높은 상품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1444호 (201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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