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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렌털산업은 지금] 구글·알리바바·우버도 렌털 사업 투자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미국·유럽에서 전기 스쿠터 렌털 각광...일본에선 친구·가족·멘토 ‘감정’도 대여

▎전기 스쿠터 렌털 서비스 ‘라임’. / 사진:라임 홈페이지
선진국에서도 렌털과 맥락상 비슷한 공유경제 열풍과 O2O(온·오프라인 연계) 기술 발달을 타고 렌털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기존 산업의 틈새를 파고드는 벤처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기존 기업들도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 렌털산업을 찾고 있다. 렌털의 분야도 다양해졌다. 의류는 물론 스쿠터·로봇·드론, 심지어 친구와 아버지까지 렌털의 대상이 됐다.

미국에서는 패션 대여 업체 렌트 더 런웨이(Rent The Run way)가 렌털산업 2.0의 신호탄을 올렸다. 렌트 더 런웨이는 20~40대 전문직 종사자를 대상으로 고가 유명 브랜드의 값비싼 의상을 빌려준다. 이용자가 입력한 정보를 토대로 고객의 신체에 가장 적합한 의류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추천하고, 스마트 운송물류 시스템을 도입해 당일 반환 받은 의류를 검사하고 세탁해 당일에 다른 고객에게 발송한다. 렌트 더 런웨이는 지난 2009년 뉴욕에서 설립돼 7년 만에 5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모집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이 1억 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3월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창립자 마윈이 이 회사에 2000만 달러(약 213억원)을 투자하면서 화제가 됐다.

GM ‘자동차 에어비앤비’ 출시


▎일본 렌털 업체 DMM은 전자기기부터 여행가방 등 다양한 상품을 대여한다 / 사진:DMM.com 캡쳐
미국과 유럽 등지에선 새로운 통행수단으로 주목 받는 전기 자전거와 전기 스쿠터의 렌털 사업도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출·퇴근족과 기업 수요와 함께 고령층 자전거족을 일컫는 ‘실버서퍼’가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다. 이들은 오래 주행하기 힘든 일반 자전거 대신 전기자전거를 애용한다. 상대적으로 높은 구매력과 편의성 중시 성향, 환경에 대한 높은 인식도 자전거 업계가 이들을 주목하는 이유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전기 스쿠터 회사 ‘라임(Lime)’이다. 어디서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스쿠터를 ‘잠금 해제’한 후 분당 15센트를 내면 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7년 설립된 라임에는 알파벳과 알파벳의 벤처투자 자회사 구글 벤처스(GV)가 투자했다. 설립 초기 알파벳으로부터 3억 달러(약 33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고, GV로부터 비슷한 규모의 투자금을 받았다. 여기에 지난 7월 1일 이뤄진 자금 모금에서 미국 1위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를 비롯해 유럽 최고 투자 업체인 아토미코(Atomico)와 피델리티(Fidelity) 등이 펀딩에 참여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라임은 이번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가 11억 달러(약 1조2200억원)로 상승했다. 라임은 서비스 영역을 전기 스쿠터에서 전기차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라임에 투자한 우버는 앞선 4월 9일 미국 자전거 공유 업체 점프바이크를 인수하는 등 자동차 이외의 분야로 영역 확대에 나서기도 했다. 점프바이크는 미국 워싱턴DC·샌프란시스코에 거점을 두고 있는 자전거 공유 업체로 자전거에 GPS와 결제 시스템을 탑재해 사용자가 원하는 곳에서 자전거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전통 산업의 업체들은 경쟁력 확보와 판매 확대의 수단으로 렌털 비즈니스를 활용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7월 24일 P2P(개인 대 개인) 방식의 카셰어링 서비스를 내놨다. GM의 2015년 이후 모델 소유주들이 GM의 자회사인 마빈의 웹사이트에 차량 가격과 임대 가능 스케줄 등을 올리면, 렌트 고객이 휴대폰에서 내려 받은 마빈 앱을 통해 차 문을 열고 닫으며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차량 소유주가 신청하면 마빈 측에서 기술자가 나가, 키 없이도 차량을 열 수 있는 등의 장치를 설치해준다. 소유주는 고객에게 시간, 혹은 주일, 월 단위로 차량을 빌려주고 일정 비율의 수익을 얻게 된다. 일종의 차량 에어비앤비인 셈이다. 이 밖에 미국 소매 업체 베스트바이(Best Buy)는 구매 전 임대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고객이 실제 구매 결정을 내리기 전에 값 비싼 전자 기기를 시험해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해당 품목을 완전히 구매하기로 선택한 경우엔 임대 가격의 20 %를 돌려준다. 다만, 이 서비스는 협업을 하던 전자기기 렌털 스타트업 ‘루모이드’가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불투명해진 상태다.

스마트워치·로봇·VR·드론도 렌털 품목


한편 아이디어 천국 일본에서는 렌털 품목이 확대되는 추세다. 일례로 인터넷 통신 판매 및 주문형 비디오 업체 DMM은 의 렌털 사업은 상당히 광범위하다. DMM.com의 ‘이로이로(여러가지) 렌털’ 카테고리를 보면 가전제품, 카메라, 유아용품, PC 및 사무용품, 여행용품, 스포츠 및 아웃도어, 골프, 고급 자동차 등 약 4100여 개의 품목을 찾을 수 있다. 스마트워치, TV, DVD 및 블루레이 레코더, 헤드 마운드 디스플레이(VR 기기 포함), 생방송 기기, IC 레코더, 헤드폰, 스피커 등도 포함돼 있다. 삼성전자의 기어 VR은 3일에 5000엔(약 5만원), 애플 워치 시리즈 2는 5일에 5000엔으로 대여할 수 있다. 2015년부터는 드론도 약 1만5000엔(약 16만원) 정도에 빌릴 수 있다. 소프트뱅크는 인공지능 로봇인 페퍼(Peper)를 안내데스크, 행사장 도우미, 상품 홍보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월 5만5000엔(약 5만5000원)에 대여해주고 있다. 현재 약 1000여개의 기업이 페퍼를 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색 렌털 아이템도 등장하는 모습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최근 일본에서 이른바 ‘사람 렌털’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다. 도쿄 신주쿠에 있는 ‘패밀리 로맨스’는 결혼식이나 세미나에 대리 참석하거나 상견례 자리에서 부모를 대행하는 인력 등을 갖추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주목을 끌고 있는 게 ‘친구 대행’ 서비스다. 생일 파티 등에 필요한 친구를 빌려준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 위한 사진을 찍기 위한 ‘사진용 친구’ 렌털 서비스도 있다. 친구 한 사람을 빌리는 데 두 시간에 8000엔(약 8만2000원)이다. ‘하트 프로젝트’라는 업체는 한부모 가정 등 사정이 있는 이들을 위해 1인당 3만엔(약 3만원)에 아버지 대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본 ‘옷상(おっさん·아저씨) 렌털’은 자기 분야에서 베테랑으로 고민을 들어주고 삶의 지혜를 나눠주는 중년 남성을 시간당 1000엔(약 1만원)에 빌려준다. 아사히 신문은 “단순한 결혼식 하객 ‘알바’ 같은 역할 대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감정’까지 대여해주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1445호 (2018.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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