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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더욱 주목받는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 잠을 돕는 잠들지 않는 비즈니스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수면 카페부터 슬립테크까지 다양…국내 관련 산업 규모 2조원대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한반도에서 불면의 밤이 길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근로시간이 긴 데다 밤잠까지 설치게 되면서 수면산업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수면산업은 크게 셋으로 나뉜다. 불면증 치료나 클리닉, 보조식품 같은 치료 분야, 베개·이불 같은 침구류와 수면 보조 기기, 그리고 수면 공간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불면증 환자가 증가한 한국에서 모두 성장 중인 비즈니스다. 최근엔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꿀잠’을 돕는 슬립테크가 발전하고 관련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수면 카폐부터 슬립테크까지 빠르게 성장 중인 수면 비즈니스를 살펴봤다.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한 벤처기업인이 오침을 즐기고 있다.
8월 3일 오전, 서울에 기상 관측 사상 새로운 기록이 나왔다. 수은주 30.4도를 기록하며 111년 만에 가장 더운 초열대야 현상이 이틀째 이어진 것이다. 이렇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례 없는 폭염이 국내외를 덮치면서 잠못 드는 사람이 늘고 있다. 에어컨 타이머를 켜고 잠을 청해도 새벽이면 더위에 잠이 깨곤 한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밤을 보낸 탓에 다음날 정상적인 몸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다. 하루 종일 어깨가 무겁고 업무 중에도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한국은 가뜩이나 잠이 적은 나라다.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수면시간 자료를 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41분이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짧았다. 국내 조사 결과도 비슷하게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7월 발표한 국내 성인 수면실태 조사에서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 24분에 불과했다. 한국갤럽은 5년 전에도 같은 조사를 진행했는데, 당시에도 성인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 53분으로 나왔다.

여기에 폭염까지 기승을 부리자 불면의 밤을 호소하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잠을 제대로 못자면 몸의 리듬이 깨진다. 반복적으로 잠을 설치다 보면 결국 불면증세가 심해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 통계 데이터를 보면 불면증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2012년 40만4657명에서 2013년 42만577명, 2014년 46만2099명으로 증가했다. 2015년에는 급기야 50만 명을 돌파했고, 2016년에는 54만2939명을 기록했다. 4년 새 환자 수가 34.2%나 늘었다. 수면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도 2014년 934억원에서 지난해 1178억원으로 79% 증가했다. 가장 대표적인 수면장애 증상 중 하나인 불면증에 시달린 적이 있는 성인 인구만 해도 전체의 12%인 4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수면시간이 부족한 것도 문제이지만, 수면의 질 역시 좋다고는 보기 어려웠다. 평소 잠을 잘 때 거의 매일 숙면을 취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13.2%에 그쳤다. ‘잠이 보약’이라는 옛말이 지금 현대 한국인에게 더 절실하게 들리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한국인 수면 시간 최저 수준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생긴다. 잠 못자는 한국인이 늘자 수면을 도와주는 산업이 성장 중이다. 수면산업은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라는 용어로 불린다. 수면(Sleep)과 경제(Economics)의 합성어다. 숙면을 위해 현대인이 지출하는 비용으로 성장하고 있는 산업이다. 선진국형 산업으로 분류되는 슬리포노믹스는 이미 해외에서 성업 중이다. 약 20조원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에서는 낮잠 카페부터 수면 보조식품, 다양한 수면 보조 기구,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슬립테크 기업이 인기다. 한국의 수면산업 규모는 2조원으로 미국보다는 작지만 해마다 빠르게 성장 중이다. 수면산업 박람회가 서울과 부산에서 성황리에 열렸고, 침구 업계와 슬립테크 기업이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으며 성업 중이다.


▎서울 종로의 수면카페 ‘낮잠’에선 해먹에 누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주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수면 카페를 방문하면 느낄 수 있다. 2015년 처음 등장한 수면 카페는 잠이 고달픈 한국인의 수요에 부응하며 빠르게 진화했다. 안마·만화·힐링카페 등 이름과 성격은 다르지만 잠을 청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객은 대부분 잦은 야근과 회식으로 피로가 쌓인 직장인이다. 미스터힐링, 단잠, 낮잠, 꿀잠 등 프랜차이즈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업계 1위 업체는 미스터힐링이다. 2년 만에 107호점을 열었다. 미스터힐링 관계자는 “해마다 두자리대 성장률을 기록 중”이라며 “서비스직이나 인근 식당의 셰프, 또는 직장인들이 찾아와서 휴식을 취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연말 여의도에서 수면 카페 단잠을 오픈한 이수재 대표는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업 계기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을 다녀왔을 때, 자투리 시간에 잠을 청하는 일본 직장인의 모습이 인상적이어서다. 마침 한국에서도 수면 카페 인지도가 높아지자 카페를 차렸다. 그는 “주요 고객은 점심 시간에 잠을 청하는 직장인인데 반응이 굉장히 좋다”며 “지난 8개월 간 매출이 두 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여의도 CGV점도 독특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직장인 낮잠을 위한 시에스타 프로그램이다.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편안한 낮잠과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마련했다. 시에스타는 2016년 3월 처음 선보여 여의도 일대 직장인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년 간 이용률도 꾸준히 증가해 시행 초기 대비 약 65% 이상 늘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 시간은 오전 11시 반부터 오후 1시까지다. 180도도 누울 수 있는 특별 좌석이 있는 프리미엄관에서 낮잠을 즐길 수 있다. 이용 가격은 1만원이다. CGV의 곽대재 CM(Culture Mediator)은 “휴식이 부족한 직장인이 편안히 이용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직장인들이 주 고객인 수면카페 단잠.


수면 카페 빠른 성장 중


▎미스터힐링은 매장 107개를 운영하는 국내 최대 수면카페다.
전통적인 수면산업 아이템으로는 침구류가 있다. 베개·이불·침대가 주인공이다. 최근 유통가에선 기능성 매트리스와 메모리폼 베개 등의 침구가 인기다. 각 브랜드는 홍보를 강화하며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열심이다. 전문 상담원이 고객의 체온, 수면 자세 등 전반적 수면 환경을 분석해 준다. 과거 여름 침구 재료로 삼배나 모시가 인기였다면 지금은 구스다운·덕다운·캐시미어·실크솜·라텍스까지 다양한 원단과 재료가 등장했다. 현대백화점엔 숙면을 위한 맞춤형 침구 충전재를 추천해주는 전문 매장 ‘듀벳바(Duvet Bar)’가 생겼다. 태평양물산의 침구 브랜드 ‘소프라움’과 함께 운영한다. AK몰은 ‘여름 구스침구 상시 기획전’을 진행 중이다. AK몰에선 지난 4~6월 여름용 구스이불 매출을 분석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111.4% 신장했다. 구스 이불의 시장성을 확인한 AK몰이 특별전을 진행한 배경이다. 불면증 환자가 늘며 침구류 제조업체와 종사자도 증가 중이다. 2013년 1703개이던 제조사는 2016년 1959개로 늘어났다. 종사자 수도 2013년 1만9000명에서 2016년 2만2000명으로 증가했다. 최근 한국 침구산업은 IT를 활용하며 신기술 도입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매트리스도 연이어 개발하며 시장을 넓이고 있어 당분간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전통적 슬리포노믹스 산업을 침구류가 이끌었다면 차세대 수면산업의 주인공은 슬립테크 기업이 차지할 전망이다. 첨단 기술을 활용해 편안하고 효과적인 잠을 유도하는 것이다. 슬립테크 분야로는 숙면유도 기능성 침구류, 숙면기능 IT제품, 숙면 테라피, 수면 클라닉, 수면보조 의료기기, 숙면 유도 및 수면개선 생활용품 등을 꼽을 수있다. 최근에는 사물인터넷(IoT) 등 차세대 IT 결합해 숙면을 돕는 제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1월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 ‘CES 2018’에는 처음으로 ‘슬립테크’관이 등장하기도 했다. 슬립테크 제품은 주로 센서와 IoT을 이용해 사용자의 데이터를 수집·분석, 이에 따른 최적의 수면 환경을 조성해준다. 지난 4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IFA 글로벌 프레스 콘퍼런스(GPC) 2018’에서도 유수 기업이 슬립테크를 잇따라 선보였다.


▎CGV는 점심시간에 낮잠을 즐기는 시에스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첨단 정보통신기술 접목한 슬립테크 각광


국내 전자 업체도 슬립테크 관련 제품을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는 2015년 이스라엘의 IoT 헬스케어 벤처기업 얼리센스에 2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얼리센스와 함께 숙면을 돕는 IoT 솔루션 ‘슬립센스’를 개발했다. 1㎝ 두께의 얇고 납작한 원형 형태의 슬립센스를 침대 매트리스 밑에 놓아두면 수면 도중의 맥박, 호흡, 수면주기,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건강한 수면을 위한 조언을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신일산업과 함께 IoT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의 수면 패턴을 분석해 수면을 유도하는 지능형 온수매트 개발을 진행 중이다. 코웨이는 사용자의 수면 상태와 환경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의 수면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마트 베드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중재 신한트렌드연구소 부부장은 “현대인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어 주는 힐링산업은 우리 사회의 저성장 구도 속에서도 꾸준한 성장세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수면산업에 첨단 기술을 융합한 첨단수면산업을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기능성 수면제품’에 대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기연구원은 6월 28일 국내외 수면산업 현황과 수면장애에 따른 의료비 지출 현황 및 경제적 손실을 분석하고, 첨단수면산업 육성 방안을 제시한 ‘경기도 수면산업(Sleep industry) 육성을 위한 실태조사 및 정책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은환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면장애의 유병률 증가와 함께 양질의 수면욕구가 맞물려 수면산업이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첨단수면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정책과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원은 경기도 수면 산업 육성방안으로 수면산업 육성 위한 인프라 구축, 해외 진출 및 시장 확장을 위한 신기술 경쟁력 강화,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 하기 위한 수면산업 생태계 조성, 수면산업 활성화 위한 제도적 지원을 제안했다. 이 연구위원은 “침대·매트리스 등 수면산업 제품들은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허가 기준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최근 논란이 된 라돈침대처럼 검증되지 않은 기능성 수면제품에 대해서는 의료기기에 준하는 수준으로 허가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스기사] 명사들의 독특한 수면법 - 북쪽으로만 머리 두고 잔 찰스 디킨스

지난해 미국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명사들의 독특한 수면법이 실려 화제가 됐다. 잠을 청하는 그들만의 독특한 비법을 소개한다. 먼저 최근 한국을 방문한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주인공 톰 크루즈가 있다. 그가 앓고 있는 고질병으로 ‘코골이’가 있다. 코 고는 것이 너무 심해 고민하던 톰 크루즈는 아예 자신만을 위한 침실을 설계한다. 철저한 방음 설계를 가진 방 ‘스노러토리움(snoratorium)’이다. 방안의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완벽한 방음 공간을 마련한 톰 크루즈는 눈치 없이 본인만의 시끄러운 잠을 즐기고 있다. 톰 크루즈가 소리를 차단했다면 미국의 힙합 뮤지션 에미넘은 모든 빛을 차단하는 스타일이다. 그는 잠 들기전 침실의 모든 창문을 완벽하게 가린다. 일부에선 쿠킹 호일을 사용해 창문을 감싸 놓는다는 증언도 나왔다. 대신 약간의 소음은 오히려 즐기는 편이다. 귀에 쉽게 익숙해져 방해되지 않는 파도 소리, 빗소리, 폭포 소리 등을 즐기며 잠에 든다. 자면서도 업무에 도움되는 환경을 만들어 놓는 프로페셔널로는 팝가수 머라이어 캐리가 꼽힌다. 그는 목 관리를 위해서 20대의 가습기를 틀어놓고 15시간 동안 숙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머라이어 캐리는 “목 관리를 위한 환경인데 사우나에서 잠을 자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로 돌아가서 역사적인 인물을 찾아봐도 흥미있는 수면 습관이 나온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 전 총리는 새벽까지 업무를 보던 인물이다. 자리를 펴고 누웠다가도 좋은 생각이 나면 새벽에 일어나 비서를 불러 일을 시켰다. 그의 일정과 연설문을 정리하던 비서들이 6개월을 못 버티고 떠난 배경이다. 불규칙한 수면 시간을 가진 처칠이 반드시 지키던 수면 습관이 있다. 그는 매일 오후 5시에 위스키 한 잔을 마신 다음 두 시간 동안 꿀잠을 즐겼다고 한다. 영국의 소설가 찰스 디킨스는 지구의 자기장이 인간에 실제로 영향을 미친다고 믿었다. 그는 항상 나침반을 들고 다녔고 잘 때엔 반드시 머리를 북쪽으로 두고 잠을 청했다.

좀 더 과거로 내려가면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천재가 나온다. 과학과 예술 방면에서 많은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그는 위버맨 수면법을 철저히 지켰다. 4시간마다 20분씩 간헐적 잠을 자는 방법이다. 위버맨 수면법의 효과에 대해선 아직 과학적인 근거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유럽 최고의 천재가 애용하던 수면법이라 후대의 많은 예술가·발명가·과학자가 이를 따라하며 위버맨 수면법의 추종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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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6호 (2018.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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