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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독주택 재건축부담금 예정액 뚜껑 열어 보니] 재건축부담금 ‘종이 호랑이’ 되나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문정동 136번지 재건축 조합 가구당 1억3000만→5700만원...다음 대상은 대치동 쌍용2차와 반포주공 3주구

▎첫 단독주택 재건축부담금 예정액으로 5700여 만원이 통보된 서울 송파구 문정동 136번지 재건축 구역과 재건축 조감도.
전세를 역전시키지는 못해도 착 가라앉은 분위기를 돋울 구원투수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제대로 맥도 추지 못하고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물러날 판이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을 떨게 한 재건축부담금 예정액의 시리즈 2탄 이야기다.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각종 규제에도 오히려 기세가 거세지는 주택시장에서 정부는 2호 재건축부담금 예정액에 기대를 걸었다. 연초 평균 4억4000만원, 최고 8억4000만원이라는 재건축부담금 예정액 발표로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효과가 반복되기를 바랐다. 지난 5월 1호 재건축부담금 예정액이 억대로 통지되면서 정부의 재건축부담금 발표가 현실화했다. 그런데 2호는 골문으로 유효 슈팅 한 번 제대로 쏘지 못했다.

서울 송파구청은 최근 ‘문정동 136번지’ 재건축 조합에 재건축부담금 예정액 총 505억원을 산정해 통보했다. 조합원(872명) 1인당 평균 5795만원이다. 송파구청 통보액은 조합이 자체 분석을 통해 제출한 예상금액 5900만원과 별 차이가 없어 일단 부담금 산정을 둘러싼 논란은 없을 전망이다. 이 금액은 지난 5월 서초구청에서 통보한 반포동 반포현대의 1억3569만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반포현대 조합은 당초 예정액으로 850만원에 해당하는 자료를 제출했다가 구청의 요청에 따라 몇 차례 보완을 거치면서 예정액이 처음보다 16배로 급증했다. 반포현대 재건축부담금 예정액이 조합은 물론 업계의 예측보다 훨씬 많이 나왔기 때문에 2호인 문정동 136번지의 예정액은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여기서도 상당한 금액이 나온다면 재건축 시장은 연타의 충격을 받기 때문이다.

반포동 반포현대의 3분의 1 수준

재건축부담금은 과거 노무현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위해 도입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에 따라 국가가 현금으로 환수하는 고강도 대책이다. 재건축 사업 개시 시점(추진위 구성)부터 종료 시점(준공일)까지 해당 지역 평균 집값보다 많이 오른 상승분에서 개발비용을 뺀 금액을 초과이익으로 보고 그 일부를 가져가는 제도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경기 침체로 부과를 일시 미뤄졌다가 올해부터 다시 살아났다. 재건축부담금은 재건축 준공 이후 나오지만 재건축 사업계획을 확정하는 사업승인 이후 대략적인 예정액을 산정하게 돼 있다. 해당 자치단체가 조합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아 예정액을 산정해 통보한다. 조합은 예정액을 조합원에게 나눠 미리 받을 수 있다. 부활한 재건축부담금제는 올해부터 일반분양을 포함한 최종 재건축 계획인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하는 단지부터 해당한다. 강남권 상당수 조합이 지난해 사업을 서둘러 부담금제를 벗어난 상태다.

문정동 136번지는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 재건축 사업장이다. 낡은 단독주택지 개발은 대개 재개발 사업 방식을 따르지만 상대적으로 기반시설이 양호한 지역에선 재건축 방식을 적용받는다. 사업장 특성에 상관없이 재건축하면 재건축부담금 대상이다. 문정동 136 재건축 조합은 자체 분석을 통해 지난 7월 24일 부담금 추정치를 송파구청에 제출했다. 구청은 한국감정원에 조언을 의뢰했다. 국토교통부와 감정원이 한 달여 검토를 거쳐 8월 29일 구청에 결과를 전달했고, 구청은 이를 토대로 조합에 부담금 예정액을 통보했다. 구청 관계자는 “조합이 국토부의 재건축부담금 산출 매뉴얼에 근거해 충실하게 자료를 제출해 조합 예상액과 실제 통보 금액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조합은 부담금 예정액이 강남권 아파트 사업장에 비해 많지 않아 조합원들의 반발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산정 기준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 생길 수 있다. 단독주택 특수성 때문이다. 재건축부담금 산정 기준인 집값은 공시가격이다. 국토부가 매년 1월 1일 기준으로 감정평가를 거쳐 일반적인 거래 가격으로 평가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시세보다 훨씬 낮아 시세 반영률이 논란이었다. 공시가격은 대개 시세의 70% 정도다. 여기다 주택 유형에 따라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이 들쭉날쭉하다. 70%는 아파트 기준이고 단독주택은 훨씬 더 낮다. 50% 정도에 불과하다. 단독주택은 아파트보다 거래가 훨씬 적어 시세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이유다.

문제는 재건축 후 지어지는 주택은 아파트여서 종료시점 공시가격은 시세 반영률이 단독주택이던 개시시점보다 올라간다는 점이다. 그만큼 집값 상승분이 커지고 재건축부담금이 늘어나게 된다. 주민들은 공시가격 형평성에 대한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조합은 행정소송을 통해 재건축 개시 시점의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아파트 수준으로 맞추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해결이 쉽지 않다. 공식 시세 반영률이 없어 시세 반영률을 보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문정동 136번지 재건축 공사는 현대엔지니어링대림산업이 시공을 맡았다. 전용 49~84㎡ 1200여가구로 탈바꿈한다.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이지만 100가구 정도의 반포현대 재건축보다 부담금이 적은 이유는 주변 시세 때문이다. 재건축 부담금은 종료 시점 후 시세가 좌우한다. 반포현대가 있는 반포동은 평균 시세가 3.3㎡당 7000만원이 넘는 국내 최고가인 아크로리버파크 등이 몰려 있는 지역이다. 동 평균 시세가 3.3㎡당 5500만원이다. 재건축 후 예상 시세가 높다. 문정동은 강남권에서도 강남·서초구에 밀리는 송파구에서도 주변 지역이다. 동 평균 아파트 시세가 반포동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3.3㎡당 2900만원 선이다. 문정동에서 가장 비싼 올림픽훼밀리타운이나 송파파크하비오푸르지오 시세가 3.3㎡당 3400만원 수준이다. 올림픽훼밀리타운은 지은 지 20년이 넘었지만 송파파크하비오푸르지오는 올해 3년 차 새 아파트다. 정비사업 컨설팅업체인 J&K 백준 사장은 “재건축부담금은 개발이익에 비례한다”며 “상승률뿐 아니라 재건축 후 오른 금액이 얼마이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치동·반포동 부담금 예정액은 훨씬 많을 듯

상반기 재건축 시장을 충격에 빠뜨린 재건축부담금 예정액 파도가 소리 없이 잠잠해질까. 낙관할 수 없다. 지난 6월과 7월 각각 시공사 선정을 마친 강남구 대치동 쌍용2차와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 3주구가 다음 재건축부담금 예정액 통보 대상이다. 이들 단지 조합은 시공사와 계약을 마무리하면 한 달 이내에 구청에 부담금 산정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출하게 된다. 구청은 한 달 이내에 예정액을 통보해야 한다. 대치 쌍용2차 조합은 당초 재건축부담금 예정액을 가구당 7000만~8000만 정도로 예상했다. 하지만 반포현대에서 1억원이 넘는 금액이 나오면서 예정액이 가구당 3억~4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포3주구 역시 상당한 금액이 나올 수 있다. 업계는 이 단지들의 부담금 예정액이 11월쯤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부담금 예정액 규모에 따라 문정동 136 부담금 예정액으로 한숨 돌린 재건축 시장은 다시 가쁜 숨을 쉬어야 할 수도 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치동과 반포동은 재건축 시장에서 가장 ‘핫’한 지역 중 하나여서 다음 재건축부담금은 만만찮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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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1호 (2018.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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