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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로봇 수트 시장] 영화 속 아이언맨 현실에서 만난다 

 

장길수 로봇신문 기자
군사용으로 개발돼 의료·건설·제조로 확산…2025년 2조4000억원 시장으로 성장 전망

▎LG전자는 지난 8월 31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IFA 2018에서 웨어러블 로봇 ‘LG 클로이 수트봇’을 공개했다. 산업현장부터 일상생활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하체 근력 지원용 웨어러블 로봇이다. / 사진:LG전자 제공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보통의 운동신경을 가진 평범한 남성이다. 하지만 붉은색 아이언맨 수트를 입는 순간 외계의 적과도 싸워 이길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힘을 갖는다. 이 만화 같은 이야기를 이제 현실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됐다. 사실 아이언맨과 같은 로봇 수트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1965년 GE는 미국 육군과 해군의 지원을 받아 ‘하디맨(Hardiman)’이라는 외골격 로봇을 개발했다. 모습은 다소 우스꽝스럽지만, 이 수트를 착용하면 최대 1500 파운드(약 680kg)를 들 수 있었다. 군의 지원을 받은 만큼 최초의 개발 목적은 군사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50년이 넘는 개발 기간에도 외골격 로봇이 군인들에게 실제로 지급되려면 아직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군의 기대와 달리 외골격 로봇 시장의 주류는 의료 및 재활 훈련용 로봇이다. 올해 세계적으로 6000여 대의 외골격 로봇이 판매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대부분이 재활 훈련이나 장애인 보행 보조 로봇이다.

최근 로봇 수트가 주목을 받는 곳은 따로 있다. 초고령화 사회의 진입과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 줄 산업용 로봇 시장이다. 시장 조사업체인 ABI 리서치는 외골격 로봇 시장이 2014년 6800만 달러(약 770억원)에서 2025년 18억 달러(약 2조40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용 로봇 시장에 대한 기대치가 반영된 수치다.

쉽게 입고 벗을 수 잇는 로봇 수트

산업 현장에서 외골격 로봇 활성화의 성패는 ‘착용성’에 달려 있다. 바쁘고 복잡하게 돌아가는 현장에서 쉽게 착용하고 벗지 못한다면 아무리 뛰어난 기능이 있어도 광범위하게 쓰이기 어렵다. 최근 산업 현장에서는 옷처럼 쉽게 탈착이 가능한 외골격 로봇의 개발·보급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과거 ‘외골격 로봇’이란 용어보다 ‘로봇 수트(Robot Suit)’라는 말이 더 널리 쓰이게 된 배경이다. 가장 의미 있는 산업 현장은 포드 자동차의 조립라인이다. 포드는 지난해 미국 미시건주 자동차 조립라인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엑소베스트(Eksovest)’라는 로봇 수트를 시범 도입했다. 공장 근로자들은 자동차 밑에서 무거운 전동공구를 들고 온 종일 나사를 조는 등의 조립 작업을 한다. 엑소베스트를 착용하면 장시간 근무에 따른 피로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엑소베스트는 엑소바이오닉스라는 회사가 개발했다. 다른 로봇 수트와 달리 배터리나 모터를 장착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기계적인 메커니즘과 유압장치를 활용해 설계했기 때문에 착용하기 쉽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무엇보다 대당 가격이 4000~5000 달러(약 450만~560만원) 수준으로 다른 외골격 로봇보다 저렴하다. 포드는 최근 이 로봇 수트를 세계 7개국, 15개 공장에 확대 적용하는 계획을 밝혔다.

로봇 수트에 관심을 가지는 곳은 포드뿐만이 아니다.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연구개발 법인 ‘보잉 리서치 & 테크놀로지’는 지난해 10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장의 항공기 제조 공정에 로봇 수트를 도입하는 시범사업을 6개월 간 진행했다. 보잉의 로봇 수트 역시 엑소베스트와 비슷한 형태다.

또 다른 자동차 업체 피아트 크라이슬러에서도 로봇 수트 테스트가 한창이다. 이 회사가 도입하려는 제품은 수트 X라는 회사의 ‘맥스’다. 맥스는 등·어깨·다리에 각각 착용하는 3가지 제품으로 구성돼 있다. 필요에 따라 특정 부분만 착용하거나 전체를 조합해서 착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장시간 쪼그리고 앉아서 작업을 하는 근로자는 다리 제품을, 손을 머리 위로 들고 작업하는 시간이 긴 노동자들은 어깨 제품을 사용하면 된다.

독일의 자동차 제조사 아우디는 스위스의 스타트업 누니(Noonee)와 공동으로 웨어러블 형태의 외골격 로봇 ‘체어리스 체어(Chairless Chair)’를 테스트하고 있다. 근로자가 이 로봇을 착용하면 어떤 장소에서든 의자에 앉아 있는 것처럼 일을 할 수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BMW와 GE, 캐터필터, 델타항공, 슐룸버거 등 글로벌 기업들은 외골격 로봇 전문 업체 사코스 로보틱스와 공동으로 로봇 수트 개발을 위한 외골격 기술자문그룹(X-TAG)을 결성하기도 했다. X-TAG에 포함된 기업들은 현장 근로자들이 큰 힘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전신형 외골격 로봇’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구상 중인 콘셉트는 영화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가 착용하는 수트와 가장 유사한 형태다. 이미 2가지 형태의 제품을 개발했다. 배터리의 도움을 받아 각각 36kg과 90kg의 물건을 들어올리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X-TAG에 참여한 기업들은 각자의 생산현장에 해당 로봇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GE와 캐터필터 등은 1000만 달러(약 113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한 만큼 다양한 형태의 협업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 분야도 로봇 수트의 중요한 수요처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엑소베스트를 개발했던 엑소바이오닉스는 건설 노동자를 위한 수트인 ‘엑소제로G’라는 제품도 출시했다. 무거운 장비를 들고 굴착 등의 작업을 하는 근로자들을 위한 제품이다. 엑소제로G는 착용하는 로봇이 아니라는 무거운 장비를 작업하기 쉽도록 지탱해 주는 역할을 한다. 엄격한 의미에서는 로봇 수트의 응용 제품인 셈이다.

재활 훈련용 로봇으로 유명한 일본의 사이버다인도 최근 산업용 로봇 수트 시장에 뛰어들었다. 사이버다인의 외골격 로봇 ‘HAL’은 올해 7월 서일본 지역에서 발생한 호우 복구 현장에서도 크게 활약하며 화제를 모았다.

LG전자는 로봇 수트에 AI 적용

일본 스타트업 이노피스(Innophys)는 최근 머슬 수트라는 제품을 개발해 판매를 시작했다. 공기압 방식의 인공 근육을 적용해 배터리나 센서, 모터가 필요 없다. 건설과 물류, 병원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 적용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LG전자의 ‘클로이 수트봇’이 눈에 띈다. 얼마 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8’ 전시회에서 처음 공개됐다. 클로이 수트봇은 제조와 건설 등 산업현장은 물론이고 일상생활 분야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 전용 거치대를 이용해 간편하게 착용하고 벗을 수 있으며, 자연스러운 착용감이 강점인 제품이다. 클로이 수트봇에는 특히 인공지능(AI) 기술도 적용됐다. 착용자의 움직임과 주변 환경 데이터를 학습하고 분석해 위험을 예측하고 회피한다. LG 전자는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 ‘에스지로보틱스(SG Robotics)’에도 지분 투자와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등 로봇 수트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마쳤다.

외골격 로봇은 군사용으로 개발하기 시작해 의료용으로 발전했다. 이제는 다양한 산업 현장에 투입되면서 개념도 ‘수트’로 바뀌어가고 있다. 영화 속 아이언맨을 일상에서 목격할 날이 머지 않았다.

※ 본 콘텐트는 LG CNS 블로그와 제휴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과 더 많은 IT 관련 트렌드가 궁금하다면 블로그(blog.lgcns.com)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1458호 (201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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