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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주범’ 꼽히는 중국은 지금] 강력한 규제와 집중 투자로 공기질 나아져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환경보호법 강화하고 공장 이전 정책 펼쳐…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에는 주목하지 않아

▎스모그가 중국 베이징을 뒤덮은 천안문 광장에서 방문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겨울철에 들어서며 난방이 시작되자 중국 전역이 스모그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도 베이징에서는 11월 13~14일 황색경보가 발령됐다. 스모그 경보로는 세 번째로 높은 단계다. 톈진·허베이성 등 25개 시·도에도 스모그 경보가 발령됐다. 중국은 초미세먼지(PM2.5) 농도를 기준으로 6등급으로 공기질을 분류하고 있다. 0부터 50㎍/㎥까지가 1급(초록), 50~100㎍/㎥이 2급(연노랑) 등으로 50㎍/㎥씩 증가할 때마다 등급을 나눠 300㎍/㎥ 이상이 되면 최악인 6급(검은색)이다. 이미 11월 13일 베이징 도심 일부 관측소에서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260∼270㎍/㎥까지 측정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베이징시 당국은 공기질이 ‘최악’보다 한 단계 낮은 5급 수준을 보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300㎍/㎥을 넘어 ‘최악’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보했다. 문제는 앞으로 날이 더 추워질수록 중국 내 스모그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제 막 추위가 시작된 시점에서 이미 최악의 공기질을 기록한 중국 당국은 앞으로 대기질을 높이기 위해 더욱 강력한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여론은 중국을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보고 있다. 미세먼지 경보가 발효될 때마다 ‘중국발 미세먼지’라는 표현이 대명사처럼 쓰인다. 지난해 말부터 11월 현재까지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중국 정부에 항의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의 국민청원 건수가 2000건을 훌쩍 넘었다. 그러나 중국은 지난 수 년 간 미세먼지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고, 실제로도 그 양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카고대 에너지정책연구소가 3월 발표한 중국의 환경 오염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전역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연구소가 2013년과 2017년의 데이터를 비교해본 결과, 초미세먼지(PM2.5)의 경우 중국의 주요 도시에서 30% 이상 줄었다. 베이징시의 경우 2013년 ㎥당 초미세먼지 농도가 90.6㎍(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그램)이었던 것이 지난해 58.8㎍으로 줄었다. 그 결과 베이징 시민들의 기대수명도 3.3년 증가했다고 밝혔다. 상하이시의 초미세먼지 농도도 2013년 ㎥당 62.5㎍에서 지난해 40.5㎍으로 줄어들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매년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한 채 점점 더 공기 질이 나빠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에 미세먼지에 대한 책임만 물을 것이 아니라, 중국의 미세먼지 대책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환경보호법 위반한 공장 1만여 곳 폐쇄·압류


전권호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원은 “리커창 중국 총리는 ‘푸른 하늘 수호전’ 선언을 비롯해 환경문제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환경규제를 관리하는 공무원 2000명 이상이 적법한 처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았을 정도”라고 말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지난해 발표한 ‘중국 환경규제 강화와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조치는 ‘권고’에 그친 수준이 아니다. 보고서는 중국에서 2015년 시행된 신환경보호법을 대표적인 중국의 환경규제로 꼽았다. 중국의 환경보호법은 1989년 제정됐지만 26년 간 법안 내용이 바뀌지 않았다. 이 법이 크게 개정된 시점은 2015년으로, 기존 47개 조항을 70개로 늘리고, 벌금액수의 상한선을 없애는 등 한층 더 강력한 내용을 담았다. 또 기업의 환경오염에 대해 기업 당사자뿐 아니라 환경 평가기관이나 감찰기관도 연대책임을 질 수 있게 했다. 중국 영토 내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기업·단체라면 국적에 관계없이 동일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밖에도 철강과 석탄 생산량 자체를 감축시키고, 2000만대 이상의 노후차량을 폐차시키는 등 초강력 환경 정책을 이어왔다.

새로운 환경보호법이 시행됨에 따라 환경영향평가도 강화됐다. 새로 바뀐 환경영향평가 기준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가 끝나기 전에 공사를 시행할 경우 사업자는 전체 투자액의 1~5%를 벌금 명목으로 지불해야 한다. 법 위반 정도가 위중할 경우에는 3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 중국 정부는 제도 정비와 동시에 2015년 7월 환경보호 감찰방안을 수립했다. 이에 따라 2016년부터 2년여에 걸쳐 총 15개 성(省)을 대상으로 폭넓은 환경보호 감찰을 실시했다. 1년 동안 환경보호 위반 단속 결과 중국 정부는 2016년 한 해 공장 9976곳을 폐쇄하거나 압류했고, 5673명에 생산 제한·정지 명령을 내렸다. 법을 위반한 혐의로 구속된 관련자 수만 4041명에 달한다.

요즘 날씨처럼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날이면 중국은 강제 2부제를 시행하고, 공장은 물론 발전소까지 가동을 중단한다. 도심에선 디젤 차량의 운행을 제한한다. 전 세계 전기오토바이와 전기자전거의 90%가 중국에서 운행될 만큼 전기차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도시 구조 자체를 재편시키기도 한다. 베이징시 청사를 시 외곽으로 이전하고,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된 공장을 도심 밖으로 옮기는 식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중국 산시성과 허난성 등 내륙으로 이전했다. 다만, 이 때문에 이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오히려 나빠져 결과론적으로는 ‘분산 효과’에 그쳤다는 비판을 대외적으로 받고 있다.

최첨단 장비 투자해 미세먼지 원인 파악에도 주력

그럼에도 중국 정부가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강력한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펼치고 있는 점은 우리 입장에서 주목해야할 사실이다. 11월 초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중국 대기환경과학 기술대회에 참석한 원영재 기후변화실천연대 대표는 “중국 전문가들은 위성과 항공기·선박 등 최첨단 장비를 바탕으로 미세먼지 오염도 변화와 오염물질 이동 경로 등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반면 우리 정부는 중국의 영향이 얼마나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오히려 대대적인 투자로 얻은 자국 내 오염 개선 성과를 자축할 뿐 주변국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에는 주목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먼저 국가 차원에서 근거 있는 통일된 연구 결과를 발표해야만 한·중 양국의 현안인 미세먼지 문제도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460호 (201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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