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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의 이솝투자학] 노후자금 쉽게 만드는 법 

 

서명수
종잣돈과 ‘황금알을 낳는 거위’... 지출통제는 간접 소득창출 효과

어떤 농부가 아름다운 거위 한 마리를 기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 거위는 보통 거위가 아니었다. 황금알을 낳는 특별한 거위였다. 농부는 거위를 정성스럽게 길렀다. 거위는 하루에 한 알씩 황금알을 낳았다. 덕분에 농부는 부자가 될 수 있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애지중지하며 잘 보살피던 그는 어느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거위는 하루에 한 개씩만 황금알을 낳잖아. 하지만 거위의 뱃속에는 수많은 황금알이 들어 있을 거야. 그걸 한꺼번에 꺼내 내다 팔면 나는 큰 부자가 될 수 있을걸. 그래, 하나씩 낳기를 기다리지 말고 거위를 잡아서 알을 모두 꺼내야지.” 농부는 곧 거위를 잡아 배를 갈랐다. 서둘러 거위의 뱃속을 들여다 보았다. 그러나 많은 황금알이 들어 있을 거라 생각했던 배는 다른 보통의 거위와 똑같았다. 그렇게 거위는 허망하게 죽어버렸고, 그는 이제 더 이상 황금알을 얻을 수 없게 됐다. 거위의 주인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크게 한탄했다. “아! 나는 왜 이렇게 어리석단 말인가. 큰 욕심을 부리다가 아무 것도 얻을 수 없게 되고 말았구나.” 하지만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사진:gettyimagesbank
농부는 더 많은 황금알을 가지고 싶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게 됐다. 그 결과 한꺼번에 많은 황금알을 얻으려는 소망이 물거품이 됐음은 물론 매일 하나씩 얻을 수 있던 황금알도 더 이상 구경조차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우화는 종잣돈의 중요성에 비유할 수 있다. 여기서 거위는 종잣돈, 또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의 밑천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때 황금알은 이자 혹은 수익에 해당한다. 종잣돈은 이자 수입이나 투자 수익을 얻는 원천이 되지만 만약 잠깐 동안의 욕심에 눈이 멀어 다 써버린다면 돈을 불리는 일은 물 건너 가게 된다. 농부가 거위를 죽여 황금알을 하나도 얻을 수 없었던 것처럼.

종잣돈은 이자 수입이나 투자수익의 원천

한푼 두푼 모아 통장에 노후를 위한 종잣돈 1000만원이 저축돼 있다고 치자. 마침 대학에 다니는 두 자녀의 학자금 납부 통지서가 날아들었는데, 금액이 1000만원이었다. 통장을 깨서 그 돈으로 학자금을 내고 나면 노후자금을 만들기 위해 불려 나갈 수 있는 종잣돈이 모두 날아가 버리게 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의 노후를 위한 종잣돈을 지켜나가야 한다. 물론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끈기와 참을성을 키워야 하고 유혹을 떨칠 수 있는 냉정함도 유지해야 한다. 쓸 데가 생겼다고 종잣돈을 깨버리거나 하면 노후는 곤경에 빠지게 된다.

실제 연금저축계좌 가입자의 절반 가까이가 중도해지해 적립금을 찾아 쓴다고 한다. 이유는 대개 내 집 장만, 자녀 교육비 마련을 위한 급전 조달이다. 연금저축을 중도해지 하면 세금 폭탄등 불이익이 생긴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만약 연금저축계좌에 있는 돈은 1700만원인데, 중도해지하면 기타소득세 16.5%(280만5000원)와 해지가산세 2.2%(35만2000원) 등 모두 315만원이 넘는 돈을 토해내야 한다. 결국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1384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 어쩌면 미래를 위한 종잣돈을 지키기보단 눈 앞의 급전 유혹에 더 흔들리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당장이 급한데 미래가 어쩌니 해봐야 소 귀에 경 읽기다.

연금저축계좌의 노후 종잣돈 유지를 위해선 해지보단 납입중지나 납입유예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금저축신탁이나 펀드의 경우 납입을 중단했다가 언제든 재개할 수 있고, 연금저축보험은 1회 당 최대 12개월, 3회까지 납입유예할 수 있다. 연금저축 담보대출도 고려할 만하다. 대부분 금융사는 노후 대비 자금인 연금저축상품의 특성을 반영해 대출이자율을 낮게 정하고 있다. 납입금액 중에서 세제 혜택을 받지 않은 금액은 세금 부과 없이 중도인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연금저축에 매년 1000만원을 냈다면, 세제 혜택을 받은 400만원을 제외한 600만원에 대해서는 세금 없이 중도인출을 할 수 있다.

종잣돈을 빨리 만드는 방법은 투자금의 수익률을 높이든지, 아니면 저축 규모를 늘리든지 둘 중 하나다. 수익률만 높인다면 현재 지출 수준을 유지하면서 보다 빨리 목돈을 마련할 수 있어 똑똑한 방법처럼 보인다. 남들이 하는 것을 보면 수익률을 올리는 것이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수익률을 높인다는 것은 단순히 정기적금이나 정기예금 같은 저축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이 무엇이든 투자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테면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다. 투자에 성공할 자신이 있으면 한번 해보시라. 단기간에 수익률을 올리는 게 쉽지 않은 일임을 막대한 수업료를 지불하고서야 실감하게 될 것이다. 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올리려면 아무리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운이 따라줘야 한다. 개인이 단기간에 투자에 성공했다면 90%가 운이다.

그러므로 불확실한 수익률을 높이고자 애쓰기보다는 저축 액을 늘리는 것을 권한다. 우리는 시장을 맘대로 할 수 없지만 얼마나 저축할지에 대해선 완전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저축 규모를 늘리려면 소득을 키워야 하는데 호락호락하지 않은 일이다. 승진을 하거나 몸값을 올려 이직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퇴직이 임박한 상황에선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소득창출 효과를 가진 간접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대표적인 것이 지출통제다.

월 지출액 10%줄여 저축했더니 연 수익률 11%

지출통제란 긴요하지 않은 소비를 억제하거나 돈이 새나가는 구멍을 틀어막는 것을 말한다. 그 효과가 얼마나 대단한지 어렵지 않게 입증할 수 있다. 월급 400만원을 받는 사람이 이 중 50%인 200만원을 연 2%짜리 금융상품에 저축하고, 나머지를 지출한다고 가정해 보자. 여기서 지출을 10% 줄여 투자를 늘리면 월 저축금은 200만원에서 220만원으로 늘어난다. 그런데 이 20만원을 원금이 아닌 이자로 생각해보라. 지출을 줄여 저축하는 것이므로 원금보다는 이자로 보자는 것이다. 월 220만원씩 연 2%의 적금을 들면 1년 후 2664만원이 생긴다. 이를 원금 2400만원 기준 실질수익률로 환산하면 연 11%다. 저금리 시대엔 10%의 수익을 올렸다면 대박이란 소리를 듣는다. 지출을 줄여 저축금을 늘리면 그렇게 애를 쓰지 않고도 두 자릿수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는 게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무리하게 돈을 절약하다 보면 삶의 질이 떨어지고, 또 그 상태가 지속되면 지출 통제로 인한 피로감이 쌓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를 테면 커피 같은 기호품을 절약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카페라테 효과’로 불리는데, 커피처럼 사소한 비용을 절약하면 종국엔 큰돈이 된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기호품 비용을 줄이는 것은 절약 효과가 크지 않고, 오히려 조그만 호사에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 절약이 지나치면 삶을 삭막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종잣돈을 만들려는 목적이 어쨌든 노후 삶의 질을 높여보자는 것이 아닌가. 지출을 통제할 때는 심리적 부담이 적은 것부터 차근차근 실천하는 것이 좋다.

※ 필자는 중앙일보 ‘더, 오래팀’ 기획위원이다.

1463호 (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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