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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반도체株 하락 강도 점점 약해질 듯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4분기 이익 감소 전망... 반도체 경기 변동폭 과거보다 줄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
삼성전자 주가가 4만원 밑으로 내려왔다. 액면분할 전 가격으로 따지면 200만원이 깨진 것이다. 이익 규모가 작아서가 아니다. 시장에서는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62조원에 달할 걸로 전망하고 있다. 65조원을 바라보던 때보다는 후퇴했지만 여전히 큰 규모다. 그럼에도 주가는 고점 대비 30% 하락했다.

반도체 주가 하락은 이익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4분기 삼성전자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65조원과 14조원에 그칠 걸로 전망하고 있다. 3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비슷하지만 영업이익은 20% 정도 줄어든 수준이다. 문제는 부문별 이익인데 과거 이익이 줄어들 때는 특정 사업부만이 문제였던 반면 이번은 모든 사업부에서 이익이 동시에 줄어들 걸로 전망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사정이 비슷하다.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1조원과 5조5000억원으로 3분기에 비해 3%와 15% 정도 줄어들 걸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 4만원선 무너져


반도체 가격 하락이 이익이 줄어든 원인이다. 7월에 D램 시장가격이 고정가격 밑으로 떨어졌다. 반도체 경기가 좋아진 2016년 이후 처음 발생한 일이다. 2017년중반에 둘이 거의 근접한 적이 있지만 가격이 역전이 된 경우는 없었다. 고정가격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개별 계약을 통해 정하는 가격이기 때문에 둘의 의사가 중요하다. 그래도 시장가격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데, 시장가격이 떨어지고 시간이 지나면 고정가격도 하락하는 게 일반적이다.

D램 가격 하락은 모바일과 PC용 반도체 수요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당초 모바일 D램은 비용구조가 개선되고 있어서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수익성을 유지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거라 전망했었다. PC용은 전체 반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도 되지 않아 다른 부문이 PC용 수요 감소를 메워줄 걸로 기대했었다. 막상 상황이 벌어지자 기대와 다른 모습이 나타났다. 한 부문에서 시작된 가격 하락이 다른 부문으로 빠르게 확산돼 앞으로 반도체 가격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최소한 내년 1분기까지 반도체 가격 하락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가격이 예상보다 빠르고 크게 떨어지고 있는 데다 이를 메워줄 수 있는 물량 증가가 눈에 띄게 늘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이 하락할 때에는 수요자가 물건을 사려는 의지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반도체가 그런 상태다. 내년 2분기는 수요 업체들이 투자를 재개하는 시점이어서 그 즈음에 반도체 업황이 바닥에 도달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미국의 서버 수요 둔화, 중국의 스마트폰 시장 부진도 반도체 경기에 악영향을 미쳐

크라우드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 용량이 급증했다. 그 영향으로 서버 수요가 늘었고, 그게 이번 반도체 초호황의 동력이 됐다. 덕분에 2016년에 반도체 수요에서 20%를 차지했던 서버 부문의 비중이 올해 상반기에는 25%로 커졌다. 서버 중심의 수요 증가가 당분간 계속될 걸로 보인다. 5세대 통신(5G) 등 기술의 진보에 따라 데이터 용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 전망이 양호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아있다. 단기 수요도 그중 하나인데, 서버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새로운 서버 구매보다 보유하고 있는 재고를 소진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이런 움직임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세계적 수요자들에서도 나타난다. 3분기 들면서 구글과 페이스북의 투자액이 각각 50억 달러와 30억 달러대로 낮아졌다. 1분기에는 80억 달러와 50억 달러였다. 모두 반도체 수요 감소 요인이다.

중국은 다른 형태로 반도체 수요 감소에 역할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부진하면서 높은 반도체 가격에 대한 저항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스마트폰 모듈과 제조 업체의 재고가 증가하다 보니 내년 상반기까지는 새로운 수요보다 재고 축소가 먼저 진행될 것 같다.

반도체는 기복이 심한 업종이다. 업황이 좋을 때는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지만 반대로 불황 때에는 가격이 빠르게 하락한다. 1996년이 대표적인 예다. PC 보급이 세계로 확대되고 때마침 MS에서 윈도우를 내놓으면서 수요가 폭발했다. 4메가 D램 한 개 가격이 48달러까지 상승할 정도였다. 문제는 경기가 꺾인 후다. 1년 만에 제품 가격이 1달러도 안 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런 특성 때문에 업종 경기 변동에 따른 이익의 기복이 심하고 주가도 요동을 친다. 최근에 반도체 회사가 양호한 이익을 내는 데도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는 것은 이런 업종 특성을 반영한 결과다.

다행히 이번 반도체 경기 둔화는 과거 어느 때보다 완만하게 진행될 걸로 전망된다. 큰 진폭을 몇 번 겪은 반도체 회사들이 경기 둔화 가능성에 맞춰 일찍부터 공급 조절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기업들이 빠르게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면서 수요를 훨씬 초과하는 공급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현저히 줄었다.

공급자가 줄어든 것도 진폭이 축소된 요인이다. 과거에는 많은 공급자 때문에 호황 때에는 과잉 투자가, 불황 때는 공급 과잉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2006년부터 이런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불황기 때 투자액이 호황기 때의 절반도 되지 않았지만 2006년 불황기 때에는 감소율이 30%대로 줄었고 2014년에는 투자가 크게 줄지 않는 형태로 바뀌었다. 여러 차례 불황을 거치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대응 능력이 향상된 것이다. 2016년 호황기는 투자 규모가 굉장히 커 일정 부분 감소가 예상되지만 규모가 크지는 않을 것이다. 시장에서는 내년에 D램이 164억 기가비이트(GB)의 수요와 167억 기가바이트의 공급으로 소폭의 공급 우위에 그칠 걸로 예상하고 있다.

불황에서 호황으로 전환까지 1년 반 정도 걸려

삼성전자 주가가 4만원 밑으로 내려왔지만 아직 바닥을 얘기하긴 이르다. 1990년 이후 반도체는 다섯 번의 업황 둔화를 겪었다. 1996년~1998년, 2000년 말~2001년, 2007년~2008년, 2011년~2012년, 2015년~2016년 초가 그 때다. 한 번 불황이 시작되면 다시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1년 반 정도 시간이 걸렸다. 여섯 번째 반도체 경기 둔화가 언제 시작됐는지 분명치 않다. 시장가격과 고정가격의 역전현상이 나타난 7월을 시작점으로 볼 경우 지금은 경기 둔화가 시작되고 6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셈이다. 둔화가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이번 둔화는 과거 어떤 때보다 부드럽게 진행될 걸로 보인다. 호황기 때 반도체 가격 상승이 크지 않아 가격 부담이 작으며 IT산업 발전으로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다. 이미 주가가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연초 이후 주가 하락이 빠르지 않다. 1996년이나 2000년 불황기 때에는 정점을 치고 4~5개월 후에 주가가 고점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지만 지금은 10개월 간 30% 하락하는 데 그치고 있다. 당분간 반도체 주가 전망은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이익보다 미래 이익에 맞춰야 한다. 바닥을 특정하긴 힘들지만 조만간 하락이 현저하게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1465호 (201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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