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경제 심리회복은 정부 신뢰가 첩경 

 

신세철 경제칼럼니스트(전 금융감독원 조사연구국장)
‘경제는 심리다’라는 말처럼 가계와 기업의 경제심리 변화 추이를 제대로 읽어야 경기 상황과 변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가계의 저축과 소비, 기업의 투자와 생산, 정부 정책 집행 과정에서 경제 현실과 어긋나는 시행착오를 방지하려면 경제심리 흐름과 그 변화를 멀리 살펴야 한다.

경제심리지수는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로, 경기 판단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실제로 경제심리지수(ESI) 순환변동치와 경제활동의 결과를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 증감률 추이는 거의 비슷한 모습을 보이며 변화하고 있다. 경제심리를 회복 또는 호전 시키려면 정부 부문에 대한 민간 부문의 신뢰 기반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흔히 ‘경제는 심리’라고 한다. 파도처럼 밀려왔다 밀려가는 경기순환은 경제 주체들의 심리 변화에 따라 그 진폭과 주기가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계·기업·정부의 모든 경제적 선택은 경기순환과 역행하지 않아야 효과는 크게 하고 부작용은 작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경기 정점(peak)에서, 즉 시장금리가 하락하려는 상황에서, 설비투자를 확장하려고 장기채를 발행하는 기업은 금융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워진다. 반대로 경기 저점(trough)에서, 머지않아 시장금리가 오르려는 상황에서, 장기채를 매입하는 투자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손실을 피해가기 어렵다. 경기 후퇴에서 침체로 가는 길목에서 (기준)금리를 내리기는커녕 오히려 올려 특히 서민들의 경제심리를 더욱 쪼그라들게 하는 안타까운 모습은 2018년 세밑에 한국 경제가 마주친 안타까움이다.

소비자와 기업이 경제를 보는 시각을 종합하면 나라 전체의 경기 상황과 변화 방향을 가늠하는 지표를 만들 수 있다. 경제심리지수는 민간 부문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을 종합적으로 관찰하기 위해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해 산출한다. 한국은행이 작성하는 경제심리지수의 구성 항목과 가중치는 실물경제지표인 GDP에 대해 높은 설명력과 대응성을 갖도록 선정하고 있다.

그리고 경제심리의 순환적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계절 및 불규칙 요인을 제거해 경제심리지수 순환변동치를 산출한다. 경제심리지수 순환변동치는 GDP 성장률(전년 대비)과 거의 같은 모습을 보이며 변화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경제심리는 가계와 기업의 합리적 경제적 선택을 위한 중요한 지표가 된다. 다시 말해, 각 경제 주체들의 모든 경제적 선택은 경제심리와 조화를 이뤄야만 그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과 후유증은 줄일 수 있다. 경제심리와 어긋나는 경제적 선택은 경제순환에 장애를 일으킨다. 경제심리가 지나치게 낙관으로 흐르거나 반대로 비정상으로 비관에 빠져들면, 가계 소비생활과 기업 투자활동을 왜곡시키기 쉽다는 이야기다.

정책 당국이 민간 부문의 경제심리 변화를 도외시하거나 정책 목표에 맞추려 들다가 돌이키기 어려운 시행착오를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 먼저, 2000년대 초반 외환위기가 지나면서 정부는 경기를 북돋으려 미래 경제에 대한 낙관론을 펼치면서 절약의 역설(paradox of thrift)을 주장하며 소비를 부추겼다. 소비가 미덕인양 카드 사용을 이중삼중으로 권장했다. 소비자 사이에 일단 쓰고 보자는 과도소비, 과시소비, 모방소비 풍조가 퍼지며 단기에 있어서는 세계적 불경기에서도 우리나라만은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뒤이어 청년 신용불량자가 늘어나기 시작하고 결국 2003년에 이르러 카드대란 사태를 촉발했다. 가계부채가 확대되면서 중장기에 있어서는 소비를 위축시키는 원인이 되어 한국 경제를 무기력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다음, 경기순환구조로 보아 경기 후퇴기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어떠한 통계수치나 논리적 근거 없이 ‘소득주도성장 정책’ 효과가 낙엽이 지면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에 찬 발언이 보도됐다. 경제상식과 배치되는 때문인지, 마치 선지자의 예언처럼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사람들은 그렇게 되기를 진정 바라고 바랐다. 그러다 경기 후퇴에서 침체로 이어지자 말을 바꿔 ‘눈이 내리면 회복된다’는 이야기에서는 선무당이 사람 잡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같은 것이 다가왔다.

경기가 침체되는 분위기가 뚜렷해지는 데도 다시 말을 바꿔 ‘들판에 보리 싹이 자라면’ 경기가 정상궤도를 회복할 것이라는 호언장담에서는 황당무계하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그 그림자가 ‘선지자’에서 ‘선무당’으로 다시 황당한 모습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가계와 기업의 경제심리는 주름이 깊어가고 있었다. 폐업을 예고한 식당에서 사람들이 한가하게 뉴스를 보면서 무엇인가 불안해하며 걱정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위의 두 가지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경제에는 공짜가 없다’는 변함없는 사실이다. 적어도 경제만은 힘 있는 누구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생산량이 늘어야만 일자리가 생긴다. 더구나 기술혁신으로 생산량이 웬만큼 늘어나도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이 짙어가고 있다. 산업구조의 변화 때문이다. 그런데도 “막연하게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하다가는 정부에 대한 불신을 싹트게 하고 경제심리를 그늘지게 할 뿐이었다.

시장을 이기고 시장을 마음대로 이끌려다가는 정부실패를 초래하고 어느 누군가는 반드시 그 대가를 더 크게 치러야 한다. 경제 현실과 어긋나는 정부 정책의 엇박자는 파열음을 내고 경제심리를 위축시켜 경기를 후퇴시키게 하게 마련이다.

가계와 기업이 앞에서는 정부를 두려워하고 뒤에서는 무시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정책에 대한 신뢰가 엷어지고 경제심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경제심리를 살리려면 너도나도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엉뚱한 수사(rhetoric)를 쓰지 말고, 국민경제가 마주친 경제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같이 고민하는 것이다. 서두르지 말고 가계와 기업을 설득하고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

논어에서도 나라를 경영하면서 양식과 병력과 신뢰 세 가지 중에서 부득이 버려야 할 것이 있다면, 병력을 먼저 버리고 마지막까지 백성들의 신뢰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2018년과 같은 상황에서 경제심리를 회복시키는 관건은 정부와 정책에 대한 신뢰 형성에 있다. 어느 누구나 정부 정책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절실하다. 대다수 가계와 기업의 살림살이가 좋아지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이야기다. 기해년 새해에는 정부에 대한 신뢰(trust)가 굳게 형성되고 모든 국민들의 나라에 대한 긍지가 두터워지기를 바란다. 경제심리 회복을 위한 첩경이다. 경제는 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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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7호 (2019.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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