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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희비 엇갈린 두 호텔] 면세점 키워 웃은 호텔신라 ... 면세점 떼네 운 신세계조선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신세계, 트렌드 동떨어진 ‘레스케이프’로 고전 … 신라, 면세사업 호황 반사이익

▎지난해 10월 한한령 이후 최대 규모인 중국인 단체 관광객 800여 명이 서울 장충동 신라면세점을 방문했다. / 사진:연합뉴스
신세계조선호텔이 야심차게 선보인 첫 독자 브랜드 호텔 ‘레스케이프’가 고전하고 있다. 신세계가 지난해 7월 레스케이프를 선보일 때만 해도 업계 안팎에선 기대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다소 난해한 콘셉트와 높은 가격대가 발목을 잡았다. 시장 반응은 지난해 3분기 실적에 그대로 드러났다. 신세계 조선호텔은 지난해 3분기 3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레스케이프에서만 52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이용호 신세계조선호텔 대표는 레스케이프 오픈 당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독자 브랜드 호텔을 5개까지 늘리겠다”며 포부를 밝힌 바있다. 호텔에서 면세사업을 떼어낸 후 독자 브랜드를 운영해 호텔사업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목표였다. 그러나 오히려 적자폭만 늘린 결과를 낳았다. 신세계 측은 독자 브랜드 호텔 추가 확장 계획에 대해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신세계는 당초 레스케이프를 ‘어반 프렌치 스타일’의 부티크 호텔(규모는 작지만 독특하고 개성있는 건축 디자인과 인테리어, 운영 콘셉트, 서비스 등으로 기존 대형 호텔과 차별화를 이룬 호텔)로 고급화한다는 전략이었다. 5성급 호텔의 기준에 연연하지 않은 대신 스위트 객실 비율을 높이고 고풍스럽고 독특한 인테리어와 미식 레스토랑 등을 들이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업계 트렌드는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호텔 내에서도 해외 여행 못지 않은 휴가를 즐길 수 있는 ‘호캉스(호텔+바캉스)’가 대세였다. 2017년부터 중국인을 필두로 한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며 호텔 업계가 내국인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면서부터다.

실제로 특급호텔과 비즈니스호텔의 내국인 고객 이용 비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내국인 투숙은 주말·연휴·명절·휴가 시즌에 집중됐다. 가족 단위로 호텔을 찾아 식음장은 물론 수영장과 다양한 문화시설을 즐기려는 수요도 늘었다. 그러나 미식 레스토랑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치중한 레스케이프의 콘셉트는 이와 거리가 멀었다. 업계 관계자는 “내외국인 모두에게 높은 가격대에 비해 즐길거리가 부족한 호텔이라는 평가가 잇따랐다”며 “호캉스를 즐기기에 적합하지 않은 분위기가 고객의 외면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非)호텔리어’ 출신으로 레스케이프의 첫 총지배인으로 발탁돼 호제를 모았던 김범수 총지배인은 지난해 12월 1일 단행된 그룹 임원 인사에서 해임됐다. 보직에 오른 지 불과 6개월 만이다. 김 전 총지배인은 현재 기존에 겸직하던 신세계조선호텔 식음기획담당 업무만 맡고 있다.

호캉스 트렌드와 동떨어진 고급화


레스케이프에서 발생한 적자가 신세계조선호텔의 전체 실적에 영향을 미쳤지만 결국은 지난해 면세사업을 독립시키면서 장기적인 성장동력 확보에 실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지난해 3월 자회사인 신세계면세점글로벌 지분 100%를 계열회사인 신세계디에프글로벌에 매각했다. 신세계면세점글로벌은 신세계면세점 부산점과 인천국제공항 제1 터미널점을 맡고 있었다. 이에 따라 신세계그룹의 면세사업은 신세계→신세계디에프→신세계디에프글로벌로 일원화됐다. 2012년 파라다이스면세점을 인수하면서 면세업에 뛰어든 신세계조선호텔의 면세사업 부문은 초기 투자 탓에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호텔사업은 흑자를 내면서 연결기준 영업손실을 상쇄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신세계조선호텔의 2017년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181억원이다. 이 중 면세사업은 189억원의 적자를, 호텔사업은 8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지난해 면세 부문을 매각하며 영업이익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 기대했다. 이용호 대표는 지난해 “그동안 면세사업에 진출하면서 초기 자금이 많이 투입됐고 그 여파로 지난해까지 적자가 이어졌다”며 “(레스케이프와 같은) 새로운 호텔사업을 전개해나가면 다른 호텔보다 수익구조를 단단히하면서 호텔사업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호텔업 위주로 축소되면서 매출 규모가 쪼그라든 데다 레스케이프의 부진으로 적자폭까지 키운 꼴이 됐다. 2017년 신세계조선호텔의 연결 매출액 5418억원 중 약 68%(3618억원)가 면세 부문에서 나왔다.

이와 달리 면세와 호텔을 여전히 함께 하고 있는 호텔신라의 실적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호텔신라 매출은 면세업이 90%를 차지하며 호텔·레저사업부 10% 등으로 구성된다. 호텔신라는 2018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조5208억원, 1816억원을 기록했다. NH투자증권은 1월 초 호텔신라가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1246억원, 572억원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269%씩 증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역대 최고치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한국면세점협회는 지난해 초부터 11월까지 국내 면세점 누적 매출액이 158억1485만달러(약 17조6000억원)로 11월에 이미 전년도 전체 매출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12월 실적까지 포함하면 19조원 규모를 넘어설 것이란 게 업계의 평가다. 면세사업 호황 덕을 호텔신라가 톡톡히 봤다는 분석이다.

면세점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 ‘이부진식 리더십’이 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호텔신라 경영에 나선 이후 면세사업에 전력을 기울이며 매출을 크게 끌어올린 바 있다. 호텔신라의 매출액 규모는 2010년 이 사장이 취임한 첫해 1조4614억원에서 이듬해 1조7983억원, 2012년 2조2196억원 등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2017년엔 4조114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호텔신라가 보따리상으로 인한 면세 호조 덕분에 지난해 최대 실적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며 “올해도 외국인 관광객이 지속해서 늘어난다면 영업이익 기준 20%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라스테이 선전하며 실적 증가에 힘 보태

호캉스 열풍도 호텔신라에게는 호재로 작용했다. 호텔신라가 지분 100%를 보유한 신라스테이의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것. 전국 11곳을 운영하는 신라스테이 지난해 매출은 856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늘었다. 영업이익은 44억원이다. 다양한 가격 할인 이벤트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강화한 덕분이다. 신라스테이의 평균 투숙률은 80%에 이른다. 호텔신라는 올해 베트남 다낭과 하노이 진출도 앞두고 있어 실적 향상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면세사업에서 힘을 받고, 호텔사업도 선전한 덕분에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면서도 “최근 중국 내 전자상거래법 시행으로 올해는 따이공의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469호 (2019.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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