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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의 정치·사회 인식] 정치 성향 ‘중도보수’ 지지 정당 ‘없음’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문재인 정부 국정수행 점수는 ‘C’… “성장동력 부재가 한국 사회 심각한 문제”

▎사진:© gettyimagesbank
한국의 크고 작은 기업 임원들은 어떤 정치·사회 인식을 갖고 있을까. 정치 인식부터 짚어보면, 본지 설문조사에 응한 임원 중 과반수인 51.0%는 자신의 정치 성향을 ‘중도’라고 답했다. 다만 ‘보수’(27.6%) ‘매우 보수’(6.1%)라는 응답이 ‘진보’(14.3%) ‘매우 진보’(1.0%)보다 많았다. 종합하면 한국의 임원들은 평균적으로 ‘중도보수’ 정도의 정치 성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지지하는 정당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다. 절반에 가까운 46.4%가 ‘없음’에 표를 던져 정당들이 썩 마음에 들지 않음을 내비쳤다. ‘더불어민주당’(36.1%) ‘자유한국당’(14.4%) ‘바른미래당’(2.1%) ‘정의당’(1.0%)이 뒤를 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수행에 대한 점수를 학점처럼 매긴다면 어떨지에 대한 질문엔 ‘B’와 ‘C’를 고른 임원이 각각 35.4%로 동률을 이뤘다. 다만 ‘A’(7.3%)보다는 ‘D’(13.5%)와 ‘F’(8.3%)를 고른 임원이 훨씬 많아 전체적으로는 “잘했다”를 뜻하는 B보다 “보통이다”인 C쪽에 더 가까웠다. 이는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데서 비롯됐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만족도에 대한 질문에 ‘보통’(36.5%) ‘불만족’(29.2%) ‘매우 불만족’(20.8%) 응답이 1~3위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다. 이처럼 평가한 이유에 대한 주관식 문항에선 “글로벌 경쟁력 강화 관점이 없다” “청와대 참모진이 실물경제에 대해 무지하다” “(경제정책이) 너무 이론적이라 현실성이 결여됐다” 등의 답변이 나왔다.

임원 61.9%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반대”

임원들은 특히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생각으로 ‘반대’(61.9%) ‘찬성’(25.8%) ‘아무 생각 없다’(12.4%)고 답해 반대표가 찬성표를 압도했다. 이유를 묻는 주관식 문항에서 이들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중소기업이 어려워짐” “오히려 인력 수요가 줄어듦” “자영업자들 피해 가중” “오르는 임금에 비해 더 빠르게 오르고 있는 물가” 등을 지적했다.

임원들의 사회 인식은 어떨까. 먼저 사회적으로 그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여성 임원 할당제 등을 통한 여성 임원 확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찬성’(43.9%) ‘반대’(31.6%) ‘아무 생각 없다’(24.5%)로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많았다. 임원들은 주관식 문항에서 “남녀 구분 없이 능력 위주여야 하기 때문” “여성의 사회 참여도가 높아져야 (국가적으로) 줄어드는 노동 인력을 대체할 수 있고 개인의 자아 성취 측면에서도 필요하기 때문” “남성 위주의 사회가 변해야 한다” “다양한 관점의 사고가 (사회적으로) 필요하다” 등의 목소리를 냈다. 다만 “확대는 좋으나 할당제엔 반대한다” “유능한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 우려된다”는 의견도 적잖았다.

이민을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는 물음엔 59.8%가 ‘없다’고 답해 40.2%의 ‘있다’는 답변을 앞질렀다. 한국의 임원 10명 중 6명은 지금 누리는 사회적 지위와 국가 상황 등에 대해 하급자들보다 전반적으로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본지가 2015년 한국의 부장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설문조사(본지 1273호 ‘부장으로 산다는 것은’ 커버스토리 참조)에선 58.2%가 “이민을 고려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바 있다. 이민을 생각 중인 일부 임원은 “새 환경에 대한 도전”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국내 미세먼지 이슈” 등을 이유로 들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는지도 물었다. 응답 임원의 44.4%는 ‘성장동력 부재’를 첫손에 꼽았다. 이어 ‘사회적 불신’(26.3%) ‘저출산·고령화’(12.1%) ‘빈부 격차’(10.1%) ‘교육 시스템’(7.1%) 순이었다. 기업인으로서 지속적인 국가 경제 성장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는데 비해, 이를 위한 동력이 덜 보이는 현재의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빈부 격차를 가장 큰 문제로 꼽은 임원은 10명 중 1명에 불과, 사회 양극화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덜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보다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한 각종 대국민 설문조사에서 빈부 격차가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 단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2017년 한국대학신문 설문조사에선 대학생의 33.4%가 이같이 응답해 2위 ‘부정부패’(23.9%)를 앞지른 바 있다. 임원들은 또 한국 경제의 성장을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미래기술 개발과 신산업 발굴’(53.1%) ‘기업을 옥죄는 규제 개혁’(38.8%)을 주로 꼽았다. 나머지 8.2%는 ‘갑을 관행 해소와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을 꼽았다.

“성장동력 부재가 빈부 격차 확대보다 문제”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 개혁이 가장 시급한 분야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선 과반수인 53.1%가 ‘정치’라고 답해, 임원들 역시 다수 국민과 마찬가지로 정치 분야 개혁이 급선무라고 생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는 ‘경제’(17.3%), 세 번째는 ‘노동’(10.2%)이었다. ‘교육’(9.2%)과 ‘언론’(7.1%) 분야 개혁이 시급하다고 응답한 임원도 적잖았다. 이번 설문조사는 본지가 국내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외국계 기업 임원 100명을 대상으로 각각 진행했다.

1470호 (2019.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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