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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독식 구조로 변질된 공유경제] “억만장자 있어도 백만장자 없다” 비판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독점적 박리다매형 P2P 플랫폼으로 전락… 노동법 적용 안 받는 ‘긱 이코노미’ 문제도

▎공유차 서비스 우버의 등장으로 택시산업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미국 택시기사들이 집회에 나섰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 모두를 들뜨게 하는 이상적인 정책이나 사회적 흐름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경계해야 한다는 뜻의 서양 속담이다. 18세기 서구 열강들은 근대화론을 앞세워 식민지 개척에 나섰고, 1990년대 남아메리카의 민주화 물결은 좌파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이어져 경제난을 초래했다. 체제 전환을 가져오는 어젠다는 대중의 감성을 사로잡는 아이디어로 무장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2000년대 후반 등장한 공유경제도 이와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공유경제는 남는 집이나 자동차가 있는 사람이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공유함으로써 사회 전체 후생을 늘리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그러나 현재는 이 재화를 다수 보유해 수많은 사람에게 임대하는 기업형 공유 사업자의 장으로 바뀌고 있다. 택시·부동산·쇼핑 등 분야에서 기존 사업체들을 무너뜨리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기존 사업체 무너뜨리며 고속 성장


보험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공유차 회원 수는 2013년 19만 명에서 2017년 480만 명으로 4년 사이 약 25배로 급증했다. 국내 공유오피스 지점 수도 이 기간 25개에서 83개로 늘었다. 서울시 에어비앤비 숙소 수도 1510개에서 3만735개로 불어났다. 공유경제 플랫폼에 참여하는 공급자와 사용자 모두 늘어난 것이다. 공유경제의 매력은 자동차·집·사무실 등 재화를 필요할 때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개인 간 거래(P2P)를 통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기존 기업 서비스보다 싸다.

일반인들도 서비스를 제공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공유경제 생태계는 날로 커지고 있다. 공유기업은 이런 수요를 묶는 P2P 플랫폼을 제공하고 거래가 발생할 때 생기는 수수료 수입을 챙긴다. 이런 공유기업의 등장은 기존 산업의 몰락과 양극화 심화라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공유기업의 P2P 플랫폼이 생태계를 끝까지 확장시키면 기존 기업들이 얻던 수수료 수입을 독식할 수 있게 된다. 일종의 박리다매 수익구조를 갖추게 되는 셈이다.

공유경제의 확산은 불가피하게 양극화를 발생시키고, 기존 산업의 해체로 이어진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쿠팡·티켓몬스터·위메이크프라이스 등 소셜마켓들이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할인 경쟁에 나서는 것은 결국 플랫폼 장악 목적 때문”이라며 “앞으로는 억만장자는 있어도, 백만장자는 없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공유경제와 플랫폼의 확산으로 여러 사회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뉴욕의 경우 2015년 우버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이제는 우버 사용자 수가 택시 사용자를 40%나 앞지르는 등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에 뉴욕 택시면허 가격은 90% 폭락했다. 택시기사 자살 등이 잇따랐고, 급기야 뉴욕시는 지난해 우버의 신규 면허를 금지했다. 한국에서도 카카오풀 서비스에 반발해 택시기사가 분신 자살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런 까닭에 여러 사회적 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공유경제를 도입해야 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택시 단체는 지난해 12월에 “카카오 카풀은 공유경제가 아니라 약탈경제”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공유경제는 2000년대 세계적인 경기 호황으로 발생한 재화의 잉여와 양극화 해법 모색에서 출발했다. 원론적으로는 화폐를 매개로 하지 않은 공급자와 수요자 간에 교환·임대를 뜻한다. 사회적 정의 실현과 공동체 의식, 유대감 등이 공유경제의 원동력이다. 공유경제 전문가들은 일부 기업들의 이런 공유경제의 가치를 이윤 창출에 활용한 것이 본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요하이 벤클러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2015년 내놓은 책 [네트워크의 부]에서 “우버 등은 공유경제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실제는 온라인을 통해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단순한 ‘온 디맨드(On-Demand) 경제’에 불과하다”며 “공유기업들도 똑같은 거래비용 효과에 의존하고 있다. 핵심 추동력은 사회적 동기가 아니라 가격 신호라는 점이 차이”라고 했다. 벤클러 교수는 시장경제의 재창조와 창조적 공유지의 역할을 강조해온 인물이다. 에어비앤비 서비스가 등장하고 오피스텔을 여러 채 매입해 임대수익을 올리는 사례가 적지 않게 등장하고 있고, 렌터카를 활용한 공유차 서비스도 시작됐다. 이들은 소득 증대나 절세 목적으로 공유경제를 활용하고 있다. 빈집이나, 빈방, 주차장에서 쉬고 있는 차를 공유하자는 애초의 취지가 무색해진다.

해외에선 노동자 보호 보완책 마련 부심

그러나 현실적으로 스마트폰을 통한 공유 서비스 중개 비즈니스가 세를 확장하고 있고, 세계적 대기업들도 뛰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유경제는 피할 수 없는 거대한 방향성이 됐으며, 이를 거부하다가는 한국 경제가 세계적 흐름에 뒤처지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유경제 플랫폼이 제공하는 새로운 일자리도 비판을 받는다. 공유경제는 타다 드라이버, 쿠팡맨처럼 인력 수요가 발생하거나 본인이 희망할 때 선택해 복무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 독립형 일자리)’의 등장을 재촉하고 있다. 포브스는 2020년 무렵에 전체 직무의 43%가 긱 이코노미를 받아들일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정규직은 종말을 맞을 것이며, 노동자의 권리가 약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긱 이코노미는 노동유연성을 높여 생산성을 증대시키지만, 4대보험에 가입되지 않고, 퇴직금을 받을 수 없으며, 노동 3권을 행사할 수 없다. 직업 안정성은 개발자·관리자 등 소수에게만 부여되며, 대부분 사람들은 저숙련·저임금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는다. 최기산 한국은행 과장은 ‘글로벌 긱 경제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긱 이코노미로 노동 유연성이 확보되고 비경제활동 인구의 노동 참여가 촉진되겠지만, 대부분이 비정규직 형태로 고용돼 고용의 질이 떨어지고 소득이 감소할 수 있다”며 “이해상충에 따른 갈등 심화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 발생도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영국은 공유경제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 2500유로까지 면세해주고, 플랫폼 업체에 긱 근로자 고용 관련 복지 부담금을 부과하는 등 보완책을 시행하는 등 세계가 공유경제 부작용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1471호 (2019.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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