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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 PER 10배 이하인 음식료 업종 주목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삼성전자 주가 싸지만 경기 감안하면 매수는 부담”… 현금부자 기업에 투자할 만

▎사진:이원근 객원기자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주당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을 눈여겨보고 있다. 가치투자자가 대개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수익비율(PER)과 PBR이 낮은 기업을 고루 포트폴리오에 담는 것과 다른 움직임이다. 경기 둔화가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기업의 자산건전성·자본수준·부채비율 등 자산가치를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다.

PBR은 기업의 자산가치가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됐는지 알아볼 수 있는 투자지표다. PBR이 1미만일 경우 기업가치가 청산가치에도 못 미칠 만큼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이채원 대표는 “기업 수익에 대한 전망이 불확실할 때에는 PBR이 주목을 받는다”며 “경기가 나빠지면서 최근 PBR이 낮은 기업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눈에 띄는 종목은 LS(2월 13일 종가기준 PBR 0.49배)·한화(0.6배)·LG(0.66배) 등이다. 지난해 6월 8만원대 후반이었던 LS 주가는 30% 이상 하락하며 5만원대로 떨어졌다. 2월 14일 종가기준으로 5만3500원이다.

운용 전략 변화는 코스피가 박스권으로 회귀하고, 대내외적 악재로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이 대표는 “여전히 진행형인 미·중 무역분쟁은 글로벌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여기에 미국의 경기 둔화로 미국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거나 내리면 상황은 더욱 나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증시 전망은 불투명하지만 그는 비관적이지 않다. 2월 8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증시 환경이 가치주 투자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지주사, 중·장기적으로 유망


사실 가치주는 지난 3~4년 간 증시에서 소외된 종목이었다. 글로벌 경기가 호황세를 이어가면서 성장주(株)가 주목을 받아 왔다. 때문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간판펀드인 ‘한국밸류 10년투자펀드’ 수익률도 썩 좋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미·중 무역분쟁과 신흥국 금융 불안 등으로 국내외 증시가 조정기에 들어갔고, 국내 내수 부진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증시가 조정장에 들어서면 성장성에 높은 점수를 주던 투자심리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나 배당 여부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보수적 성향을 보이게 마련이다. 그는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와 더불어 가치투자 1세대로 꼽힌다. 1998년 국내 가치투자 1호 펀드인 ‘밸류이채원펀드’를 선보였다. 이후 이 회사의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를 간판상품으로 키운 일등공신이다.

이 대표는 “올해 코스피가 2000~2300포인트의 박스권 장세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그동안 증시를 이끈 반도체와 바이오과 같은 성장주는 종목별로 주가 차별화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 그는 “지금까지는 반도체 업황 호재가 있으면 관련주가 덩달아 상승했지만 이제는 개별 실적이나 이슈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며 “예컨대 삼성전자 주가는 저평가된 측면이 있지만 경기에 민감해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과감하게 담을 수 있는 가치주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추천 종목으로 필수 소비재를 꼽았다. 그중 PER이 10배 이하인 음식료 업종이 상승 여력이 있을 것으로 봤다. 또 중국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철강 업종에도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부채를 제외한 순현금이 많은 기업도 관심 대상이다. 현금부자 기업을 선호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유보자금은 많지만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 투자를 꺼리는 기업은 주주행동주의 등과 맞물려 배당을 늘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주들이 확실한 이익을 챙길 수 있다. 또 경기 둔화가 예상되고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는 시점에는 현금이 많은 기업일수록 안정적이다. 그는 “현재 순현금이 많은 기업만 100곳이 넘는다”며 “앞으로 이런 기업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금부자 대표 기업으로는 신도리코·삼영전자·동아타이어 등이다.

그는 이미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됐고 주주행동주의 성향이 강한 가진 자본들이 움직이면서 증시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본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주요 기관 투자자들이 고객 대리인으로서 기업 경영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는 행동지침을 뜻한다. 현재 국민연금을 포함해 70여 곳의 기관이 참여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도 스튜어드십코드 참여사다. 이런 움직임은 특히 지주사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는 “대주주의 낮은 지분율,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주주의 목소리가 커지면 기업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중·장기적으로 투자 기회가 지주사에 몰릴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는 메리츠금융지주(투자 비중 5.04%), NICE그룹 지주사인 NICE(4.67%) 등에 투자하고 있다.

물론 가치투자라고 PER·PBR이 낮은 기업에만 투자하지는 않는다. 트렌드도 중요하게 본다. 예컨대 전기차·자율주행 등은 주요 산업 트렌드로 꼽힌다. 이런 산업은 앞으로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가치주로 분류한다. 이 대표는 “만약 자동차 부품회사가 전기차에 납품을 하거나, 전기차 관련 자회사를 설립한다고 하면 이런 기업에는 당연히 투자해야 한다”라며 “단, 좋은 기업이라도 주가가 너무 많이 오르면 좋은 주식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매도 시기는 어떻게 잡을까. 이 대표는 “장기 투자라고 무조건 수익을 내는 게 아니라서 가끔은 손해를 보기도 한다”며 “보통 주가가 2~3배 이상 오르면 팔지만 10배 이상의 수익을 내고 판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만기가 없는 여유 자금으로 투자해야”

그는 가치투자를 시작하려는 투자자에게 조언을 전했다. 이 대표는 “가치주 투자는 3~5년은 묵혀야 하기 때문에 여유 자금으로 인내심을 갖고 투자해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며 “성향상 단기 투자자라면 애초에 가치투자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가치주를 찾고 싶은 투자자에게 한가지 팁도 건냈다. 예컨대 약사나 의사라면 제약주에, 삼성전자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IT나 부품 소재에 관심을 가지라는 것이다. 관련 제품을 매일 들여다보는 만큼 다른 사람보다 전문 지식을 갖고 있어서다. 주부라면 대형마트나 쇼핑몰 등에서 히트상품을 찾으면 된다. 이 대표는 “주식에 직접 투자를 하려면 하루에 2시간 이상은 공부해야 한다”면서 “공부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면 매일 접하는 관련 종목을 잘 들여다 보면 된다”고 조언했다.

1472호 (2019.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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