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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 시리즈 영욕의 10년] 아이폰과 경쟁하며 스마트폰 대중화 앞장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대(大)화면·간편결제·무선충전 등 잇단 혁신… 갤럭시S4 누적 7000만대 판매로 최다

한국을 넘어 세계를 대표하는 스마트폰 브랜드 ‘갤럭시S’ 시리즈가 올해로 탄생 10주년을 맞았다. 2010년 삼성전자가 ‘손 안의 PC’를 표방하며 첫 제품을 선보인 이후 총 9개의 시리즈 제품과 ‘갤럭시노트’ ‘갤럭시탭’ 같은 파생 브랜드 제품이 세계의 소비자와 만났다.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삼성전자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글로벌 강자 지위를, 소비자는 편리한 일상을, 스마트폰 업계는 혁신의 역사를 얻었다. 기념비적인 갤럭시S 시리즈의 발자취를 짚어봤다. 아울러 베일을 벗은 10주년작 ‘갤럭시S10’ ‘갤럭시 폴드’ 등에 어떤 혁신이 더해졌는지, 격변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정세는 어떤지 분석했다.


▎2월 2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빌 그레이엄 시빅 센터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 언팩 2019’에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됐다. / 사진:연합뉴스
2010년 3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이동통신산업협회(CTIA) 2010’ 행사 현장. 당시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현재 삼성전자 인재개발담당 부회장)이 내로라하는 국내외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들을 앞에 두고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쓰는 ‘스마트폰 대중화 시대’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선언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아니 더 정확히는 신(信)보다 의(疑) 쪽에 가까웠다. 앞서 애플의 세계 첫 스마트폰인 ‘아이폰’이 호평과 함께 시장에 데뷔했음에도 아직 이를 쓰는 세계인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핀란드의 노키아 같은 기존 휴대전화 시장 선도 기업들은 스마트폰의 발전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고 아예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을 정도였다.

더욱이 삼성전자가 아이폰 추격을 목표로 2009년 선보인 첫 스마트폰 시리즈 ‘옴니아’는 시장의 철저한 외면 속에 흥행에 실패한 상태였다. CTIA 2010에서의 ‘선언’ 직후인 같은 해 4월 삼성전자가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첫 적용해 선보인 ‘갤럭시A’ 스마트폰 역시 불안정한 시스템과 느린 속도로 혹평 받았다. 이처럼 회의적이던 업계와 시장의 분위기는 그해 6월 삼성전자의 새 스마트폰 ‘갤럭시S’가 등장하면서 조금씩 바뀌었다. 4인치 수퍼 아몰레드(AMOLED) 디스플레이, 1기가헤르츠(㎓) 프로세서, 500만 화소 후면 카메라 등 당대 최고 수준의 모바일 기술을 탑재한 이 제품은 주요 업데이트 소식을 확인할 수 있는 ‘위젯’, 소셜 네트워크 통합 메시징 서비스처럼 모바일에 최적화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도 갖춰 호평을 얻었다.

옴니아와 갤럭시A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었던 삼성전자는 발 빠른 펌웨어 업그레이드 지원 등으로 갤럭시S의 안정화에도 사활을 걸었다. 결국 “지금까지의 안드로이드 탑재 스마트폰 중 가장 완성도를 높이는 데 성공한 제품”이라는 평과 함께 전작들의 악몽을 떨치고 2012년 1월 글로벌 누적 판매량 2500만대를 돌파했다. 쓸 만한 스마트폰은 아이폰 밖에 없다고 여겼던 세계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었다. 이에 갤럭시S 후속 모델인 갤럭시S2는 2011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ICT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처음 공개될 만큼 출시 때부터 그 위상이 전작 대비 크게 높아졌다.

2009년 ‘옴니아’ 2010년 ‘갤럭시A’ 대실패

갤럭시S2는 삼성전자와 소비자들의 커진 기대감을 충족시키면서 시리즈 롱런의 기틀을 다지는 데 성공한다. ‘선명하고, 빠르고, 부드럽고, 매끄럽고, 가느다란(Vivid, Fast, Smooth, Seamless, Slim)’을 표어로 내건 제품답게 사용자 편의성을 대폭 강화한 게 특징이었다. 전면 카메라·센서로 사용자의 얼굴과 눈을 인식해 자동으로 화면 꺼짐을 방지해주는 ‘스마트 스테이’, 통화 목록을 보다가 단말을 귀에 대면 자동으로 전화를 걸어주는 ‘다이렉트 콜’ 등의 기능이 추가됐다. 4.3인치 화면, 800만 화소 후면 카메라, 1650밀리암페어시(㎃h)의 배터리 용량 등으로 전작 대비 성능 자체도 향상됐다. 이는 2013년 1월 글로벌 누적 판매량 4000만대 돌파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탄력을 받은 삼성전자는 2012년 5월 영국 런던에서 별도의 언팩 행사를 열고 갤럭시S3를 발표했다. 이번에도 사용자 편의성 강화에 주력했다. 사용자의 음성 명령어를 인식해서 몇 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S보이스’ 등 음성 인식과 제어 기술이 추가됐고, 최대 20장의 사진을 연속 촬영할 수 있게 하는 ‘버스트 샷’ 등으로 카메라 성능 개선도 뒤따랐다. 갤럭시S2 때보다 혁신 요소가 많진 않지만 기본기와 안정화에 충실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후 갤럭시S 시리즈는 홀수 모델에선 기본기와 안정화에, 짝수 모델에선 혁신에 더 초점을 두는 일종의 공식이 전통처럼 자리매김하면서 발전을 거듭하게 된다.

특히 2013년 3월 모습을 드러낸 갤럭시S4는 시리즈 역사상 최고의 혁신으로 최고 인기작 반열에 오르면서 삼성전자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공고히 다지는 데 큰 공을 세운다. 우선 5인치 풀 고화질(HD) 디스플레이로 대(大)화면 스마트폰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 국내 스마트폰 최초로 한 중앙처리장치(CPU) 내에 연산 처리를 하는 코어가 8개 있는 ‘옥타코어’ CPU도 일부 탑재했다. 여기에 1300만 화소 후면 카메라, 2600㎃h 배터리 용량이 더해졌으며 7.9㎜ 두께와 130g 무게로 휴대성과 ‘그립감’까지 개선됐다.

홀수 모델은 안정화, 짝수 모델은 혁신


▎신종균 삼성전자 부회장(인재개발담당)은 무선사업부장(사장)이던 2013년 3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언팩 행사에서 ‘갤럭시S4’를 직접 선보였다. 이 제품은 갤럭시S 시리즈 사상 최고 흥행작으로 꼽힌다. / 사진:연합뉴스
별도 애플리케이션 설치 없이 내장 카메라로 명함이나 QR코드(Quick Response Code) 등을 인식해 주요 데이터를 추출하는 ‘옵티컬 리더’, 인터넷 창이나 전자책(e북)을 볼 때 사용자 시선을 카메라가 인식하고 스마트폰 기울기에 따라 화면을 위아래로 움직여주는 ‘스마트 스크롤’, 중력 방향이 아닌 사용자 얼굴 방향으로 화면 자동 회전 여부를 정하는 ‘스마트 로테이션’, 사용자의 심박수 등을 자동 측정해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S헬스’ 같은 편의 기능 또한 대량으로 추가 탑재돼 사용자들을 즐겁게 했다. 갤럭시S4의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7000만대. 아직까지 깨지지 않은 역대 시리즈 사상 최다 수치다.

그 뒤를 이어 2014년 2월 MWC 때 공개된 갤럭시S5는 내구성 강화에 주목한 제품이었다. 국제 표준 테스트를 통과한 ‘IP67’ 등급의 방수·방진 기능을 탑재해 사용자가 물가에서도, 먼지 많은 환경에서도 제약 없이 스마트폰을 쓸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최대 1m 깊이까지 일시 침수돼도 방수가 되며 먼지로부터도 완벽히 보호되도록 했다. 지문인식 센서도 탑재해 스마트폰의 보안성을 강화했다는 평도 받았다. 다만 내구성 강화에 따른 휴대성과 그립감 약화, 호불호가 갈리는 디자인으로 흥행 면에서 전작의 아성을 뛰어넘지는 못했다(글로벌 누적 판매량 4500만대).

2015년 3월 MWC에서 공개된 갤럭시S6는 갤럭시S4 때처럼 혁신 요소들로 다시 소비자에게 다가서려 했다. 외관부터 눈에 띄게 달라졌다. 양면 디스플레이를 곡면으로 처리한 ‘듀얼 엣지(dual edge)’ 디자인을 처음 선보이면서 이후 경쟁사 제품과 다른 갤럭시S 시리즈 고유의 특징으로 자리매김했다. 보다 실질적인 편의성 강화에도 성공했다. 카드 결제기에 단말을 갖다 대기만 해도 간편하게 대면 결제가 완료되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 ‘삼성페이’, 그리고 무선 충전 기능을 시리즈 최초로 도입해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이 무렵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서서히 레드오션으로 변하면서 갤럭시S4 때처럼 눈에 띄는 판매량 증가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경쟁사인 애플에 비해 약점으로 지적되던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 모델이었다는 평가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삼성 페이는 올 초 기준 국내에서만 약 1000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하면서 갤럭시S 시리즈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기여 중”이라고 설명했다.

듀얼 엣지 디자인, 삼성페이 등으로 고객 충성도 높여


2016년 2월 마찬가지로 MWC에서 선보인 갤럭시S7은 기본기와 안정화에 힘쓴 한편, 홀수 모델로는 모처럼 혁신에도 많은 공을 들인 제품이었다. 특히 DSLR(Digital Single Lens Reflex) 카메라에서나 볼 수 있던 듀얼 픽셀 이미지 센서를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에 적용, 사용자가 한층 선명한 화질로 스마트폰 듀얼 카메라를 즐길 수 있게 했다. 또 고(高)사양의 모바일 게임 수요가 급증하던 당시 상황을 반영해 차세대 표준 그래픽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인 ‘불칸(Vulkan)’을 지원해 고사양의 게임도 스마트폰에서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스마트폰의 활용 범위를 게임으로까지 넓혔다”는 ICT 전문가들의 호평 속에 글로벌 누적 5200만대의 판매량으로 선전한 원동력이 됐다.

이듬해인 2017년 3월 미국 뉴욕에서 공개된 갤럭시S8엔 두 가지 중요한 혁신 기술이 더 추가됐다. 하나는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Bixby)’, 다른 하나는 홍채인식 기능이다. 빅스비는 애플의 AI 비서 ‘시리’ 개발진이 창업한 ‘비브랩스’와 삼성전자 내부 개발진 간 기술 융합으로 만들어졌다. 딥 러닝을 하는 AI가 기존 AI들 대비 한층 자연스러운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지원한다. 이는 사물인터넷(IoT)으로 다양한 기기들이 제약 없이 동시에 연결되는 ‘초연결성’ 측면에서도 유리해지는 결과로 나타났다. 홍채인식은 개발에 비용이 많이 들지만 현존하는 생체인식 기술 중 정확성과 보안성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를 스마트폰에 구현해 보안성 강화의 전기(轉機)를 마련했다는 호평이 뒤따랐다.

AI 비서 ‘빅스비’로 새 시대 예고한 갤럭시S8

이후 지난해 2월 MWC에서 선보인 최근작 갤럭시S9은 기존의 일반 촬영 때와 비교해 약 32배 빠른 ‘수퍼 슬로모션’ 촬영 기능, 사용자가 사진을 찍어 증강현실(AR) 기술을 통해 자신과 꼭 닮은 아바타를 만들어 쓸 수 있는 ‘AR 이모지’ 기능 등을 추가 탑재해 내장 카메라와 연동시켰다. 여기에 이르면서 갤럭시S 시리즈는 배터리 용량 3500㎃h, 화면 크기 6.22인치, 램(RAM) 6기가바이트(GB), 저장 공간 256GB까지 하드웨어 성능이 진화할 수 있었다(이상 갤럭시S9 플러스 최고사양 기준). 이후 나온 갤럭시노트9까지 고려하면 스마트폰의 배터리 용량은 4000㎃h, 화면 크기는 6.4인치, 저장 공간은 512GB까지 진화했다. 비록 소비자 입장에선 그에 비례해 나날이 치솟고 있는 스마트폰 가격이 부담거리이지만, ‘손 안의 PC’를 만들겠다던 삼성전자의 선언은 허언으로 기억되지 않게 됐다.

갤럭시S 시리즈는 이런 긴 여정(旅程) 속에 글로벌 시장에서 아이폰 시리즈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수많은 소비층과 만났다. 이에 따라 지구촌이 피처폰(옛 휴대전화) 대신 스마트폰을 쓰는 스마트폰 대중화 시대가 활짝 열렸다. 9년 전 신종균 현 부회장이 말한 그대로였다. ICT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이 ‘퍼스트 무버’로서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 기여한 바가 크지만 삼성전자가 ‘패스트 팔로어’로 가세하면서 기여한 바도 이에 못지 않다”며 “팽팽한 경쟁 관계 없이 어느 한 기업만 계속 시장을 독식하는 구조였다면 지난 10여 년 간의 빠른 (스마트폰)기술 발전도, 오늘날과 같은 업계의 상향 평준화도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긴장 속에 고삐를 늦추지 않은 두 마리 말(=기업)이 동시에 마차(=스마트폰 시장)를 끌었기에, 올라탄 손님(=소비자) 역시 스마트폰이라는 첨단 문명의 이기(利器)를 빠르게 누릴 수가 있었다는 얘기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갤럭시S 시리즈가 만들어 갈 ‘다음 10년’에 모아지고 있다.

1473호 (2019.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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