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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충된 법·제도에도 국내 유니콘 7개로 늘어이런 가운데 한국에서도 2014년께부터 스타트업 열풍이 불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 유니콘이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츠가 지난 1월 내놓은 ‘유니콘 시장 지도’에 따르면 전 세계 유니콘은 총 309곳이다. 이 가운데 한국 유니콘은 쿠팡·옐로모바일·엘앤피코스메틱·크래프톤·우아한형제들·비바리퍼블리카 등 6곳이다. 이 조사 이후 숙박 애플리케이션인 야놀자가 새로 유니콘에 이름을 올려 2월 말 현재는 7개다. 전체 대비 비중은 1.9%다.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 안팎이니 경제 규모만큼 유니콘이 나온 셈이다. 유니콘은 대체로 플랫폼 기업이 많다. 한국의 인구와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꽤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는 “국내 유니콘들이 국내법과 상충하는 경영 환경에서도 지금처럼 성장한 것은 기적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유니콘은 국가별로 미국 151개(전체 비중 49%), 중국 80개(26%), 영국(17개), 인도(13개) 등 순으로 많다.한국 유니콘의 비즈니스 모델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를 잡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국내 유니콘들은 소셜커머스·핀테크·배달·숙박대행 등 대부분 O2O(온·오프라인 연계), 온디맨드 비즈니스 서비스라는 점이 특징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지난 10년 간 글로벌 스타트업계 트렌드가 대동소이했다. 한국 유니콘은 인프라와 소비자들의 요구를 잘 접목시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한국 유니콘의 이런 모델은 동남아시아 등지로도 접목시킬 수 있어 성장 가능성이 열려 있다. 글로벌 벤처캐피털(VC)이 쿠팡·우아한형제들·야놀자 등에 투자한 것도 한국 시장보다는 동남아시아 등지로의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IT 트렌드가 앞선 한국에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을 아직 인프라가 확산되지 않은 다른 지역으로 가져가면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으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온디맨드 서비스는 가격을 낮추고, 편리성을 높이는 박리다매 수익 구조라 한국 시장만을 겨냥한 비즈니스라면 투자 매력이 높지 않은 게 사실이다.야놀자는 지난해 동남아 호텔 체인 ‘젠룸스’에 1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에 가능성을 본 싱가포르 최대 국부펀드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야놀자에 2000억원을 투자했다. 마찬가지로 GIC의 투자를 받은 배달의민족도 베트남 운수 업체를 인수하는 등 동남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쿠팡 역시 장기 적자에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운송체제, 전통적 유통사업자들과의 경쟁 등 한국에서의 소셜커머스 경험을 토대로 일본·동남아 시장으로 사업을 확산시키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한국 유니콘과 시장을 일종의 테스트베드로 접근하고 전략적 투자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소프트뱅크벤처스·요즈마펀드 등 글로벌 VC들이 아시아총괄 사업부를 한국에 두는 이유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다만 O2O나 온디맨드 서비스는 아이디어를 차용하기 쉬워 경쟁이 치열하다. 네트워크 확보와 안정적인 오프라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물류망 확보 등 사업 초기 막대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 앞으로 역내 패권을 노리는 중국 등의 온디맨드 기업과의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베트남·인도네시아·싱가포르 등지에서 라이드헤일링(차량호출) 시장을 60% 이상 차지한 말레이시아 스타트업 그랩도 온라인 쇼핑, 음식 배달 등 서비스에 진출할 계획이다. 그랩은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의 투자도 받아 자금력도 여유 있는 편이다. 한국 시장에서 예선을 뚫고 올라간 국내 유티콘들이 승자독식의 온디맨드 생태계의 패권을 둘러싼 본선 경쟁을 시작한다는 뜻이다. 사용자 확대와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현지 제도 장벽을 누가 잘 뚫어내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시장은 테스트베드 … 동남아 등지가 타깃
차세대 유니콘은 농업·은행·생명과학의 소프트웨어 기업?
‘기존 산업 보호→투자 부진→기술 개발 부진’ 악순환그러나 신기술의 성패 여부는 속도와 확산성에 좌우되게 마련이다. 세계적으로 비슷한 온디맨드 플랫폼에서 경제활동을 누리게 되면서 그 안에 쓰이는 AI 등 소프트웨어도 비슷한 것이 사용된다. 좋은 기술을 개발해 기업들에게 먼저 공급하는 스타트업이 확고한 시장 지배력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위원은 “대공황 때 미국은 유럽 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겨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섰으나, 결과적으로 제조업 경쟁력 하락을 초래했다”며 “택시 공유 갈등에서 보듯 기존 산업을 보호하려다가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해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여러 규제와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 탓에 한국 신경제 생태계가 해외 기술에 종속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전문가들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에 연구기관이나 스타트업이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을 주문한다. 신기술 개발, 벤처캐피털의 장기 투자, 이를 매각할 수 있는 출구, 해외 시장 공략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대형 벤처캐피털 대표는 “국내에서는 기업공개(IPO) 외에는 사실상 엑시트(exit) 방법이 없기 때문에 보통주보다는 그나마 시장에서 거래되는 우선주에 투자하고 있다”며 “인텔에 매각된 이스라엘 모빌아이처럼 좋은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화하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중장기 관점에서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일본의 경우 현재 유니콘은 2개 뿐이지만, 유니콘이 되기 직전인 기업가치 9000만 달러가 넘는 스타트업은 22개나 된다. 이들 기업은 주로 항공·우주·소프트웨어·핀테크·AI·사물인터넷(IoT)·스마트시티 등이 전문 분야다. 한국의 스타트업과 달리 최근의 글로벌 트렌드와 맞아 떨어진다. 일본은 경제 산업성을 중심으로 규제 샌드박스 도입, 정책자금 지원 등으로 2023년까지 20개의 유니콘을 만들 계획이다.한국 정부와 기업도 달라져야 한다. 규제 혁신과 기술 개발 지원 등도 필요하지만 해외 대기업을 투자금을 회수할 출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접점 찾기에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예컨대 이스라엘은 요즈마펀드와 세계 유대인 네트워크를 통해 자국 스타트업의 매각·상장 등을 지원하고 있다. 큰 성공의 가능성이 열려 있어 기술 창업도 활발하다. 삼성전자·구글 등도 텔아비브에 연구센터를 만들어 이스라엘 기술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 모델도 관심을 둘 만하다. 손 회장은 미국과 유럽에서 활동하는 우버, 중국의 디디추싱, 동남아시아의 그랩의 주요 투자자로, 모빌리티 분야에서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을 장악하려고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도요타와 손을 잡았으며, 여러 자율주행기술·차량관리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싱가포르 GIC도 동남아 신경제 체제에 기여하는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민간 자금을 중심으로 일본투자공사(JIC)를 출범시켜 큰 틀의 대응에 나섰다. 여현덕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고용 형태가 변하고 있는데 정부가 스타트업을 단순히 선심용 일자리 창출 정책에 끼워 맞춰서는 곤란하다”며 “글로벌 혁신과 공유경제, 긱이코노미의 흐름 속에서 지속가능한 혁신 일자리 창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흩어진 기술과 자금, 역량을 모아 미래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일자리, 국가경쟁력 확보라는 뚜렷한 목표에 맞춰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기술 해외에 알리고 네트워크 구축 도와야더불어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안전장치 마련과 사회적 분위기 조성도 중요하다. 한국은 창업에 실패해 빚을 지는 경우 창업자는 물론 연대보증인에 피해가 가며, 일반적인 금융활동이 어려워 진다. 결국 재창업을 위해 사금융에 내몰리거나 엔젤투자를 가장한 ‘블랙엔젤’의 먹잇감이 되곤 한다. 한번의 실패로 부담해야 하는 리스크가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다. 이민화 교수는 “유한책임임에도 중소·벤처기업의 경우 소유와 경영이 명확히 분리돼 있지 않아 민간 부문의 연대보증 문제 같은 구조적 실패 요인이 있다”며 “융자가 아닌 투자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