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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관리 솔루션 전문 파운틴의 류기백 대표] “위험에 도전하고 자신의 틀 가꿔라”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유튜브로 코딩 배우며 창업 준비… 우버·에어비앤비·딜리버루 등이 주요 고객

▎류기백 파운틴 대표 / 사진:파운틴 제공
대학을 갓 졸업한 24세의 한 한국계 청년은 제2의 실리콘밸리 샌프란시스코로 무작정 향했다. 무일푼에 프로그래머도 아니었지만 세계적인 스타트업을 일구겠다는 일념 하나뿐이었다. 공유경제, 플랫폼 비즈니스에 최적화한 구인·구직 솔루션을 개발한 ‘파운틴(Fountain)’의 창업자 류기백(28세, 미국명 키스 류) 대표 얘기다. 류 대표는 2015년 회사를 창업한지 불과 3년 만에 우버·에어비앤비·딜리버루 등 유니콘들을 단숨에 고객사로 확보한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포브스의 ‘30 언더 30(주목할 만한 30세 미만 3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구인·구직 순환이 빨라진 점을 주목해 기업이 손쉽게 인재를 뽑을 수 있는 채용 관리 솔루션을 개발한 것이 주효했다. 대학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유튜브로 코딩을 배우며 소프트웨어 개발사를 준비했다. 그는 긱이코노미 시대를 맞아 파운틴을 글로벌 유니콘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어떤 계기로 파운틴을 창업하게 됐나.

“애리조나주립대를 졸업한 후 201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직원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회사를 차렸다. 당시 고객사에 직원을 뽑을 때 수동으로 해야 하는 작업을 소프트웨어로 처리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했다. 채용 대상이 대부분 차별화가 적은 시간제 근로자였는데, 회사 측에서는 매일 수천 명의 지원자와 e메일을 주고받느라 에너지 소모가 컸다. 공고·접수·인터뷰·선발·계약 등의 채용 과정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며 이 분야로 전향했다.”

파운틴 솔루션의 특징은 무엇인가.

“채용 과정을 자동화해 시간제 근로자에게 특화시켰다. 인터뷰 일정을 잡는다든가, 구직자의 범죄기록·운전면허·사고기록 등을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동 처리한다. 긱이코노미의 채용관리 시스템에는 채용 절차의 간소화·자동화가 필요하다. 우버·리프트·배달의민족 등 서비스는 100명이 지원하면 1~2명을 선발하는데, 문제는 종사자가 고정적으로 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면접과 채용이 잦아진 것이다. 이들 회사의 근로자들은 대개 6개월이면 그만둔다. 수천~수만 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면접 스케줄을 잡고, 점수를 매기는 데 큰 노력이 필요하다.”

신기술 기업의 채용이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면접 일정을 잡은 사람 중 실제 면접 장소에 오는 사람은 절반에 불과하고, 지원자 중 90%는 이력서가 없다. 미국 근로자 중 60%가 시간제로 일하며 대부분 서비스업에 종사한다. 선발하는 회사로서는 구직자를 타깃팅하기 어렵다. 이에 소프트웨어를 통해 채용 절차를 간소화하고 예측 가능성도 높였다.”

현재 사용자 규모는 얼마나 되나.

“한달에 구직자 100만 명 정도가 들어와 15만 명 정도가 새로운 직장을 찾고 있다. 기업 고객으로는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특정 지역과 사진작가·청소원 등 직군에서 파운틴을 사용하고 있다. 그로업·딜리버루·캐비파이 등 100여 개 회사의 채용은 모두 파운틴이 도맡고 있다.”

채용과 관련해 쌓인 빅데이터는 어떻게 관리하나.

“데이터를 수집·관리하고 있지만 선입견을 방지하기 위해 실제 채용에는 최소한의 내용만 반영하고 있다. 당장은 어떤 유형의 지원자가 빨리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답장을 빨리 보냈는지, 면접 참여 여부 등만 고려하고 있다. 구글 랭킹처럼 단계가 높은 구직자를 빨리 매칭해주는 식으로 활용 중이다.”

어떤 구직자의 채용 가능성이 큰가.

“기본적으로 데이터 기반의 채용 시스템이지만 일종의 ‘헝그리 정신’ 같은 정성적 평가도 많이 반영한다. 이는 솔루션 알고리즘에 반영돼 있다. 일반적으로 합격률은 10~15% 정도인데, 85~90%의 탈락한 구직자에게도 다른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고자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수익 구조는 어떠하며 매출 규모는 얼마나 되나.

“채용이 잦고 부정기적이기 때문에 지역·기간으로 세분화·차등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컨대 서울·경기도 등 지역으로 국한시킬 수 있고, 법인별로 따로 이용료를 받기도 한다. 예컨대 편의점을 5개 운영하는 점주라면 점포당 100달러씩 총 500달러를 과금하는 식이다. 매출 공개는 어렵지만, 시리즈 A 투자를 받은 다른 스타트업들과 마찬가지로 연 50억~150억원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해외 진출 현황은 어떤가.

“현재 매출의 40%를 영국 등 미국 이외의 나라에서 거두고 있다. 나라마다 특성에 맞게 반영해야 할 점이 있다. 이를 각 국가에 맞게 최적화시키고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현지 기업들의 입맛에 맞춘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파운틴의 경쟁력이며 가치다.

긱이코노미가 앞으로 더욱 확산할 것이라고 보나.

“물론이다. 독일의 개발자와 필리핀 마케터가 협업하는 등의 프리랜싱 프로젝트도 많아질 것이다. 재택 근무가 가능한 일은 물론 카페 서버나 바리스타처럼 실제 현장에 나와야 하는 일도 프리랜서 형태로 바뀔 것으로 본다. 전기수리공 등 전문적인 업무도 5G와 가상현실(VR) 기술 발전 등을 통해 대체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일자리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예컨대 자율주행차가 등장하면 운전사라는 직종이 사라질 것이란 우려도 있지만 배터리를 교체한다든가 부품을 관리하는 등의 관리 인력 수요는 늘어날 수 있다. 직업의 개념 자체가 바뀔 것이다.”

창업 후 어려움은 없었나.

“자금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직장 경험이나 프로그래머 경력도 없었기 때문에 창업이 어려웠다. 그러다 지인의 사무실 한 켠에 자리를 얻어 일을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처음 와서는 묵을 곳도 마땅치 않아 지인의 할머니 집에서 신세를 지기도 했다. 2015년 여름 40억원의 시드머니를 받아 창업하게 됐고, 글로벌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와이 콤비네이터(Y Combinator)의 도움을 받았다. 이후 총 110억~130억원 정도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2017년 5명이었던 직원이 현재 60명으로 늘었다. 올해 시리즈 B 투자 유치를 준비 중이다.”

올해는 전반적으로 벤처투자 붐이 꺼지고 있지 않나.

“미국에서는 현재 리세션(경기 후퇴) 우려가 적지 않다. 지난해 10~11월 최고조를 기록한 벤처투자가 올 하반기부터 꺾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반기 경기 우려 때문인지 되레 올 상반기에 투자금을 조기 집행하는 벤처캐피털이 많은 상황이다.”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분야가 있나.

“현재 비즈니스의 사업성 입증이다. 미국에서 시리즈 A는 제품과 시장이 있나를 검증하고, 시리즈 B에서는 고객의 지속적 유입 등 사업의 지속성을 따진다. 이제는 사업의 비전보다는 실적을 보여줘야 할 때다. 주요 구직자 타깃을 이제 긱이코노미에서 이마트·하이마트처럼 파트타임 근로가 많은 전통적 회사로 넓혀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인력 매칭의 토털 솔루션을 만들 계획이다.”

한국의 동년배 창업준비생이나 구직자에게 조언을 한다면.

“용인의 외국어대부설고등학교를 다녔는데, 한국에 인재들이 정말 많다고 생각했다. 정말 똑똑하고 열심히 사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런데 다들 대학을 마치고 난 후 꿈이 작아진 모습을 보고 아쉬움을 느꼈다. 젊었을 때는 조금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여러 분야에 도전해 보는 것이 좋다. 남이 만든 틀에서 성공하기보다는 자신이 직접 틀을 만들어보라고 당부하고 싶다.”

1474호 (2019.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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