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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전문가 4인 좌담회] “투자금 회수 수단 다양화 절실, 적대적 M&A도 죄악시 말아야” 

 

정리=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국내 벤처투자 규모는 이미 충분해… 새로운 시장 개척, 인재 육성이 더욱 시급

▎좌담회에 참석한 서가연 틴더(Tinder) 한국지사장, 이현조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정책총괄과장,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김동환 하나벤처스 대표(왼쪽부터).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 철폐, 더 많은 투자…. 국내 창업 생태계 조성과 활성화를 촉구할 때 가장 먼저 관례적으로 나오는 얘기들이다. 현 시점에서 과연 최선의 진단일까. 본지는 지난 2월 13일 전문가 4인을 초청, 서울 순화동 KG타워 4층 사무실에서 좌담회를 열고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김동환 하나벤처스 대표(사장), 글로벌 소셜 디스커버리 애플리케이션(앱) ‘틴더(Tinder)’의 서가연 한국지사장(아시아 총괄 디렉터), 이현조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정책총괄과장이 각각 학계와 벤처투자 업계, 스타트업 업계와 정부를 대표해 이날 참석했다. 이들은 정부의 규제 철폐나 더 많은 투자를 요구하는 관례적인 진단에 대해 일부 수긍하면서도 “진짜 문제는 사람들이 쉽사리 간과하는 ‘다른 데’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유니콘 기업 급증 가능해진 환경 주목해야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 사진:김경빈 기자
김유경 기자(이하 사회자): 국내 창업 생태계 조성과 활성화가 더 잘 이뤄지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스타트업들이 ‘국내에선 대기업들에 밀려 사업하기 어렵고,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고 아우성이다. 한국에 ‘스타 스타트업’이 잘 나오지 않는 이유가 정부의 투자 부족 때문이라는 얘기도 많다.

정유신 교수(이하 정유신): 투자만이 능사는 아니다. 규제 문제도 중요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덜 중요하다고 본다. 핵심은 스타트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끌어올리느냐다. 정부가 창업 생태계에 단순히 자금을 투입해주는 일만 할 게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주거나, (스타트업이) 시장에 나가는 걸 도와주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뭘 더 할 수 있겠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도 있다. 과거엔 시장 창출에 정부가 기여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가능하다. 세상이 바뀌고 있어서다. 정 교수는 그러면서 ‘유니콘 기업’이 환경적인 변화 덕에 과거에 비해 급증하고 있음을 예로 들었다.

정유신: 어떤 스타트업의 사업 모델을 보면 매출 20~30억원에 순손실까지 발생하는데도 구글이나 알리바바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 1조원 넘게 투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적어도 이젠 미친 짓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유통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시공간의 제약 없이, 상품과 서비스의 질만 좋다면 매출이 순식간에 폭증할 수 있다고 시장이 충분히 기대할 만한 근거가 있어서다. 예를 들어 중국의 정보통신기술 기업 텐센트는 가입자만 10억 명이 넘는다. 텐센트에 공급하는 콘텐트인데 그게 정말 재밌어서 10억 명의 회원이 모두 찾는다면, 100원짜리 콘텐트라도 순식간에 매출이 1000억원 발생한다. 텐센트 입장에선 이 정도로 재밌는 콘텐트를 만들어내는 스타트업이라면 1조원도 아낌없이 투자할 수 있다. 1조원을 써도 장기적으로 5조~10조원을 벌어들일 수 있다고 봐서다. 그럼 바로 유니콘 기업이 되는 거다.

사회자: 스마트폰 같은, 전에 없던 폭발적인 매출 창구가 생긴 영향이 크다는 의미인가.

정유신: 과거의 아날로그 세계에선 일정 수익 모델을 갖고 5~10년에 걸쳐 달성할 것으로 예상됐던 매출 규모가, (소비자가) 내 손 안의 모바일로 구매하는 지금의 디지털 세계에선 순식간에도 달성된다. 정부는 이런 환경 변화를 인지하고 가능성이 보이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투자받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가져야 한다. 결국 심사역인 정부가 신산업에 대한 이해력을 키우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 모바일 시장의 확장성을 어떻게 잘 분석해서 유니콘 기업이 나오게 할지, 여기 초점을 맞추고 분위기 조성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국내 벤처투자액 지난해 사상 최대치 기록


▎이현조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정책총괄과장 / 사진:김경빈 기자
이현조 과장(이하 이현조): 사실 정부로선 창업 생태계가 민간 주도였으면 좋겠다고 보고 있고, 그로써 창업에 따르는 리스크도 줄여주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유니콘 기업 말씀을 해주셨는데, 현재 국내에 유니콘 기업이 6개로 늘어났다. 쿠팡·블루홀·비바리퍼블리카·우아한형제들·옐로모바일·L&P 코스메틱이다. 창업 선진국이라는 이스라엘보다 많은 숫자다. 일본은 유니콘 기업이 하나뿐이다. 이것만 보면 (스타트업 육성 성적이) 나쁘지 않다. 많은 지적이 나오는 정부 투자 면에서도 상황이 나쁘지 않다. 지난해 벤처투자액이 3조4000억원으로 2017년보다 44% 증가한 사상 최대치였고, 벤처펀드 결성액도 4조6000억원대였다. 그런데 창업에서 투자라는 건 후생적이다. 시장을 뒤흔들 만한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기업이어야 투자를 받게 된다. 한국도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창업하는 게 보다 중요한 일일 수 있다.

사회자: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를 가리키나.

이현조: 먼저 각 대학의 교수나 연구원들이 굉장히 우수한 기술력을 갖고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정부도 그들의 창업을 많이 지원해봤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크지 않았다. 대학이나 연구소는 다소 폐쇄적이고 창업에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 지금은 대기업이나 공기업의 사내벤처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시장과 환경 변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며, 기존 집단이 새로 추진하기 쉽지 않은 모험에도 적극적이다. 이들을 활성화하고 키워보자, 민간이 선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식으로. 이렇게 창업정책을 세밀화하려 하고 있다. 이처럼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자가 많이 생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첫 번째가 돼야 하고, 그 전 단계까지 보면 청소년과 대학생들에 대한 기업가정신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 이들이 뭘 직접 만들어보고 사업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메이커 스페이스’를 확충해서 우수 창업 인재의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 대학이나 컨설팅 기관 같은 다른 주체들이 이를 지원하고 그 과실을 나눠 갖는 체계가 구축된다면 가장 이상적일 거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 창업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정유신: 말씀대로 창업비용이 많이 들면 안 된다. 창업자 본인도 힘들지만 시간이 갈수록 투자를 결정한 파트너들이 도망간다. 이미 많은 돈이 초기에 투입됐는데 사업 모델은 생각보다 더디게 만들어지면 누가 더 투자를 할까. 그런 의미에서 정책의 강조점도 기업공개(IPO, 비상장사가 상장을 위해 주식을 불특정 다수 투자자에게 팔고 재무 내용을 공시하는 것)보다는 엑시트(Exit, 투자 후 출구전략으로 투자자 입장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을 의미)의 다양성에 맞춰야 한다. 특히 대표적 엑시트 수단인 인수·합병(M&A)에 대해 국내에선 기술의 국외 유출,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가능성 등을 이유로 유독 부정적 여론이 형성돼 있는데, 낡은 관점이다. IPO보다 M&A가 이젠 훨씬 더 중요하다. 시장의 확장성이 생겼는데 해외로 안 나가면 국내 스타트업은 유니콘 기업이 될 수 없을 뿐더러 성장 자체를 할 수 없다. 과거처럼 현 기술에 안주해 사업 모델을 유지하면 3년을 못 버틴다. 계속 사업 모델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적대적 M&A도 나쁜 게 아니다.

사회자: 논의가 진행될수록 정부에선 민간 주도 방식이 최선이라고 하고, 민간에선 정부의 더 많은 뒷받침을 요구하는 등 입장이 엇갈리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 창업 천국인 미국의 경우는 어떤가. 구글 출신인 서 지사장의 생각이 궁금하다.

서가연 지사장(이하 서가연): 이현조 과장의 말씀에 동의하는 측면이 있다. 미국이 모범 사례인데, 틴더는 모회사인 IAC그룹의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진, 일종의 사내벤처였다. 조너선 바딘과 션 라드 등 틴더 공동창업자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누군가 만나고픈 본질적인 욕구가 있다고 보고 그걸 좋은 상품과 서비스로 해결해주고자 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기존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친구나 지인 위주로 연결해줄 때 틴더는 모르는 사람끼리 연결해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거다. 그 결과 지금은 앱 가운데 넷플릭스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훌륭한 인재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창업에 나서는 게 그만큼 중요하고, 그러려면 저변이 넓고 깊게 형성돼 있어야 한다.

사회자: 뭐가 원동력인가.

서가연: 미국에선 우수 인재들이 취업보다 창업을 우선순위로 생각하며, 서로 창업 아이디어를 나누기도 쉬운 분위기다. 사업하다가 망하더라도 대안이 많다. 다른 스타트업에 가서 일할 수 있는 등 열린 고용 구조가 뒷받침돼서다. 또 기술 창업의 핵심 주체가 되는 엔지니어들은 ‘부르는 게 값’이란 얘기가 있을 만큼 인정받는 문화가 있다. 한국이 당장에 이렇게 될 순 없겠지만, 정책이 실효를 거두고 창업 생태계가 지속 가능하도록 성장하려면 좋은 인재가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게끔 이끄는 게 우선이다.

사회자: 지속가능한 창업 생태계 구축은 벤처캐피털도 같이 고민할 중요한 문제다. 투자할 때 어떤 점을 주로 살펴보나?

김동환 대표(이하 김동환): 결국 스타트업은 해외 진출로 성장성을 키워나가야 한다. 이런 성공 사례가 늘수록 투자도 느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 창업 생태계도 성장한다. 다만 해외 진출은 자금력 있는 대기업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 해외 시장에서 널리 알려진 국산 브랜드는 ‘삼성’ ‘현대’ ‘LG’ 정도다. 해외에서 적자 발생 등을 감수한 채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투자한 결과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제조사라 더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하는 요즘의 스타트업들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 쉽지 않지만, 사례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스타트업도 해외 진출에 성공하려면 크게 세 가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첫째, 장기간 해외에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느냐다. 이를 위해선 투자자 또는 창업자 본인의 돈이 필요하다. 둘째, 해외 시장을 개척할 만한 우수 인재가 있느냐다. 예로 든 세 기업은 국내 최상위 인재들을 갖고 있었다. 셋째, 해외에서 우수 인력을 뽑아서 쓸 수 있느냐다. 해외 인력 시장은 한국보다 이직이 잦은 구조다. 인력을 뽑아도 어떻게 유지시킬 수 있느냐의 문제까지 존재한다.

스타트업들 해외 진출 적극 모색해야


▎서가연 틴더 한국지사장 / 사진:김경빈 기자
사회자: 인력 문제, 특히 현지인 고용 문제까지는 정부가 해결해줄 수 없는 일 아닌가?

김동환: 그래서 중요한 게 기본적으로 해외에 진출할 수 있을 만한 (역량을 갖춘) 스타트업이 진출하느냐다. 국내 시장이 작아서, 혹은 국내에 시장이 없어서 해외로 간다는 스타트업이 있고, 여기에 리소스를 지원해준다면 그건 실패가 예정된 데에 리소스를 쓰는 격이다. 애초에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순수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에 갔을 때 최소한 세 명의 우수한 사람은 있어야 한다. 사업을 어디서 시작하느냐가 중요하진 않다.

사회자: 국내 시장이 정말로 작은가?

김동환: 아니다. 이스라엘만 해도 인구가 약 860만 명으로 1000만 명이 채 안 된다. 영국은 약 6700만 명으로 한국(약 5200만 명)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영국 스타트업들은 자국 시장이 작지 않다고 한다. 물론 어떤 사업 분야에선 한국 시장이 정말 작은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 너무 시장성이 작은 분야에서 사업을 시작한 창업자가 문제인 거다. 한국만의 장점도 있다. 우리처럼 다양한 산업 분야가 의미 있게 공존하는 나라도 거의 없다. 웬만한 산업 분야가 일정 규모를 갖추고 있다. 또 무슨 사업이든 보통은 나라보다 도시를 기반으로 하는데, 한국은 대도시도 많이 있다. 이런 나라가 사업하기 척박하다고 말하는 건 난센스다. 다른 유럽 국가의 사람들은 어떻게 창업하라는 얘기인가.

사회자: 한국인이 만국 공통어인 영어 사용에 서툰 측면도 걸림돌이지 않나?

김동환: 그보다는 사회 전반의 국제화 수준이 100점 만점에 90점은 넘어야 상위권인데 아직 거기에 못 미치는 거다. 스타트업도 잘 되려면 그 사회나 집단 내에서 가장 우수한 사람들이 창업해야 한다. 한국도 잘 되는 스타트업을 보면 비슷한 또래나 학력 가운데 우수한 사람들이 창업한 경우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한국은 이런 최상위 인재들이 창업을 선택하는 비중이 너무 작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사회자: 창업에 나서기보다 의사가 되거나 공무원이 되려는 인재가 많은 듯하다. 정부에선 어떻게 보나?

이현조: 국내 우수 인재들은 창업했다가 실패했을 때 심하게 불안정해진다는 데 두려움을 갖고 있다. 현장에서 실제 많이 나오는 얘기가 연대보증 폐지다. 연대보증하면 창업했다가 실패하는 순간 나락에 떨어진다. 이에 공공기관에선 연대보증을 폐지했다. 아직 민간 부문에는 남아 있지만 일단 공공 영역에서만이라도 분위기를 조성해 민간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민간에서도 연대보증 문제가 해소되면 우수 인력이 창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끔 하는 디딤돌이 될 거다. 벤처투자 업계와 금융사들이 이런 문제 해소에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 벤처캐피털과 금융사 투자 기반으로 융자를 한다는 건 연대보증 없이도 스타트업에 대한 신뢰를 보인다는 의미다. 이 같은 분위기가 더 조성됐으면 한다.

김동환: 국내 벤처캐피털 투자에선 연대보증은 거의 사라졌다고 봐도 된다. 금융이 창업 생태계와 함께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물론 대출이라는 게 담보 없이 사업성 평가만으로 되는 경우는 흔치 않으며,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바뀌긴 어려울 거다. 다만 국내에서도 기업에 돈을 빌려줄 때 담보뿐 아니라 기술성 평가 등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계속 늘고 있다. 은행들로서도 벤처캐피털이 스타트업의 사업성을 평가한 걸 잘 활용하는 편이 좀 더 나을 수 있다. 우리도 그런 걸 많이 하려 노력 중이다.

정유신: 종합해보면 창업 역량을 갖춘 인재들을 정부나 사회가 지속적으로 어떻게 도울 건지, 그리고 스타트업들은 전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어떻게 개척해서 자기 걸로 만들 건지,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스타트업 중 첫 사업 아이템 그대로 밀고나가 성공한 경우는 전체의 10%도 채 안 된다. 대개는 실패도 많이 해보고 뒷걸음질 치다가 다른 아이템을 밀었는데 그게 성공한 경우가 나온다. 이건 결코 운이 아니다. 꾸준히 노력했기에 된 거다. 새 기술을 가진다고 마음먹기보다 새 산업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뛰어들어야 많은 스타트업이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거다.

김동환: 한국의 창업 환경과 지원 노력은 세계적으로 봤을 때도 평균 이상이라고 본다. 우리가 미국이나 중국과 많이 비교하니까 갈증을 느낄 뿐이다. 미국의 잘나가는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 중 다른 대기업과 경쟁해서 큰 기업은 아무도 없다. 전에 없던 시장을 개척했기에 큰 거다. 막연히 스타트업이 대기업 때문에 잘 안 된다고 하는 건 반 이상 틀린 얘기다. 큰 기업이 안 하는 걸 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다 보니 유니콘 기업이 상대적으로 쉽게 되는 거다. 거기에 창업 성공의 비결이 있다. 스타트업이나 예비 창업자들로서도 대기업 탓, 정부 탓만 하지는 말아야 한다. 한국은 과거 ‘패스트팔로어(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무버’의 기술이나 제품을 빠르게 쫓아가는 전략)’로 역량을 발휘해 성공할 수 있었지만 요즘 같은 디지털 경제에선 같은 전략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졌다. 이 또한 유념해야 한다.

벤처투자에 소극적인 자본 흐름 달라질 것


▎김동환 하나벤처스 대표 / 사진:김경빈 기자
그러면서 김 대표는 한 가지 내용을 추가로 언급했다.

김동환: 또 한 가지 염두에 둘 부분은 벤처투자 자본의 흐름이다. 보통 벤처투자는 ‘고위험 고수익’ 분야라는 인식이 많은데, 국내 금융시장이 지금껏 가진 고질적 문제 중 하나가 오랜 기간 ‘저위험 고수익’ 투자 분야가 하나 존재한다는 데 있었다. 바로 부동산이다. 자금력을 갖춘 투자자 입장에선 이게 있는데 굳이 더 위험한 벤처투자에 힘쓸 이유가 없었다. 부동산을 죽이자는 얘기가 아니다. 부동산 과열 현상이 자연적으로 해소되는 시기가 올 텐데, 그러면서 벤처투자도 탄력을 받을 거다. 아직까지 국내 자본은 너무 부동산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 부동산 같은 ‘피지컬 플랫폼’의 수요는 감소 중인데 ‘디지털 플랫폼’ 수요는 무한 창출되고 있음에도 말이다.

정유신: 부동산 과열은 정보의 비대칭 문제에서 비롯된 측면도 크다. 자본이 자발적으로 벤처투자로 향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도와야 한다. 모든 사회 문제가 연결돼 있다. 있는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쓰는 일에 고민할 때다.

1474호 (2019.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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