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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제이콥슨 스탠퍼드 대학 환경공학과 교수] “한국도 재생가능에너지로 100% 전환 가능”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태양광, 해상 풍력발전 등으로 충당 …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신규 일자리 90만 개

▎사진:제이콥슨 제공
“풍력과 태양광, 그리고 수력 발전만으로 충분하다. 사회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마크 제이콥슨 스탠퍼드 대학 환경공학과 교수가 꾸준히 펼쳐온 주장이다. 그는 캘리포티아주립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의 마크 델루치 교수와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보고서를 2009년부터 발표해왔다. 제이콥슨 교수는 2050년까지 재생가능한 친환경 발전으로 세계 에너지 수요의 100%를 충당할 수 있고, 이는 기술이나 경제성의 문제가 아닌 정치·사회적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제이콥슨 교수와 e메일을 주고 받으며 그의 주장을 들어봤다. 또 이를 한국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은 일조량이 적고 풍력을 활용할 장소도 마땅하지 않다. 이런 한국에서도 100% 재생가능에너지 시스템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한국 내 가용 자원과 지형 등을 분석해봤다. 한국은 2050년까지 전력, 자동차 연료, 냉난방, 산업 등 모든 에너지 사용 분야를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다. 대규모 태양광과 해상 풍력발전으로 각각 총 소비량의 63.7%와 11.6%를 조달하고 가정·상업·공공 건물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깔아 총 에너지 소비량의 9.1%가량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다. 나머지는 육상 풍력(3.1%), 수력(0.4%), 조력(0.1%), 집중식 태양열발전(CSP·11.9%)으로 조달할 수 있다. 단, 에너지 소비량을 모두 재생가능에너지로 공급하려면 전력 수요를 줄여야 한다. 에너지원 대부분을 전기화하면 최종 전력 수요를 최소 41%까지 줄일 수있다. 또 가스나 전기 히터 대신 히트펌프를 사용해야 한다. 히트펌프는 냉매의 발열이나 응축열을 이용해 저온의 열원을 고온으로 전달하거나 고온의 열원을 저온으로 전달하는 냉난방장치다. 이를 통해 전력 수요를 최대 15% 추가로 줄일 수 있다. 풍력·태양광 등 재생가능에너지 설비가 차지하는 면적은 크지 않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에 필요한 면적은 한국 전체 면적의 6~8% 정도에 불과하다.”

재생가능에너지의 단점으로 불안정한 전력 공급이 꼽힌다.

“재생가능에너지원은 발전량이 날씨 등 외부 요인에 따라 좌우되는 특성이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한 대표적인 방안으로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을 꼽을 수 있다. 지금 기술로도 수백 kWh 이상 대용량 전력을 저장할 수 있다. 맑은 날 낮에 태양광 패널로, 바람이 넉넉히 불 때 풍력발전 터빈으로 생산한 전력을 대용량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발전량이 충분치 않을 때 사용한다. 대용량 배터리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 중이라 재생가능에너지의 미래가 밝다고 본다. 풍력발전소를 상호연결하는 방안도 있다. 풍력발전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발전원이다. 해상과 육상 풍력발전단지를 상호연결해 송전망(送電網)에 통합하면 바람의 세기가 일정하지 않아 생기는 발전량의 변동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풍력발전소를 많이 연결할수록 부지에 따른 바람 양의 차이로 생기는 발전량 변동을 서로 만회해 마치 발전소 하나가 생산하는 것처럼 일정한 발전량을 생산할 수 있다.”

해결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해본 적이 있나?

“지난 2007년 11월 미국 중서부에 위치한 19개 풍력발전단지를 상호연결해 풍력발전의 간헐성을 해결할 수 있는지를 실험했다. 당시 상호연결한 풍력발전소로부터 연평균 발전량의 평균 33%, 최대 47%를 안정적으로 생산했다. 시간적 또는 계절적으로 전력생산량이 변동하는 문제를 해결했다. 여러 개의 풍력발전소를 한 거점에서 상호연결한 후 해당 거점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로 송전할 경우 장거리 송전 용량을 20%까지 줄일 수 있고, 이때 에너지 손실율은 1.6%에 불과했다. 더 많은 수의 풍력발전단지를 상호연결할수록 이런 효과는 더욱 커졌다. 풍력·태양광 전력을 저장하면서 동시에 수요 관리까지 결합한다며 전력공급망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 또 전력회사는 특정한 날 개인이나 기업에게 전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수요를 관리할 수 있다.”

한국이 전력생산 시스템을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할 때 경제적으로 얻을 수 있는 혜택은.

“대기오염 탓에 한국에서 해마다 1만2200명이 사망한다. 이들을 구할 수 있다. 건강 비용을 kWh당 4.5센트(50.56원) 절약할 수 있다.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비용도 kWh당 17.7달러(약 1만9885원) 줄일 수 있다. 한국이 연간 전력 576TWh을 사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에서는 연간 건강 비용 1294억 달러 가량과 기후 비용 5078억 달러(572조 원)가량을 절약할 수 있다. 이런 비용을 모두 합친 전체 사회적 비용(에너지 비용+건강 비용+기후변화 비용)은 재생가능에너지의 경우 kWh당 총 6.67센트로, 현재의 화석연료와 원자력 설비의 사회적 비용인 kWh당 32.3센트보다 훨씬 저렴하다. 재생가능에너지의 총 사회적 비용이 화석연료와 원자력을 합친 것의 20.6%에 불과하다. 에너지 전환으로 창출할 수 있는 신규 일자리는 90만 개에 이른다. 종합적으로 볼 때, 에너지 전환을 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훨씬 이익이라고 생각한다.”

재생가능에너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80년대에 미국 LA 인근에서 지냈다. 당시 극심한 대기오염을 격으며 ‘왜 이렇게 살아야하나?’라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대규모 대기오염과 기후변화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았다. 연구를 개시한 지 첫 10년(1989~1999년) 동안 시뮬레이션한 대기오염, 날씨, 기후를 대상으로 컴퓨터 코드를 개발하고 적용하는 방식으로 그 문제를 연구했다. 그 과정에서 1989년부터 1994년까지 박사 과정을 마친 후 스탠퍼드 대학에서 교수로 일했다. 1999년부터 대기오염과 기후변화 문제를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다른 에너지 기술이 오염과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했고 제자들과 함께 풍력 에너지원을 평가하는 연구를 계속해왔다.”

재생가능에너지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재생가능에너지는 이미 몇몇 곳에서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이며, 앞으로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많은 정부가 화석연료나 원자력을 많은 부분 지원해왔다. 지금은 주요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가 바뀌면서 재생가능에너지의 경제성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에 필요한 90~95%의 기술은 이미 존재한다. 따라서 재생가능에너지가 더욱 확대될 수 있는 정책적 환경을 만들기 위한 사회·정치적 의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환경은 공기, 물, 그리고 생태계를 의미한다. 우리 모두를 위해 지구를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재생가능에너지로 화석연료나 원자력 에너지를 대체해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를 사라지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정·마을·도시·국가가 협력하며 재생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1472호 (2019.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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