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일상적·정서적 빈곤까지 해결 필요… 민간의 봉사활동 역할 늘려야
어르신을 공경하는 전통에도 노인들이 빈곤의 사슬에 묶여 있다. 500원 동전을 받기 위해, 한끼를 공짜로 해결하기 위해 줄 서있는 노인, 폐지를 줍는 노인, 쪽방에서 텐트 치고 겨울을 보내는 노인, 고독사 노인, 세계 최고라는 노인 자살에 관한 뉴스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모든 노인의 모습은 아니지만, 한강의 기적을 이끈 노인 2명 중 1명이 빈곤에 허덕이는 현실은 안타깝다.정부는 사회보장 강화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사회보장기본법 제2조에서는 ‘사회보장은 모든 국민이 다양한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행복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자립을 지원하며, 사회참여·자아실현에 필요한 제도와 여건을 조성하여 사회통합과 행복한 복지사회를 실현하는 것을 기본 이념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노후 경제적 안정의 근간이 될 수 있는 국민연금제도는 1988년에야 실시됐고, 국민연금의 실질적 소득은 매우 낮은 편이다.현재 노인빈곤의 문제로부터 정부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다행히 최근 발표된 2차 사회보장기본계획에서 정부는 모든 국민의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모두가 함께 잘사는 포용사회’ ‘지역사회통합돌봄’ ‘사회보장제도 연계·조정’을 원칙으로 포용적 사회보장체계를 구축하려고 한다. 현실적으로 기초연금 인상, 돌봄 서비스 확대, 노인일자리 창출 등 사회복지 지출 확대가 노인빈곤을 해결하는 토대가 될 수밖에 없다.2015년 센서스에 따르면 노인 4명 중 1명이 독거가구이고, 이들의 80%는 월소득이 100만원 미만이다. 2017년 통계청의 사회조사를 보면 이들의 35%는 몸이 아플 때 집안일을 부탁할 사람이 없고, 74%는 갑자기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는 사람이 없으며, 35%는 이야기 상대가 없다. 과연 정부의 역할만으로 노인의 일상적·정서적 빈곤을 해소할 수 있을까?정부의 역할뿐만 아니라 민간의 역할이 요구된다. 정파·계층·세대간 이해관계로 정부의 사회보장에 대한 확대 정책의 지속가능성이 불확실하다. 저출산·고령화라는 인구구조의 대변혁으로 정부의 복지지출 확대는 제한적일 수 있다. 또 사회보장기본법에서 사회보장에 대한 정부의 책임뿐만 아니라, 제7조 1항에서는 국민에게 자립의 책임이 있고, 2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경제적·사회적·문화적·정신적·신체적으로 보호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이들이 보다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 환경 조성에 서로 협력하고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에서 조사한 2018년 한국종합사회조사를 보면, 국민들은 노인돌봄서비스를 60%가 정부, 7%가 사기업·영리단체, 17%가 비영리단체·자선단체·협동조합, 3%가 종교단체, 14%가 가족·친척·친구가 제공해야 한다고 답했다.민간 역할 중 봉사활동을 생각해본다.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봉사활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영국 자선지원재단이 발표한 ‘2018 세계기부지수’의 봉사활동을 보면 145개국 중 미국 8위, 일본 56위, 대만 75위, 한국 96위, 중국 133위였다. 2018년 통계청의 한국의 사회동향에 따르면, 20년 전과 비교해서 20세 이상의 봉사활동이 1.6%포인트 증가한 12% 수준이고, 노인의 6%만 봉사활동에 참여했다.봉사활동은 봉사 수혜자에게는 사회적 위험을 줄여주고, 봉사 제공자에게는 정신적·신체적 건강, 타인과의 연결, 삶의 의미 등 다양한 혜택을 준다. 사회보장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책임이란 전제조건 아래 국민들의 적극적인 봉사활동 참여가 필요하다. 국민들의 봉사활동 참여 기회가 잘 마련된다면, 상부상조의 전통을 계승한 국민의 저력이 발휘되리라 기대한다.
※ 김지범 교수는… 서베이리서치센터 센터장이자 세계조사학회 출판위원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