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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으로 끝난 2차 북미 정상회담] 스몰딜도 빅딜도 아닌 ‘노딜’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북한, 대북제재 완전 해제 원해… 미국, 완전한 비핵화가 우선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틀째인 2월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났다. 이로써 지난해 초 첫 발을 뗀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여정이 기로에 서게 됐다. 두 정상은 2월 28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2차 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호텔에서 합의문 서명 없이 각각 숙소로 복귀했다. 직후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틀 간 하노이에서 생산적인 협상을 했지만,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한 이견으로 결국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당초 28일 오후 2시 5분 회담 결과를 담은 합의문에 서명하는 것으로 1박 2일 간의 정상회담 일정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트럼프 “3차 회담 기대”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둘째 날도 오전까지만 해도 ‘하노이 선언’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회담 둘째 날 아침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냈고,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며 “오늘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리는 반드시 좋은 성공을 얻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김 위원장도 ‘비핵화 준비가 됐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의지 없다면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답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답이다(good answer)”라고 평가한 후 “와, 저것은 최고의 답일 것 같다(Wow, that might be the best answer)”며 환영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8시55분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호텔에서 시작된 두 정상의 2차 정상회담 이틀째 단독 회담이 시작되면서 이상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회담은 휴식시간 없이 진행됐고, 9시45분께부터는 확대 정상회담에 돌입했다. 그런데 확대 회담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급반전이 일어났다. 오전 11시55분부터 시작될 예정이던 업무 오찬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백악관 측에서 오찬이 취소됐다는 공지가 나온 것이다. 두 정상은 이후에도 회담장에 머물면서 극적 회합 가능성을 남겼다. 그러나 결국 이날 오후 1시25분께 두 정상이 메트로폴호텔을 빠져나가면서 실낱같은 희망도 사라졌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예정보다 2시간여 빠른 오후 2시17분께 기자회견장에 섰다.

이렇게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빅딜도, 스몰딜도 아닌 ‘노딜’로 끝난 건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이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 간에 인식차가 컸던 게 주요 원인이다. 우선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 등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 조치로 대북 경제제재를 완전히 풀어줄 것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모든 대북 제재 해제를 원했는데 우리는 그걸 해줄 수 없었다”며 “합의문에 서명을 하는 것은 (북측과) 조금 더 논의해 봐야겠다”고 전했다.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우리 협상팀은 수주 동안 진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싱가포르 합의 내용에 대해 많은 진전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했고 실제로 많은 진전을 이루기도 했다”며 “하지만 끝까지 가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많은 희망을 가지고 있고,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핵시설 폐기도 미국의 기대만큼 폭넓지 못했다. 미국은 회담 전부터 ‘과감한 비핵화 조치 없이 제재 완화는 없다’는 취지의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더 많은 비핵화를 원했지만 김 위원장이 그것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변 핵시설이 대규모지만 이거 해체만 가지고는 미국 원하는 비핵화가 아니다”라며 “추가적인 비핵화가 필요했다. 고농축 우라늄이나 기타 시설 해체가 필요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단계 영변에서만 만족할 수 없었다. 협상 레버리지를 버리면 안 된다”라며 “저도 제재 완화를 원하지만 추가 비핵화를 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일정, 순서도 있는데 아직 골대까지 도달 못 했다. 영변 핵시설을 해체하는 게 중요하지만 그 외에도 미사일, 핵탄두, 무기시스템이 남아있는데 여러 요소에서 북한과 합의를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핵·미사일) 리스트 신고도 북한이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났지만, 그렇다고 당장 양국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것 같지는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난 여전히 낙관적이다. 다시 만나서 계속 협상하면 좋겠다. 복잡하고 오래 걸릴 것이라 생각한다”며 “서로에 대해 잘 알게 됐고, 우리에게 주어진 도전 과제도 잘 알고 있다. 계속 이 문제를 논의해 나간다면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궁극적으로 세계가 원하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전 세계인의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라며 “더 많은 진전을 이뤄냈으면 좋았겠지만, 그 이상 합의할 수는 없었다. 몇 주 내로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은 것이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양측은 미래에 만날 것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1474호 (2019.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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