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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불 켜진 SNS 전성시대] 대체재 급부상, 보안성 논란, SNS 피로감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페이스북·트위터 등 터줏대감들 ‘흔들’… 주요 소비 세대 텍스트·이미지보다 영상 선호

스마트폰과 초고속 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ICT)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기세등등했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산업의 최근 분위기가 심상찮다. 성장성이 이전 대비 떨어진 것으로 시장에서 분석되고 있어서다. 지난해 8월 기준 월간 순이용자(MAU) 수만 약 22억 명으로, 글로벌 SNS의 왕으로 군림하던 미국의 페이스북의 주가는 지난해 7월 한때 217.50달러였지만 지난 2월 22일(현지시간) 기준 161.89달러로 내려앉았다. 그나마 최근 반등한 게 이 정도였다(지난해 12월 124.06달러 저점 기록).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지난해 재산 손실액 세계 1위(약 22조원)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연간 기준 주가 하락은 페이스북 창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미국 증시를 이끄는 주포로 이른바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으로 분류되는 페이스북에 그간 무슨 일이 있어서였을까. 우선 페이스북의 끝모를 성장을 이끌던 주요 소비층인 젊은 이용자들의 이탈 조짐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투자은행 파이퍼제프레이는 최근 약 8600명의 10대를 대상으로 어떤 SNS를 쓰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월 1회 이상 페이스북에 접속한다고 응답한 10대는 2016년 봄 60%가량에서 지난해 가을 36%가량까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선호하는 SNS에 대해서도 5%가량만이 페이스북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세계적인 현상으로 풀이된다. 예컨대 국내에선 지난해 10월 기준 페이스북의 MAU가 약 740만 명으로 조사됐다(시장조사 업체 스마트포스팅 분석). 1년 전 대비 33%가량 감소한 수치다. 20~30대 감소율이 각각 37%, 43%가량으로 두드러졌다.

네이버밴드와 카카오스토리도 이용자 줄어


페이스북만 겪은 일은 아니다. 다지털마케팅 업체 모비데이즈는 지난해 1~11월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 약 20만 명을 대상으로 SNS 애플리케이션(앱)별 MAU를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1년 사이 페이스북(1339만 명→880만 명)뿐 아니라 토종 SNS인 네이버밴드(1545만 명→1410만 명)와 카카오스토리(1312만 명→775만 명)’도 MAU가 급감했다. 해외에서 페이스북보다 10대 선호도가 높다는 스냅챗 역시 지난해 2분기 글로벌 일간 순이용자(DAU) 수가 1억800만 명으로 전분기 대비 2%가량 감소하면서 주춤했다. 2011년 모기업인 스냅 창업 후 첫 감소 전환이었다.

이들보다 앞서 SNS 시장을 장악했던 트위터의 부진도 여전하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분기별 트위터의 미국 내 MAU는 6900만 명→6800만 명→6700만 명→6600만 명으로 계속 감소 중이다. 기업 입장에서 이용자의 감소는 광고수익 감소와 기업가치 하락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SNS 업계가 포화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이용자들로부터 수익을 어떻게 더 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ICT 업계는 주요 SNS가 최근 이같이 부진한 이유를 다각도로 분석한다. 우선 대체재의 급부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젊은 세대는 텍스트와 이미지 기반의 SNS보다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을 더 즐겨 찾고 있다”며 유튜브의 선전에 주목했다. 실제 스마트포스팅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유튜브를 이용 중인 국내 10대는 약 460만 명으로, 전국 10대 인구의 89%가량에 달했다. 통계분석 업체 코리안클릭도 지난해 12월 유튜브의 MAU가 약 2554만 명으로 2017년(2243만 명)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용자들이 한달 간 유튜브에 머무른 시간이 2016년 12월 총 149억분에서 지난해 12월 총 296억분으로 배로 늘었다.

마찬가지로 영상 기반의 서비스를 주로 하는 트위치와 넷플릭스도 주요 SNS들과 달리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아마존이 모기업인 트위치는 앱 기준 국내 MAU가 지난해 약 91만 명으로 2016년(약 30만 명) 대비 3배가량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넷플릭스 앱의 국내 MAU도 9만여 명에서 약 78만 명으로 급증했다. 역시 10~20대 이용자의 많은 유입이 이를 가능케 했다.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성장 과정에서부터 스마트폰 영상 스트리밍을 어떤 세대보다도 가깝게 흡수해 텍스트보다 영상에 친숙한 젊은층이 영상 플랫폼에 열광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물론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기존 SNS들도 영상의 일부 업로드 기능을 갖고 있지만, 서비스가 이보다는 텍스트·이미지 위주라 주목도가 높지 않다. 영상 서비스 강화에 한층 초점을 둔 SNS 하나가 예외적인 ‘나홀로 고속 성장’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2012년 페이스북에 인수됐던 인스타그램이다. 인스타그램은 지난해 6월 기준 글로벌 MAU가 10억 명에 달해 전년 4월(7억 명) 대비 급증했다. 영상 분야에서 타 SNS 대비 차별화한 사용자 인터페이스·경험(UI·UX)을 구축한 것이 비결로 꼽힌다. 지난해 6월엔 IGTV라는 독자적인 영상 서비스를 추가, 가로 영상이 주를 이루는 다른 플랫폼들과 달리 세로 영상 업로드 수요를 적극 파고들었다. 페이스북으로선 이처럼 잘나가는 계열사를 두고도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한 데서 위기의 심각성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SNS 자체에 대한 피로감에 이용자들이 이탈 중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엠브레인이 지난해 내놓은 SNS 이용 및 피로증후군 관련 인식 조사 결과, 국내 이용자의 36.7%는 SNS 게시물이 ‘자기 과시’ 성격을 가진다고 응답했다. ‘일상 기록’(33.6%) ‘정보 공유’(29.8%)라는 응답률을 앞질렀다. 응답자의 68.8%가 “사람들이 SNS에서 모두 행복한 모습만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면서도 6.6%만이 “SNS에서 보이는 모습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라고 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주위 평판으로 자존감을 느끼는 세태에 이용자들이 SNS에 경험을 자랑하면서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일상을 연출하고 매 순간 캡처해 SNS에 올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한 국내외 SNS 이용자들의 피로감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러운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직장인 강진영(34·가명)씨는 “1년 사이 가입 중이던 SNS에서 모두 탈퇴했다.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지인의 정보까지 보면서 내 일상과 비교하게 되는 등, 감정 소모에 시간 낭비라고 느꼈기 때문”이라며 “처음엔 불편했지만 지금은 후련하다”고 말했다.

“SNS는 자기 과시 목적 … 탈퇴하면 후련”

또 다른 이유로는 사생활 보호, 즉 SNS의 보안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예컨대 페이스북은 지난해 두 차례나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맞으면서 여론이 크게 나빠졌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지난해 3월 “영국의 데이터분석 업체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CA)가 페이스북 이용자 8700만 명의 개인정보를 무단 도용했다”고 폭로했다. CA는 이를 정치 공작과 악성 앱 서비스 개발 등에 악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9월엔 해커들이 페이스북 내 일부 기능상의 보안 취약점을 악용해 이용자의 신상명세와 최근 로그인 및 검색 기록 등을 무차별 수집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이용자 이탈이 가속화했다는 분석이다. 저커버그 CEO는 최근 실적발표 직후 “보안 분야 직원 수를 2년 전 1만 명에서 현재 3만 명 이상으로 늘렸다”며 분위기 수습에 나섰다. 다른 SNS들도 페이스북 사태를 교훈삼아 보안성 강화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래저래 위기에 처한 SNS들이 어떻게 활로를 찾을지 이용자와 ICT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474호 (2019.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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