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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한파 닥친 보험사 앞날은] 회사별 ‘빈익빈 부익부’ 더 심화될 듯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차 손해율 오르고, 저축성보험 가입 감소로 이익 줄어… 중소형사 M&A로 몸집 더 키울수도

현대해상과 DB손보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20% 가까이 하락한 각각 3735억원과 5390억원을 기록했다. 메리츠화재도 1년 전보다 40% 가까이 줄어든 2347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손해보험사들의 실적 하락은 장기보험 수요가 줄어들고, 자동차 보험 손해율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자동차 보험 손해율은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 대비 고객에 지급한 보험료의 비율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국내 11개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3.7%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4.8%포인트 올랐다. 최근 3년 사이 가장 높은 수치다.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은 70~80% 수준으로 본다. 지난 1월 손보사들이 자동차 보험료를 일제히 3~4%가량 인상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생명보험사 상황도 비슷하다. 생보사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의 지난해 순이익은 1조7364억원으로 전년(1조2632억원) 대비 37.5%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삼성전자 지분 매각차익(7515억원) 등의 일회성 요인을 빼면 실제로는 2017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4분기만 떼어놓고 보면 554억원 적자를 냈다.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35.2%, 53.9% 하락했다. 농협생명은 234% 급감해 1141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생보사들의 성적 부진은 2022년 도입되는 IFRS17(새 국제회계기준)과 신(新)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으로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고 보장성보험(종신·변액보장 등) 판매를 늘리고 있어서다. IFRS17이 도입되면 그동안 원가로 평가했던 부채 규모 기준을 시가로 해야 한다. 저축성보험은 가입자가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보험사는 납입 원금 이상의 돈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저축성보험이 늘수록 보험사가 쌓아야 하는 적립금 규모가 그만큼 늘어난다. 때문에 생보사에서 판매 비중이 컸던 저축성 보험을 줄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투자 수익 상황도 좋지 않았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24개 생보사의 일반계정 기준 지난해 1∼11월 투자영업수익은 30조원으로 전년에 비해 8% 감소했다.

문제는 올해 사업 여건도 녹록하지 않다는 것이다. 저금리와 국내외 경기 침체 등으로 보험 가입 수요가 정체됐다. 특히 젊은층의 보험 가입이 줄고 해지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20~30대의 생명보험 가입건수는 줄어들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6년 20대의 생명보험 보유계약건수는 722만6590건으로 전년 대비 1만3265건 줄었다. 30대 생명보험 가입도 2016년 1316만5214건으로 1년 전보다 47만1846건이나 감소했다.

미니·반려동물보험 등 새 먹거리 발굴

여기에 금융당국이 본격적인 보험사 조이기에 들어가면서 보험사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3∼4월 종합검사 부활을 예고한 데다, 금융상품 실질수익률 공개 의무화 등까지 추진하면서 보험사들이 받는 압박은 커져가고 있다. 실질수익률을 공개하면 가입자들은 납입보험료에서 금융사가 떼는 사업비와 세금을 제외하고 실질수익률이 얼마인지 알 수 있게 된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의 부진과 신계약 확대로 사업비 부담이 지속되고, 손해율 또한 개선세를 보일 가능성이 작다”며 “올해에도 보험업종에 이익 증가세 둔화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보험사들은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나서고 있다. 최근 보험사들이 내놓은 상품 중 하나는 월 1만원대의 미니보험이다. 특약을 줄이고 보장 범위를 축소해 최소 보험료만 내도록 설계했다. 지난해 1월 처브라이프생명(옛 에이스생명)가 출시한 ‘Chubb 오직 유방암만 생각하는 보험’의 보험료는 월 63원(30세 여성 기준)이다. 이 보험은 출시 이후 매월 100여 건 정도의 실적을 내고 있다. 월 2210원(30세 여성 1종 기준)만 내면 암 질병을 보장해주는 미니 암보험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하나는 반려동물 보험이다. 반려동물산업은 최근 3년 간 연평균 14.1% 성장하고 있는 반면 국내 반려동물보험 시장 규모는 현재 약 10억원에 불과하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펫보험 가입은 2600건으로 반려동물 등록 107만 마리 대비 0.24%에 불과하다. 영국(20%)이나 독일(15%)은 물론 일본(8%)에 비해 한참 낮은 수준이다. 삼성화재는 1월 말 반려견의 입·통원의료비 및 수술비, 배상책임, 사망위로금 등을 종합적으로 보장하는 반려견보험 ‘애니펫’을 내놨다. 한화손해보험의 ‘펫플러스보험’은 만 10세 이상 노령견도 가입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했다.

손민숙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현재 펫보험의 가입 대상이 개와 고양이로 한정돼 있어 보장 대상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며 “판매채널을 확대하고 보험료를 낮추기 위해 타 금융 업계와의 제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험개발원은 반려동물 원스톱 진료비 청구시스템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5월부터 현대·KB·DB·한화·롯데 등 5개 손보사 계약자들은 반려동물을 진료한 후 동물병원에서 바로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시장에서는 보험사들도 대형사 중심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험사 경쟁구도 심화, 건전성 규제 강화로 이익구조가 견실한 대형사와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형사 간 입장 차가 날 수밖에 없어서다. 앞으로 중소형사 매물이 잇따라 나올 수도 있다. 현재 매물로 나온 롯데손보 이외에 잠재적 인수합병(M&A) 매물로 동양생명·ABL생명·KDB생명 등이 거론된다. 롯데손보는 최근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에 MBK파트너스·한앤컴퍼니·JKL파트너스, 범 중국계 금융사 등 5곳을 선정했다. 숏리스트에 선정된 회사들은 회사별 실사를 진행한 후 4월 초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자본력이 있는 금융사들은 보험사 M&A로 몸집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금융지주사들은 최근 몇 년사이 보험사를 잇따라 인수하며 규모를 키우고 있다. KB금융은 지난 2015년 LIG손보(현 KB손보)를 인수한 후 2017년 9월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면서 국내 1위 금융지주사로 성장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9월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에 따라 생명보험 업계 자산 순위 6위인 오렌지라이프와 기존 신한생명(업계 8위) 등 2개 생보사를 자회사로 두게 됐다. 신한금융은 당분간 합병 없이 2개 생보사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만약 두 회사를 합치면 업계 5위로 올라선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내년부터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전에 뛰어들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금융지주사 입장에서는 비은행 계열사 중 보험사 인수가 매력적이다. 고령화 시대에 따른 헬스케어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금융지주의 경우 은행·증권 등 복합점포를 통한 오프라인 채널이나 통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등 다양한 판매창구를 확보하고 있어 전업 보험사들보다 유리한 편이다.

상대적으로 규제 덜 받고 장기 성장 가능성

보험업종은 다른 계열사보다 금융시장 상황과 정부 규제의 영향을 덜 받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최근 정부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해 카드사들에게 카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증권사는 증시 상황에 따라 수익의 부침이 크다. 저축은행은 고금리 대출로 폭리를 취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물론 보험사도 즉시연금 미지급금 과소 지급 논란부터 보험료 인상 제동과 실질수익률 공개 등의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전문보험사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어 비즈니스 기회가 열리고 있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보험시장 축소가 본격화되면 규모가 비슷한 회사들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는 전문화 또는 인수·합병(M&A)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474호 (2019.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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