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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5G 상용화 이끈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본격 소통”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언제, 어디서든, 어떤 콘텐트든 즐기는 시대… “규제개혁 학습효과 중요, 하나씩 풀어갈 것”

▎사진 : 김현동 기자
자율주행차·가상현실(VR)·스마트팩토리 등처럼 기존 산업 체제의 대전환을 부를 사물인터넷(IoT)이 날개를 달기 위한 전제 조건이 있다. 오프라인 환경의 방대한 데이터를 온라인과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초고속통신망이 필수다. 새로운 통신망 구축은 이미 끝났다. 3월부터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가 열렸다. 세계 첫 상용화다. 5G가 가져올 메가트렌드급 변화를 정부가 앞장 서서 이루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5G 서비스망 구축을 주도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난 2월 18일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만났다. 2017년 7월 취임과 더불어 ‘초연결·데이터 강국’을 정책 목표로 내세운 유 장관은 5G 주파수 등 통신사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5G 상용화를 애초 계획보다 9개월이나 앞당겼다. 유 장관은 “IoT 분야는 퍼스트무버가 주도하는 시장”이라며 “5G 환경에서 어떤 킬러 콘텐트가 나오느냐에 따라 새로운 시장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5G 통신 기술을 해외에 강조해온 이유는.

“지난해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부터 5G 상용화 계획을 계속 밝혔다. 5G는 새롭게 열리는 시장으로 헬스케어·스마트시티·VR·증강현실(AR) 등 다양한 서비스의 출발점이다. 올해 MWC는 한국이 5G를 가장 먼저 준비해 상용화를 시작했고, 시장을 이끌고 있음을 확인시키는 자리다.”

5G의 퍼스트무버를 강조한 이유는.

“신산업 분야에서 2등은 별 의미가 없다. 한번 뒤떨어지면 따라잡기 어렵다. 메가비즈니스를 찾기 어려워진 가운데 산업 간 융합을 불러오는 5G를 기회로 봤다. 중국이 한국을 추격하는 것도 유선을 포기하고 점프한 덕분이다. 디지털 비즈니스에 꽃을 피웠다. 그래서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세게 첫 5G 상용화를 치고 나갈 필요가 있었다. 생존의 문제다. 통신 3사의 기지국 설치도 상호 협력하도록 조율했다.”

사업 추진 일정이 촉박하지는 않았나.

“당초 올해 중 상용화를 한다고 밝혔는데, 5G의 세계 표준 주도와 시장 선점을 위해 서둘렀다. 주파수 경매는 지난해 6월에 끝냈고 11월에 주파수 할당을 마무리했다. 5G 서비스 계획을 앞당기자 삼성전자·화웨이 등 통신장비 업체들도 지난해 9월로 통신장비 출시를 앞당겼다. 글로벌 시장이 한국의 일정을 보고 움직였고, 그중 화웨이가 가장 발 빠르게 나섰다. 이제는 5G용 단말기가 보급될 차례다. 삼성전자·LG전자 등이 속속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속도가 빠른 것 외에 이전 통신 서비스와 다른 점이 있나.

“3G·4G 때는 대용량 데이터 처리, 다운로드 속도 등 통신 속도가 선형으로만 빨라졌다. 이에 비해 5G는 이론상으로는 20배 빠르며,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성을 보장한다. 이전까지는 사람 간 연결이 중심이었던 데 비해 5G부터는 사람·기계 간 소통이 가능해진다.”

우리의 생활이 어떻게 달라지나.

“앞으로 한국 의사가 원격으로 미국 환자의 환부를 절개해 직접 수술을 할 수 있다. 위험 지역에 드론·로봇을 보내 정찰을 하거나 위험 요소를 제거할 수도 있다. 한국의 가수와 도쿄의 백댄서, 런던의 오케스트라, 베이징의 지휘자가 한자리에서 공연하는 것 같은 홀로그램 영상 구현도 가능하다. 자율주행차도 사람의 개입 없이 3~5cm 오차 내에서 부딪히지 않고 주행한다. 원하는 콘텐트를 언제, 어디에서든, 어떤 것이든 누릴 수 있다.”

5G 서비스가 자리잡는 데 얼마나 걸릴까.

“당장 4~5년은 4G와 5G가 공존하겠지만, 시장의 수요에 따라 5G가 굉장히 빨리 확산될 수 있다. 앞으로 발의 압력 등으로 건강 상태나 자세를 확인, 교정해주는 신발이나 지능형 교통 알림 서비스 등 사용자 편의를 증대시키는 디바이스·서비스가 나오면 5G로 넘어가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다.”

현재 생활을 규정하는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을 법하다.

“기존 사업자와의 충돌이 많이 생길 것이다. 규제 샌드박스나 네거티브 규제를 통해 하나씩 실마리를 풀며 학습효과를 얻어야 한다. 현재 헬스케어 분야를 풀면 원격의료의 출발이란 지적이 나오는데, 평상시 건강을 관리해 주는 다바이스·서비스로 선을 긋고 있다. 여러 헬스케어 서비스를 통한 데이터 축적이 ICT 기술과 만나면 의료 영역이 넓어지며 병원 업무도 편해질 것이다. 부처 간 이해가 충동하는 규제는 협의체를 통해 비슷한 유형끼리 묶어 처리하면 된다.”

화웨이 통신장비의 보안 문제는 없나.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 여부는 어디까지나 통신사가 결정할 일이다. 화웨이뿐만 아니라 어떤 제조사에도 보안 이슈에 대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국내 통신사가 요구하는 보안 수준은 굉장히 높다. LG유플러스의 경우 4G까지는 화웨이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5G는 스스로 선택할 문제다. 통신장비가 특정 회사에 종속되면 협상에서 우위를 뺏길 수 있으니,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5G 인프라와 노하우를 수출할 계획이 있나.

“국내 시장은 규모가 손바닥 만하다. 세계 최초 상용화의 경험을 토대로 해외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5G 수출은 통신·전자 대기업이 주로 참여하는 인프라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까지 포함된 생태계 전체가 이동하는 것이다. 다양한 콘텐트·서비스·소프트웨어·디바이스 영역이있다. 모든 정부 부처가 다방면에서 뛰며 해외 진출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5G 생태계를 꾸리려면 스타트업 지원도 필요하지 않나.

“스타트업들과 협업·소통을 많이 하고 있다. IoT 환경에서는 서비스 회사가 제조업으로, 제조회사가 서비스업으로 뛰어들 수 있다. 예컨대 변기 제조사가 사용자 용변의 성분을 분석해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서비스를 도입할 수도, 숟가락 제조사가 사용자의 염분 섭취량을 제어해 주는 서비스를 개발할 수도 있다. 경계가 무너질 것이다. 5G 서비스 개시가 새로운 서비스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5G가 뿌리내리는 데 장관의 임기가 짧다고 느끼지 않나.

“인사의 원칙이 지금은 적재적소(適材適所)보다 적시적재(適時適材)가 더 맞다. 여러 상황에 맞춰 재능을 가진 사람을 넣어야 한다. 각 때에 맞춰 필요한 재능과 실행력, 네트워크를 갖춘 인물을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간 출신 장관으로서 느낀 점이 있다면.

“장관 자리는 그간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모두 쏟아 붓는 일이다. 공무원 중에 굉장히 우수한 사람이 많은데, 이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고 좋은 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 유영민 장관은: 1951년 부산 출생으로 부산 동래고-부산대 수학과를 졸업했다. LG CNS 부사장,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센터 이사장,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포스코경영연구소 사장 등을 역임했다.

1474호 (2019.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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