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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무카슈미르 분쟁 그 후] 인도·파키스탄 군비 확장 경쟁 거셀 듯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공군력 열세 확인한 인도, 5월 총선 후 전력 강화 나설 전망 … FA-50 보유한 한국에 기회 될 수도

▎2월 28일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지역에서 파키스탄 전투기에 격추된 인도 공군 소속 미그21 전투기의 잔해를 파키스탄 군인이 지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월 27일 인도와 파키스탄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잠무카슈미르 지역 통제선(LoC) 부근 상공에서 벌어진 양국 공군기의 공중전 이후 대대적인 군비 경쟁이 벌어질 조짐이다. 미그-21 바이슨 전투기가 격추된 인도는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라도, 파키스탄은 인도의 보복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군비 경쟁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력이나 국민 소득에 비해 과도한 양국의 군사비 지출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공군력을 중심으로 인도는 대대적인 기종 업그레이드 작업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고, 파키스탄은 중국과의 전투기 합작 생산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밀리터리 밸런스 2018’에 따르면 인도의 공군력은 규모 면에서 막강하다. 인도 공군은 12만7200명의 병력에 849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항공 전력은 62대의 전투기, 561대의 전폭기, 117대의 지상공격기로 구성됐다. 전투기 62대는 모두 미그-29이며 전폭기는 175대의 미그-21과 65대의 미그-27, 50대의 미라지-2000 등으로 이뤄졌으며 지상공격기 117대는 모두 영국에서 도입한 재규어다.

파키스탄은 중국과 전투기 합작 생산 강화

이에 맞서는 파키스탄 공군은 425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45대의 전투기와 224대의 전폭기를 갖추고 있다. 파키스탄은 미국에서 도입한 76대의 F-16 전투기를 갖추고 있다. 파키스탄은 1979~198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당시 이에 대응한 미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미국은 파키스탄을 통해 전 세계에서 몰려든 무자히딘(이슬람 전사)을 훈련하고 무기와 보급을 지원했다.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닿은 파키스탄은 지정학적인 위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미국을 지원하면서 이익을 톡톡히 챙겼다. 그중의 하나가 첨단 전투기인 F-16의 수입이다. 이를 통해 경쟁국인 인도에 대항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 미국은 파키스탄을 ‘사실상 동맹국’으로, 러시아와 가까웠던 비동맹 맹주 인도를 ‘준적성국가’로 여겼다. 그 후 9·11테러로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는 동안에도 파키스탄은 미국에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그러나 파키스탄이 북쪽으로 국경을 맞댄 중국과 경제는 물론 군사 협력도 강화하면서 미국과 사이가 벌어졌다. 중국과의 관계를 반영하듯 그 밖의 파키스탄 공군 전투기는 중국산이 대부분이다. 미그-21의 중국 버전인 F-7 계열 94대와 중국과 파키스탄이 합작 생산하는 4세대 전투기인 JF-17 선더가 85대나 있다. 파키스탄은 미그-21 계열의 전투기를 모두 180대 보유했지만 2015년까지 이를 모두 도태시키고 4세대 전투기인 JF-17 선더를 중국과 합작 생산해 대체할 계획을 세웠다.

이런 상황에서 파키스탄이 인도와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잠무카슈미르 지역의 통제선 부근에서 인도군의 미그-21 바이슨을 격추하고 조종사를 사로잡을 당시 출격한 전투기가 어떤 기종이었는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인도 측은 지상에 떨어진 미사일 파편을 바탕으로 파키스탄 공군이 F-16 전투기를 출격 시켰다고 주장했지만 JF-17 선더일 가능성도 있다. 두 기종은 육안으로 상당히 비슷하다. 인도에선 당시 공중전에서 파키스탄 기종도 추락했다고 주장했지만 파키스탄 측은 F-16의 출격도, 격추도 모두 부인했다.

문제는 이를 계기로 파키스탄이 중국과 손잡고 초음속 전투기를 자체 조립·생산해온 사실이 국제적으로 부각됐다는 점이다. 중국의 쓰촨성 청두에 있는 청두항공은 중국 전투기 생산의 본거지다. 중국은 이곳에서 소련의 초음속 전투기인 미그-21의 카피본을 생산하며 기술력을 축적해왔다. 중국 전투기 굴기가 시작된 곳이다.

미그-21은 최고 속도가 기종별로 마하 1.8~2.1에 이르는 초음속 전투기다. 소련의 미코얀-구레비치에서 개발해 1956년 6월 첫 비행을 하고 58년부터 소련 공군에 배치됐다. 무려 1만1496대가 생산돼 초음속 기종 중 가장 많이 생산된 기록을 세웠다. 과거 냉전시절 공산권의 베스트셀러 주력 전투기였다.

중국은 개량 기종인 미그 21F-13형을 도입해 분해한 후 역설계해 자국용인 청두 J-7을 생산했다. 중국이 독자적인 전투기 개발에 나선 직접적인 이유는 소련과의 관계 악화라는 정치적 문제 때문이었다. 1949년 건국한 중화인민공화국은 1950년 한국전쟁 참전까지는 소련의 노선에 충실하게 따랐다. 하지만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이 사망하고 뒤를 이은 니키타 흐루쇼프가 1959년 스탈린 격하운동에 나서면서 양국 사이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특히 흐루쇼프가 1962년 10월 쿠바 미사일 위기를 겪은 뒤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 움직임을 보이자 중국은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자칫 한반도에서 미국과 교전을 치른 중국만 국제사회에서 소외될까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중국, 소련과 사이 틀어지며 전투기 본격 개발


▎5월 총선을 앞둔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대파키스탄 대응, 국방력 강화, 방산 확대 등을 강조하며 국민의 민족주의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 사진:연합뉴스
그런 상황에서 59년 모스크바를 방문한 마오쩌둥이 흐루쇼프와 사이가 틀어지면서 양국간 대립이 본격화했다. 중소 대립 이후 소련과 중국은 제3세계를 대상으로 자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경쟁했다. 이에 따라 소련 기술과 첨단 군수물자의 중국 이전이 대부분 중단됐다. 그러자 중국은 1960년대 초 소련에서 인수했던 미그-21을 역분해해 자체 생산을 시도했다. 미그-21의 중국판 카피본인 J-7은 이렇게 탄생했다. J-7은 1966년 1월 생산을 시작해 2013년까지 모두 2400대 이상이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한술 더 떠 J-7의 수출용 버전인 F-7 스카이볼트를 제작해 소련과 사이가 좋지 않은 친중 국가 알바니아에 69년 처음으로 인도했다. 지금까지 중국은 F-7을 아프리카의 나미비아·수단·탄자니아·짐바브웨, 중동의 이란·이라크·이집트, 아시아의 파키스탄·인도·방글라데시·스리랑카·미얀마 등에 수출했으며 북한에도 180대 정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도 180대의 F-7 전투기를 구매해 중국 밖의 나라에선 북한과 함께 최다 보유국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은 J-7이 노후화하자 새로운 기종 개발에 나섰다. 특히 1980년대 들어 4세대 전투기가 실전에 배치되자 중국은 새 전투기 개발을 서둘렀다. 4세대 전투기는 이전 세대보다 기동성과 레이더 성능, 항공전자장비를 강화한 기종을 가리킨다. 한국 공군과 일본 항공자위대가 미제 F-16 전투기 도입에 나서고 미국이 항모에 F/A-18 전투기를 배치했으며 소련도 수호이-27과 미그-29 전투기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청두항공은 오랜 개발 작업 끝에 J-10(중국어 잔(殲)-10) 전투기를 개발해 1998년 3월 첫 비행에 나섰으며 2005년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에서 운용을 시작했다. 346대 이상이 생산돼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에서만 운용한다.

그 후 중국은 J-10과는 별개로, F-7의 해외 최다 운용국인 파키스탄과 손잡고 경량의 전천후 다목적 전투기인 FC-1 개발에 나섰다. 중국의 청두항공과 파키스탄의 파키스탄항공이 합작했다. 1980년대 천안문 사태 이전에는 미국에서도 기술을 도입했으며, 그 뒤로는 주로 러시아에서 기술을 도입해 개발했다. 이 역시 4세대 전투기다. 2003년 첫 비행에 들어갔으며 중국에선 FC-1샤오룽(梟龍)으로, 파키스탄에선 JF-17 선더로 불린다. 중국에선 2007년, 파키스탄은 2008년 본격 생산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파키스탄은 85대 이상의 JF-17 선더를 확보했다.

인도는 이번 파키스탄과 갈등 와중에 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을 훈련 명목으로 파키스탄 인근 해역으로 출동시켰다고 러시아 국영미디어 스푸트니크가 3월 9일 보도했다. 파키스탄은 이에 별 대응을 하지 못했다. 막강한 무기체계를 보유하는 것은 타국이 함부로 굴지 못하는 효과가 있다. 해군과 육군 전력에서 우위를 보여왔던 인도지만 공군력에선 압도적이지 못하다. 이번에 이를 확인한 인도는 앞으로 공군력을 강화하려고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인도는 미그-21이 주축인 공군 전투기를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자체 개발해 2015년 생산에 들어간 HAL 테자스 전투기가 있지만 JF-17을 압도할 수준은 아니다. 인도태평양 동맹의 이름으로 미국에 방산 협력 강화를 요청할 수도 있다. FA-50 경공격기를 생산하는 한국과 협력할 가능성도 있다.

인도는 총선의 계절을 맞는다. 하원의원 545명을 뽑는 인도 총선이 4월 11일부터 5월 19일까지 선거구별로 7개 일자로 나눠 실시된다. 연임에 도전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대파키스탄 대응, 국방력 강화, 방산 확대 등을 강조하며 국민의 민족주의를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모디 총리가 소속한 집권 BJP는 힌두민족주의가 바탕이어서 서구에선 극우정당으로 여기는 곳도 있다. 1980년 설립돼 1998~2004년 보수·중도 정당 연합인 국민민주동맹(NDA)의 연정을 주도하면서 집권했다. BJP는 복잡한 인도의 종교지형에서 다수파인 힌두교도를 정치적 기반으로 삼는다. 인도 인구의 80.46%를 차지하는 힌두교도가 주요 지지층이지만 힌두교도라고 모두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는 종교가 아니라 세속적인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다만 힌두 민족주의를 내세우니만큼 국민 13.43%를 차지하는 무슬림(이슬람신자)의 지지를 별로 얻지 못한다.

BJP는 친기업 정책으로 경제성장을 주도해왔다. 그런데 경제 성적표가 썩 좋지는 않다. 높은 실업률과 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피폐해진 농촌, 그리고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 도입을 둘러싼 부패 문제가 선거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의 정권의 부정으로 전투기 도입이 미뤄졌다고 판단하면 BJP에 불리하지만, 신속한 전투기 도입이 우선이라고 믿는 사람은 오히려 BJP를 지지할 수도 있다. 모디는 한국에 관심이 많으며 한국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펴오고 있다. 방위산업 협력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무족하는 또 다른 이유다.

인도·파키스탄 모두 국방비 과다 지출

문제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경제력과 국방비 지출이다. 파키스탄의 경제력이 명목금액 기준 국내총생산(GDP)이 3069억 달러로 세계 39위 수준이라는 사실이다. 게다가 1인당 GDP는 1541달러, 세계 149위다. 2억1280만 명의 인구가 세계 최빈국 수준으로 생활하는 가운데 최첨단 장비를 구입하는 데 국가 예산을 펑펑 써온 셈이다. 2018년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서 말하는 파키스탄의 진실이다.

같은 통계에서 인도는 GDP가 2조6899억 달러로 세계 7위다. 올해 프랑스를 누르고 세계 7위에 올라설 전망이다. 물론 인구가 13억2400만 명이나 되니 1인당 GDP는 2000달러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아직 갈 갈이 먼 양국이 국민 복리와 경제력 강화가 아닌 군사력에 돈을 이렇게 많이 쓰는 상황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상대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찬 민족주의의 무서움이다.

1477호 (2019.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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