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총인구 감소 시대 대비하라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지난해 우리 경제에서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는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체로는 약 25만7000건인데 전년 대비 7000여 건이 줄어든 숫자다. 결혼 건수가 줄었으니 이제 1∼2년 후 신생아 출산 건수도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다. 이러다 보니 예상보다 급격한 속도로 인구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2012년 당시 통계청은 5년 후인 2017년의 신생아 숫자가 약 47만 명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실제로 5년이 지난 2017년에 태어난 신생아는 35만여 명에 불과했다. 15세에서 64세 사이의 인구, 즉 생산가능인구는 이미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제 총인구 감소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총인구는 예상보다 10년 앞당겨진 올해부터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총인구 감소는 우리 경제에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인적자원 규모 감소와 노령화가 겹쳐지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연금 문제가 있다. 국민연금기금을 저수지에 저장된 물, 현역들이 납입하는 연금보험료는 저수지에 유입되는 물, 그리고 퇴역들이 받아가는 연금은 저수지에서 유출되는 물로 비유해 보자. 현역의 숫자가 많으면 유입되는 물의 양이 많아서 저수지 수면은 올라간다. 기금 규모가 증가하는 것이다. 600조원을 넘어선 국민연금기금 규모는 당분간 계속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퇴직 인력의 숫자가 늘어나고 현역 숫자가 상대적으로 줄어들면 유출량이 유입량보다 많아지면서 저수지 수면은 내려가기 시작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저수지 수면 상승이 멈추는 시점이 2048년이고, 저수지 물의 고갈시점은 2058년경으로 보이지만 이 시점이 더욱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현역과 퇴역의 숫자 간에 균형이 깨진 상황에서 기금이 쌓일 틈도 없이 그대로 퇴역들에게 지급이 될 것이고, 돈이 모자라서 퇴직자에게는 적은 돈이 지급될 것이다. 이를 세금으로 메운다 해도 연금보험료를 내는 현역들이 곧 납세자이다.

지금 65세 이상 인구는 700만 명을 넘었고, 2025년에는 10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4%를 넘은 고령사회지만 조금 있으면 이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예를 들어 65세 이상 인구 1인당 10만원을 보조한다고 할 때 지금은 7000억원이 들지만 조금 지나면 1조원이 들게 된다. 함부로 이런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가는 정부 재정에 3000억원 만큼의 부담이 더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최근 지방자치단체 중 공주시·사천시·보령시·상주시 등 오래되고 유명한 지자체의 인구가 10만 명 이하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인구 10만 명선이 무너지면 중앙정부 보조금이 줄어들고 시청의 조직이 통폐합되고 공무원 직급이 하향 조정된다. 일본에서 관찰되는 지방소멸 현상이 우리나라에도 어느새 나타날 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 지자체에는 비상이 걸렸지만 총인구 감소 시대에 뾰족한 해법은 없다. 일본의 경우 자녀는 수도권에, 부모는 지방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고 부모가 사망하는 경우 유산을 모두 처분해 수도권으로 가져오면서 자금마저 지방을 이탈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지방은행의 예금이 줄어들고 고객 기반이 무너지면서 지방은행은 합병을 통해 어려움을 해결하려 하지만 지방 거주 인구 자체가 감소하고 자금이 이탈하는 지방소멸 현상으로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총인구 감소 추세는 부동산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3극화가 일본에서 나타나면서 부동산 가격이 도쿄 중심지에서는 상승하고, 도쿄 지역과 지방 거점도시는 완만하게 상승하거나 유지되고, 기타 지방에서는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세 그룹 간 가격 양상이 확연하게 달라지고 있는데, 우리 나라도 비슷한 현상이 이미 발생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이처럼 우리를 둘러싼 상황은 매우 복잡해지고 있다. 저성장·저금리·저출산·고령화가 가진 태풍급 영향권 안으로 우리 경제가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총인구감소 시대를 맞아 제도의 전면적 재정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수도권과 지방의 이원적 접근보다는 이제 국토 전체를 한덩어리로 보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인구가 줄면서 사라져가는 지방자치단체를 붙들고 균형발전을 외치며 정부 예산을 퍼붓는 식의 정책은 너무나 소모적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이원적 접근을 지양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노령화 국면에서 산업을 재조정할 때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잘 이용할 필요가 있다. 우버 같은 차량공유 체제의 도입을 기존 택시운전자들이 반대하고 있지만 지금 택시운전자들은 급격히 노령화하고 있다. 택시를 타면 손님이 운전해야 될 것처럼 느껴진다는 이야기마저 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우버 같은 차량공유 제도와 회사를 허용할 때 새로운 흐름에서 산업의 자율적 조정이 가능해질 수 있다. 이른바 긱(gig)이코노미, 즉 직업의 형태가 근로자인지 사업자인지 불분명한 직업이 많이 생기는 시대에 상대적으로 젊은 인력이 이 분야에 투입되면 새로운 서비스와 흐름이 창출될 수 있다. 상황을 직시하면서 미래를 고려한 결단이 필요하다.

보건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새로운 접근도 필요하다. 영리의료에 대한 반대로 많은 한계가 존재하지만 사실 노령층이 그나마 지갑을 여는 분야가 바로 보건헬스케어 분야다. 이런 산업을 발전시키지 못하면 내수가 급격히 위축되는 추세 속에서 일자리 창출은 어렵다. 일본의 경우 노령자들이 연금을 받아서 이를 거의 쓰지 않고 저축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인은 사망 시점에서 가장 부유해진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국가재정 상황에 대한 우려가 여전해 노년층은 사망 때까지 지급되는 연금을 쓰지 않고, 이런 분위기가 크게 바뀌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노령화로 내수 위축이 예상되는 상황이므로 노령층이 거의 유일하게 지갑을 열 수 있는 보건의료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전면적 규제 완화와 산업육성 정책이 필요하다. 고급 의료와 보건헬스케어 산업을 내수와 일자리 창출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키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노르웨이는 석유를 팔아 나온 자금의 약 80%를 후손이 쓸 수 있도록 국부펀드로 적립하고 있다. 석유판매 대금을 지금 다 써버리면 미래에 석유가 고갈되는 경우 후손들이 힘들어 질 것을 미리 걱정하면서 석유판매 대금을 국부펀드로 쌓기 시작했다. 지금 이 기금 규모는 1조 달러를 넘었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잘 운용하고 있다. 노르웨이 인구가 500만 명 정도이니 1인당 2억원가량이 쌓인 셈이다. 그러고 보면 그동안 모아놓은 기금을 지금 다 써버리면서 빚을 늘릴 생각을 하고 있는 현재 우리 정부와 너무도 대조적이다. 미래 세대에 대한 배려와 세대 간 형평 문제를 다시 한 번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총인구 감소의 시대는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고성장과 인구 증가의 시대에 맞추어 만들어진 많은 규제와 제도를 다시 한 번 재점검하면서 새로운 시대에 대한 대비를 서두를 때다.

1478호 (2019.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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