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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금리대출 전선 넓어지나] 인터넷은행 이어 지방은행도 참전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제3 인터넷은행 후보 토스뱅크 “중금리대출 집중”… 리스크 관리가 승패 가를 듯

신용등급이 높은 사람은 일반 시중은행에서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중산·서민층은 주택과 같은 담보가 없으면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돈이 필요하면 제2 금융권이나 사금융에서 높은 금리로 빌려야 한다. 보통 신용등급이 4등급 이하인 이들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금리가 보통 연 20%대에 이른다. 그래서 정부는 2016년부터 신용등급이 4등급 이하인 중산·서민층이 담보 없이 연 10~20% 금리 안에서 대출을 할 수 있는 중(中)금리대출을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기대만큼 중금리대출이 확 늘어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중금리대출 규모는 3조4000억원 정도였다. 시중은행은 금융정보가 부족해 대출심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중금리대출 확대를 위해 설립인가를 내준 케이뱅크·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은 규제로 인한 자금 부족 등을 이유로 중금리대출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중금리대출 연간 8조원대로 확대


지난해 정부가 무리하면서까지 인터넷은행 특례법을 통과시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터넷은행은 각종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비(非)금융거래 데이터를 가공할 수 있고, 이를 활용하면 더욱 정교한 대출심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지점 운영비 등이 들지 않는 만큼 시중은행보다 중금리대출에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올해부터는 중금리대출 규모를 연간 8조원대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일단 정부의 의도대로 중금리대출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제3 인터넷은행에 도전장을 낸 컨소시엄 3곳 중 2곳은 중금리대출 시장을 주요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출범 2주년을 맞은 케이뱅크·카카오뱅크도 중금리대출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올해에만 6000억원의 중금리대출을 공급하고, 대출한도 산출 체계를 개선해 중신용자의 금리를 낮춘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도 연내 자체 중금리대출 상품을 개발해 매년 1조원씩 공급한다는 목표다.

여기에 중(中)신용자에 대한 연체 리스크를 예측하고 관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중금리대출을 꺼리던 시중은행도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중금리대출 시장 진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산은행은 최근 스마트폰을 통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중금리대출 상품인 ‘모바일 새희망홀씨대출’과 ‘모바일 직장인행복드림 대출’을 출시했다. 대구은행도 ‘똑똑딴딴 중금리 대출’, ‘레이디론’ 등을 판매하고 있다. 지방은행이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신규로 취급한 중금리대출 규모는 DGB대구은행이 16.9%, BNK부산은행은 14.7% 정도였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제3 인터넷은행을 계기로 금융권 간 중금리대출 경쟁이 치열해지면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는 좀 더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권의 이 같은 중금리대출 시장 진출, 혹은 확대 계획은 정부의 요구도 있지만 금융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영향도 있다. 새로운 먹을거리 확보 차원에서 중금리대출 시장을 노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은행으로서는 중금리대출 시장이 틈새시장이기도 하다. 제1 금융권에서는 연 3~5% 안팎의 대출 상품이 있지만 높은 신용도를 요구한다. 여기에서 대출받지 못하면 저축은행·카드사 등 제2 금융권에 가야 하는데 금리가 20%대로 가파르게 뛴다. 금융권이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은 위험하다고 보고 아예 대출을 해주지 않거나, 처음부터 높은 금리를 요구하는 것인데 이는 중신용자에 대한 금융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2017년 말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중신용자 10명 중 6명은 최근 3년 간 금융권 대출 실적이 없다. 금융권 입장에서는 저신용자(8~10등급)는 연체 기록이 있어 상환능력을 파악할 수 있지만, 중신용자는 거래 실적 자체가 없어 심사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다. 기존의 금융권은 대출심사 때 금융거래 이력·소득·신용카드 사용내역 등 금융 관련 정보에만 의존하기 때문이다.

정부나 금융권은 이 같은 문제를 인터넷은행이 해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인터넷은행은 데이터 수집·분석 등 ICT를 앞세워 중신용자의 재정 상황 등을 면밀하게 분석해 위험을 줄이면서 효율적인 대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금리대출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케이뱅크는 모기업인 KT의 각종 통신 데이터를 분석해 대출 심사에 활용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17년 4월 출범 이후 2년 간 총 6000억원 규모의 중금리대출을 실행했다. 이는 인터넷·시중은행을 통틀어 가장 큰 비중이다. 은행연합회의 가계신용대출 금리구간별 비중 조사를 보면 지난해 6개 은행(신한·KB국민·KEB하나·우리·NH농협·IBK기업)과 2개 인터넷은행 중에서 연 6% 이상 금리의 대출 비중이 가장 큰 곳은 케이뱅크(평균 33%)다.

제3 인터넷은행에 도전장을 낸 토스는 1200만명에 달하는 기존 토스 고객이 있고, 컨소시엄에 참여한 배달의 민족, 직방 등과 협업하면 정밀한 소비자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다며 중금리대출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승건 토스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배달의 민족은 가맹점주가 한 달에 물건을 어느 정도 파는지, 원가는 얼마인지, 결제는 어떻게 일어나는지 등의 자료가 있고 토스 서비스를 쓰는 가맹점주라면 통장 거래 내역도 있다”면서 “이 가맹점주의 동의를 받아 각 데이터를 분석하면 이를 기반으로 신용평가를 정밀하게 해 소상공인 대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체율 증가 우려


시장에서는 정밀한 신용평가를 통한 리스크 관리가 중금리대출 시장에서의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중금리대출 취급 비중이 큰 케이뱅크의 지난해 말 연체율은 0.76%에 이른다. 지난해 2분기 연체율 0.06%에 비하면 급증세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신용대출 만기는 1년으로 차주의 신용등급을 높여 한도를 늘려주지 않는 한 연체가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한다”며 “지난해부터 케이뱅크의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건 출범 2주년을 맞으면서 본격적으로 중금리대출 만기가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금리대출이라도 결국 우량 차주를 중심으로 대출이 이뤄지면 금융부채 총량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중금리대출 확대 방향은 인터넷상의 여러 정보를 분석해 우량, 비우량 차주를 가려내겠다는 게 핵심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기존 금융권의 영업방식과 다를 바 없어 결국 가계부채만 늘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479호 (201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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