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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의 대한항공] 3세 오너경영 난기류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상속세 재원 마련 숙제... 그룹 경영권 승계 가능성 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차녀 조현민 전 진에서 부사장이 4월 12일 오전 조 회장 운구 항공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해 입국장을 나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진그룹은 고(故) 조양호 회장의 장례식(4월 12~16일)과 더불어 경영권 승계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항공 안팎에서는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44) 대한항공 사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가 굳어지고 있다고 여긴다. 현실적으로 한진가(家)에서 경영권을 승계할 만한 사람이 조 사장 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현재 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과 주력 계열사 대한항공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조현아(전 대한항공 부사장)·현민(전 진에어 부사장)은 각각 이른바 ‘땅콩 회항’ ‘물컵 갑질’ 등으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며 경영에서 손을 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조 사장의) 경영 능력을 떠나 삼남매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고 대안도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조 사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가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그동안 승계 준비를 거의 하지 않은 데다 그룹 안팎에 악재가 겹친 때문이다. 가장 최근 그룹 경영권이 바뀐 LG그룹에서는 구광모 회장이 꾸준히 지주회사 지분을 늘려왔고, 아버지 구본무 회장 별세 이후 지분 일부를 상속받아 경영권을 확보했다. 구 회장이 비교적 승계 준비의 여유가 있었던 반면 조 사장은 최근 몇 년 간 ‘갑질 논란’과 ‘실적 하락’에 시달려 왔다. 여기에 일명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행동주의 펀드 그레이스홀딩스(KCGI)의 경영권 위협과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발동 등의 악재가 겹쳤다. 이 탓에 지주회사 지분 확보 등 승계를 준비할 여유가 없었다.

상속세 마련이 승계의 열쇠


현재 한진그룹의 지배구조는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중심으로 ‘한진칼→대한항공·한진→손자회사’로 이어진다. 한진칼 지분은 조 전 회장이 17.84%, 조 사장이 2.34%, 조 전 부사장과 조 전 전무가 각각 2.31%, 2.30%를 갖고 있다. 조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이 그대로 한진가로 상속되고, 한진가가 똘똘 뭉친다면 한진가가 그룹 경영권을 지키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재계는 내다본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조 회장의 유언장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부인(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삼남매가 서로 경영권을 두고 싸우지만 않는다면 한진가가 그룹 경영권은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이 그룹 경영을 맡고, 이 전 이사장과 두 딸의 지분이 조 사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우호지분으로 남는 구도다. 하지만 한진가가 조 전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으려면 막대한 규모의 상속세 납부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조 전 회장이 보유했던 한진칼·대한항공 등의 주식가치는 약 3600억원으로 단순히 계산해도(상속세율 50%) 상속세가 1800억원에 이른다. 경영권을 상속받을 때는 주식가치의 30%를 가산하게 돼 있고 부동산이나 비상장 주식 등 조 전 회장의 다른 재산을 합하면 상속세 규모는 더 커진다. 대한항공 안팎에서는 유족이 부담해야 할 상속세가 2000억원가량 될 것으로 추산한다. 이를 최대 5년 간 나눠 낼 수 있지만, 나눠 낸다고 해도 만만찮은 규모여서 상속세를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경영권 승계의 변수다. 구광모 회장은 계열사 지분 매각과 배당금, 주식담보대출 등을 활용해 상속세를 마련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한진가 역시 주식담보대출과 배당 등의 방법을 통해 상속세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담보대출은 보통 평가가치의 50%까지 가능한데, 증권가에서는 현재 한진가가 갖고 있는 주식가치가 모두 합쳐 1200억~1300억원 정도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조회장의 지분을 비롯해 한진가의 한진칼 지분 27%는 이미 금융권·국세청 등에 담보로 잡혀있다. 나머지는 배당이나 보유 자산 매각 등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한진가에서 받은 배당금은 12억원 정도였다.

상속 주식의 일부를 매각해 현금화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만약 이 과정에서 한진칼 지분까지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진칼에 대한 한진가의 지분율이 낮아져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KCGI는 4월 4일에도 공시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추가 취득해 기존 12.68%이던 지분율을 13.47%로 높일 예정”이라며 경영권 공세를 이어갔다. 결국 한진가가 보유한 현금이나 주식 등 자산 규모가 경영권 승계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빅딜’ 가능성도 점친다. 상속 한진칼 지분을 처분해 상속세를 납부하고, 대신 주요 주주와 빅딜을 통해 한진가는 임원 자리를 유지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는 식이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상속 한진칼 지분을 처분하면 경영권을 내놔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며 “여론의 공격에 지쳐 상속을 포기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진가가 한진칼 지분을 모두 상속 받는다면 삼남매 공동경영체제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장은 두 딸의 복귀를 둘러싼 여론이 곱지 않을 뿐더러 앞으로 경영에 나선다하더라도 계열분리를 통한 독립경영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조 사장 체제로 승계한 후 장녀 조현아 전 부사장은 호텔·관광 관련 사업을, 조 전 전무는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를 각각 맡는 식이다.

경영권 지키려면 당장 성과 내야


한진가가 경영권을 지켜내 조 사장이 그룹을 이끌게 된다면 조 사장은 곧바로 경영능력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회사 안팎의 현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은 본인과 관련된 논란을 잠재워야 한다. 조 사장이 경영권을 승계한다면 과거 불거졌던 인하대 부정편입 논란과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조 사장의 1998년 인하대 편입 과정이 편법이었다며 조 사장의 편입과 졸업을 모두 취소하라고 인하대에 통보했다. 인하대 총학생동문회는 3월 조 사장을 총동창회에서 제명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이 2016년 조 사장 등 삼남매가 사실상 소유한 기내 면세품 위탁 판매업체 ‘싸이버스카이’와 콜센터 운영 위탁업체 ‘유니컨버스’에 일감을 몰아줘 공정위 과징금 처분을 받은 것과 관련해서도 소송이 진행 중이다.

조 사장은 또 대항항공 직원에게 연차수당 244억원을 지급하지 않고, 생리휴가 3000건을 부여하지 않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6월에는 ‘항공업계 UN’으로 불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서울 연차총회를 이끌어야 한다. 120여 개국에서 약 290개 항공사 최고경영진(CEO)과 항공기 제조사 등 항공 관계자가 참석할 예정인데, 조 사장이 총회 의장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

갑질 논란과 실적 하락에 따른 임직원의 사기진작에도 힘써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조 사장은 취임 후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는데, 경영권을 승계한 후에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 내년 주주총회에서 KCGI 등의 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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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0호 (2019.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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