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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 위한다는 취지 잘 알려지지 않아무엇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나.“신협은 1849년 사회·경제적 약자들을 구제하고자 독일에서 시작된 이래 현재 109개 국가에 퍼져 있는 협동조합 조직이다. 전 세계 회원조합의 총자산만 2132조원에 달하는 거대 조직이다. 신협은 금융기관이라기보다는 비영리 사회적 협동조합의 성격이 강하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속성이 강한 시중은행과 달리 신협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협동 정신을 추구하는 게 큰 차이다. 금융사들은 고객을 돈으로 생각하지만, 신협은 고객을 가치로 생각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국내에선 신협을 금융기관으로만 생각해서 그런지 정부가 시중은행과 똑같은 잣대로 규제를 적용하려 한다.”김 회장은 “신협은 한국에 들어온 이후 서민을 위한 신용대출에 주력하면서 60년대의 가난 극복과 고금리 사채를 몰아낸 1등 공신이 됐다”고 강조했다. 환란과 세계 경제위기를 거치며 26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일선 조합이 통폐합되는 등의 아픔을 겪었지만 올해 말쯤 정부의 경영개선 명령을 졸업한다는 목표 아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2020년 한국 신협 창립 60주년을 한 해 앞둔 올해는 ‘새로운 희망과 도전’의 해가 될 것이다. 가장 먼저, 경영정상화를 위해 금융당국과 체결한 경영개선 명령(MOU) 해소에 전력을 다 하고자 한다. 그동안 자율 경영의 걸림돌이었던 누적결손금을 전액 보전했으며, 최근 5년간 연속 흑자달성과 지난해 12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경영 정상화 기반을 마련했다. 올 연말쯤 이 조치에서 졸업하게 되면 일선 회원 조합에 대한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이용고 배당과 출자금 배당을 통해 일선 조합 경영을 지원할 수 있게 될 것이다.”김 회장이 취임 이후 내건 슬로건은 ‘평생 어부바 신협’이다. 어부바란 업는 사람에게는 내 등을 내어주는 행위이자 업히는 사람에게는 나를 남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행위여서 상호 신뢰관계가 구축되지 않고선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조합원들에게 서로의 등을 내어주는 신뢰와 신용의 관계를 세우는 한편 우리 사회의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을 외면하지 않고 평생 어부바 해주겠다는 신협의 본질과 철학을 담은 이 말을 슬로건으로 정했다는 것이다.
다자녀·청년 결혼 지원 대출에 孝 상품 출시신협 정신을 담은 새로운 사업들은 어떤 것이 있나.“대표적인 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자녀가구 주거안정대출’이다. 3자녀에 연 7000만원 이하 소득자의 주택 마련 등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 연 2.4%의 저리, 30년 상환 조건으로 최고 3억원까지 대출해주고 있다. 내년까지 이를 1자녀까지로 낮춰 나가는 한편 내후년부터는 30세 이전에 결혼하는 사람들을 위한 저리 대출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신협의 주된 조합원이자 거래자층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해서도 지역 내에서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상자를 선정해 1 영업점 당 10개씩, 전국 약 1만4000개의 결연을 하는 성장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김 회장은 전국 888개 회원 조합들의 삶의 터전인 지역경제를 살리는 마중물을 만드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최근 지역특화 전담 TF팀을 구성해 전주 한지를 필두로 ‘지역특화사업’을 시작했다. 벨기에 브뤼셀의 ‘오줌싸개 소년’ 동상이 스토리 텔링을 통해 많은 국부를 창출하듯, 지역사회에 근거를 둔 신협이 전국 곳곳의 스토리 텔링이 가능한 지역특화사업을 발굴, 육성해 매력적인 대한민국으로 디자인해 나간다는 목표다.사업도 좋지만 여기저기에 쉽게 돈을 빌려주다 보니 부실 대출의 우려가 없지 않다.“일선 회원 조합의 과도한 재량권을 견제하기 위해 중앙회 상시감시팀이 주요 여신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며 감독한다. 여기에 50명의 외부인력으로 이뤄진 순회 검사역이 한 달에 한 번씩 각 조합을 방문해 각종 대출에 대해 감독한다. 이런 이중 삼중의 시스템으로 여신 부실률이 10년 전보다 10분의 1로 줄었다. 일선 지점의 부실에 대비해 본점에서 대손충당금을 모두 쌓아놓는 시중은행과 달리 신협의 회원 조합은 모두 다 개별 법인이라서 설사 부실 사고가 나도 각 지방 조합 단위에서 끝나게 돼 다른 곳에 영향이 없다.”
서예가, 청과상, 호텔 CEO에서 금융인으로 변신
‘디지털 금융’ 아닌 ‘디지털 휴먼’ 지향앞으로의 목표는.“지역에서 만들어진 모든 이익이 외부 유출 없이 서민 조합원들에게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다. 한국 신협을 금융을 넘어선 인문학적인 협동조합 정신을 살리는 조직으로 새롭게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금융 분야에서 벌어들인 돈의 절반 이상을 서민 생활에 투자하는 큰 기둥으로 자리 잡고 싶다. 핀테크를 통한 혁신으로 금융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지만, 기술혁신만을 외치는 ‘디지털 금융’이 아니라 조합원을 먼저 생각하는 ‘디지털 휴먼’을 지향할 것이다. 인간을 중심에 두고 수치가 아닌 가치를 추구하는 따뜻한 동반자로서 조합원의 곁에 남을 것이다.”김 회장은 그래서인지 숫자 중에서도 ‘6’을 가장 좋아한다고 밝혔다. 금융기업이라면 ‘9’나 ‘10’의 완전성의 목표를 추구해야 하지만 ‘6’이야말로 적당한 이윤과 환원을 가능하게 하는 중용을 상징하기 때문이다.나만의 애장품이 있다면.“선친 때부터 수집해온 서예작품 3000여 점이 재산목록 1호다. 특히 추사 김정희 선생이 말년에 쓴 8폭 병풍 작품을 가장 아낀다. 화려한 색으로 눈을 희롱하지 않고 단색으로 힘있게 써 내려 간 작품이다. 볼 때마다 마치 흰 종이 위의 막대기가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김 회장은 자주 쓰는 글자 중에선 없을 ‘무(無)자’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거기엔 사악함이 없는 바른 마음을 뜻하는 공자의 ‘사무사(思無邪)’란 말처럼 마무리가 깔끔하고 글씨의 힘이 멋스럽게 담겨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매일 바쁜 일과를 보내겠다. 하루 중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은 언제인가.“회장이 된 후 기차 안이나 공항에서 결재할 정도로 여유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하루에 2번이나 서울을 오르내린 적도 있다. 그렇게 피곤해도 5, 6시쯤이면 눈을 뜨는 새벽형이다. 새벽에 일어나면 나만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명상과 기도의 시간을 갖는다. 이때가 나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김 회장은 최근 신협이 출시한 신상품인 ‘효(孝) 어부바 예탁금’도 새벽 명상에서 떠오른 오른 상품이라고 했다. 이 상품에 가입하면 시골의 부모님에게 신협이 정기적으로 전화와 방문 등으로 안부를 대신 확인해주며, 진료 안내·예약과 병간호 서비스까지 제공해주는 신종 대행 서비스 상품이다.나름의 좌우명을 소개해달라.“‘등고자비(登高自卑·왼쪽 위 사진) 지족상락(知足常樂)’이란 말이다. 높이 오를수록 스스로 낮추고, 작은 것에도 만족하면 항상 즐겁다는 뜻이다. 이 말은 조직 내에서 겸손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도 항상 어른을 만나면 그저 목례하는 데만 그치지 말고 90도로 인사하라는 말을 강조한다.”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조언이 있다면.“’희망을 갖고 치열하게 살아라’라는 말을 꼭 들려주고 싶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말이 있지 않나. 긍정적인 마인드로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사랑해야 한다. 치열한 생각이 이어져야 성공할 수 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너무 빨리 성공하려 하는 조급증이 있더라. 처음에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자리를 달궈야 한다. 어느 정도 내공이 생긴 뒤에라야 수입과 성공이 저절로 들어오게 되는 법이다.”
※ 홍병기 경제전문기자 -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사회부·산업부 기자와 경제부 정책·금융·증권팀장 등으로 일선 취재현장을 두루 거친 뒤 JTBC 보도국 취재담당 부국장, 중앙일보 선데이담당 경제에디터 등을 역임했다. [재계를 움직이는 사람들(공저)] [떠오르는 재계 새별(공저)] [뉴스 동서남북: 한 권으로 읽는 한국 언론 명인·명문 열전]의 저서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