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깜짝쇼로 그쳐선 곤란… 북한 믿을 수 있는 실천도 필요
취임 이후부터 계속 하락하는 게 대통령의 지지도라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는 아직 다르다. 지금도 같은 시기 역대 대통령과 비교하면 2위권이다. 문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는 40% 후반 또는 50% 초반에서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다. 이런 모습은 올 초부터 이어지고 있다. 현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분명 존재하지만 아직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다는 말이다.상대적으로 높았던 문 대통령 지지도를 유지하는 버팀목 중 하나는 남북관계였다. 지난해 세 번에 걸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대통령 지지율은 70%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북미 정상회담 결렬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이어지자 여론은 차갑게 돌아섰다. 대북정책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도 박해졌다. 최근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51%는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47%였다. 긍정과 부정이 교차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11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견인을 위해 대북 재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데 국민 64%가 공감했던 것과 대비된다.북한 신뢰의 변화는 더 극적이다. 올해 5월 조사를 1년 전과 비교하면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나 종전선언 그리고 평화협정 전환 등 합의 내용을 잘 지킬 것으로 보는 의견은 58%에서 26%로 줄었다. 이와 달리 북한이 합의 내용을 지키지 않을 걸로 보는 의견은 20%에서 61%로 늘었다.북한의 식량위기에 대해 우리 정부가 북한에 식량을 지원해야 하는지 아니면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국민 의견은 엇갈린다. 올해 5월 조사를 보면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47%로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44%)을 오차범위 내에서지만 근소하게 앞서는 모습이다.‘대화와 지원 우선’에 대한 지지 감소는 ‘체제 변화와 제재 우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외교정책은 어떤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한미 동맹 강화를 꼽은 비율이 가장 높았고, 남북관계 개선은 다자 외교 강화에 이어 3위에 그쳤다. 남북 문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국정 중요도에서도 뒤로 밀린다. 올 3월 대북 관계는 10대 국정과제 중 최하위 우선순위 과제였다.결국 요점은 분명하다. 첫째, 비핵화든 뭐든 만남과 이벤트가 아닌 실질적 성과가 전제돼야 한다. 대화와 지원이든 제재와 체재 변화든 모든 게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라는 문제의 해결 수단이다. 두 대립되는 방법의 적절한 조합과 강약 조절로 문제 해결의 성과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둘째, 북한의 행동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북한을 믿을 수 있는 존재로 생각하게 하는 구체적 실천이 필요하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모든 대북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과 핵을 포기하지 않더라도 인도적 대북 지원은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 변화는 상징적이다. 2013년, 2016년, 2017년 그리고 올해의 조사를 보면 대북 지원 중단 의견이 46%, 55%, 57% 그리고 54%로 나타났다. 인도적 지원 유지 의견은 47%, 35%, 39% 그리고 38%였다. 주목할 건 조사 시점인데, 2013년은 북한의 3차 핵실험, 2016년은 4차 핵실험, 2017년은 ICBM급 미사일 발사 그리고 올해는 단거리 미사일 발사 직후의 조사 결과이다. 국민들이 북한을 믿고 대화와 지원을 하려는 생각을 갖게 하느냐 아니냐는 북한의 행동에 달려있다는 말이다.셋째, 남남갈등의 관리가 중요하다. 이념 성향에 따라 대북정책 의견은 확연히 갈린다. 진보층의 대북정책 긍정 평가가 74%지만 보수층의 부정 평가는 68%다. 지지 정당에 따라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엇갈림은 우리 내부의 소모적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갈등 관리는 공동체 유지와 발전을 위한 정치권과 지도자들의 몫이다.
- 박명호 동국대 정치학과 교수
※ 박명호 교수는… 한국민주시민교육학회 회장이자 중앙선관위 자문위원이다. 한국정당학회 회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