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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동차 시장 노리는 다이슨] ‘디지털 모터’ 기술 앞세워 관련 다각화 

 

2020년 싱가포르에 공장 건설 예정… “다이슨 엔지니어링의 연장선” 주장

▎영국 가전 업체 다이슨의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은 2017년 9월 20억 파운드를 들여 전기차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작은 사진은 다이슨 청소기를 바탕으로 카매거진에서 다이슨이 개발할 전기차를 상상한 모습.
싱가포르는 도쿄 23구보다 조금 큰 규모의 국토에 약 560만 명의 사람들이 복작대며 살고 있다. 산업의 70%가 금융이나 관광 등 서비스업으로 구성된 이 나라에서 약 40년 만인 2020년에 자동차 공장이 건설될 예정이다. 공장 주인은 사이클론 방식 청소기로 유명한 영국의 가전 업체 다이슨이다. 2021년 출시 예정인 전기자동차(EV) 전용 공장으로 지난해 말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싱가포르에 40여년 만에 자동차 공장 들어서

지난 2017년 9월, 다이슨이 가전과는 전혀 다른 분야인 EV 시장 진출을 표명하자, 자동차 업계로부터 현실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그러나 다이슨 측은 상당히 진지했다. 다이슨의 CEO이자 EV 사업 책임자인 짐 로웬은 “새로운 영역에 손을 뻗는다기보다 당사의 특기인 엔지니어링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어디까지나 지금까지 축적해온 기술의 연장선 상에서 EV 개발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EV로 이어질 다이슨의 ‘특별한 기술’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다이슨은 디자인 엔지니어인 제임스 다이슨이 자택에서 사용하던 청소기에 불만을 가지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흡인력이 저하되지 않는 사이클론 청소기(1998년 발매)를 시작으로 날개 없는 선풍기(2009년), 구멍 뚫린 드라이기(2016년) 등 지난 몇십년 간 기술 발전이 제자리걸음이었던 일상 가전 분야에서 혁명을 일으켰다. 그렇지만 다이슨의 제품은 경쟁사 대비 현저히 비싸다. 예를 들어 일본 국내 헤어드라이어의 평균 가격은 수천엔 대이나, 다이슨 제품은 세금 포함 4만8600엔(약 50만원)이다. 다이슨이 신제품을 내놓으면 그 후 경쟁 회사들도 뒤쫓아 고가의 제품을 투입해 해당 제품군의 전체 평균 가격이 20~30% 오르는 일도 있다.” 고가임에도 다이슨 제품이 화제를 모으며 팔리는 이유는 제품의 혁신성과 독창성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다이슨이 보유한 3가지 핵심 기술이다.

다이슨의 제품군은 청소기·공조가전·미용가전 등 언뜻 보기에 폭넓게 퍼져 있는 듯 보이지만, 독창적인 기능의 핵심 기술은 디지털 모터, 유체역학, 전지의 3가지다. 이들 기술을 깊게 파고들어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제품 영역을 확대시켜온 것이다. 그중에서도 ‘디지털 모터’라고 불리는 DC(직류) 모터 기술은 다이슨의 최대 강점이다. 이 기술의 특징은 독자 알고리즘으로 코일 전류를 전자제어하는 점이다. 에너지 효율이 높으며 소형·경량화가 가능하다. 다이슨은 2003년에 1세대 모터를 개발한 이후, 디지털 모터에 15년에 걸쳐 누적 3억5000만 파운드(약 430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해왔다.

싱가포르의 중심가에서 차로 서쪽으로 약 30분을 달리면, 여러 기업이 입주한 거대한 건물 가운데 다이슨이 지난 2013년, 약 410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공장이 나타난다. 이곳은 디지털모터의 설계·제조를 담당하는 전략거점이자, 청소기용과 소형 미용가전용 모터를 연간 약 2000만개 제조하는 라인이다. 철저한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한 이곳에서는 어디를 둘러봐도 장치나 제품 품질을 관리하는 종업원은 몇 명 밖에 눈에 띄지 않는다. 이들 중 대다수는 싱가포르 현지 채용자 중심으로 모터 개발에 관여하는 엔지니어다. 다이슨의 본사가 있는 영국이 엔지니어 부족에 시달리는데 반해, 싱가포르에는 국립 공과대학을 비롯해 공학계 대학이 많아 우수한 엔지니어가 많은 편이다. 영국의 연구개발 거점과 8시간 시차를 이용해 실질적으로 24시간 개발을 풀가동하는 것이 가능하다(다이슨은 영국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기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주력 상품인 청소기는 모터의 명칭이 그대로 제품명이 될 만큼 모터가 성능을 좌우한다. 다이슨이 지난해 3월에 발매한 무선 청소기 ‘V10’ 발표회에서 다이슨은 “모든 유선 청소기 개발을 중지하겠다”라고 단언했다. 그 배경에는 개발에 5년이 걸린 새로운 모터의 존재가 있다. 다이슨은 2011년부터 무선 청소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무선이라 청소에 방해가 되지는 않지만 집안 청소를 끝낼 때까지 전지가 버티지 못하는 것이 단점이었다. 이에 V10에서는 날개바퀴 소재를 바꾸어 전 모델인 ‘V8’보다 회전수를 10% 향상시켰다. 그에 따른 진동에 견디도록 인공위성에서 사용되는 탄력 있는 고강도 수지를 용기에 채용했다. 회전효율의 향상으로 “입력전압이 145W라도 1500W짜리 유선 청소기보다 흡인력이 높다. 전지 사용 시간도 40분에서 60분으로 늘어났다”(청소기 부문을 총괄하는 바이스 프레지던트 존 처칠). 성능이 향상된 한편, 무게는 전 모델에 비해 60%나 감소시켰다. 크기도 손 안에 쏙 들어갈 정도다. 지난해에는 다이슨를 따라 일본 국내에서도 파나소닉이나 샤프, 히타치 등이 무선 청소기를 선보였다. 파나소닉은 모터 업계 1위인 닛폰덴산과 공동개발을 통해 필사적으로 반격에 나섰지만 “2018년에도 다이슨의 아성은 무너지지 않았다”(도쿄도 가전대리점 관계자).

가전 제조에서 쌓은 기술력 총동원


다이슨의 두 번째 핵심 기술은 유체역학이다. 지난해 10월, 다이슨은 청소기에 이어 미용가전 제품을 선보였다. 여성이 머리카락에 컬을 만들 때 사용하는 스타일링용 아이롱(스타일러)이다. 일반적인 제품에서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아이롱 주위에 말아서 사용하지만, 다이슨의 제품은 전혀 다른 방식이다. 디지털 모터로부터 방출된 고속·고압의 공기를 기기 헤드 부분의 빈 공간으로 흘려보내 풍량을 증가시키고 주변의 공기와 함께 머리카락을 빨아들여, 자유자재로 머리카락을 스타일링한다. 이로써 고온의 열에 머리카락이 직접 닿지 않고도 스타일링할 수 있는 것이다. 독창적인 사용법이 호평을 낳으며 발매 직후, 사진 및 동영상 공유 SNS인 인스타그램 상에서 자신의 머리카락을 스타일링 하는 모습을 올리는 여성이 줄을 이었다.

아이롱으로 머리카락을 마는 것은 ‘코안다 효과’라고 불리는 유체역학 지식을 응용한 것이다. 원래 2009년에 발매한 날개 없는 선풍기에 이용된 것인데, 이를 헤어 스타일링에 응용할 수 없을지 2016년부터 사내에서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단순하게 기술을 응용한 것만은 아니다. 헤어 스타일링 때 머리숱이나 강도는 인종이나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싱가포르의 모터 공장 근처에 있는 연구개발 거점에서는 어떤 모질의 사람이라도 사용 가능한 교환식 헤드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이 제품의 개발 멤버인 베로니카 앨라니스는 “아프리카 계통부터 아시아 계통까지 모든 종류의 머리카락을 수집해, 약 1800㎞ 분량을 테스트했다”라고 말했다. 다이슨은 사원 수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4450명(2017년 기준)이 엔지니어인 기술자 중심의 기업이다. 더구나 ‘젊을수록 자유로운 발상이 가능하다’는 다이슨의 경영철학에 근거해 평균 연령이 26~27세로 상당히 낮다. 그들의 이런 개발 욕심 덕분에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계속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재 다이슨이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분야는 세 번째 핵심 기술인 전지다. 전기자동차나 전자제품 제조사는 한국이나 일본 등지로부터 대부분의 2차전지를 조달하고 있지만 다이슨은 직접 재료부터 개발을 실시한다. 2015년에는 차세대 전지라 불리는 ‘전고체전지’ 벤처기업인 미국의 삭티3를 인수했다. 전기자동차 탑재를 목표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터, 유체역학, 그리고 전지. 다이슨의 주축이 되는 이들 기술은 확실히 EV에 필요한 기술이지만, EV에서의 높은 안전성이나 성능 기준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또 그것만으로 차를 만들 수는 없다. 과연 다이슨은 어떤 EV를 세상에 선보일 것인가?

최근 1~2년간 다이슨은 미국의 테슬라, 영국의 애스턴마틴과 롤스로이스, 프랑스의 르노·닛산 자동차 등 내로라하는 자동차 메이커들로부터 많은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약 400명의 개발팀이 모여 2021년 출시 예정인 EV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다이슨이 EV 개발을 시작한 지 약 2년의 시간이 흘렀다. 20억 파운드(약 2조8700억원)를 투입해 ‘타사와 근본적으로 다른 EV를 만들겠다’는 계획은 현재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을까?

EV 사업 책임자로 다이슨 CEO인 짐 로웬은 지난해 9월 일본 방문 때 “진척 상황은 굉장히 순조롭다. 당초 계획보다 빠르게 진행될 정도”라고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담담히 얘기했다. 같은 해 여름에는 영국 윌트셔주 비행장이 있던 자리에 EV 사업을 위해 2억 파운드를 투자하기로 발표했다. 약 16㎞의 광활한 부지에 총 6가지 테스트 코스를 설치했다. EV에 탑재 예정인 운전 지원 기능을 포함해 주행실험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또 격납고를 개조해 자동차사업 사원 2000명이 수용 가능한 사무실도 건설한다.

EV 제조를 담당하는 공장 건설도 결정했다. 장소는 싱가포르. 지난해 10월 하순, 싱가포르의 리센룽 총리는 자신의 SNS에서 다음과 같이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자동차 공장이 건설되는 것은 (미국의 포드가 조립공장을 두었던) 1980년대 이후 처음이다!” 당시 발표는 자동차 관계자들의 허를 찔렀다. 싱가포르는 제조업 발달이 뒤처진 곳으로 지가도 인건비도 높다.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자동차 공장에 적합한 장소라고는 할 수 없다. 특히 인건비의 경우, 일반공의 월 평균 임금이 테슬라가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중국 상하이의 3배 수준에 이른다(일본무역진흥기구 조사).

그럼에도 다이슨이 싱가포르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가전용 모터공장과 연구개발 거점이 이미 자리해 있기 때문이다. 다이슨은 “EV 제조 거점에서는 싱가포르에서 확립한 모터나 전지 전문성을 토대로 한다”고 설명한다. 차체 조립뿐 아니라 이 두 가지 부품의 개발, 경우에 따라서는 생산도 같은 지역에서 진행하는 것을 염두에 뒀다. 가전과 자동차는 모터에 요구되는 마력이나 사이즈가 크게 차이가 있지만, 다이슨은 “지금까지 축적해온 기술의 연장선상에 있음이 확실하다”고 자신감을 나타낸다. 앞서 EV 생산에 나선 미국의 테슬라도 모터와 전지는 미국의 자사 공장에서 생산한다(전지의 셀은 파나소닉과 공동 운영하는 공장에서 조달). EV 성능을 좌우하는 기간부품을 내제화하는 것이 경쟁력 강화에서 중요하다. 더불어 “공장 유치에 싱가포르 정부가 세제 우대를 했을 가능성도 크다. 자동운전기술의 공공도로 실험에 적극적이라는 이점도 있다”(자동차 업계에 정통한 컨설팅회사 롤랜드버거의 가이세히토시)라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모든 개발·생산을 자사에서 소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로웬 CEO는 “부품은 전 세계에서 조달한다”며 “가전용으로 거래하는 일본의 정밀부품 메이커도 EV 공급망에 추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차세대 전지 개발에 시간 필요


차체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의 아직 불확실한 부분도 많지만, 그보다 더한 불안요소는 전지다. 다이슨의 차세대 전지 개발에는 영국 정부도 2016년 무렵 2000억원이 넘는 보조금을 지급해 기대를 모았다. 2015년에 미국 미시간대학이 설립한 ‘삭티3’를 9000만 파운드(약 1300억원)에 매수했는데, 삭티3는 리튬이온 2차전지보다도 안전성이 높고 이론상 고용량화가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전고체전지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고체전지 개발은 2020년대 전반에 실용화를 목표로 하는 도요타자동차를 필두로 파나소닉, 한국의 삼성전자, 중국의 CATL 등이 혈안이 되어 추진 중인 사업이다. 하지만 양산 기술이 아직 확립되지 않아 실용화에 성공한 기업은 전무하다. 2021년에 발매되는 다이슨의 EV 에 탑재된다면, 최초의 성공사례가 될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이슨은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전고체전지의 실용화에는 아직 시간이 걸린다.” 같은해 9월에는 삭티3의 주식을 감손했다. 차체 전지기술에 정통한 나고야대학의 사토 노보루 교수는 “2021년에 나올 EV에는 리튬이온 전지를 채용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말한다. 닛산자동차의 전 자회사이자 중국 기업에 매각된 전지 메이커 AESC의 일본인 엔지니어가 다이슨으로 다수 전직하는 등, 외부 인재를 결집해 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다이슨은 과거 사이클론 기술을 응용한 자동차용 배기가스 포집 필터 개발에 온 힘을 쏟았다. 그런 배경에는 대기오염의 원흉인 자동차산업에 대한 격한 분노가 있었다. 그러나 그후, 클린 디젤차량의 등장으로 프로젝트는 중지됐다. 이번 EV 개발을 통한 자동차산업 진출은 다이슨에게 일생일대의 승부수다. 다른 대형 가전 업체가 구상하는 저속의 시티 커뮤터(통근용 초소형 자동차)를 내놓고 타협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자동차 메이커가 EV 개발을 목표로 한다. 중국의 많은 신흥 메이커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소비자들이 ‘청소기 다이슨’의 차를 사게 하기 위해서는 높은 안전성과 우수한 디자인, 그리고 혁신성이 필요할 것이다. 가전에 이어 자동차 시장에서도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박스기사] 다이슨 최고 엔지니어 제이크 다이슨 - 인공지능·로보틱스·모빌리티에도 관심

70세가 넘어도 경영일선에서 활동하는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 2015년에 자신의 장남이자 조명회사를 경영하는 제이크 다이슨을 후계자로 지명해 세대교체를 위한 준비도 진행 중이다. 창업 2세대가 생각하는 다이슨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학창 시절부터 아버지가 청소기를 만드는 모습을 지켜봐왔다. 18살에 시제품 개발을 도왔을 때는 정말 가슴이 두근거렸다. 결국 청소기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10년이나 걸렸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자신도 엔지니어로서 2004년에 조명회사를 설립했다. 2013년에 다이슨의 사외이사로 임명됐다. 2015년에는 다이슨이 조명회사를 인수했다. 그때부터 연구개발 책임자가 되어, 부친과 제품 개발 전략이나 제품 디자인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부친을 보조하는 수준의 역할이다. 다이슨은 지난 25년간 유체역학 연구를 이어오며 전문성을 높여왔다. 15년간 모터를 연구한 결과, 청소기에서 미용가전 분야로까지 발전시켰다. 제이크 다이슨은 “우리가 가진 기술을 변신, 발전시켜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는 것이 기본 목표”라며 “EV 진출도 그런 자연스러운 흐름 중 하나”라고 말했다. 새로운 기술로는 인공지능(AI)이나 로보틱스, 모빌리티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사용할 수 있기까지 10년은 걸리기 때문에, 장기적인 시야로 투자를 거듭해 끈기 있게 기술을 육성시킬 계획이다. 다이슨은 가족경영 기업 체제로 유지할 방침이다.

- 번역=김다혜

1484호 (2019.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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