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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리츠 상장 불발 그 후] 유통업 명가 롯데는 성공할까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올해 9월 증시에 ‘롯데리츠’ 상장 목표… 오프라인 유통 쇠퇴, 주식과 같은 신용위험계수 등

▎롯데그룹이 대규모 부동산 공모 리츠 상장에 나서면서 국내 최초로 조 단위 공모 리츠 상장에 성공한 사례로 기록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롯데쇼핑이 롯데부동산투자회사 (롯데리츠)에 현물출자한 롯데백화점 강남점
올해 상반기 금융투자 업계 핵심 화두 중 하나는 부동산이다. 정부에서는 지난해 강력한 대출 규제 카드를 꺼내놓으면서 과열된 주택시장 규제에 나섰다. 이와 달리 상업용 부동산시장에서는 공모·상장 리츠(REITs·부동산간접투자회사)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과열된 주택시장에서는 자금줄을 막는 대신 상업용 부동산시장까지 침체에 빠지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움직임이다. 이에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공모·상장 리츠에 대한 관심이 유행처럼 번졌다. 이어 홈플러스리츠가 상장 작업을 진행하면서 공모·상장 리츠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홈플러스리츠가 계획대로 상장에 성공할 경우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어서며 국내 리츠시장에 이름을 남길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홈플러스리츠는 수요예측 단계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으며 상장에 실패했고, 공모·상장 리츠에 대한 투자심리는 빠르게 냉각됐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그룹은 유통 계열사들이 보유 중인 부동산을 한 데 묶는 방식으로 공모·상장 리츠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조 단위 홈플러스리츠, 수요예측 단계 못 넘어


롯데리츠도 홈플러스리츠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니까. 롯데리츠가 계획대로 상장에 성공한다면 국내 최초로 조 단위 공모 리츠가 상장한 사례로 기록된다. 다만 롯데그룹보다 먼저 역대 최초 조 단위 공모 리츠 상장 타이틀에 도전했던 홈플러스리츠가 상장에 실패했다는 점이 부담이다. 롯데리츠의 상장 완료 목표 시점은 9월 말로 알려져 있다. 홈플러스리츠의 실패 이후 반년 만에 투자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3월 말 국토교통부로부터 롯데 AMC(리츠자산관리회사)의 본인가를 획득했다. 이어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강남 점을 롯데부동산투자회사(롯데리츠)에 현물출자하는 계약을 맺었다. 롯데리츠는 롯데백화점 이외에도 롯데마트와 롯데아울렛 등 그룹 내 유통 업체들의 점포가 자리한 부동산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포함시킬 예정이다. 롯데그룹 내 유통 업체가 보유중인 부동산을 롯데리츠가 사들인 후, 해당 부동산을 다시 롯데그룹 내 유통 업체에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는 식이다.

리츠는 이름 그대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신탁을 의미한다.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후, 임대 및 매각 등으로 발생한 수익을 돌려주는 형태다. 투자 형식이 뮤추얼펀드와 유사한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뮤추얼펀드로 부르기도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과도한 부채 부담 없이, 보유 자본만큼만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주식시장에 상장돼 언제든 매수와 매도가 가능한 형태가 공모·상장 리츠다. 따라서 공모·상장 리츠는 리츠의 장점에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추가했다.

장점이 많지만 공모·상장 리츠는 국내 시장에서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리츠는 신한알파리츠를 비롯해 이리츠코크렙, 모두투어리츠, 케이탑리츠, 에이리츠 등 5곳에 불과하다. 이들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쳐도 7000억원을 조금 넘어서는 수준이다. 국내 증시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1조7000억원 규모로 예상되던 홈플러스리츠의 상장 시도가 주목을 받았던 이유다. 다만 결론적으로 공모·상장 리츠가 매력적인 투자처로 평가 받지 못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롯데리츠가 성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국내 기관투자자의 참여를 꼽고 있다. 조 단위 규모에서 개인투자자들만으로 공모 물량을 모두 소화해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리츠 역시 거대한 덩치를 감안해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공을 들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충분한 수요를 확보하지 못했다. 홈플러스리츠의 자산관리회사(AMC)인 한국리테일홈플러스부동산 투자회사는 4월 24일 해산을 결의했다. 기관투자자 사이에서는 지금도 공모·상장 리츠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공모·상장 리츠에 투자할 실익이 적다는 판단에서다.

연금이나 보험사 등 장기 투자가 필요한 기관투자자들에게는 부동산 투자가 필수다. 부동산은 수십년이 지난 후에도 물가상승률 만큼 가치가 상승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투자금을 돌려줘야 하는 연금이나 보험사들은 국내나 해외에서 빌딩을 매입하는 식의 투자를 진행한다.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리츠 역시 부동산 직접투자와 비슷한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금융시장에서 리츠 투자를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 대상으로 여긴다. 리츠는 기초자산인 부동산을 통해 임대 수익을 받고 투자자들에게 배당으로 돌려준다. 청산에 들어가더라도 부동산 가치 상승분 만큼 매각 차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공모·상장 리츠다. 현행 규정 아래서는 연금·보험사들이 공모·상장 리츠에 투자할 경우 부동산 직접투자 방식보다 실익이 적다. 금융당국에서는 보험이나 연금 등 투자자들의 미래 소득을 보장해야 하는 기관투자자들에게는 투자후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지급 여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 놨다. 투자 기관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투자 대상별로 차등해서 자본을 적립해놓도록 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보험사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할 경우 신용위험계수 8%를 적용해 투자금액(장부가)의 8%를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신용위험계수만큼 충당금 적립해야


신용위험 계수는 투자 대상의 위험도에 따라 설정돼 있다. 한국 정부가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지 않는 이상 손실 가능성이 없는 국채에 투자한다면 신용위험 계수는 0%다. 보험사가 국채에 투자한다면 얼마를 투자하더라도 충당금을 적립할 필요가 없다. 이와 달리 가장 높은 신용위험계수를 적용하는 투자대상은 주식으로 8~12% 수준이다. 코스피200지수에 포함된 주식에 투자할 경우 8%의 신용위험계수가 적용되는 반면, 코스피200지수에 포함되지 않는 주식은 12%가 적용된다. 코스닥200지수에 포함되지 않는 주식에 장부가를 기준으로 100억원을 투자한다면 12억원을 적립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상장리츠는 상장된 주식이기 때문에 기초자산이 부동산이라 하더라도 주식과 마찬가지로 분류된다. 상장하는 리츠라면 코스피200지수에 포함되지 않은 주식과 마찬가지로 가장 높은 신용위험계수인 12%를 적용하게 된다. 주식보다 안정적이라고 여겨지는 부동산 리츠에 투자하면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신용위험계수를 적용하는 셈이다. 롯데리츠처럼 국내 최대 유통 대기업이 보유자산을 기초자산으로 구성한 리츠라도 코스피200지수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12%가 적용된다.

국내 기관투자자 가운데 은행이나 증권사 등도 유사한 형식을 적용받고 있다. 기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표준모형을 통해 계수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코스피200지수에 포함되지 않는 주식은 직접 투자하지 않는다. 더구나 연기금을 비롯한 대다수 기관투자자 사이에서는 아직 공모·상장 리츠에 대한 투자 매뉴얼을 정립하지 못한 상황이다. 부동산이라는 비교적 안전한 자산에 투자하면서도 주식 투자처럼 위험관리를 해야 하는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한 보험사 자산운용 담당자는 “맥쿼리인프라(상장인프라 주식)의 경우,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되고 있지만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하기 때문에 감독규정상 적용계수는 절반인 6%를 적용하고 있고 상장지수펀드(ETF)는 8%를 적용받는다”며 “공모·상장 리츠는 신용위험계수 최대치인 12%를 적용해야 하는데 이 같은 단점을 덮을 만큼 가격 등 다른 측면에서 메리트가 없다면 투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서는 당장 관련 규정을 개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상장 리츠가 주식 투자에 비해 안정적이라고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서다. 금융감독원에서는 리스크 관리와 관련해 제도나 규정을 만들 때 충분한 통계자료를 확보한 후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판단해야만 조정에 들어간다. 그러나 공모·상장 리츠는 1조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장 규모가 말해주듯 아직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다. 롯데리츠 입장에서는 홈플러스리츠와 다를 것 없는 환경에서 상장을 추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공모·상장 리츠가 일반 부동산 투자에 비해 얼마나 더 위험한지는 금융 선진국에서도 논쟁이 많은 주제다. 현대 투자 기준에서 위험의 척도 중 하나로 활용되는 변동성을 기준으로 할 경우, 리츠의 변동성은 주식만큼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미리츠협회(NAREIT)에서 집계한 최근 20년간 주요 투자 대상별 평균 수익률과 변동성을 살펴보면 ‘FTSE Nareits All REITs’의 변동성은 ‘러셀2000그로스’지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서는 리츠는 가격 변동을 부동산 직접 투자 보다 빈번하게 반영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과도하게 집계된다는 지적도 있다. 어느 쪽이든 국내에서는 금융당국에서 판단할 만한 경험적 자료가 부족한 상황이다. 서영일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 팀장은 “상장 리츠 투자 때 위험계수를 바꾸기 위해서는 보험리스크제도실에서 세칙 개정 작업을 준비해야 하며 상위 기관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며 “아직 논의된 게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단시간에 위험계수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모·상장 리츠가 개인투자자 수요만 기대하고 무작정 상장하기도 어렵다. 개인투자자에게 공모 물량을 전부 배정하고도 상장에 성공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8월 상장한 신한알파리츠는 공모주식 100%를 개인에게 배정하고도 4.3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다만 일반적인 사례가 아니다. 신한알파리츠는 개인투자자들의 청약 수요를 끌어내기 위해 당시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 등 신한금융그룹 전반의 영업력을 집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관투자자 참여 없이는 상장 어려워

신한알파리츠를 제외하면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돼 있는 리츠들은 대부분 유효수요 모집에 어려움을 겼었다. 특히 지난해 6월 말 상장한 이리츠코크렙은 개인배정 물량 632만8588주 가운데 절반이 넘는 348만8488주에 청약이 들어오지 않았다. 지난 2016년 상장한 모두투어리츠는 기관·개인투자자 구분 없이 청약을 진행했으나 3만7580주 미달로 마무리됐다. 이리츠코크렙의 공모 규모는 791억원이었고, 모두투어리츠는 141억원에 불과했다. 이 정도 규모에서도 청약 미달이 발생했다. 더구나 롯데리츠는 리츠 자산 구성상 신한알파리츠보다는 이리츠코크렙에 가깝다.

이리츠코크렙이나 모두투어리츠의 일반 청약에서 투자자들의 반응이 미지근했던 이유로는 임차인이 진행 중인 사업의 성장성이 떨어졌다는 점이 꼽힌다. 이리츠코크렙은 이랜드리테일의 뉴코아아울렛 매장을 기초자산으로 구성했다. 모두투어리츠는 모두투어의 호텔법인인 모두스테이의 ‘스타즈 호텔’을 주요 자산으로 매입한 후 운용하는 구조다. 양쪽 모두 성장성 측면에서 쇠퇴기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홈플러스리츠의 역시 규모만 다를 뿐 기초자산의 구성 면에서는 유사한 평가를 받았다. 홈플러스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매장이 위치한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묶었다. 이들 부동산을 홈플러스가 다시 임대해 사용하는 구조다. 당분간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확보했지만 대형마트가 쇠퇴기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발목을 잡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형마트 매출액은 2.3% 감소했다. 유통업 전체 매출에서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비중도 온라인 유통 채널에 밀린 후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롯데리츠 역시 홈플러스리츠나 이리츠코크렙 등에 쏟아지던 지적을 피해가기 어렵다. 홈플러스와 달리 롯데그룹이 국내 대표 유통 대기업라는 점과 롯데백화점 강남점 등 일부 자산은 핵심 상권에 위치하고 있어 부동산 가치가 높다는 점 정도가 차별점이다. 반면 유통 업계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부동산의 매력도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는 해소할 만한 유인책이 필요한 셈이다.

기초자산이 될 부동산 자산 구성과 함께 임대료 역시 상장 성공을 좌우할 요소로 꼽힌다. 홈플러스리츠는 홈플러스로부터 받을 임대료를 주변시세에 비해 높게 설정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부동산을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는 리츠 특성상 투자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요소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높은 임대료는 장·단점을 동시에 갖고 있다. 영업 실적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매장에서 매출이 떨어지고 영업 실적이 줄어들 경우가 문제다. 매장 축소나 철수에 나설 경우, 주변 시세보다 높게 형성된 임대료 탓에 다른 임차인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기존 임대료보다 낮은 임대료로 임차인을 구할 경우 리츠 수익성이 떨어진다. 여기에 고정 현금흐름인 임대료가 높게 설정될 경우 상장 때 공모가 역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높은 임대료가 리츠 투자자 입장에서도 부담이 되는 이유다.

뉴욕증시 상장 후 5년 지나서야 대중화

임대료와 부동산 가치 산정 문제는 롯데리츠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문제다. 롯데리츠는 강남구 대치동 인근에 자리한 롯데백화점 강남점과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서 연간 임대료로 약 225억원을 받기로 했다. 이 금액을 롯데백화점 강남점의 영업 면적 2만9758㎡으로 나눈 ㎡당 임대료는 75만6100원이다. 이 금액은 대치동보다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역 인근의 평균 임대료를 넘어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동산 서비스 회사 ‘쿠쉬만 & 웨이크필드’에 따르면 강남역 인근의 평균 임대료는 ㎡당 70만원 수준이다. 롯데리츠는 롯데백화점 강남점 외에도 광주점, 구리점, 창원점과 롯데아울렛 대구율하점, 청주점, 롯데마트 김해점, 의왕점 등 부동산 자산을 추가로 취득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계약 내용이 이번 상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핵심 요소인 셈이다. 한 외국계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1965년에 뉴욕증권거래소에 첫 리츠가 상장된 이후 5년이 지나서야 34개로 늘었다”며 ”국내 공모·상장 리츠 시장에서도 업체들의 자본 확충 필요성과 투자자들의 눈높이 사이에서 적정한 선을 맞추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1486호 (201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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