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70세 정년 고령 국가 일본의 실험 

 

타마키 타다시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니혼게이자이신문 서울지국장)
“과연 몇 살까지 일하는 것이 좋을까.” 정년은 현대 일본인에게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지 가운데 하나가 됐다. 고령화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며 ‘행복의 방정식’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5월 15일, 희망자의 경우 70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고령자 고용 안정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2013년 ‘정년 65세 의무화’를 지정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당시 정부는 기업에 ‘65세로 정년 연장’ ‘정년제 폐지’ ‘재고용’의 세 가지 선택지를 줬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본인 선택에 따라 65세까지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불과 6년 만에 정년을 70세로 연장하기로 법을 개정한 것이다. 정년을 추가 연장한 것은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돼서다.

물론 65세가 넘었어도 근로를 희망하는 노인도 많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노인들까지 일하지 않으면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올 2월 일본 최대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의 오사카 지역 한 가맹점은 “24시간 영업을 할 수 없다”며 영업시간 단축을 결정했다.

편의점 체인의 경우 본부의 권한이 절대적이다. 특히 세븐일레븐은 본부의 권한이 특히 강하다. 세븐일레븐 각 점포의 하루 매출액은 66만엔(전국 기준)으로 다른 편의점 체인과 비교하면 수익력이 압도적이다. 본부의 방침에 반해 영업시간처럼 중요한 결정을 가맹점 마음대로 변경하는 일은 계약 위반이다. 그런데도 가맹점이 ‘24시간 영업’을 포기한 것은 본부의 방침을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인력을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의 급여는 주간은 1시간 1000엔 전후, 심야 시간대는 1200엔이 넘는다. 아르바이트의 시급으로는 절대 나쁘지 않지만, 인력 확보는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편의점뿐만이 아니다. 외식 체인 중에는 1시간에 1500엔의 높은 급여를 제시해도 인력 확보를 하지 못해, 심야 영업을 중단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운송 업계에서는 트럭 운전자를 확보하기 어려워 배달 요금 인상 등을 단행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일본 전체 산업 현장 곳곳에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일손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문부과학성은 5월 17일, 올 3월에 졸업한 대학생의 취업률이 97.6%, 고등학생 취업률이 98.2%에 달했다는 조사를 발표했다. 대학생과 고등학생은 본인이 바란다면 대부분 전원 졸업하기 전에 취입이 결정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재를 채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력을 우선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그만큼 일손 부족이 심각한 것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2012년쯤부터 경기와 기업 실적이 회복하고, 기업의 인력 채용이 증가했다. 그런 가운데 고령화로 대량의 정년 퇴직자가 쏟아져 나오며 노동인구가 급속하게 감소했다. 일본의 생산가능연령(15~64세) 인구는 1995년 8700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 2015년에는 7700만 명으로 줄었다. 20년간 1000만 명이나 감소한 것이다.

일손 부족을 해결하기 은퇴 고령자들을 다시 노동현장으로 불러들이는 것이 하나의 카드로 사용됐다. 정년이 65세가 된 이래로 60세 이상 근로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7년 기준 1300만 명 이상이 일하고 있다. 필자 주변에도 1990년대까지는 60세가 넘으면 회사에서 벗어나 은퇴 생활을 시작한 선배들이 많았다. 지금은 대부분이 63세든 65세든, 그 이상이든 일터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는 60세가 넘어도 일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 됐다. 내각부 여론 조사에서는 65~69세 고령자의 65%가 ‘일을 하고 싶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오래 일하는 것을 희망하는 사람도 다수였다. 1989년부터 2019년까지 30년간 이어진 헤이세이(平成) 시대에서 일어난 일본 사회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고령화다. 1990년대 1500만 명이던 65세 이상 인구는 2018년 3500만 명을 넘었다. 100세 이상의 인구 수도 7만 명에 달한다.

이 거대하고 일할 의욕이 있는 고령자집단을 고용 시장에 참가시켜 일손 부족을 해소하자는 것이 정년 연장의 목적이다. 그럼 여기서 처음에 던졌던 의문이 다시 떠오른다. “과연 몇 살까지 일하는 것이 좋을까.”

회사의 정년은 1990년대 중반까지는 55세인 경우가 많았다. 그것이 60세에서 65세, 70세까지 늘어났다. 10~20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샐러리맨 선배들은 많은 경우 ‘정년 후’를 걱정했다. 연금 이외에는 수입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제적 불안과 더불어 “아직 건강하기 때문에 일하고 싶다”는 목소리도 컸다. 수십년간 ‘맹렬 샐러리맨’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집에서 조용히 생활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불안하고 걱정했다.

1990년대 초부터 이어진 일본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한 원인의 하나가 정년 구조의 변화였다. 주택 구매와 소비의 중심인 베이비부머 세대가 정년을 맞이했다. 돈을 가장 많이 써온 세대가 은퇴를 했다. 연금을 받지만, 장래의 불안에 대비해 소비를 줄이게 되며, 내수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 정년이 65세가 되면서 이런 불안은 서서히 없어지고 있다.

다만 한편으로는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일자리가 있다는 것은 감사하지만, 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 기업의 경우 60세를 넘으면 연수입이 상당히 감소한다. 20~30% 감소는 보통이고, 절반으로 깎는 회사도 적지 않다. 핵심 회의에서는 멀어지고 부하도 없어지며, 직속 상관은 입사 후배다. 일의 내용도 이전만큼 재미있지도 않다. “정년이 늘었지만, 나 자신은 필요한 인재일까”라는 불만을 가진 60대를 몇명 만나봤다.

애써 정년을 연장해도, 그 경험과 식견을 활용하지 않는 것은 기업에도 기회 손실이다. 이에 최근 새로운 움직임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성과급을 주는 것 외에 직책을 새로 마련하는 등 의욕과 능력 있는 60세 이상 사원을 활용하는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아지노모토AGF는 지난해 7월에 60~65세 사원에 대한 급여체계를 변경하고, 보너스도 지급하기로 했다. 연봉이 기존 대비 30% 늘어난다. 주3일 근무 등 유연근무도 허용하기로 했다. JR니시니혼은 지난해부터 근무 일수와 근로 성과에 따라 각종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기본급에 월 10만 엔을 추가로 주게 됐다. 자동차 부품회사 요로즈는 이미 70세까지 고용을 연장하고, 그대로 관리직을 이어가는 제도를 만들었다. 관리직에 머문다고 해도 급여는 줄어들지 않게 했다.

60세, 65세가 넘으면 체력과 일에 대한 의욕은 개인에 따라 상당히 달라진다. 60세가 돼 일률적으로 급여를 낮추는 것은 일하는 방식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할 수 없다. 귀중한 인재를 활용할 수 없게 된다. 고령자를 활용할 수 있는가 아닌가는 기업의 경쟁력에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여러 선택지가 늘어나고 있는 이상 본인이 어떤 선택을 하는가가 매우 중요해졌다. 일본의 평균 수명은 여성이 90세에 가깝고 남성도 80세를 넘는다.

고령 사회 속에서 인생 후반전을 어떻게 보낼까는 중요하다. 몇 세까지 어떤 형식으로 일하는 것이 좋을까. 젊은 시절에 막대한 돈을 벌어 은퇴하고 유유자적 인생을 보낸다는 것은 꿈 같은 이야기다. 일본인 태반은 연금생활자가 된다. 이제까지의 저축과 연금을 잘 조합해 어떻게 생활해 나갈까.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는 고령자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다. 고령자 사회 선진국 일본의 60세 이상은 이제부터 하나하나가 자신의 인생 행복 방정식을 풀어나가게 된다. 그 실험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1487호 (2019.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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