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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경제 시대가 온다(5) 취향관] 취향 공유하며 인생 탐구하는 소통의 장 

 

한정연 기자 han.jeongyeon@joongang.co.kr
기업이 탐낼 만한 회원 모으는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 유튜브와 달리 공간이 기반

▎킷스튜디오의 오프라인 구독경제 사업인 취향관./사진:한정연
서울의 오래된 단독주택은 이제 ‘레어템(보기 드문 제품)’이다. 마당이 넓고 예전 그대로의 내·외관을 갖춘 곳이라면 더욱 그렇다. 아주 약간만 손질한 합정동의 건평 40평, 대지 100평짜리 단독주택이 회원제 살롱 ‘취향관’ 건물이다. 담은 허물었지만 화단을 좌우로 길게 놓고, 집 어딘가에서 떼어온 듯한 낡은 방문을 대문 대신 쓰는 정도다. 대문에는 취향관이란 팻말 하나가 걸려있다. 취향관은 적산가옥 같은 빈티지라기보다는 요즘 한창 뜨는 1980~1990년대의 레트로라고 할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오른쪽이 바, 왼쪽이 거실이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유투버 영국남자의 강의가 2층에서 있었다. 외부인인 기자는 바와 책장으로 만들어진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오는 밀실처럼 생긴 회의실에만 출입할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회원과 함께 오면 비회원이라도 바에서 머무를 수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아예 외부 사람을 받지 않는다.

“게스트 제도를 없앤 건 공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회원들이나 게스트들의 (취향관) 경험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원들이 취향관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지인들을 데려왔지만, 바에만 머물러야 해서 제대로 된 경험을 못 한다고 생각했다.” 현재 100명이 좀 안 되는 이곳 회원들이 ‘케이트(Kate)’라고 부르는 박영훈 취향관 공동 대표는 문을 연 지 1년이 된 취향관의 다음 단계를 고민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독서모임 등 오프라인 모임 증가


▎킷스튜디오의 온라인 구동경제 서비스 영국남자 채널/사진:유투브 캡쳐
취향관은 회원들이 모여서 사교를 나누고, 서로의 취향을 공유하는 작은 모임을 운영하며, 프로젝트성 이벤트도 하는 곳이다. 정확히 뭘 하는지 모르게 회원들끼리 뭔가를 함께 한다는 취향만은 확실한 곳이다. 최근 유행하는 독서모임 등 유료 오프라인 모임들과 한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다. 지난 1년간은 3개월씩 분기제로 회원을 받았고, 올해 4월부턴 회원을 상시로 모집한다. 회비는 1년에 150만원, 한달에 15만원이다.

과거 시즌제로 운영할 때는 시즌마다 사진·글쓰기처럼 특정 테마를 잡고 함께 모여 공동 작업을 하고 전시회도 했다. 회원들이 직접 소모임을 꾸며서 다른 회원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음악이나 잡지 등을 공부하거나 만들기도 한다. 이들은 이런 소모임을 살롱이라고 부른다. 하루에 1~2개 살롱이 열린다. 회원들이 직접 운영자에게 제안을 하고, 심사를 거쳐서 승인을 받는다. 하루에 취향관을 찾는 회원은 대략 20여 명이다. 대부분 20~30대 중반이다. 박 대표는 회원들 직업이 다양하다며 예를 들었다. “방송국 PD, 검사, 의사, 프리랜서 작가, 간호사, 선생님 등 정말 너무 다양하다. 개그콘서트로 유명한 서수민 PD도 우리 멤버였다.” 독서모임은 한 달에 한 번 가면 몇 만원씩 들고, 모 카드회사가 과거에 운영하던 멤버십 클럽은 연회비 수백만원짜리 카드에 가입해야 갈 수 있는데 비하면 그렇게 비싸지 않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라고 한다.

페이스북·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로만 소통하던 사람들이 몇 년 전부터 다시 직접 만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들과 느슨하게 만나는 것을 선호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으로 꼽힌다. 미국에서는 오래 전 사라졌던 북클럽이 돌아왔다. 뉴욕타임스는 2014년 3월 ‘정말 북클럽에 가입 안 하셨나요?’란 칼럼에서 직접 만나 토론하는 북클럽 문화가 유행을 타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소셜 살롱, 북클럽을 수익모델로 한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박 대표는 취향관과 이곳을 찾는 이들을 이렇게 표현했다. “여기는 여러 가지를 경험하면서 자기를 탐구하고 살롱에 참여해 다른 이들과 대화하면서 자신만의 취향을 정해가는 공간이다. 우리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의 취향을 표현하는 사람들이다.” 박 대표에게 자신의 취향을 찾는 걸 다른 사람들이 도와주고, 그에 맞는 프로그램도 맞춰주는데, 취향계의 스카이캐슬 곳인지 물었다. “대부분은 다 취향이 있다. 다만, 우리는 취향이 취미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얘기하고 탐구해 보자는 거다. 서로 얘기를 나누면서 ‘아, 나는 이런 취향이 있었지’ 혹은 ‘저 사람 취향이 좋은 것 같네’ 하면서 차용하는 경우도 있다.”

취향관은 작명과 콘셉트의 힘이 컸다는 평가도 있다. 박영훈·고지현 공동 대표는 2012년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인턴 생활을 하면서 만났다. 고 대표는 홍보수석실에서, 박 대표는 사회특보실에서 일했다. 1년이 지나 고지현 대표는 음악 전문 방송국에 입사했고, 박 대표는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팀에서 대통령 이미지를 관리하는 업무를 맡았다. 대통령이란 브랜드를 설정하는 게 5년 동안 박 대표가 한 일이다. 두 사람은 아프리카TV·유튜브 등에서 1인 방송을 하는 이들을 모아서 콘텐트 유통 및 판매 등을 해주는 MCN(Multi Channel Network) 회사에서 다시 만났다. 구독자가 300만 명이 넘는 유투버 영국남자를 만난 곳도 이곳이다. 세 사람은 킷스튜디오라는 회사를 차렸다. 영국남자 유투브 채널에 올릴 동영상 콘텐트를 기획하고 제작한다.

취향관은 그저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시간을 보내는 한가한 공간은 분명 아니다. 확실한 사업 목표가 정해져 있다. 킷스튜디오의 온라인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이 영국남자 채널이라면, 취향관은 오프라인 기반의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이다. 구독경제란 일정 금액을 정기적으로 지불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독해서 사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박 대표는 “둘 다 브랜드가 돈을 쓸 만한 의미 있는 구독자를 모으는 일”이라며 “공간이 기반인가 영상이 기반인가 하는 차이”라고 말했다.

공동 대표들의 면접 통과해야 가입 가능

“애초에 큰 틀에서 보면 구독형 모델로서 플랫폼과는 구별되게 기업 브랜드가 타깃팅 하기에 좋은 사람들을 모은다. 우리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필요는 없다. 우리 색깔에 맞는 사람만 모이면 된다. 그래서 이들의 취향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하는 거다” 박 대표의 말처럼 취향관은 돈을 낸다고 다 들여보내 주지 않는다. 두 명의 공동 대표가 직접 면접을 보고 통과해야 가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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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7호 (2019.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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