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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들이 진단한 한국 경제] 하반기 경기 침체 전망에 무게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수출 부진,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 등 악영향… 자동차 산업 가장 부정적

국내 공인회계사들은 한국 경제가 올해 하반기에도 침체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해 상반기 이후 3차례 연속 하향 전망이다. 회계사들은 경기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수출 부진을 지목했다. 국내 경제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정책, 기업투자 심리 등을 꼽았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공인회계사를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경기 수준을 집계한 기업경기실사지수(CPA BSI)가 61을 기록했다. 올해 하반기 경기를 전망한 BSI는 64에 그쳤다. BSI는 경제주체들의 경기에 대한 판단을 조사한 뒤 산출한 지수로 한국은행 등 국내외 기관에서도 산출하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매년 두 차례 공인회계사를 대상으로 BSI를 집계 중이다. 산출된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높으면 긍정적인 응답이 부정적인 응답보다 많았다는 것을 뜻한다. 100 미만일 경우 부정적으로 내다보는 응답자가 더 많았다는 의미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반년에 한번씩 모두 세 차례 CPA BSI를 발표헸다. 첫 조사였던 지난해 상반기 CPA BSI에서는 한국 경기 현황을 89로 판단했으나 하반기 64로 하락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61까지 떨어지면서 3차례 집계에서 모두 하향세를 나타냈다. 다음 반기 경기를 예상하는 전망 BSI 역시 세 차례 조사에서 82와 69, 64로 하향세를 지속 중이다.

경기 전망 갈수록 악화


한국공인회계사회는 CPA BSI를 산출하기 위해 회계법인 파트너급 이상 전업 회계사와 기업체 임원급 등 휴업 회계사 등 총 460여 명을 설문대상으로 선정했다. 설문에 참여한 공입회계사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20년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기업체 고위 임원 등으로 재직중인 휴업 회계사의 전망이 전업 회계사에 비해 부정적이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는 전업 회계사들은 올해 하반기 전망치는 61인 반면 전업 회계사는 65를 기록했다. 휴업 회계사들은 지난해 진행된 올해 상반기 경기 전망에서도 전업 회계사들에 비해 보수적인 응답을 내놨다. 현업에 몸담고 있기 때문에 체감 경기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하반기 전망에서서는 경기가 악화될 것이라 내다본 회계사는 52%였다. 반면 호전될 것으로 전망한 회계사는 17%에 그쳤다. 지금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는 예상은 31%였다.

회계사들은 올해 하반기 경기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수출을 지목했다. 여기서는 하반기 경기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회계사들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회계사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수출은 지난해 하반기에 진행된 설문조사에서도 주요 요인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당시에는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예상한 회계사들과 악화될 것으로 예상한 회계사들의 우선 요인이 일치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한 회계사들이 내수를 주요 요인으로 지목했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에 영향을 미칠 주요 요인으로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정책, 기업 투자심리 개선 여부가 각각 17%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두 요인은 각각 경기가 악화될 것이라 예상한 회계사들과 호전될 것이라 예상한 회계사들 양쪽 모두에게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응답이다. 하반기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한 회계사들은 최저 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정책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예상한 회계사들은 기업 투자심리 개선 여부를 가장 먼저 꼽았다.

지난해 하반기 설문에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던 미중 통상갈등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추세 확대 및 세계 교역 위축 이슈는 16%를 차지하며 3위에 자리 잡았다. 반면 지난해 하반기 14%의 선택을 받으며 두 번째로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 글로벌 통화 긴축 기조 및 기준금리 인상 답변 비율은 이번 설문에서 3%에 그쳤다. 올해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 및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경로 변경이 명확해졌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작아진 탓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지난해 재무제표 감사가 진행된 후 집계됐다”며 “수출 부진과 최저임금 인상 등을 중요 요인으로 꼽은 응답이 많았다는 점은 현장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약·바이오 맑음… 자동차·건설 흐림

산업별로는 정보통신과 제약·바이오 산업의 경기 전망이 가장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참여한 회계사들은 정보통신 산업의 상반기 경기 현황 BSI를 131로 평가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126을 예상했다. 제약·바이오 산업을 두고는 상반기 현황 BSI가 127, 하반기 전망 BSI는 126으로 예상했다. 두 산업은 CPA BSI가 집계된 지난 2018년 상반기 이후 줄곧 100을 상회하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BSI가 100을 넘을 것으로 예상됐던 전자와 정유 산업은 이번 조사에서 각각 99와 84를 기록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전망치에서는 96을 기록했던 금융 산업이 상반기 현황 BSI 104를 기록하며 예상을 뛰어넘었다. 다만 금융 산업은 올해 하반기 전망에서 산업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한 회계사가 조금 더 많았다. 금융 산업의 하반기 전망 BSI는 98이다.

경기 전망이 가장 부정적인 산업은 자동차 산업이다. 자동차 산업은 올해 상반기 현황 BSI가 25에 불과했고 올해 하반기 전망 BSI 역시 33으로 14개 산업 가운데 가장 낮았다. 자동차 산업은 지난해 하반기 진행된 CPA BSI가 집계된 이후 줄곧 꼴찌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조사 당시 자동차 산업의 현황 BSI는 41을 기록했다. 이어 같은해 하반기 36으로 하락하는 등 세 차례 조사에서 바닥을 모르고 하락중이다.

건설 산업 역시 상반기 현황 BSI가 37에 그치면서 지난해 하반기에 예상했던 전망치 51을 밑돌았다. 건설 산업도 자동차 산업과 마찬가지로 CPA BSI 집계 이후 지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자동차 산업의 현황 BSI는 62이었으나 하반기 49로 하락했다. 건설 산업의 올해 하반기 전망 BSI는 44에 그치고 있다.

1487호 (2019.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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