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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층 다양해지는 공유오피스] 스타트업만? 중견기업 본사가 옮기기도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중소·대기업까지 관심 가지며 공유오피스 시장 연간 63% 고성장 전망

▎동화약품이 지난 5월 서울시 중구의 공유오피스로 본사를 이전했다./사진:패스트파이브
#1. 까스활명수·후시딘 등으로 유명한 동화약품이 지난 4월 본사를 패스트파이브 시청점으로 옮겼다. 패스트파이브는 지점수 기준 국내 1위 공유오피스 업체다. 1인 창업자나 소규모 스타트업을 위한 업무 공간으로 알려진 공유오피스에 동화약품은 ‘부채표’를 붙이고 본사를 꾸렸다.

#2. 기업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삼성그룹 계열사 멀티캠퍼스는 지난 5월 위워크 선릉 3호점으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위워크는 지점수 기준 국내 2위 공유오피스 업체다. 멀티캠퍼스 임직원은 위워크 사무공간 전략가와 디자이너가 꾸민 공간으로 입주, 공간 관리 없이 업무에만 집중하고 있다.

공유오피스 입주 기업 6개월 새 3.5배로 급증


공유오피스 수요층이 다양해지고 있다. 임직원 숫자만 200명에 이르는 중견기업이 공유오피스로 본사를 옮기는가 하면 대기업 관계사까지 사무 공간을 공유오피스에 마련하고 나섰다. 주 52시간 근무제와 유연근무제 등이 도입되면서 본격화한 기업의 ‘일하는 방법 혁신’ 논의가 공유오피스 입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영상황에 따라 사무실을 손쉽게 확장하거나 축소할 수 있는 입주 유연성도 공유오피스의 매력 포인트다. 특히 대기업은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신규 사업 프로젝트팀을 공유오피스에 입주시키기도 한다.

패스트파이브에 따르면 공유오피스로 사무 공간을 이전하는 중소·중견·대기업이 늘고 있다. 6월 현재 패스트파이브 전체 입주자 1만1000명 중 임직원 수 50명을 넘는 기업 소속 입주자는 4510명(4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패스트파이브가 내놓은 ‘공유오피스 주요 지표’에서 50인 이상 기업 소속 입주자가 1280명(16%)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기업 입주 규모가 6개월여 만에 약 3.5배로 증가했다. 공유오피스가 1인 창업자나 소규모 스타트업을 위한 사무 공간 임대 서비스로 알려졌던 것과 대조된다. 세계 28개 국가에 485개 지점을 둔 글로벌 공유오피스 업체 위워크는 “세계 입주자 중 임직원 수가 1000명 이상인 기업 소속 입주자 비율이 40%”라며 “국내도 기업 입주가 증가세”라고 밝혔다.

공유오피스는 말 그대로 사무실을 공유하는 개념이다. 공유오피스 업체는 빌딩의 전체나 일부를 장기 임차해 공간을 나눈 후 개인이나 기업에 재임대한다. 기존 오피스 개념이 빌딩 전체나 특정 층을 한 회사가 사용하는 것이라면, 공유오피스는 공유오피스 사업자가 공간을 여러 개로 쪼개거나 전체를 임대한다. 1인 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필요한 규모에 맞춰 사무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또 1개월부터 연간까지 필요한 기간만큼 사용할 수 있다.

다양한 규모의 기업이 공유오피스로 향하는 이유는 공유오피스를 업무 혁신의 대안으로 꼽고 있기 때문이다. 공유오피스는 지정 좌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출근 후 자유롭게 일할 좌석을 정해 업무를 하는 것이 기본인 사무 공간이다. 업무 중 새로운 자극을 받을 수 있는 놀이 공간이나 휴식 공간이 있는 것은 물론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공간도 조성돼 있다. 특히 공유오피스 입주 때 부동산을 계약하고 인터넷 연결, 사무기기 임차, 복지·휴게시설 마련 등 업무 환경을 구축하는 데 신경 쓸 필요 없이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52시간 근무제와 유연근무제 등이 도입되면서 임직원 개개인이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해졌고 공유오피스가 대안이 됐다”면서 “개방된 공간인 공유오피스는 탄력적인 조직 문화를 만드는 데도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소연 패스트파이브 브랜딩 팀장은 “특히 기업 내 2030 실무자들을 중심으로 자유로운 분위기의 업무 환경을 만들어 수직적 위계구조가 아니라 수평적 조직을 만들자는 요구가 늘었고 이 같은 요구가 최근 국내 기업의 공유오피스 입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유오피스 내 사무실 임대 공간을 회사 성장 속도에 맞춰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것도 장점이다. 여기에 개별 기업의 특성에 맞도록 바꾼 사무 공간과 업종별 맞춤 시설도 제공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팀 단위 회의가 잦은 회사에는 소규모 회의공간을 더 늘릴 수 있고, 보안 정보를 다루는 회사는 폐쇄형 사무실을 꾸밀 수도 있다. 위워크에 입주한 콘텐트 회사 액시즈(AXIS CCP)는 공유오피스에 녹음실과 연습실까지 구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유오피스 입주를 정한 대기업 관계자는 “시장 변화에 맞춰 직원 규모를 늘려야 할 수도 혹은 줄여야 할 수도 있는데 공유오피스는 이에 대한 대응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편”이라고 말했다.

동화약품과 멀티캠퍼스 말고도 공유오피스로 옮기는 덩치 큰 기업이 여럿 있다. 하나금융TI는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연구하는 ‘DT랩’ 사무실을 위워크 역삼역점에 냈다. 아모레퍼시픽도 사내벤처 여섯 팀을 공유 오피스로 내보냈다. 임직원 수가 150명이 넘는 홍보대행사 프레인도 지난 2월 패스트파이브 을지로 오피스로 본사를 이전했다. 이 밖에 두산그룹과 SK그룹 신사업 프로젝트팀, 풀무원 계열사 등이 패스트파이브에 입주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의 사옥을 아예 공유오피스로 바꾸는 기업도 있다. SK그룹이 대표적이다. SK그룹은 지난헤 초부터 공유오피스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공유오피스 가치에 주목해 “칸막이에서 혼자 일하고, 만나는 사람은 인사만 나눈 사람을 포함해도 하루에 20명이 안 될 것이다. 이렇게 일하면 새로운 시도와 비즈니스 모델 변화가 가능하지 않다”고 말한 게 계기가 됐다. SK그룹은 현재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C 등 주요 계열사에 공유 오피스 도입을 완료했다. KEB하나은행은 을지로 사옥 24층을 공유오피스로 변경했다.

통근버스 운행에 어린이집 이용까지

다양한 규모의 기업이 공유오피스를 주목하면서 공유오피스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코람코자산신탁에 따르면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은 2015년 처음 형성된 이후 지난해까지 총 57개 업체가 192개 공유오피스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2017년 말 기준 18개 업체가 93개 지점을 갖췄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 업체와 지점이 각각 3배, 2배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공유오피스 면적은 14만5455㎡에서 39만3388㎡로 2.7배로 늘었다. 특히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은 2016년 세계 최대 공유오피스 업체인 위워크 진출을 계기로 시장 선점 경쟁에 돌입, 지난해까지 3년간 연평균 65%씩 공급량을 늘리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600억원 수준이었지만 앞으로 연간 63% 고성장해 2022년 시장 규모가 77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 1·2위 업체인 패스트파이브와 위워크가 안정적인 임대료 수익이 보장되는 중견·대기업 유치 경쟁에 열을 올리면서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패스트파이브는 입주사 임직원이 이용할 수 있는 출근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엔 입주사 직원을 위한 어린이집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위워크는 사무실을 빌려주는 서비스를 넘어 살 집, 아이를 교육할 학교, 여가를 즐길 커뮤니티까지 모두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1489호 (2019.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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